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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05

2009/10/05 06:11 / My Life/Diary

과거가 있는 여자를 사랑할 수 있을까. 나 아닌 타인과 몸마저 섞었던 여자를 사랑한다면… 그래, 끔찍하다. 일종의 병적 결벽. 이는 나 자신에게도 해당된다. 어느새 스며들었는지 알 수 없지만 어렸을 적부터 가톨릭 교리에 동화된 탓이 클게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혹시 수녀들을 향한 동경을 갖고 있지 않을까? 이 또한 끔찍하다…

나는 공창제(公娼制)를 지지한다. 성매매특별법 입안자들이나 집창촌을 강제 철거시킨 자들의 명분은 전부 허황되다.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연민은 커녕 표면적으로도 진정 그들을 위한 정책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 자신의 윤리적 잣대 속에서, 그저 성매매 여성들이 꼴보기 싫었을 뿐. 결국 오늘날 성매매는 더욱 은밀해졌다. 부실한 직업훈련과 턱없이 부족한 정부지원금 앞에서 그 여성들은 다시 발길을 돌렸다. 누구를 위한 성매매특별법인가?


사람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어떡하든 끝까지 살아야 하는 거라면,
이 사람들이 끝까지 살기 위한 모습도 미워할 수 없는 게 아닌가.
아아, 이 얼마나 버겁고 숨 넘어가는 대사업인가.
ㅡ『사양』, 다자이 오사무

알 파치노 주연의 영화일까, 기억이 안 난다! 타향살이 하던 주인공은 어느날 여관으로 창녀를 부른다. 그들은 옷을 입은 채 침대에 나란히 눕는다. 남자는 여자 쪽으로 등을 돌리며 자신을 뒤에서 꼭 안아달라고 부탁한다. 여자가 안는다. 다시 남자가 부탁한다. 더 꼭 안아달라고.

언젠가 사무치게 외로워지면 나도 저래볼 요량이다. 안아달라고 여관으로 수녀를 부를 순 없으니까! 그리고 내 결벽에도 저촉되지 않으니까… 올리버 색스의 책(역시 기억이 안 난다!) 가운데 선천적 뇌손상으로 감정을 상실한 어느 여인의 이야기가 나온다. 사랑도 미움도 느낄 수 없는 그녀가 유일하게 안락감을 느끼는 순간은 자신의 몸을 감싸주는 기계(그녀가 직접 고안했다) 속에 들어있을 때 뿐이었다. 사랑의 감정을 모르는 그녀에게는 그것이 유일한 사랑이었다.

문학평론 강의 시간, 라캉을 다루는 중이었다. 여교수에게 우습다는 듯이 내가 물었다. “라캉은 사랑을 믿지 않는데 결혼은 두 번이나 했더라구요!” 우습다는 듯이 여교수가 대답했다. “사랑해야 결혼하니?”
2009/10/05 06:11 2009/10/05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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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03

2009/10/03 06:20 / My Life/Diary

1.

명절만 되면 날 찾는 이유는 구색을 갖추기 위함일까?

2.

08년을 전후로 비교적 좋은 씨암말들이 많이 들어왔다. 너무나 쉽게 간과하는 한 가지 ㅡ 자식은 아비와 어미의 염색체를 반씩 물려받는다. ㅡ <선데이 사일런스> 같은 꽃을 원하는가? 그렇다면 먼저 수준 높은 씨암말의 토양을 만들어라.

3.

‘선진국’, ‘선진 야구’, ‘선진 경마’. 들을 때마다 아리송한 말이다. ‘선진 똥싸기’ 랑 비슷한 느낌.

4.

뭔가를 쓰려고 할 때마다 망설이고, 신중해지고, 검열하게 된다.
병신 같은 글을 보고도 그냥 지나친다.
망조다.

5.

생존 자체가 기적이 아니던가! ... 이건 어디서 본 말이지?

6.

지쳤다.

2009/10/03 06:20 2009/10/03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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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김인식

“김 감독이 어제 먼저 전화를 했더라고. 내가 무슨 할 말이 있어.
그냥 수고했다고 그랬지.”

“이제는 말을 할 사람이 없어졌잖아.
김인식 감독이 늘 ‘아저씨, 내가 그만 두면 외로워요’ 라고 그러더니 정말 그렇더라고.
벌써 외로워”
2009/09/25 22:53 2009/09/25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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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21

2009/09/21 09:43 / My Life/Diary

“0”, “無” 를 뜻하는,〔n〕첫음가를 가진 단어가 생각이 안 난다. 언제나 이런 식. 새벽부터 비.

