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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6

2010/10/26 01:19 / My Life/Diary
다 해봐야 190쪽이 안 되는『굿 바이』, “굿 바이” 정도만 새로 보는 단편이고 나머지는 이미 익히 소개된 것들. 살만한 가치가 없었던 책. 장영희의『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과 말콤 글래드웰의『아웃라이어』도 구입. 서점을 나오는데 찬바람이 너무 불어서, 마치 한겨울 바닷물 속에 빠져 있는 느낌이었다. “도저히 당신의 인생에 끼어들 수가 없어. 우리는 너무나 달라. 그러니 이제 나를 보지 말아줘. 포기해줘. 미안해.” 결국 나는 내가 쓰고 싶은 것만을 쓰고, 보여주고 싶은 것만을 보여줄 뿐이지. 내 글은 내가 아니야. 바닷물은 밖에서 보면 맑고 푸르지만 안에서 보면 탁한 녹색이야. 당신은 떠 있습니까, 가라앉아 있습니까?
2010/10/26 01:19 2010/10/26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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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5

2010/10/25 09:04 / My Life/Diary
사실 신뢰의 색을 쉽게 바꾸는 사람은 배신의 상처를 많이 받은 사람보다 아직 인격적으로 덜 성숙한 사람인 경우가 많다. … 안타깝게도 현대인은 자신감의 결여로 인한 불안을 상대에게 전가하며 기술적으로라도 통제하려고 애를 쓴다. … 관계의 확신은 나의 자신감에서 시작한다. 확인하지 않고도 견딜 수 있을 때 믿음은 커진다. 나아가 존재의 안정감이 따른다. ([삶의 향기] ‘믿음’의 반어법, 중앙일보, 2010.10.24)

그리고 기형도의 “질투는 나의 힘”의 후반 단락.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기형도 추모 문집(『정거장에서의 충고』)에서 한 평론가는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를 청춘의 객기 정도로, 정직한 진술이 아닌 것으로 보았다. 지나치게 정직한 말은 거짓처럼 보이는 법일까.

다자이 오사무의『굿 바이』를 집에 가는 길에 살 것. 선집이라 중복 단편이 몇 편 있다. 읽을 것.

시시콜콜한 것들을 쓸 것.
2010/10/25 09:04 2010/10/25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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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4 (2)

2010/10/24 23:13 / My Life/Diary
카드를 잃어버렸다. 아침부터 아무 데도 갈 수가 없더라. 입었던 옷을 벗어 놓고 미친놈처럼 우두커니 앉아서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생각하다, 나는 애초에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으며, 다른 이의 찌꺼기를 머리속에 담고 있는 사람을 절대 사랑해서는 안 된다는 엉뚱한 결론을 내렸다. (당신의 사랑은 재활용이 됩니까?!) 그리고 스르륵 잠들었다가 16시쯤 깨서는 배가 고파와 요플레를 사러 슈퍼에 들렀다. 열 손가락 모두 검은 매니큐어를 칠한 아가씨가 카운터를 보고 있었고, 결코 자신의 과거를 말하지 않을 이 여자를 무작정 사랑해보기로 했다.

나, 너무 유치해. 변태 같아. 병신짓이다 이건.
2010/10/24 23:13 2010/10/24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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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4

2010/10/24 04:42 / My Life/Diary
내 과거는 희망이었으니. 내가 두려워한 것은 죽음이 아니라 자살에 실패해 살아남는 일이었다. 몰살된 과거와 텅 빈 현재, 채울 길 없는 미래. 그리고 그 처참한 생존을 바라보는 나 자신의, 타인의 시선. 날개에 김이 서린듯 이슬을 흠뻑 머금고 죽어 있는 잠자리. 아무 이유 없이 피었다 떨어져 내린 잎. 누군가 실수로 밟아버린 거미. 나,는 자의식 없이 그저 있는 그대로일 수는 없었다. 운동장엔 아침 안개가 자욱했고, 나는 그 속으로 걸어 들어갔지만, 바지 밑단만 젖은 채,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았다. 내 과거는 희망이었는데, 왜 나는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했을까.
2010/10/24 04:42 2010/10/24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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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3

2010/10/23 15:47 / My Life/Diary

1박 2일의 워크샵. 아름다운 곳이었다. 운악산 자락엔 단풍이 물들기 시작했고 그 아래엔 샛강이 흐르고 있더라. 풍광을 보려 무심코 앉은 나무 벤치. 나무 두 그루. 하나는 잎을 모두 떨구고 죽은 듯했고, 나란히 선 다른 이는 여전히 초록빛 이파리로 풍성했다. 약간은 기이하게 느끼며 나는 이 벤치에 앉았을 한 남자와 한 여자를 생각했다. 흐르는 것은 강물만이 아니었고 나는 곧 헤어질 것들만 사랑했더라.

오늘도 그랬다.
2010/10/23 15:47 2010/10/23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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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1

2010/10/21 21:28 / My Life/Diary
1.
다섯 살 난, 아니 여섯 살이라고 할까ㅡ 사내 아이를 데리고 사는 싱글맘. 한 남자를 만난다. 서로의 사랑이 깊어지고. 어쩌면 남자가 더 빠져들었는지 모르지. 어느 날. 둘만의 술자리. 여자에게 갑자기 걸려온 전화. 짧은 통화가 끝나고. 담배를 피우던 여자는 몸을 탈탈 털면서 남자에게 묻는다. “담배 냄새 나요?” “조금” 여자는 다시 몸을 탈탈 턴다. 맥주잔에 담긴 물로 입을 헹군다. 다시 몸을 탈탈 턴다. “이젠 어때요?” “거의 가셨네요.” 여자가 웃는다. “아이가 담배 냄새를 싫어해서…” 여자는 서둘러 집으로 떠난다. 남자는 탁자 밑으로 구부러진다.

