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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tting here, on this lonely dock
Watch the rain play on the ocean top
All the things I feel I need to say
I can't explain in any other way

I need to be bold
Need to jump in the cold water
Need to grow older with a girl like you
Finally see you are naturally
The one to make it so easy
When you show me the truth
Yeah, I'd rather be with you
Say you want the same thing too

Now here's the sun, come to dry the rain
Warm my shoulders and relieve my pain
You're the one thing that I'm missing here
With you beside me I no longer fear

I need to be bold
Need to jump in the cold water
Need to grow older with a girl like you
Finally see you are naturally
The one to make it so easy
When you show me the truth
Yeah, I'd rather be with you
Say you want the same thing too

I could have saved so much time for us
Had I seen the way to get to where I am today
You waited on me for so long
So now, listen to me say:

I need to be bold
Need to jump in the cold water
Need to grow older with a girl like you
Finally see you are naturally
The one to make it so easy
When you show me the truth
Yeah, I'd rather be with you
Say you want the same thing too
Say you feel the way I do


2010/08/15 23:49 2010/08/15 23:49


“아무도 없나요?”

...

“여기 있어요”

“(여기)”

그리고, 오리노코로 떠난 남자.
2010/08/14 21:36 2010/08/14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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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4

2010/08/14 03:12 / My Life/Diary

우리 각자가 서로 완벽한 인생을 살았더라면, 생각대로 바램대로의 삶을 살았더라면, 우리는 결코 마주칠 수 없었을텐데. ㅡ 이를 인연이라 해야 할지, 아니면 우연히 이끌린 우리가 이를 인연이라 부르고 싶어할 뿐인지. 모른다.

일터에서는 너무 춥고, 집에서는 너무 더운 탓에 저번 주부터 비염이 도졌다. 핏줄이 잔뜩 돋아 오른 두 눈은 조금만 피곤해도 자꾸 감긴다. 자고 싶은데, 자지 않으려고 한다. 병신 같다. 돌이켜 보면, 언제나 병신 같았다.

2010/08/14 03:12 2010/08/14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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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3

2010/08/13 19:03 / My Life/Diary
느지막이 일어나 샤워를 하고는 방이 너무 더러워 청소를. 책들, 휴지들, 먼지들, 생각들. 청소를 하고 나니 땀도 나고, 그 땀난 데 풀풀 날리던 먼지도 들러붙어서 다시 샤워. 조금은 상쾌해진 기분으로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한다. 목이 말라 아이스크림을 하나 먹고. TV를 보다가. 아이스크림을 또 하나 먹고. 이를 닦고 나오니, 내가 앉던 의자 위에 붕붕이가 올라와 밖을 보고 있다. 무슨 생각하고 있니? 라고 묻는 말에, 역시 아무 대답이 없다.

2010/08/13 19:03 2010/08/13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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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1

2010/08/11 20:41 / My Life/Diary
울기(鬱期)는 그치고 조기(躁期)가 찾아온 걸까. 마음이 가볍다. 롤러코스터를 타고 싶다. 어딘지 모르게 이성적이 된 듯. 1 + 1 = 2. 비가 내리더니 날도 맑고 바람도 분다. 군데군데 먹구름이 떠 있지만 해를 가려 시원해 좋다. 이유 없이 웃으면서 잠시나마 앞날을 생각해본다. 살아야 할 이유가 한 뭉텅이, 죽어야 할 이유가 한 뭉텅이, 사회 속에 있어야 할 이유가 한 뭉텅이, 출가해야 할 이유가 한 뭉텅이씩 있다. 기분에 따라 하나씩 어질러 놓으면서 사는 것 같다. 오늘은 살아야 할 이유 뿐이다. 얼굴을 부비는 바람. 롤러코스터가 타고 싶다.

3월 11일

염세주의자를 개인적인 적으로 간주할 것. 그런데 인생을 암흑화하는 바로 이 자들이야말로 생에 가장 집착하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생에 대한 가장 찬양할 만한 사랑의 과잉은, 인생을 사랑하는 자로 하여금 이를 모험하게 하고 아낌없이 내주도록 인도하기 때문이다.

현실을 보다 아름답게 할 수 없다는 무력과 체념으로 현실보다 꿈을 더 사랑한다는 것은 이 얼마나 수치스러운 일인가!

특히 ‘무기력한 인간들’에게 수치 있어라!
비애(悲哀)의 감염에 대항하여 싸울 것.

ㅡ 앙드레 지드,『일기』부분

182쪽과 183쪽 사이에서 나뭇잎을 발견하였다. 9년 전에 내가 꽂아 두었던 단풍잎이다...
2010/08/11 20:41 2010/08/11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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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0

2010/08/10 00:44 / My Life/Diary
“사랑을 목발질하며 나는 살아왔구나”
기형도,「쥐불놀이-겨울版畵5」부분

“사랑만 있으면 되나? 당신이 편지에 쓴 대로 말이야.”
“그래요.”
나의 그 사랑은, 꺼져가고 있었다.
ㅡ 다자이 오사무,『사양』부분

나는 그저 나를 지키기 위해 살아온 것이다. 버려지기 전에 먼저 버렸고, 혹 버려질까봐 결코 안기지 않았다. 품이 그리워 울어대면서도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았다. 나를 사랑하려던 사람들은 모두 묵묵히 뒤돌아섰다. 이제 나는 타인의 과거를 감당할만한 여유조차 없다. 자살할 만큼 체념하지도 못하고 사랑할 만큼 사랑하지도 못한다. 사창가의 여인들이 내 마지막 구원일지도 모른다...
2010/08/10 00:44 2010/08/10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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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06 (2)

2010/08/06 12:48 / My Life/Diary

반갑습니다
안녕하시지요?
네, 어…

처음 보내드린 곡이 “서른 즈음에”라고 하는 노래였습니다.
공감하시는지요.
(하하하)

음… 누구나
스스로의 나이에 대한 무게는 스스로 감당해 내면서 지냅니다.
10대 때에는 거울처럼 지내지요.
자꾸 비춰 보고 흉내내고
선생님 부모님 또 친구들.