2009/09/21 09:43 2009/09/21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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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18

2009/09/18 02:28 / My Life/Diary
반칙과 특권이 용납되는 시대는 이제 끝나야 합니다.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자가 득세하는 굴절된 풍토는 청산되어야 합니다.


ㅡ 노무현,「제16대 대통령 취임사」, 2003.2.25


소위 ‘그릇되고 편향된 역사인식’ 이라고 비난받던 몇 구절이 머릿속을 스치는 것은, 기회주의자들이 벌인 반칙들이 결국엔 용납되는 고위공직자 청문회를 본 까닭이오, 앞으로도 봐야 되는 까닭이오,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2009/09/18 02:28 2009/09/18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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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16

2009/09/16 01:49 / My Life/Diary
옛날에 쓴 자신의 일기를 다시 한 번 읽어보라.
해마다 봄이 돌아올 무렵이면, 움트기 시작한 해가
비난하듯 우리들의 가슴을 찌르는 일이 없었던가.

ㅡ R.M. 릴케,『말테의 수기』, p.231

헛소리만 끄적이고 모든 생각을 회피하는 나날. 답을 알고 있지만 마주하기 싫은 것. 배고파. 무엇을 먹어야 할 지 모르겠다. 라이너 마리아 ㅡ창밖에 마지막 귀뚜라미 운다ㅡ 릴케.
2009/09/16 01:49 2009/09/16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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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15

2009/09/15 03:03 / My Life/Diary
창밖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려 잠에서 깼다. 두 여자. 대충 기억나는 말들을 적어 보면 다음과 같다. “씨발년아 이거 놔라!!”, “씨발련아 너 이리로 따라와!!”, “씨발년아 옷 찢어진다!”, “이 년이 엄마뻘한테 이 씨발련이!”, “내가 뭘 잘못했다고 지랄이야 씨발년아!”, “아유 ○○엄마~ 일일이에 전화 좀 걸어줘! 이런 씨발련은 버르장머릴 고쳐야 돼”, “갈테니까 일단 놓고 말하라고 아줌마!”, “이 씨발련이! 니 부모 전화번호 대!”, “아줌마 옷 찢어진다니까요!” ...

젊은 씨발련과 늙은 씨발년의 싸움이었다.

싸움은 내 창이 나 있는 좁은 골목에서 시작되었다. 늙은 씨발년이 젊은 씨발련을 대로로 끌고 나갔고, 늙은 씨발년이 대로변의 늙은이들에게 젊은 씨발련의 씨발성을 토로하며 도움을 요청. 그러자 젊은 씨발련이 다수의 늙은이들 앞에서 기가 꺾였던지 말투가 변했다. 중간 중간 다른 젊ㆍ늙은이들의 목소리도 들렸으나 딱히 씨발스럽지 않아서 기억나지 않는다. ○○엄마가 착실히 임무를 수행한 덕분에 경찰차가 왔고, 젊은 씨발련과 늙은 씨발년을 모두 데려갔는지 동네가 잠잠해졌다.

씨발의 향연 속에 빠르게 뛰는 가슴을 느끼며 내가 마지막으로 씨발거렸던 때를 생각해본다. 아ㅡ! 그때 나는 참으로 열심히 살았구나! 씨발조차 삶의 열정으로 느껴지는 오늘. 나는 잠을 자고 있었다.
2009/09/15 03:03 2009/09/1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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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11

2009/09/11 19:42 / My Life/Diary
<살벌한 고양이의 보은>을 읽다가 생각난 오래 전 여름.

예전 집 뒤편에 2층 사는 주인집의 작은 창고가 있었다. 공용으로 쓰긴 했지만 쓸데없는 철물이나 망가진 자전거 따위를 넣어놓고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밤이면 그곳에서 가끔 고양이 울음소리가 났다. 어느 날은 대낮에 창고에서 재빠르게 나와 담벼락을 타고 오르던 도둑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예나 지금이나 바퀴벌레와 고양이, 개에게는 친절하게 말을 걸어준다. 물론 그 도둑 고양이는 내 말은 아랑곳없이 잠시 나를 쳐다보다 담 넘어 사라졌을 뿐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놈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한밤중에 다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고, 다만 이번에는 뒷편 창고가 아니라 열어 논 현관문 쪽이었다. 들어오지는 못하고 울고 있길래 왜 우느냐고 물어보았다. 대답은 야옹. 부엌에 있던 엄마가 나와서 물어보았다. 대답은 야옹. 야옹. 그러자 엄마는 현관문을 마주하고 있는 선반 뒤쪽을 뒤적이기 시작했고 곧 주먹만한 새끼 고양이 한마리가 들려나왔다.