2.
몸이 담긴 관을 흙으로 덮으면서 남자는 생각한다. “죽은 사람을 땅 깊숙이 묻는 이유는, 혹시라도, 절대로, 살아 나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야.” 구덩이가 모두 메워지고. 확실히 하기 위해, 남자는 심혈을 기울여 땅을 다진다. 양동이에 물을 가득 채워와서 흠뻑 뿌린다. “모든 틈새가 막혔다.” 남자가 담배를 물고 하늘을 본다. 먹구름. 비가 오리라. 완벽하다.

3.
관 속에서 눈을 뜬 아이. 보이는 게 없다. 다리에 떨어지는 물방울의 차가움. 몸은 움직여지지 않는다. 울 수도 없다. 물방울이 떨어지는 간격이 짧아진다. 이제는 얼굴에도, 손등에도 물방울이 떨어진다. 숨이 막혀 온다. 춥다. 울 수도 없다. 눈을 감는다. 감으나 뜨나 보이는 게 없다. “하나님 살려 주세요. 성당 열심히 나갈께요. 성금으로 오락실 가서 미안해요. 하나님 살려 주세요.” 조용히 울부짖자… 멀리서 소리가 들린다.

4.
점점 더 가까워지는 소리. 누군가 아이 대신 비명을 지르는 것 같다. 땅의 울림이 아이의 뒷통수와 등에 느껴진다. 숨이 더욱 막혀 오고. 졸립기 시작한다. “난 아직 못해본 게 많아요… 하나님 살려 주세요…” 그 순간 갑자기 관과 함께 몸이 떠오른다. 누군가 비명을 지르고. 육중한 기계음이 들린다. 또 다른 누군가가 외친다. “천천히 천천히 이쪽으로!, 이쪽으로… 관을!” 공중에서 몇 번을 덜컹대던 관이 바닥으로 내려 앉는다. 아이는 관뚜껑이 뜯기는 둔탁한 소리를 듣는다.

5.
빛! 빛이다! 하나님! 사랑해요! 누군가 나를 다시 들어올린다. 애써 눈을 떠 쳐다보려 했지만 너무 눈이 부셔서 차마 볼 수가 없다. 이제야 모든 것이 확실해진 느낌. 나는 울 수 없었던 울음을 맹렬히 터뜨린다. 그러자 눈부신 그가 담담하게 말한다. “사내 아입니다. 남편 분은 이리 오셔서 탯줄 자르세요.”
2010/10/21 21:28 2010/10/21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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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0

2010/10/20 23:16 / My Life/Diary
다시 쳇바퀴를 돌린다. 갇혀 버린 기분이야. 아, 도대체 왜. 아, 아, 아. 도대체 왜. 꿈인가 꿈. 어떻게 시작됐는지 모를 꿈. 아, 아, 길바닥에 배를 끌며 구걸하는, 아, 출근하는 사람들의 뒷통수들, 아, 지하철 입구에 쭈그려 앉아 김밥을 팔고, 아, 아, 1층에서 15층까지, 아, 아, 아, 팔목이 없고, 아, 수화를 하는, 아, 아, 으아. 영문도 모른 채.
2010/10/20 23:16 2010/10/20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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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9

2010/10/19 22:35 / My Life/Diary
“바꿀까?”

9회말, 제구가 흔들리는 김광현. 이례적으로 직접 마운드에 다가간 김성근 감독이 건넨 첫마디.

“바꿔줄까?”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읽을 수밖에 없던 그 입 모양.

갑자기 외로워졌다. 그리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던지는 공마다 폭투였다.
2010/10/19 22:35 2010/10/19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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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8 (2)

2010/10/18 23:13 / My Life/Diary
결국. 살 사람은 산다. 쓰러져 있다가도 배가 고프면 일어나 밥을 먹고 한참을 울다가도 TV 앞에 앉아 깔깔대며 웃는다. 누군가는 등산을 하고 누군가는 여행을 하고 누군가는 책을 읽고 누군가는 잠을 잔다. 그리고 아무것도 영원한 것은 없으며 인연이란 바다 위에 일어나는 포말처럼 의미 없는 무작위임을 알게 된다. 만나지도 않았는데 헤어지는 일이 반복되고 사람보다 개와 고양이를 믿게 된다. 포말은 다시 일어나고 누군가는 다시 쓰러지고 누군가는 다시 TV 앞에 앉는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이런 꼴이 혐오스럽기 짝이 없어서 죽어버리는 사람도 있단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여 기뻐하소서, 주께서 함께 계시니 여인 중에 복되시며 태중의 아들 예수 또한 복되시도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여, 축복 받은 당신의 두 손으로 제 전두엽을 납땜하여 주옵소서. 아멘.
2010/10/18 23:13 2010/10/18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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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8

2010/10/18 01:23 / My Life/Diary
“겁쟁이는 행복조차 두려워하는 법입니다. 목화 솜에도 상처를 입습니다. 행복에 상처 입을 수도 있는 겁니다. 상처받기 전에 빨리, 이대로 헤어지고 싶다는 초조감…”, 다자이 오사무,『인간실격』, p.61

예수는 괴로움을 알면서도 괴롭게 죽었다. 부처는 괴로움을 알게 되자 괴로움을 떠났다. 예수는 혹시 다시 괴롭게 살다 죽기 위해 부활한 것은 아닐까. 부처는 혹시 괴로움을 떠나고 나서도 괴로움을 그리워하진 않았을까. 정말 괴로움이 싫은 사람들은 이미 죽어버리고 없는 게 아닐까.
 