그러다 20대 때쯤 되면
뭔가 스스로를 찾기 위해서
좌충우돌 부대끼면서 그러고 지냅니다.

가능성도 있고
나름대로 주관적이든 일반적이든 뭐 객관적이든
나름대로 기대도 있고
그렇게들 지내지요.

자신감은 있어서
일은 막 벌리는데
마무리를 못해서 다치기도 하고
아픔도 간직하게 되고
그럽니다.

그래도 자존심은 있어서
유리처럼 지내지요
자극이 오면 튕겨내버리던가
스스로 깨어지던가

그러면서
그 아픔 같은 것들이 자꾸
생겨나고
또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면
더 아프기 싫어서 조금씩 비켜나가죠
피해가고

일정 부분 포기하고 일정 부분 인정하고
그러면서 지내다 보면
나이에 니은(ㄴ)자 붙습니다
서른이죠.

그때쯤 되면
스스로의 한계도 인정하게 되고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도 뭐 그렇게
재미있거나 신기하거나 그렇지도 못합니다.

뭐 그런
답답함이나
재미없음이나 그런 것들이
그 즈음에 그 나이 즈음에
저 뿐만이 아니라 또 후배뿐만이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그렇고 비슷한 느낌들을 가지고 있더군요.


물러가겠습니다
행복하십시오.

아쉬워 마세요
또 몰르죠∼
(하하하)


그간 김광석은 전혀 듣지 않았다. 의식적으로 듣지 않으려 애썼다고… 김광석의 노래는 삶을 긍정하게 만드는 묘한 마력이 있거든. 뛰다가 넘어진 아이가 빨개진 무릎을 만지지도 못하고 울먹이면, 어느새 다가와 “아프지? 아유∼ 얼마나 아플까… 내가 다 아프네∼” 하는 아이 엄마처럼. 그러다 보면 아파도 울지 않는 아이처럼 말이야.

영상에 나오는 이들처럼 시간을 거슬러 뒤로 걷고 싶다. 그러나 나는 아마 되돌린 시간을 다시 살아낸다 해도 똑같은 길을 그대로 걸을 것 같아. 이미 한 번 살아낸 삶을 다시 살 수밖에 없는 필름 속 인간처럼 말이야. 익숙한 아픔에도 우는 척은 해줘야지 뭐, 진짜 운다한들 그 속을 누가 알겠어. 김광석이 죽을 줄 누가 알았니.

아쉬워 말아야지. 또 모르니까. 하하하.
2010/08/06 12:48 2010/08/06 12:48

2010.08.06

2010/08/06 01:19 / My Life/Diary
일하다가 전체 회람되는 메일을 받았는데, 첫 문장이 “안녕하세” ... 그 다음 문장의 첫 단어가 “이따”(있다가) ... 마지막 문장이 “수고하세” ... 쭉 읽다가 이상하게도 너무 귀여워서 읽고 또 읽었다. 한 일곱 번은 읽은 거 같아. 막 속으로 웃으면서. 글자 크기도 잘못 맞춰 보내서 자그맣게 보이는데 그것조차 귀여웠다. 오늘 하루는 그게 전부였던 거 같아. 오늘 하루도 수고했어여∼ 잠자고 이따 출근해야지∼ 금요일날 야근하면 나중에 지옥가여∼
2010/08/06 01:19 2010/08/06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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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05

2010/08/05 01:06 / My Life/Diary

무언가 잘못 쓰고 있다.

농담. 농담. 농담 같은 삶. 농담처럼 살았다. 아니다. 절망이다. 절망. 제 몫의 절망은 얼마나 됩니까? 제 절망의 몫은 얼마입니까? 후하게 받으면 부활할 수 있습니까? 아니, 죽지도 않았는데 부활은 무슨 부활. 농담이다. 농담. 현재를, 순간을 산다,가 아니라 계획이 없는 겁니다. 미래가. 계획이. 웃는다. 농담이니까. 그래도 엄연히 내가 살아갈 농담입니다. 하하하. 어제는 죽겠다더니... 사나이라면 농담처럼 죽어야 한다. 느닷없이. 아니, 그거야말로 농담이다. 농담. 하하하.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다.

여섯 시 땡치자마자 부리나케 집으로 왔다. 샤워를 하니 눈이 슬슬 감겨 그대로 잠들고. 한밤중에 일어나려는데 다리에 힘이 들어가질 않는다. 쳐다본다 다리를. 무릎에서 꺾여 있다. 내 다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가늘었지. 짧은 건 익히 알고 있었다만... 두 팔은 가볍고 두 다리는 가늘다. 자기연민이다. 노인이다. 한 여름 중국집에서 배달한 콩국수를 먹는데. 이가 없다. 한참을 물고 우물우물거리다 넘기는. 콩국수와 그 노인이다. 내 할아버지다. 말이 없던 내 할아버지다. 당신께선 슬픔의 은유로 머릿속 깊은 구석 어딘가에 박혀 계셨구나! 갑자기 비 쏟아진다. 내가 부른 비 쏟아진다!

그야말로 농담이다.

2010/08/05 01:06 2010/08/05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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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04

2010/08/04 00:58 / My Life/Diary
그는 나를 시험해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신문을 들여다본 적도 거의 없었고, 또 최근 들어 책 한 권 들추어 본 일도 전혀 없었다.