그 일이 있은 후 창고 쪽에선 밤마다 고양이 울음소리가 났다. 낮에도 그놈은 수시로 담벼락을 타고 넘었다. 나는 어두운 창고 구석과 하수구 구멍 속에서 반짝거리는 작은 눈동자들도 보았다. 저녁마다 접시에 우유를 담아 창고 앞에 놓아주는 일이 시작됐다. 아침에 보면 말끔하게 남겨진 접시. 며칠을 그렇게 보냈다.

다소 이상한 공생이 계속되던 어느날, 학교에서 돌아와 뒷문을 열자마자 기겁ㅡ 우유 접시 놓는 자리에 쥐 한 마리가 찢어진 배를 위로 하고 널부러져 있었다! “고양이의 보은”이 바로 이런 것인가!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때론 진실이 전해지지 않을 수도 있음을 그때 알았다. 그날부터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죽은 쥐 치우는 일도 해야 했다. 주로 엄마가 했다!

여름은 길었지만 우리의 공생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창고가 너무 오래돼 허물고 그 자리에 잔디를 깔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도둑 고양이에게 영원한 안식처란 없는 것. 철거가 막 시작될 무렵 접시 속 우유를 그대로 둔 채 도둑 고양이는 새끼들과 사라졌다. 그것이 그들의 운명임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듯, 너무나 신속하게 조용히. 나는 그렇게 헤어지곤 했다.
2009/09/11 19:42 2009/09/11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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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10

2009/09/10 18:25 / My Life/Diary
붕붕

눈 떠 보니 옆에서 자고 있어 나도 다시 한참을 누웠다.
참 지랄맞은 놈, 잘도 잔다.
2009/09/10 18:25 2009/09/10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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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애 결혼

2009/08/25 22:02 / My Life/Diary

세상에 믿을 여자 없다더니
2009/08/25 22:02 2009/08/25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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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5 (2)

2009/08/25 05:46 / My Life/Diary
잠에 들려고 자리에 누웠는데 갑자기 천장이 내려앉기 시작하지 뭔가? 아래로 부풀어 오르는 풍선 마냥 천장이 내게로 내려앉아 왔다. 꼼짝없이 죽었구나 싶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무섭게 직하하던 천장이 이마 바로 위에서 멈춰버리는 게 아닌가? 한숨을 내쉬었으나 일어날 방도가 없었다. 옴짝달싹 할 수 없이 나는 천장에 갇혀버렸다.

내가 살아있는 한, 언젠가 이 육중한 천장이 내 머리통을 부숴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몸서리치며 이 글을 적는다. 글을 적는 동안 왠지 이놈이 조금은 친근하게 느껴져 이름을 붙여주었다. 이놈의 이름은 과거의 무게다.
2009/08/25 05:46 2009/08/25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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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5

2009/08/25 01:49 / My Life/Diary

지난 겨울 가고 봄 올 무렵 어금니를 밀어내며 사랑니 돋기 시작했다. 잇몸 욱신거리는 고통 속에 진통제 몇 알씩 상복하였다. 봄 오니 잠잠해졌다가 여름 올 무렵 다시 생장을 시작했다. 보름 동안 진통제 몇 알씩 상복하였다. 우습게도 여름 오자 그대로 멈춰버렸다. 요 며칠 전부터 다시 사랑니 자리 욱신거려 진통제 몇 알씩 상복하였다. 오늘 잠 깨어보니 아프지 않다. 오히려 잇몸이 더욱 단단해진 느낌. 여름은 가고 가을이 온 것이다. 그러나,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

진통제 몇 알씩 상복하였다.

2009/08/25 01:49 2009/08/25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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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1

2009/08/21 06:59 / My Life/Diary
김대중 대통령의 서거. 나는 民主主義를 모르오. 김대중도 모르오.
남을 설득하려는 노력은 전부 헛되다.
인간은 속거나 굴복할 뿐.
인간을 증오하지 않기 위해서는
인간을 病神으로 상정하는 수밖에 없지 않은가? ㅡ 인간에 대한 연민.
2009/08/21 06:59 2009/08/21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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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싸인 볼트가 세계 신기록을 경신하며 세계육상선수권 100m에서 금메달을 차지. 오래된 달리기 이론의 몇 가지 편견이 볼트의 기록 경신 행진으로 깨지고 있다. 써러브렛의 주행 기제와 비교를 해볼까? 접어두자. 인간은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아는 것처럼 얘기하려는 기만적인 강박을 갖고 있는 듯싶다. 다만 내가 무척 기뻐했다는 것을 밝혀두자.