홀로보다 둘이, 더 괴롭고, 더 외로워. 결국 아무와도 공감할 수 없어. 그런데도, 끝이 보이는 사랑, 그런 거, 해도 됩니까?
2010/10/18 01:23 2010/10/18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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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5

2010/10/15 00:19 / My Life/Diary
나는 할 수 없는 것은 단 한 가지뿐이었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처럼 나의 내부에 감추어져 있는 목표를 끄집어 내어, 내 앞에다 확실히 그려보는 일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자기가 교수나 법관, 의사나 예술가가 되려고 한다는 것을 정확하게 알고 있으며, 그것을 이루려면 얼마만한 기간이 필요하고 거기엔 어떤 현실적인 이점이 있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할 수가 없었다. 언젠가는 나도 역시 그런 직업을 갖게 될 것이겠지만, 지금의 내가 어떻게 그것을 알 수 있단 말인가. 나 역시 몇 년을 찾고 또 찾아 왔지만 된 일은 아무것도 없었고, 어떠한 목표에도 도달할 수가 없었다. 시간이 흐르면 나도 역시 어떠한 목표에 도달하게 되겠지만 그것은 정말 난처하고 위험스러우며 무서운 일이었다.

나는 내 마음속에서 진정으로 원했던 것, 바로 그것대로 살려고 했다. 그런데 그것은 왜 그리도 어려웠을까? (p.427)

ㅡ 헤르만 헤세,「데미안」,『지와 사랑ㆍ데미안』(문화광장)

기쁨과 흥분의 반대는 슬픔과 두려움이 아니라 기쁨과 흥분이 없는 상태ㅡ지루한 무감각 상태ㅡ다. 많은 연구에 따르면, 우리의 긍정적인 감정의 양으로 우리의 부정적인 감정의 양을 알 수 없다. 한 사람의 긍정적인 감정의 양과 부정적인 감정의 양은 서로 독립적이며, 아무런 관계가 없다. (p.114)

신경성 수치가 높은 사람은 신경성 수치가 낮은 사람보다 일상에서 부딪치는 어려움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신경성은 부정적인 감정시스템의 반응성(반응 정도)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부정적인 감정이란 무엇인가? 공포, 걱정, 모욕감, 죄책감, 혐오, 슬픔 등의 감정으로, 이런 감정을 경험하면 불쾌하며, 이 불쾌감은 우리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하나의 설계특징이 된다. 긍정적인 감정이 존재하는 이유가 우리로 하여금 좋은 것을 추구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라면, 부정적인 감정이 만들어진 목적은 우리로 하여금 먼 조상 때부터 나빴던 것을 피하도록 만들기 위한 것이다. (p.135)

신경증은 일관성이 있고 항구적인 하나의 특성인 반면, 우울증은 어떤 때는 발병하지만 어떤 때는 발병하지 않는 하나의 질병이다. 그러나 우울증은 재발하는 경향이 강하다.

…부정적인 사건에 대한 우리의 반응 정도를 결정하는 것은 유전된 기질이며, 우울증은 우리의 성격과 우리에게 벌어진 일이 상호작용한 결과… (pp.143~145)

수전의 글에는 일인칭 대명사가 많았고, 그 일인칭 대명사는 고통을 의미하는 동사와 짝을 이루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전형적으로 신경성 수치가 높은 사람의 글쓰기 방식이다.

신경성 수치가 높은 사람은 자신이 제대로 살아왔는지, 또 지금 제대로 살고 있는지 끊임없이 걱정하며 궁금해한다. 잘못된 인생경로를 갈 위험도 우리의 부정적인 감정이 탐지해내야 하는 위험 중 하나다. 따라서 부정적인 감정이 활성화되면 우리는 우리가 택한 삶의 경로에 대해 계속 의심하게 될 것이다.

경계성 인격장애는 높은 신경성을 특징으로 한다. 경계성 인격장애는 삶과 개인적 목표의 불안정을 주 증상으로 하며, 만성적인 자괴감이나 공허함도 수반한다. 삶에 고통을 받는 사람들은 새로운 그러나 종종은 비현실적인 계획을 많이 세우고, 짧은 그리고 종종은 부적절한 결혼을 여러 번 한다. 그 이유는 자신에 대한, 자신을 행복하게 해준다고 하는 것에 대한, 그리고 자신의 가치에 대한 만성적인 회의 때문이다.

…신경성 수치가 높은 사람들은 “불면증 환자가 편히 잠들 수 있는 자세를 찾으려고 계속 뒤척거리는 것처럼 끊임없이 자신을 새로 규정하려고 한다.” (pp.146~149)

…실제로 연구를 해본 결과 공유환경이 성격에 미친 영향은 0이었다.

공유환경이 성격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가장 뚜렷한 증거는 같은 가정에서 자란 입양형제들 간의 성격이 동일 모집단에서 무작위로 선택한 두 타인 간의 성격만큼이나 다르다는 데 있다.