“당신은 감각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그가 말했다. “당신은 삶도 거부했고, 자신과 사회의 이익도 거부했고, 시민과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의무도 거부했고, 자기 친구도 거부했습니다. 당신에게는 어쨌든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돈을 따는 것 말고는 그 어떠한 목표들도 단념했고, 심지어는 자신의 추억까지 단념하고 말았습니다. 전 당신이 삶의 치열하고 힘찬 순간들을 살아가던 때를 기억합니다. 하지만 그 시절에 자신이 가졌던 훌륭한 인상들을 당신은 모두 잊어버렸어요. 이제 당신의 꿈과 절실한 희망이란 고작 홀수와 짝수, 검은색과 빨간색 그리고 가운데 열두 숫자들 같은 것들에 지나지 않게 되어 버렸어요. 전 그렇다고 확신합니다!”

“제발, 그만 하십시오, 미스터 에이슬리, 제발. 더 이상 떠올리지 말아 주십시오.” 나는 벌컥 화를 내면서 소리를 질렀다. “이걸 알아 두십시오. 저는 아무것도 잊은 것이 없습니다. 다만 잠시 동안 그것들 모두를, 심지어는 추억마저도 머리에서 떨쳐 버린 것뿐이에요. 제 형편이 근본적으로 개선될 때까지는 그렇습니다. 그런 다음에는… 그런 다음에는 제가 죽음에서 부활하는 모습을 보시게 될 것입니다!”

“당신은 10년이 지나도 이곳에 계실 것입니다.” 그가 말했다.

ㅡ『노름꾼』,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pp.252-253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내 예전의 모습을 타인에게 들을 때마다 순간순간 지금의 나를 본다. 어쩌면 나는 타인의 발화에 의해 존재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모두가 나를 떠나고 누구도 나에게 내 옛모습을 말해주지 않으면 나는 나를 잊게 될 것이다. 지금도 내 기억 속엔 나를 통한 나의 기억보다 나를 통한 타인의 기억이 더 많다. 우리가 손을 맞잡을 때 내게 느껴진 따뜻함은 당신의 따뜻함이었으며 우리가 입을 맞출 때 내게 전해진 사랑은 당신의 사랑이었고 우리가 눈을 바라볼 때 내게 보여진 슬픔은, 그 슬픔은, 다만 당신의 눈동자에 비친 내 모습이었다. 그리하여 추억이여… 내가 말하지 않으면 당신도 존재하지 않는다.
2010/08/04 00:58 2010/08/04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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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친구여…

2010/08/02 02:46 / My Life/Diary

사람들은 손을 들어 가리키지. 높고 뾰족한 봉우리만을 골라서. 내가 전에 올라가 보았던 작은 봉우리 얘기해줄까. 봉우리…

지금은 그냥 아주 작은 동산일 뿐이지만 그래도 그때 난 그보다 더 큰 다른 산이 있다고는 생각지를 않았어. 나한테는 그게 전부였거든…

혼자였지.

난 내가 아는 제일 높은 봉우리를 향해 오르고 있었던 거야. 너무 높이 올라온 것일까. 너무 멀리 떠나온 것일까. 얼마 남지는 않았는데… 잊어버려! 일단 무조건 올라보는거야. 봉우리에 올라서서 손을 흔드는거야. 고함도 치면서. 지금 힘든 것은 아무 것도 아냐. 저 위 제일 높은 봉우리에서 늘어지게 한숨 잘텐데 뭐…

허나 내가 오른 곳은 그저 고갯마루였을 뿐
길은 다시 다른 봉우리로
거기 부러진 나무등걸에 걸터 앉아서 나는 봤지
낮은 데로만 흘러 고인… 바다
작은 배들이 연기 뿜으며 가고

이봐, 고갯마루에 먼저 오르더라도 뒤돌아 서서 고함치거나 손을 흔들어 댈 필요는 없어. 난 바람에 나부끼는 자네 옷자락을 이 아래에서도 똑똑히 알아 볼 수 있을테니까 말야. 또 그렇다고 괜히 허전해 하면서 주저앉아 땀이나 닦고 그러지는 마. 땀이야 지나가는 바람이 식혀주겠지 뭐. 혹시라도, 어쩌다가, 아픔같은 것이 저며 올때는 그럴땐 바다를 생각해. 바다… 봉우리란 그저 넘어가는 고갯마루일 뿐이라구…

하여, 친구여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바로 지금 여긴지도 몰라
우리 땀 흘리며 가는 여기 숲속의 좁게 난 길
높은 곳엔 봉우리는 없는지도 몰라
그래, 친구여 바로 여긴지도 몰라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2010/08/02 02:46 2010/08/02 02:46

2010.07.31

2010/07/31 17:27 / My Life/Diary
까마귀가 나는 밀밭, 빈센트

불평하지 않고 고통을 견디고, 반감 없이 고통을 직시하는 법을 배우려다보면 어지럼증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건 가능한 일이며, 심지어 그 과정에서 막연하게나마 희망을 보게 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면 삶의 다른 측면에서 고통이 존재해야 할 훌륭한 이유를 깨닫게 될지도 모르지. 고통의 순간에 바라보면 마치 고통이 지평선을 가득 메울 정도로 끝없이 밀려와 몹시 절망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고통에 대해, 그 양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 그러니 밀밭을 바라보는 쪽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그게 그림 속의 것이라 할지라도.

ㅡ 동생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 1889년, 『반 고흐, 영혼의 편지』, pp.261-262

저거 보이니? 칠흑같이 어두운 밤, 황금빛으로 찬란하게 늘어선 밀밭이! 고흐는 언제나 어둠 속에서 빛을 보고자 했단다. 미친 사람들은 정말이지 한결같다. 결국 그는 가슴팍에 총을 겨누고 자살을 했다하지.
2010/07/31 17:27 2010/07/31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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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30

2010/07/30 22:47 / My Life/Diary
절망은 수동태요, 체념은 능동태다. 절망은 “하게 되는 것”이요, 체념은 “하는 것”이다. 나는 수많은 이들이 절망한 채로 일상에 몰두하는 모습을 본다. 그들은 절망 속에서도 굳건히, 때론 열정에 휩싸여 살아간다. 그 절망은 본래 그들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혹 절망은 삶의 원동력이 아닐까? 절망하게 되는 자는 산다. 체념한 자는 살지 않는다.

