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9.26

2010/09/26 03:35 / My Life/Diary

인간의 運命은 악마가 정하지. 대신 神은 인간에게 개와 잠을 주셨단다….

금요일 저녁 아홉 시부터 잠에 들어서 토요일 아침 여섯 시에 눈을 떴다. 얼굴을 씻고 밥을 먹고 누웠다가 다시 잠에 들어서 오후 세 시에 눈을 떴다. 유일하게 붕붕이만이, 줄곧 내 머리맡이나 발끝에 웅크린 채 같이 자줬다. 코까지 골면서. 너는 내 곁에 머무는 처음이자 마지막 존재가 될 거야, 라고 속삭여 본다. 너무 유치했는지, 이 녀석, 쳐다보지도 않는다.

올해도 누군가는 조용히 사랑을 시작했고, 누군가는 조용히 사랑을 단념했다. 그 둘을 한꺼번에 해버린 누군가도 있었을 게다. 한 사람을 포기하면서 사랑 그 자체도 함께 처분해버린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 사람을 단념하면서 다른 사람을 향해 다시 사랑을 싹틔운 이 또한 있지 않았을까. 누군가는 실망하고, 누군가는 절망하고, 누군가는 그래도 살만하다면서 야근 따위에 열중하고, 어딘가에선 썩은 내가 진동한다. 아, 그러나, 잠들기 시작하면 이게 다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나를 찍어줘, 라고 말하는 내 등을 보고 한 사람이 서 있다. 왼손에는 도끼 자루를, 다른 손에는 사진기를 쥐고. 자, 이제, 내가 셋을 셀께, 그리고 절대 뒤돌아보지 않을께. 자, 하나, 둘…

맛있는 거 줄까?

붕붕이가 꼬리를 흔든다.

너는 내 곁에 머무는 처음이자 마지막 존재가 될 거야.

근데 나는 왜 꼬리가 없을까?

2010/09/26 03:35 2010/09/26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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