그렇다면 “공유환경인 부모의 성격은 (유전적인 영향 말고는) 자녀의 성격에 여하한의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양육방식도 아이의 성격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부모의 식습관, 흡연, 가족 규모, 교육, 인생철학, 성적 취향, 결혼상태, 이혼, 재혼 등도 아이의 성격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심란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렇다면, 이혼한 부모의 자녀들도 성인이 된 후 이혼할 가능성이 높고, 어린 시절 부모의 폭력을 경험한 사람이 자라서 더 폭력적이 된다는 연구결과는 어찌된 것인가? 결론을 말하자면, 이런 연구들도 환경적인 영향이 아니라 유전적 영향으로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신경성이 높은 사람은 우울증과 이혼의 가능성이 일반인들보다 높고 그들 자녀도 그럴 가능성이 더 높은데, 그것은 자녀들이 부모를 보고 배운 것이 아니라 애당초 부모를 그런 사람으로 만든 유전자 변형체를 자녀들이 물려받았을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부모와 자녀의 유사성, 그리고 양육행태와 성인이 된 후 자식의 행태도 유전적 영향으로 설명할 수 있다. (pp.246~248)

ㅡ 대니얼 네틀,『성격의 탄생』(와이즈북)

“세상 그 누구도 자기 인생을 책임질 필요가 없어. 너는 이미 온전히 너의 삶을 살고 있는 거야.”라고 무책임하게 말하자, 살고 싶어졌다. 영 미친놈 같다.
2010/10/15 00:19 2010/10/15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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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4

2010/10/14 06:38 / My Life/Diary
아무도 병들지 않았어. 누구의 잘못도 아니야.

2010/10/14 06:38 2010/10/14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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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2

2010/10/12 05:25 / My Life/Diary
악몽을 꿨네. 꿈과 현실이 구분되는 걸 보면 난 확실히 정상이네. 이럭저럭 이해가 되는 꿈이었네. 이해가 되는 꿈은 현실과 미래를 더 비참하게 만드네. 악몽은 악몽인데 괴로운 건지 슬픈 건지 착잡한 건지 모를 기분이네. 방바닥이 뜨겁네. 뭐라도 써야 겠기에 쓰고 앉았네. 모두들 아프겠지. 각자 나름대로 삭이고 인내하고 있겠지. 무관심하고, 무심하고 싶네. 바람 부는 그네 타고 싶네.

샤워하고 출근해야 겠네. 집에 있으면 안 될 것 같네.
2010/10/12 05:25 2010/10/12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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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9

2010/10/09 06:29 / My Life/Diary
  엄마는 순교자 같이 상냥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우리, 떠나온 곳에서 시작하는 거야. 이 모든 게 나쁜 꿈이었던 듯이 행동하자꾸나.”
  나쁜 꿈.
  벨자 안에 있는 사람에게, 죽은 아기처럼 텅 비고 멈춰버린 사람에게 세상은 그 자체가 나쁜 꿈인 것을.
  나쁜 꿈.
  난 모든 걸 기억했다.
  해부용 시신, 도린, 무화과 이야기, 마르코의 다이아몬드, 광장에서 만난 해병, 닥터 고든 병원의 사시 간호사, 깨진 체온계, 두 종류의 콩 요리를 갖다 준 흑인, 인슐린 투약으로 9킬로그램이 늘어버린 체중, 하늘과 바다 사이에 회색 두개골처럼 튀어나온 바위.
  어쩌면 친절한 눈처럼 망각은 그것들을 무감하게 하고 덮어버리리라.
  하지만 그것들은 나의 일부였다. 그것들은 나의 풍경이었다.

ㅡ 실비아 플라스,『벨자』(문예출판사), p.289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려요, 두근, 두근. 말할 때마다 퍼지던 이름 모를 샴푸의 꽃내음. 네가 들어주지 않았다면, 난 살아 있는지도 몰랐을 거야. 유난히 햐앟게 보이던 가르마. 라일락꽃. 나쁜 꿈. 사라진 기분. 우울도 절망도 뭣도 아닌, 그저 순수하고 명징한 의미에서, 죽음.
2010/10/09 06:29 2010/10/09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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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5

2010/10/05 20:03 / My Life/Diary
니체의 말, ‘이 모든 괴로움을 또다시!’ 가 얼마나 숨막히게 무서운 말인가를 느낀다. 온갖 싫은 일들, 너저분하고 후줄그레한 일들, 시시하고 따분한 일들이 깔려 있는 운명의 아스팔트지만 이 길이 끝이 안 났으면 하는, 또는 또 한번 하는 의욕은 실로 무겁고 기름진 삶의 욕구의 사고일 것이다.

전혜린,「10월 13일」부분, 『이 모든 괴로움을 또다시』, p.193

차갑고 작은 손, 잡고 싶어.

시작도 하기 전에 끝을 보니까 아무 것도 안 되는 거야. 삶보다 죽음을, 만남보다 이별을, 사랑보다 두려움을. 낙서로 엉망진창인 스케치북을 들여다보면서 무슨 그림을 그리려고 했던가 고민해서는 안 돼. 끝에서 끝으로 달리는 꼴이니까. 한 장을 뜯어내고 다시 시작하는 무모함이 필요해ㅡ

그러나,
“이미 하도 찢어버려서… 덧칠에 덧칠을 더해 검게 눅어버린, 이게 제가 가진 마지막 한 장이랍니다.”
2010/10/05 20:03 2010/10/05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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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3 (2)

2010/10/03 23:52 / My Life/Diary
몇 주 전, 5년간 쓴 안경을 새로 맞추러 갔을 때, 딱히 쓰고 싶은 게 없어서 안경사가 골라 주는 걸 샀다. 15년간 똑같은 동네 미용실을 다닌 나는, 언제나 아줌마가 깎아주는 대로 깎인다. 길게요, 혹은 짧게요, 외엔 말이 없다. 어째 좀 커보이던 안경이 이젠 얼굴에 맞는 듯싶고, 어째 좀 어색했던 머리 스타일이 이젠 이 머리 아니면 안 될 것만 같다. 옷도 마찬가지. 거의 옷 사는 일이 없어서, 가족 가운데 누군가 언젠가 사다 놓은 것들을 멋대로 꺼내 입는 쪽이다. 처음엔 이상해 보이는 옷도 입다 보면 딱 내 몸에 맞는 것 같다. 그런데 이 사회에 나를 맞춰가는 일은 왜 그렇게 되지도 않고 짜증나는지, 적절한 기회만 주어지면 어디로든 도피하고 싶다. 아니, 집에만 누워 있고 싶다. 그러나, 그러지 못해서 멍청이처럼 끙끙거리며 살아내고 있는 게 아닌가. 몇 달 간을 버틸 정도의 돈이 모였다. 또 어떤 허무맹랑한 망상에 빠져서 잠적해버릴지. …아니면 이를 꽉, 물고 눈에 힘을 빡, 주고 “그저 막연한 불안”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낼런지.