키보드를 치는 내 팔이 가볍다. “가늘다”도 아니고 “말랐다”도 아니고 “가볍다”. 오른손으로 왼팔을 들어보고는 왼손으로 오른팔을 들어본다. 가볍다. 그래서 무작정 이렇게 이어 붙인다. 체념은. 나의 체념은. 정말로. 가볍다.
2010/07/30 22:47 2010/07/30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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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8

2010/07/29 00:03 / My Life/Diary

그러니까, 사람들은 사랑 받고 싶어서 화를 내고, 사랑 받고 싶어서 싸우는 거야. 나는 그저 웃으면서 눈을 내리깔면 되는거고.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고작해야 잡담거리나 루머의 대상이 될 뿐. 영원히, 어느 누구와도, 공감할 수 없는거지. “내가 살아있다는 것, 그것은 영원한 루머에 지나지 않는다.” 란 최승자의 말, 그게 그건가봐. 여기가 대체 어딘지. 너무 멀리 왔어.

아무 스토리 없는 인생을 살고 싶다. 펼쳐본 이들 누구나 첫 두 줄을 읽고 지루해서 덮어버리는 그런,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처음과 끝을 가진 삶. 나조차 나를 모르는ㅡ. 그래서, 오늘도, 아무 일도, 없었어.

다만 몇 줄의 루머만.

2010/07/29 00:03 2010/07/2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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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6

2010/07/26 23:15 / My Life/Diary
TV에서 과학 다큐멘터리를 봤습니다. 지구는 이미 다섯 번의 빙하기를 거쳤다고 합니다. 지상 위의 모든 생명체가 멸종하고 영하의 바람만 불어대는 그 빙하기 말입니다. 그래서 제가 물었습니다. “지구에 여섯 번째 빙하기가 온다면 우리의 사랑은 어디로 가는 겁니까?” 제 머릿속엔 허무한 답이 떠돌고 있었습니다. 상대방이 대답했습니다. “다섯 번의 빙하기가 지나고 나서도 우리가 이렇게 사랑하듯, 여섯 번의 빙하기 이후에도 우리의 사랑은 그대로 남을 겁니다.” 실망한 제가 되물었습니다. “그럼 여섯 번째 빙하기가 지난 후에도 우리가 서로를 기억합니까?” 상대방의 미소. 그 미소는 보는 사람을 비루하게 만드는 미소였습니다. 이윽고 들려오길, “못합니다.” 그리고 나서 제가 웃었는지 울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땀 밴 얼굴로 잠에서 깼고 선풍기는 끼기기기익- 돌고 있었습니다.

네, 아무 일도 없을 겁니다.
2010/07/26 23:15 2010/07/26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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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0

2010/07/20 02:02 / My Life/Diary

이보게 형도. 나도 벌써 자네 나이가 되었네. 우리 이제 갑이니까 반말해도 상관없겠지? 뭐, 좆같으면 다시 살아나던가… 그래, 그래. 말이 없군. 사실 자네가 말을 하면 큰일나지. 내가 미친 게 되니까.

오늘 일터 옥상에 올라 밤하늘을 보았네. 정말 깊더군. 구름은 움직이면서 아무 자국도 남기지 않았네. 이해가 되질 않았지. 밤하늘이 이렇게 깊고 구름 뒤에는 아무 흔적이 없다니. 나도 모르게 슬퍼졌네. 그러자 자네의 시구들이 두서없이 여럿 떠올랐지.

형도, 자네의 “영혼은 검은 페이지가 대부분”이랬지. 그건 아마 자네가 말했듯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기 때문일걸세. 사람이란 모름지기 포기할 줄 알고, 잊을 줄 알고, 지울 줄을 알아야 하네. 이도 저도 안 되면 찢어낼 용기라도 있어야 하지. “인생은 낙장(落張)이 많은 책과 같다. 제대로 한 권이라고 쳐주기가 힘들다. 그러나 어쨌거나 한 권이 되기는 한다.” 이건 아쿠타가와의 말일세.

그래… 사실 나도 찢어낼 용기가 없기는 매한가지네. 과거를 붙드는 사람은 현재도 포기할 수 없는 거지.

분위기가 무거운데 내가 오늘 겪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지. 음… 오늘 아침 샴푸로 샤워를 했다네. 바디워셔인줄 알고 착각했지. 어쩐지 거품이 잘 안 나더구만. 재미없나? 그럼 다른 이야기를 해주지. 아침에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서 있었네. 내 앞에 몇 명 없기에 뒤쪽에 서 있었네. 기다리면서 잠시 눈을 감고 있었는데 어느 사이엔가 사람들이 엘리베이터를 꽉 채웠더군. 난 한쪽 발을 디밀어보고는 그대로 밀려났지. 결국 9층을 걸어서 올라갔다네. 아니, 아직 안 끝났네. 이번엔 점심시간이야. 무료해서 담배를 피려고 옥상까지 여섯 층을 걸어 올라갔네. 왜 걸어 올라갔냐고? 단지 무료했기 때문이야. 땀까지 조금 흘려가며 올라갔지. 드디어 경치 좋은 옥상 난간에 기대어 담배를 꺼내 입에 무는데, 아ㅡ 라이타가 없더군.