ㅡ 비가 내리는 이유는 중력이 끌어내리기 때문입니다. 중력, 다른 말로 운명, 이란 뜻이죠. 땅으로 곤두박질치는 건,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당하는 겁니다. 하늘도 모르게 구름도 모르게. 아시겠죠? ㅡ 아닙니다. 아니예요. 중력은 말이죠, 음… 중력은 물리학 교과서를 보면 말이죠, 음… 서로, 그러니까 서로가 끌어당기는 거지요. 다만 땅의 질량이 더 크기 때문에 비 쪽의 가속도가… ㅡ 아, 한쪽의 사랑이 지나치게 크면 상대방을 죽일 수도 있다, 그겁니까? ㅡ 神께선 당신을, 당신이 이해할 수 없는 방법으로 사랑하시죠. 음… 이해가 안 되신다면, 당신이 관심없는 척하며 괴롭혔던 그 옛날 첫사랑을 떠올려 보세요. ㅡ 저는 사랑하는 대상을 죽여버리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습니다. ㅡ 음… 사랑이 아니었군요.

동면하고 싶다. 그러나 깨어난 뒤 되살아날 불안이…

만일 수영을 배우지 않은 사람에게 헤엄을 치라고 명령하는 이가 있다면 누구든 무리한 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만일 달리기를 배우지 않은 사람에게 뛰라고 명령하는 이가 있다면 마찬가지로 억지 소리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이런 말도 안 되는 명령을 끊임없이 받고 있는 셈이다.

우리가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 인생에 대처하는 법을 배웠던가? 그런데도 그곳에서 나오는 길로 무턱대고 거대한 경기장 같은 인생에 발을 들이밀어야 한다. 물론 수영을 배우지 않은 사람이 제대로 헤엄을 칠 수 있을 리 없고, 마찬가지로 달리기를 배우지 않은 사람도 대개는 다른 사람 뒤에 처질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또한 상처 없이 인생의 경기장 밖으로 나갈 수 있을 리 없다.

물론 세상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앞서 간 사람들의 자취를 보면 된다. 거기에 우리의 모범이 있다”라고. 그러나 백 명의 수영 선수, 천 명의 달리기 선수를 쳐다본다 해도 곧바로 수영을 할 줄 알고 달리기를 잘하게 되는 건 아니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 수영 선수라는 이들도 모두가 물을 들이켰고, 또한 달리기 선수라는 이들도 모두 경기장의 흙에 범벅이 되어 있다. 보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들조차 대개는 의기양양한 미소의 뒤편에 떨떠름한 얼굴을 감추고 있지 않은가.

인생은 광인(狂人)의 주최로 벌어지는 올림픽 대회와도 같은 것이다. 우리는 인생과 직접 싸우면서 인생과의 전투를 배워 나가야 한다. 이 너무도 어리석은 게임에 분개를 금할 수 없는 사람은 일찌감치 장외로 나가는 게 좋다. 자살도 분명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나 어떻게든 인생의 경기장에서 버티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라면 상처를 두려워하지 말고 싸워 나가야 한다.

인생은 한 갑의 성냥과도 같다. 소중하게 다루자니 아무래도 바보 짓만 같다. 그렇다고 소중하게 다루지 않았다가는 몹시 위험하다.

ㅡ아쿠타가와 류노스케,「난쟁이 어릿광대의 말」,『라쇼몽』(좋은생각), pp.333-334

이봐, 아쿠타가와. 난, 싸우기는 싫어. 너처럼 죽지도 못하고 말이지. 그리고 죽어서 잘 모르겠지만 말이야, 요즘엔 다들 라이터를 써. 혹시나 터지면 손해배상도 해줘. 스파크가 튈 때마다 기대하는데 로또보다 어려워 보이네. 뭐, 너야 더 이상 상관없겠지만.
2010/10/03 23:52 2010/10/03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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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3

2010/10/03 01:45 / My Life/Diary
동생이 자고 있다. 조금은 긴 얼굴, 두툼한 입술. 아버지를 닮았다. 나는 누굴 닮았지? 아동심리ㆍ교육 관련 서적을 읽어 봐야겠다. 비는 오고 근거 없는 자신감과 낙관에 젖어 든다. 타인에게 조금 더 관심을 보이자. 보이는 것들을 가여워하고 사랑해야지. 둘은 동의어다.

요플레 두 개를 붕붕이랑 나눠 먹었거든.

가장 빛난 천사가 타락해도 천사는 빛나고
더러운 것 모두가 미덕의 탈을 써도
참미덕은 그대로죠.
ㅡ 윌리엄 셰익스피어, 『맥베스』 4막 3장 (민음사), p.101
2010/10/03 01:45 2010/10/03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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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1

2010/10/01 19:38 / My Life/Diary
자고 일어나니, 어떤 식이든 상관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기분이 푹 가라앉는다. 이 가라앉음을, 더 이상 내려갈 곳 없는 안전함을 좋아하는 건지도 모른다. 일상은 일상대로 아무 문제없이 돌아가겠고 서로가 서로를 태연한 얼굴로 바라보며 살아가겠지요.
2010/10/01 19:38 2010/10/01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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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8

2010/09/28 00:55 / My Life/Diary
웃음소리가 들릴 때마다, 허파 끝부터 푹푹, 허파꽈리가 힘없이 터져나가는 기분. 모든 게, 어긋나 있어.
2010/09/28 00:55 2010/09/28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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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6

2010/09/26 03:35 / My Life/Diary

인간의 運命은 악마가 정하지. 대신 神은 인간에게 개와 잠을 주셨단다….