자네의 허탈한 비웃음소리가 들리네. 내가 미친 모양이군. 맞네. 우리는 보들레르가 노래한 개들인지도 모르지. “내가 노래하는 것은 비참한 개들이다. 대도시의 구불구불한 협곡에서 외로이 헤매는 놈들이나, 버림받은 사나이에게 영적인 눈을 깜박이며 「나를 당신과 함께 데려가요. 우리 둘의 불행을 합쳐 어쩌면 하나의 행복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몰라요!」라고 말하는 놈들이다.”, 샤를 보들레르,「착한 개들」

매일 아침 의자에 앉아 빵조각이나 밥알을 씹을 때면, 어느 누구와든 결혼이 하고 싶어진다네. 결혼이란 정말 하인리히 뵐이 쓴 것처럼, 일생을 같이 아침 먹을 사람을 찾는 이에게 누군가 나타나는 건지도 모르겠네. 어쩐지 조금은 이기적이란 생각도 하고 있다네. 알겠나? 나는 내일 아침이 두렵다네.

잘 만들어진 뽀르노를 한 편 봐야 잠이 올 것 같네. 자네는 심야영화관에서 홀로「뽕2」를 보다 죽고 말았지. 누군가는 킥킥거리며 웃더군. 하지만 나는 알고 있네… 자네의 그 깊은…

이보게 형도. 나는 살아야 하나 죽어야 하나?

2010/07/20 02:02 2010/07/20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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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18

2010/07/18 01:38 / My Life/Diary

방울토마토를 반으로 잘라 그릇에 넣고 설탕을 쳐 냉동실에 재워 두었던 것을 밤중에 꺼내어 반쪽씩 집어 먹을 때마다 차갑고 달큼한 행복과 슬픔이 번갈아 생겨났다.

실망하고 화가난 한 주. 모든 게 비 때문이었다. 지금은 그저 나 자신이 처량하고 우습다. 설탕을 더 부어야겠다.

“인생이란, 나는 확신을 가지고 이것만은 말할 수 있는데, 괴로운 것이다. 태어난 것이 불행의 시작이다. 그저 남과 다투는 것이며, 그 사이사이에 우리는 무언가 맛있는 것을 먹어야 하는 것이다.” ㅡ 다자이 오사무,「여시아문」

2010/07/18 01:38 2010/07/18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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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15

2010/07/15 23:58 / My Life/Diary

요 며칠 열심히 일했더니 기분이 나쁘다. 정말 나쁘다. 왜 열심히 일했을까. 무슨 일을 왜 하고 있는건지 아무것도 모르겠다. 오늘 일찍 퇴근했다. 푹 자고 일어나면 기분이 좋아질거야, 언제나 그래왔으니까, 라면서. 그렇지 못하는 날이 오면 어떡해야 할지 모른다. 무엇이든 먹고 자야 아침에 머리가 안 아플텐데, 의자에 앉아서 중얼중얼, 통 입맛이 없다. 가게에서 소면을 사다가 국수를 해먹었다. 맛이 없다. 그래도 기분 좋은 내일을 위해서.

망각.

그 누구도 구원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깨달음도 없다. 끝 간 데 없는 불신. 어느 곳에도 의미란 없다. 무의미한 존재로서의 두려움 때문에 사랑을 갈구한다. 적어도 각자가 서로에게는 하나의 의미가 될 수 있으므로. 아아ㅡ 사랑은 순간이지만 불행은 영원하다. 나는 사랑이 영원하다고 믿는다. 그러나 어디서도 그런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

내일 아침에는 기분이 좋았으면. 그렇지 않으면 어떡해야 할지...

바람이 불어
윤동주

바람이 어디로부터 불어 와
어디로 불려 가는 것일까

바람이 부는데
내 괴로움에는 이유가 없다.

내 괴로움에는 이유가 없을까

단 한 여자를 사랑한 일도 없다.
시대를 슬퍼한 일도 없다.

바람이 자꼬 부는데
내 발이 반석 우에 섰다.

강물이 자꼬 흐르는데
내 발이 언덕 우에 섰다.
2010/07/15 23:58 2010/07/15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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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13

2010/07/13 23:09 / My Life/Diary
봄에 피었다
여름에 지는 꽃들
여름에도 낙엽이 진다.
돌아보라. 여름에도
낙엽이 진다.

근데 그거 밟고 미끄러지면 뒈짐.

그러니 밟지 말아라…
2010/07/13 23:09 2010/07/13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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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12

2010/07/12 23:54 / My Life/Diary
골목을 들어서는데 부웅 맞바람 분다. 나는 뛴다. 개가 짖는다. 골목 여기저기 도사리던 바람떼들이 달겨든다. 나는 뛴다. 전봇대에 불이 돋는다. 개가 짖는다. 밤하늘 구름이 움직이는 게 보인다. 빠르다! 나는 뛴다. 닥닥닥닥닥. 멍멍멍멍멍. 닥닥닥닥닥. 멍멍멍멍멍. 얼굴이 뜨겁다. 땀이 난다. 발이 무겁다. 씨발… 괜히… 뛰었다… 너무… 덥다…. 전봇대에 불이 꺼진다. 바람이 멎는다. 개가 짖는다. 멍멍멍멍멍. 눈앞엔 고양이다. 안녕?

그리고 나는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였음.

『반 고흐, 영혼의 편지』, 예담, 2005(개정판)을 어제부터 읽기 시작. 세심히 읽고 있다. 한 자, 한 줄, 한 문단, 편지 한 통 버릴 게 없다. 한 권을 모두 이곳에 옮기고 싶다.

근데 뭐, 반 고흐가 정신병자였다고? 이봐, 자네, 아직까지 제정신으로 살다니, 정말 추하다.
2010/07/12 23:54 2010/07/12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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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10

2010/07/10 18:33 / My Life/Diary
여름장마철폭우소리에잠을깬한사내가눈을떴으나아무것도보이질않는막막함속에손을내밀어형광등스위치를딸깍였지만불이켜지지않았던그컴컴한공간속고장난스위치를쉼없이딸깍딸깍거리던한사내가그날아침본벚나뭇가지의앙상함.

어딘가 심하게 망가져 있다. 회복 불가능한. 비가역적인. 망가짐. 하는 일마다, 뱉은 말마다 돌이켜 보면 부끄럽기 짝이 없다. 들어 주길 바라고 어울려 주길 바라고 사랑해 주길 바라면서도ㅡ말하지 않고, 어울리지 않고, 사랑하지 않으려 한다. 쓸모없을 정도로 약하다. 나는 고저(孤低)한 사람이다. 참으로 고저한 사람이다…

마지막으로 묻는다. 약함과 고뇌는 죄인가?
ㅡ 다자이 오사무,「여시아문如是我聞」,『나의 소소한 일상』, p.301

다자이에게 묻는다. “약한 것은 아름답다”는 한 줄. 진심이었나…
2010/07/10 18:33 2010/07/10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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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05

2010/07/05 01:15 / My Life/Diary
1

왜 자꾸 불을 키려고 했는지 모르겠어. 불이 꺼져서 어두운 게 아니라 어둠이 켜져서 어두운 거야. (대체 그 누가 어둠을 끌 수 있을까?) 삶도 의욕, 자살도 의욕. 삶도 죽음도 모두 용기가 필요해. 그러나,

“삶에 중독된 아편쟁이 같은 놈들”

나쁘게 말하다.

2

금요일. 용산에서 영화를 한 편 봤다.

“용산에는 사파리가 있어.”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M이 말했다.
“구경이나 갈까?” H가 말했다.
“사파리라니! 큭큭큭!!!” 나는 웃었다. 비열하게.

고등학교 때. 그곳을 거닐다 어디선가 다 죽어가는 목소리를 들었다. “거기 청년, 좀 놀다가… 이쁜 아가씨들 많아…” 안개가 낀데다 주위도 어두워 처음에는 아무도 없는 줄 알았다. 그러나 곧이어 다시, “이쁜 아가씨들 많아…” ㅡ 보였다. 사파리 담장 밖에 의자를 놓고 앉아 있는. 늙은 암컷 맹수 둘.

“저 미성년자예요.” 나는 웃으며 말했고,

“이런, 미안해… 미안해요…”

의자다리만큼 가는 팔이 흔들렸다.

미안했다.

3

“검사들이 룸살롱에 가면 여자들이 홀딱 벗고 나와서 인사한다며?”

검사 까는 것을 첫 술안주로 밤새 술을 먹었는데 나는 한 병도 채 마시지 못했다. 이젠 술 마실 힘도 없는지, 눕고 싶고, 자고 싶고, 그리고…. 나도 온갖 얘기를 쉴 새 없이 했지만 기억나는 거라곤 “순응! or 혁명! or 자살!˝이라고 말하려다가 용기가 없어 “순응! or 혁명! or 출가!˝라고 슬쩍 바꿔 말했던 것 뿐.

새벽 5시가 되서야 술이 끊기고 불이 꺼지고 우린 누웠다. 옆에서 M이 조용히 말했다.

“검사가 아니더래도 룸살롱에 가면 다 벗고 나와서 인사해…”

침묵.

희미하게 밖이 밝아왔다.

“쓸쓸해…”

누군가 말했다.
2010/07/05 01:15 2010/07/05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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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29

2010/06/29 12:41 / My Life/Diary
이중섭(李仲燮) 3
김춘수

바람아 불어라,
서귀포(西歸浦)에는 바다가 없다.
남쪽으로 쓸리는
끝없는 갈대밭과 강아지풀과
바람아 네가 있을 뿐
서귀포(西歸浦)에는 바다가 없다.
아내가 두고 간
부러진 두 팔과 멍든 발톱과
바람아 네가 있을 뿐
가도 가도 서귀포(西歸浦)에는
바다가 없다.
바람아 불어라.

오늘 바람 참 졸립고 쓸쓸하게 분다.

“이중섭”하면 아는 거라고는 이 시가 전부. 그의 이름을 볼 때마다 작품이나 얼굴이 아니라 이 시가 떠올랐다. 아침밥 먹으면서 TV를 보는데, 이중섭의 작품 <황소>가 오늘 경매에 나온단다. 이중섭은 죽도록 가난했고, 작품은 경매최고가 경신에 도전하고 있다.


ㅡ 이 작품은 소장가 박태헌이 이중섭과 대구의 하숙집에서 만난 인연을 계기로 이중섭의 일본 여비를 마련해주기 위해 1955년 구입한 작품 3점과 바꾼 것이다. 구입한 작품은 이중섭이 가족을 그린 그림이라 돌려받고 싶다고 말했고, 대신 이중섭이 가장 아끼는 이 그림을 받았다. 당시 쌀 10가마니 가격을 주고 산 작품이다. (최세정, 매일신문, 2010.06.11)
2010/06/29 12:41 2010/06/29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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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25 (2)

2010/06/25 23:55 / My Life/Diary

버스가 신호에 걸렸어. 가로등 비추는 길가에서 남녀 한쌍이 실랑이네? 남자는 술이 떡이 됐나봐. 바닥에 주저앉아 휘청~휘청~. 남자가 왼편으로 누우려 하면 여자는 왼쪽 어깨를 안아 올리고, 남자가 오른편으로 누우려 하면 여자는 오른쪽 어깨를 안아 올리고. 신호가 바뀌어서 지나쳐 왔지만 여자는 아마 쉼없이 안아 올렸을거야. 바보처럼. ㅡ 아! 저 행복한 남자!

불행한 여자.