금요일 저녁 아홉 시부터 잠에 들어서 토요일 아침 여섯 시에 눈을 떴다. 얼굴을 씻고 밥을 먹고 누웠다가 다시 잠에 들어서 오후 세 시에 눈을 떴다. 유일하게 붕붕이만이, 줄곧 내 머리맡이나 발끝에 웅크린 채 같이 자줬다. 코까지 골면서. 너는 내 곁에 머무는 처음이자 마지막 존재가 될 거야, 라고 속삭여 본다. 너무 유치했는지, 이 녀석, 쳐다보지도 않는다.

올해도 누군가는 조용히 사랑을 시작했고, 누군가는 조용히 사랑을 단념했다. 그 둘을 한꺼번에 해버린 누군가도 있었을 게다. 한 사람을 포기하면서 사랑 그 자체도 함께 처분해버린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 사람을 단념하면서 다른 사람을 향해 다시 사랑을 싹틔운 이 또한 있지 않았을까. 누군가는 실망하고, 누군가는 절망하고, 누군가는 그래도 살만하다면서 야근 따위에 열중하고, 어딘가에선 썩은 내가 진동한다. 아, 그러나, 잠들기 시작하면 이게 다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나를 찍어줘, 라고 말하는 내 등을 보고 한 사람이 서 있다. 왼손에는 도끼 자루를, 다른 손에는 사진기를 쥐고. 자, 이제, 내가 셋을 셀께, 그리고 절대 뒤돌아보지 않을께. 자, 하나, 둘…

맛있는 거 줄까?

붕붕이가 꼬리를 흔든다.

너는 내 곁에 머무는 처음이자 마지막 존재가 될 거야.

근데 나는 왜 꼬리가 없을까?

2010/09/26 03:35 2010/09/26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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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0

2010/09/20 01:16 / My Life/Diary
비 오는 날, 밖을 나섰다가 도를 찾는 여성 2인조를 만났다. 예전에는 여성 도인들은 남성들에겐 말을 잘 걸지 않았는데 요즘에는 그렇지도 않은가 보다. 한 명은 크고 한 명은 작았는데, 작은 쪽이 나를 불러 세운다.

ㅡ 저기요, 무척 특별한 느낌이 전해져요.
또랑또랑한 눈망울로 그렇게 순진하게 말하지 말아줘요…
ㅡ 저도 압니다. 하하.
내게 말을 거는 작은 쪽보다 뒷편의 키 큰 여자쪽이 더 이쁘다. 수줍은건지, 견습생인건지 말이 없다. 작은 여자가 나와 눈을 맞춘다.
ㅡ 아무래도 천운을 타고 나신 것 같은데요.
ㅡ 저 어제 로또도 안 됐는데요.
ㅡ 그게 왜 그런지 저희랑 잠깐 얘기를 하시면…
키 큰 여자는 여전히 이쁜데, 여전히 말이 없다.
ㅡ 버스가 와서 전 그럼….

우산을 세우고 돌아서면서, 잡아주길 바랬다. 이왕이면 키 큰 여자가. 비 오는 날의 도담(道談), 어쩐지 낭만적이지 않은가. 바닥에 고인 빗물을 피하는양 일부러 천천히 걸었는데 따라오지 않는다. 특별한 느낌이 전해져 온다며 왜 날 그냥 보내는 거야?

아쉬움을 뒤로 하고 버스 맨 앞자리에 앉았다. 비 오는 날 버스 타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버스 천장을 치는 빗소리, 앞 유리창에 흘러 내리는 빗줄기, 간간이 와이퍼가 지나가면서 그걸 다 지워버리는 일. 아스팔트 도로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은 더 높게 튀어올라 부서진다. 가만 보고 있으면 같은 자리에 떨어지는 빗방울은 하나도 없다. 한산한 거리, 버스가 속도를 낸다.

슈퍼에서 맥주 한 캔이랑 요플레 한 팩, 감자칩을 샀다. 요플레 하나를 스푼으로 떠먹고, 하나는 감자칩에 발라 먹고, 두 개는 냉장고에 넣었다. 양준혁 은퇴식을 보면서 맥주 한 캔을 다 마시고 잠들었다 깼다. 아직도 밖엔 비가 내린다. 냉장고를 열어 요플레 두 개를 꺼내 떠먹는다.

맛있다.

2010/09/20 01:16 2010/09/20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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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7

2010/09/17 23:09 / My Life/Diary
훗ㅡ. 그냥 기분이 좋아졌다. 바람이 불어 해가 쓸려가는지... 저녁놀이 지는데 딱 복숭아 색으로 번지더라. 겉은 폭신폭신 속은 말랑말랑한, 쑥 깨물면 달달한 과즙이 쭉쭉 나오는 복숭아 하나 먹고 싶어졌다. 시원한 놈으로.

이젠 무슨 일이든 일어날 것 같다. 로또 사야 겠다.
2010/09/17 23:09 2010/09/17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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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5

2010/09/15 09:37 / My Life/Diary
지울 수는 없다.
덧칠하는 방법 뿐이다. 더욱 짙게.

이것들은 도대체 어떻게 맺힌 물방울들인지.

발악이다. 발악.
그러나 온갖 슬픔들은 모가지에서 잘려버린다.
2010/09/15 09:37 2010/09/15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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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4 (2)

2010/09/14 22:11 / My Life/Diary
모든 약한 사람들이 그렇듯이 그의 결정들은 갑작스럽고 터무니 없이 확고하다.
ㅡ 알베르 까뮈,『작가수첩2』

살아남고, 사랑할 것이다.