2010/06/25 23:55 2010/06/25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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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25

2010/06/25 00:53 / My Life/Diary
나는 나의 인생에서 늘 작업 중간에 너무 많이 쉬었다.

… 그 당시와 오늘 사이에는 나의 청장년기가 가로놓여 있다. 그런데 그 사이에 전혀 아무것도 가로놓이지 않기라도 한 것 같지 않은가? 아직도 여전히 나는 작업 중간중간에 오래 쉬고 벽에다 귀기울이며, 굴착자는 새로 뜻을 바꾸어 선회하여 그의 여행에서 돌아오고 있다, 그는 나에게 그 사이에 자기를 영접하기 위한 준비를 할 충분한 시간을 주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내쪽에서는 모든 것이 그 당시보다 되려 덜 준비되어 있으니, 커다란 굴은 여기 무방비 상태로 덩그렇게 서 있으며 나는 이제 꼬마 견습공이 아니라 노장의 건축사이며, 아직 남아 있는 힘은, 결단의 시기가 오면 쓰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아무리 늙었더라도, 지금보다 한결 더 늙었으면, 정말이지 좋겠다, 이끼 아래의 나의 휴식처로부터 더 이상 전혀 몸을 일으킬 수 없을 정도로 늙었으면.

ㅡ 프란츠 카프카,「굴」中

나는 다만 낙오자일 뿐. 내뱉는 말은 모두 구차한 자기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정말 그게 전부란 말이다…

2010/06/25 00:53 2010/06/25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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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23 (2)

2010/06/23 22:26 / My Life/Diary
하지만 여러분에게 백 번째 반복하거니와, 인간이 그냥 어리석다 못해 어리석기 그지없는 것을, 심지어 자기에게 해로운 것을 일부러, 의식적으로 바라는 경우가 한 번, 정말 딱 한 번은 있다. 다름 아니라, 어리석기 짝이 없는 것을 바랄 권리를 갖기 위해, 오직 현명한 것 하나만을 바랄 의무에 얽매이지 않기 위해서다. 실상 이건 어리석기 그지없는 일이고 실상 이건 자신의 변덕에 불과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여러분, 우리 같은 인간에겐 정말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통틀어 가장 이로운 것일 수 있으며 어떤 경우에는 특별히 더 그렇다.

ㅡ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지하로부터의 수기』(민음사), p.48

언제나 즉흥적이었다. 아니, 지금도 즉흥적이다. 그래, 즉흥인간이다. 문제에 봉착하면 시간만 질질 끌다가 어느 순간 “의식적으로” 덜컥 해치워버리는. 브레이크가 고장난 채로 쌩하니 달리는 차에서 무작정 뛰어내리는 인간이 바로 즉흥인간이다. 죽는 길이 훤히 보여도 행여나 살까 싶어 그냥 뛰어내린다.

어억!

“즉흥즉흥~ 킁킁~

이렇게나 즉흥적이다! 어억!

요즘 너무나, 장난이 치고 싶다. 상대가 누구든, 서로 미워하게 될 정도로 심하게 장난치다가 별안간 눈물을 펑펑 쏟으면서 이별. 비극적 장난이랄까. 언제 어느 순간 즉흥적으로 쳐버릴지 모른다… 그리고 장난의 결말은 언제나… 어억!

2010/06/23 22:26 2010/06/23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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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23

2010/06/23 00:43 / My Life/Diary
보들레르가 말하길, “불행을 내포하지 않은 아름다움을 상상할 수 없다”. 굳이 보들레르가 말하지 않아도, 당신은 충분히 아름답다는 걸, 스스로 알아야 한다. 응?
2010/06/23 00:43 2010/06/23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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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21

2010/06/22 00:21 / My Life/Diary

요즘, 아주ㅡ 즐겁다. 쓰는 글마다 어째 울적하지만, 그건 글이기 때문. 그런 글만 써왔으므로 즐거울 때조차 그런 글밖에 나오질 않는 것이다. 무표정 짓기와 우울한 글짓기는 오래된 습관이다. 여하튼, 즐겁다. 말하자면, 지금 나는 해맑은 웃음를 지으며, “당장이라도 죽을 마음으로 하루 하루를 살고 있다.”고 쓴다. 오로지 하루 일과를 충실히 마치겠다는 생각. 그리고 내일 새벽에 죽어버리면 그만, 이라는 생각으로 산다.

“네가 헛되이 보낸 하루는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갈구하던 하루”라는 개소리가 있다. 지하철 화장실 변기 앞에 붙어 있는 “멋진 당신, 한 발자국만 더 앞으로” 같은 느낌. 내가 내일 죽을 줄을 오늘 안다면, 내일 하루를 갈구하느니 오늘 하루를 충실히 살겠다. 내일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또한 헛되이 보내는 하루 따위는 없다. 살아있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충실하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러고 있단 말이다…

무작정 열심히 일하고 있다. 목표도, 계획도, 희망도 없다. 돈을 모으기 위해 일하는 것도 아니다. 일이 있으니까, 누군가 시켜서, 남들도 하니까ㅡ 나도 한다. 집에 돌아와선 컵에 꼭 술을 반씩 채워 마시며 책을 읽는다. 아무 걱정이 없다. 여차하면 죽으면 그뿐. 나는 지금 죽음이니 자살이니 하는 우울한 얘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다. 하루를 충실히 사는 방법을 정말 확신에 차서, 얼굴에 미소까지 지어가며 쓰고 있는 거란 말이다…

해탈했다고 생각했다. 불경도 꽤 읽었고, 새벽마다 백팔배도 해온데다가, 요 며칠, 증오도 분노도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았기에. 그러나 어제, 잠들기 전 물을 마시러 나갔다가 엄마가 툭 던진 한마디에 세게 맞았다. 어김없는 개소리. 아무 것도 느껴지질 않았다. 그러나 나는 분명히 분노하고 있었다. 괴로웠던 기억들을 하나씩 끄집어내 돌려보면서 불에 기름을 붓고 있었지만… 아무 것도 타오르질 않았다.