하루종일 앉은 채로 울컥거렸다. 네 화난 눈도 무서웠다. 한 사람의 인생을 알아가는 건 그렇게 괴로운 일이다. 왜 굳이 나를 읽으려 하는지. 사실은, 내가 너를 선택한지도 모르지만.

너무 오랫동안 파묻혀 곰삭아버린 슬픔들. 기어코 물기를 짜내겠다고 쉼없이 뒤틀리는 마른 걸레. 보아라 놀랍게도, 썩은 채 고인 물은 바닥으로 스며들고 마른 걸레에서는 검은 물방울이 떨어진다.

우리는 살아남아야 한다. 사랑해야, 살 수 있다.

그러나, 답답한 마음은 가시질 않네. 그 순간 최고의 선택이라 믿었던 것들이 결국 아쉬움이란 흉터로 남아서 이미 사라져버린 아픔을 강박적으로 떠올리게 한다. 후회는 아픔보다 더 악마적이다. 고통을 좋아하는 가련한.
2010/09/14 22:11 2010/09/14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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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4

2010/09/14 00:53 / My Life/Diary
H를 만났다. 여전히 사랑스러운. 10년만의 마주봄. 천천히 깜빡이는 눈. 타이르는 듯한 목소리. 동그랗게 웃는 얼굴. 그대로더라. 볼살이 조금 빠졌고 더 이상 주근깨도 보이지 않지만, 여전히. 사랑해서가 아니라 사랑하지 못해서 그리웠다. 이젠 서로 손끝조차 닿지 못하지만. ㅡ 마주보고 밥을 먹어서, 즐거웠어요, 정말. 김광진의 <편지>가 불리고 어느새 10년이네요. 나도 이젠, 안녕. 행복해 주세요, 부디.

내 20대가 끝났다.

미안하지만 나는 이제 희망을 노래하련다.
2010/09/14 00:53 2010/09/14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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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08

2010/09/08 00:23 / My Life/Diary
브라자였어. 은색 브라자.

집에 오는 지하철 속, 22시 13분. 나를 밀치고 내 앞 구석에 비스듬히 선 아줌마. 50대일까. 60대일까. 큼직한 가죽 가방을 왼쪽 어깨에 매고 있는데, 흘러내린 가방끈 따라 어깻살이 보이더라. 그리고 그 어깻살 위로 느슨한 듯 걸쳐져 있는 끈.

브라자였어. 은색 브라자.

싸구려 큐빅이 붙은 검은 집게로 붙든 머리카락은 풀어 내리면 등까지 내려올 것 같더라. 머리가 얼마나 작았는지 집게가 무거워 보일 정도였어. 눈도 작고, 코도 작고... 어깨도 작았지. 그리고 그 어깨를 무심히 가로지르는 빛 한줄기.

브라자였어. 은색 브라자.

계속 소리를 내면서 껌을 씹더라. 가끔 조용할 때면 자기가 신은 빨간 샌들을, 빨갛게 칠한 발톱을 내려다 보고. 다시 소리를 내면서 껌을 씹어. 문이 열리고 사람이 나가고. 사람이 들어오고 문이 닫히고. 터널 속을 달리기 시작하면, 지하철 밖을 내다봐. 그러다 문득 차창에 비친 내 눈과 마주치지. 나는 시선을 피하다가 이제는 회색이 되버린 브라자 끈을 보게 된거야. 그 아줌마는 슬픈 여자니까.
2010/09/08 00:23 2010/09/08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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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06

2010/09/06 22:11 / My Life/Diary
  그런데 그 뒤 누나가 흘린 눈물은 어디서 잘못된 것인지, 얄궂게도 일본에 두고 온 약혼자도, 애절하게 사랑을 고백했던 그 젊은이도 둘다 맺어지지 못했다.
  평생 혼자 살겠다고 고집을 부리던 누나는 나중에야 평범한 철도원 아저씨와 결혼을 했다. 사람들의 운명은 그렇게 뒤죽박죽이 된 것이다.
  누나는 평생을 살면서 아마 모르긴 해도 이루지 못한 두 남자를 때때로 생각하면서 가슴 아파 했을 것이다. 다행인지 누나는 빨갱이였던 애인 둘은 잃었지만 다른 많은 여인들처럼 생과부 신세는 면했기에 자식들을 낳고 그런 대로 평생을 살았다.

ㅡ 권정생,「아홉 살 해방의 기억들」,『우리들의 하느님』, p.246

1. 스스로에게도, 서로에게도 자신이 없는 거지. 너 아니면 안 돼, 라고 할 사람을 기다리다 늙어버린 아이들. 유치한 외면. 상처 받기 보다는 그리움이란 껍데기 몇 장씩 곱씹으면서 살아가는 게 쉬우니까. 이 사람이 아니면, 뭐, 다른 사람. 적절한 시간과 공간에서 관계를 맺게 된다면, 결국 아무에게든 끌리는 거 아니겠니? 아아ㅡ 절망. 절망. 경악.

“사람들은 평생 동안 좋은 일이 생기기를 희망하며 살지. 그러나 좋은 것에는 나쁜 것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우주의 법이 그러한데 그걸 몰라. 그래서 나쁜 일이 일어나면 놀라고 고통스러워 하지. 평생 좋은 것을 좇고 나쁜 것을 피하느라 돌고 도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해.”