결국 하릴없이 살짝 웃고는 방에 들어와 불을 끄고 눕는데, 뭔가 번쩍ㅡ.

문득, 나 자신, 분노가 되버린걸까.

술병이 떨어졌다.

2010/06/22 00:21 2010/06/22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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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18

2010/06/18 23:45 / My Life/Diary

안경부터 벗어버려ㅡ 그냥 진통제 먹으면서 사는 거야. 기요틴 기요틴, 슈루슈루 슈ㅡ. 웃지 말고 잘 들어. 여섯 시간마다 두 알씩… 꼬박꼬박. 기요틴 기요틴, 슈루슈루 슈ㅡ. 담배는 한 번에 두 개비씩. 필터는 꼭꼭 깨물어서. 그래야 단맛이 나거든. 기요틴 기요틴, 슈루슈루 슈ㅡ.

행복한 여자와 행복한 남자가 만나면, 그 행복은 <8+8 = 16>이 되지. 그럼 불행한 남자와 불행한 여자가 만나면, 그 불행은? <8-8 = 0>, 땡. <8+8 = 16>, 땡. <8ⅹ8 = 64>, 땡. 정답은 <8의 8제곱근 = 16,777,216>이라네! 기요틴 기요틴, 슈루슈루 슈ㅡ.

하나도 피곤하지 않은데, 눈이 빨개.

그래 물론, 행복한 여자와 불행한 남자가 만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아아ㅡ 그것은 그야말로 잔혹한 범죄… 불행한 남자가 저지르는. 용서받지 못할.

2010/06/18 23:45 2010/06/18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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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13

2010/06/13 23:12 / My Life/Diary
“죄가 깊은 자는 사랑도 깊다.”

ㅡ『청춘의 착란』(다자이 오사무), p.277

지난 주는 기분이 없었습니다. 이유 없이 몸이 고단했고, 악몽을 두 번. 충격적인 사건은, 집에 가는 버스 중간에 내려 맥도날드 딸기 쉐이크를 사러 갔는데ㅡ 팔지 않았던 것. 션 뉴튼을 죽여버리고 싶었습니다. (션 뉴튼은 맥도날드 코리아 사장으로 영수증에 찍혀 나오는 이름입니다. 면상을 한번 보고 싶네요.)

맥도날드 앞에 있는 서점에서 우연찮게, 최근 번역된 다자이 오사무의 서간집을 찾아 사들고 와선 첫 장을 펼쳤는데… 저 말이 있지 뭡니까. “죄가 깊은 자는 사랑도 깊다.” ㅡ 그날은 도저히, 읽을 엄두가 안 나서, 책을 덮고 잠에 들었습니다.

다자이 오사무가 6월 19일 태어나서 6월 13일 죽은 사실… 아니, 6월 13일 야마자키 도미에와 함께 저수지에 투신, 서른 아홉번째 생일인 6월 19일 시체가 떠오른 사실, 아십니까? 아, 오늘이 투신한 그날입니다. 술을 먹고 싶은데 취할 용기가 나질 않아 가게에서 청주 댓병을 사서 작은 컵에 반쯤 담아 마셨습니다. 한동안 기분이 없었는데, 비가 내리고 바람이 치고 술이 들어가니 즐거운 절망감이 미지근하게 올라오네요.

“술을 마시고 싶지만, 그러나, 마셔 봐야, 더욱 즐겁지 않습니다. 취해서 잠에 들 뿐입니다. 저희가 살아 있는 동안, 늘 이럴지도 모르겠습니다.” ㅡ p.269

요즘 부쩍, 다시 담배에 손이 갑니다. 마지막으로 태운 게… 그러니까 일 년 전쯤. 노무현 대통령이 부엉이 바위에서 투신한 날. 그의 사상이나 행적에 존경심을 갖었다기 보다는 (전 그가 두 번 죽어도 개인적으로는 별로 슬프지 않을 겁니다), 당시 제 처지가 그와 다를 바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는, 이 세상에 대해 오산한 셈일세. 너무 만만하게 얕잡아 봤었어. 이제 와서, 주위를 둘러보면, 눈앞의 사실은 스무 살 무렵에 생각하고 있던 것과 전부, 완전히 달라져 있네. 분명히, 이런 게 아니었는데. 우리의 오산ㅡ 이것도 우리 불운의 근원일세.” ㅡ p.41

자살은 그저 하나의 선택입니다. 좋고 나쁨을 논하는 건 살아있는 자들의 유희일 뿐. 투신, 투신하니까 나로호가 생각나네요. 뒤집힌 촛불 하나가. 펑ㅡ. 그렇게 힘들게 올라가더니 참으로 빠르게 떨어지데요. 그 순간 저는 느꼈습니다. 우리를 밑바닥으로 끌어내리는 어떤 운명 같은, 잠깐, 청주를, 반 컵 더.

“오늘은 바람이 거세어, 저는 얌전히 독서 등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아서, 그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떨려 와, 39세인 저도, 울고 싶어집니다.” ㅡ p.297

멍청하게 하루를 살고 있고, 내일도 그럴 겁니다. 어떤 일이 벌어지든 그저 담담하게, 강요된 웃음으로. 이번 달이 지나면, 돈도 충분합니다. 선택권이 저에게로 넘어옵니다. 아무튼, 내일도 근면하게 살려고, 청주 반 컵을 입에 털고, 책을 덮습니다. 그러나 다시 한번 “죄가 깊은 자는 사랑도 깊다.”

다만. 사랑하지 않기만을. 이게 가장 문제입니다. 네. 그렇습니다.
2010/06/13 23:12 2010/06/13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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