ㅡ 만공 선사,「좋은 것들」,『부처를 쏴라』, p.112

2. 모래알 만큼의 아픔도 느끼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 탓에, 아주 사소한 행복마저도 잃어버린 거야. 그러자 행복이 없음을 불행이라 여긴거지. 그래, 나는 어느 한구석 아픈 곳이 없더구나. 눈물이 마른 게 아니라 흘릴 아픔이 없었어. 편안하게 절망했던 거야.

실은 그때 나는 새빨간 거짓말을 했던 것이다. 당시 나는 좋아하는 여자가 있었다. 그 여자와 헤어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적당한 구실을 붙여 서양행을 거절한 것이다. 그 여자 때문에 나중에 무척 고생을 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일을 후회하지 않는다. 서양에 가기보다 가난하고 바보 같은 여자와 고생하는 편이 인간적 사업으로 어렵기도 하고, 또한 영광스런 일이라고까지 생각하기 때문이다.

ㅡ 다자이 오사무,『나의 소소한 일상』, p.285

3. 월정사에서 편지가 왔어. 단기출가학교에 합격했으니 10월 1일날 입산하라는. 30일을 지낸 이후에는 정식 출가도 가능하다며... 사실 신청서를 쓸 생각이 없었어. 일은 원래 이번 달 말까지였지만, 1년 정도는 다시 한번, 속는 셈 치고 근근이, 근근이 사랑하면서, 열심히 살아볼까... 근데 신청 마지막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도 모르겠네. 오래된 습관처럼, 즉흥적으로, 써 넣고 보니 23시 40분. 조금만 늦었어도 보내지 않았을텐데. 내가 나를 선택 속에 던져버렸지. 9월 남은 나날 동안, 내가 무슨 결정을 할지 나도 모르겠네. 다자이는 확실한 병신인데...

4. 오대산에는 10월이면 눈이 내린데. 내복과 털모자, 털장갑, 털신발을 꼭 가지고 오래. 아ㅡ 쏟아지는 눈을 보면, 다 잊어버릴 거야. 아ㅡ 나는 말이야ㅡ 눈 속에서라면ㅡ, 비참하게 죽어도 좋아ㅡ!

5. 우리는 닮았어.
2010/09/06 22:11 2010/09/06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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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늦게 어둠 속의 바람을 가르며 말을 달리는 자는 누구일까?
그것은 아이를 따뜻하게 품에 안고 말을 타고 달리는 아버지다.

ㅡ 아가, 너는 무엇이 그리 무서워 얼굴을 가리느냐?
ㅡ 아버지, 아버지는 마왕이 보이지 않습니까? 관을 쓰고 긴 옷을 늘어뜨린 마왕이…

ㅡ 귀여운 아가, 이리 오너라. 재미있는 놀이를 하자. 저곳에 아름다운 꽃이 많이 피어 있고 또 너의 어머니는 많은 금으로 된 옷을 가지고 있다.

ㅡ 아버지, 아버지는 들리지 않습니까? 마왕이 귀여운 소리로 속삭이고 있는 것이…
ㅡ 가만히 있거라 아가. 걱정하지 말아라. 마른 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다.

ㅡ 귀여운 아가. 나와 같이 가자. 소녀들이 너를 즐겁게 해 주리라. 밤에 춤추는 데 가서 즐겁게 해 줄테니…

ㅡ 아버지, 아버지, 저 어두운 곳에 마왕의 소녀들이 보이지 않습니까?
ㅡ 아가. 아가. 아무 것도 아니란다. 그것은 잿빛의 오래된 버드나무란다.

ㅡ 나는 네가 제일 좋다. 자, 오라. 내 이야기를 듣지 않으면 안 된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억지로 끌고 가겠다.

 ㅡ 아버지, 아버지, 지금 마왕이 나를 잡아요. 마왕이 나를 심하게 해요.

아버지는 무서워서 급히 말을 달린다. 팔에는 떨면서 신음하는 아이를 안고서…
지쳐 집에 도착했을 땐 사랑하는 아들은 품에서 이미 죽어 있었다.

ㅡ「마왕」, 슈베르트ㆍ괴테

지난 주. 미친듯이 흔들리는 창문 소리에 잠에서 깨니 붕붕이가 내 옆구리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은 채 겁먹은 눈이다. 깜빡임조차 없는 까만 눈. 무언가 쓰러지고 깨지는 소리가 창밖에서 날 때마다 바짝바짝 긴장하는 게 느껴진다. 창틈으로 파고드는 바람은 귀신 소리를 냈고. 괴테의 마왕이 생각났다. “사랑하는 아들은 품에서 이미 죽어 있었다.” 나는 왼손을 뻗어 붕붕이를 끌어안았다.

모든 게 날려가던 그날. 누가 누굴 위해 옆에 있어준 걸까... 누가 누굴 안았던 걸까.
2010/09/06 00:56 2010/09/06 00:56

2010.09.02

2010/09/02 01:29 / My Life/Diary
문득, 근근이 삶을 영위하고 싶은, 근근이 누군가를 사랑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때면, 너의 절망을 기억해. 완벽히 논리적이고 지나치게 명증했던.

아니야... 어쩌면 근면한 바퀴벌레처럼...

볼수록 바보 같네... 비 오니까 더 그렇네...
2010/09/02 01:29 2010/09/02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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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31

2010/08/31 08:42 / My Life/Diary

아침에 일하러 갈 때 피곤하면 종종 들러 커피를 사가는 지하철역 커피점. 적게는 둘, 많게는 셋이 일하는데 커피를 따라주는 사람은 같다. 약간은 펑퍼짐한 얼굴과 쌍꺼풀 없는 작은 눈, 새침한 인상. 근데 오늘 그 여자, 눈화장 한 걸 처음 봤다. 까맣게...

기억할 만한 지나침.

2010/08/31 08:42 2010/08/31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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