“사람들은 생각하느니 차라리 죽으려 한다.” 라는 러셀의 말처럼, 요즈음은 나도 그냥 죽어 있다. 어떤 식으로든 스스로를 다그쳐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느끼기만 한다. 기만한다.
2009/08/17 20:08 2009/08/17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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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5 (2)

2009/08/15 21:54 / My Life/Diary
그냥... 모두 애 같다. (인간에게 본질적 성숙이란 게 당키나 한가...?) 날은 너무 덥고, 애들은 정말 싫다. 참... 쓸데없다. 참... 그렇다. 의미를 찾는 인간에 대한 연민... 무의미는 그야말로 생생한 공포가 아니련가? 차라리 성직자가 되어 이 생생한 공포 앞에서 스스로를 기만하며 살았더라면! “Vanity of vanities ... all is vanity.” (Ecclesiastes 1:2)
2009/08/15 21:54 2009/08/15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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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5

2009/08/15 01:19 / My Life/Diary
惡夢을 꾼다.
나는 악몽의 이유를 알고 있다.
그래서 더욱 두렵다.
꿈의 핵심은
꿈조차 기억할 수 없는 그곳에 있다.
2009/08/15 01:19 2009/08/15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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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30

2009/07/30 09:58 / My Life/Diary
이해할 수 없는 것들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가치가 있고 치유를 가져오는 법이다.
ㅡ 칼 융,『기억 꿈 사상』, p.533

칼 융(Carl Jung)의 자서전을 읽다. ㅡ C.S. 루이스의『순전한 기독교(Mere Christianity)』를 읽고 느꼈던 어처구니없음의 순전한 반복. “악마 역시 하느님의 창조물이기 때문이다.” 융이 제시하는 무의식은 神과 맞닿아 있다. 어쩌면 스스로를 당대에 선택받은 구약의 예언자 정도로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빛나는 통찰을 보여준 융은 神의 아들이고자 했고, 神을 죽여버린 프로이트는 그 부활이 두려워 때로 부관참시(剖棺斬屍)까지 저질렀다.

바닷물에 빠졌던 한 아이를 기억하는가? 나는 아지랑이진 아이의 뒷모습이 파도 거품으로 化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것은 완벽한 선택. 아이는 단 한순간도 神을 믿은 적이 없었다.
2009/07/30 09:58 2009/07/30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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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28

2009/07/28 01:11 / My Life/Diary
인생의 비극 제1막은 부모와 자식으로 맺어지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ㅡ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난쟁이 어릿광대의 말」

혈족(血族). 혼란과 두려움이 뿌리박혀 있는 이곳에서 어느 누구도 헤어날 수 없다. 혈족 하나 하나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깨달았다. 내 모든 열망은 시작과 끝이 다르지 않았음을. 나는 결코 다른 사람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문득 생각해보니 놀랍게도 난 아쿠타가와의 말을 4년전 이맘때쯤 인용했다. 그리고 이제, 지금의 나를 이해한다.

엄습하는 현기증.
2009/07/28 01:11 2009/07/28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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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me kind of magic
Happens late at night
When the moon smiles down on me
And bathes me in its light

I fell asleep beneath you
In the tall blades of grass
When I woke the world was new
I never had to ask

It's a brand new day
The sun is shining
It's a brand new day
For the first time
In such a long long time
I know
I'll be ok

Most kind of stories
Save the best part for last
Most stories have a hero who finds
You make your past your past
Yeah you make your past your past

It's a brand new day
The sun is shining
It's a brand new day
For the first time
In such a long long time
I know
I'll be ok

This cycle never ends
Gotta fall in order to mend

And it's a brand new day
It's a brand new day
For the first time
In such a long long time
I know
I'll be ok
2009/07/23 22:14 2009/07/23 22:14

2009.07.21

2009/07/21 20:45 / My Life/Diary

여전히 생각이 정리가 안 된다. 정신적으로 아무런 여유가 없다. 어릴적 바다 깊이 빠진 적이 있다. 소리를 질렀지만 관심을 가져준 건 눈앞을 떠다니는 바닷풀 정도였다. 숨은 쉴 수 있었다ㅡ 바닷물이 코를 거쳐 폐를 메워가고, 한 번의 호흡이 한 삽의 무덤을 덮는.

당시 나는 神을 믿고 있었다.

일말의 정리를 위해 경마에 대해 몇 가지 쓴다.

사감위의 전자카드 도입 계획. 그 취지를 이해할 수 있고 실효성 역시 상당히 제한적이지만 있다고 본다. 시행이 된다면 소위 기존의 큰손들은 급속히 사설 경마로 빠질 것이고 경마일마다 전자카드 매매 시장이 공공연히 열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사람들이 도박 중독에 빠지는 것을 다소나마 예방할 수 있다면 명분이 있다. 반대 명분 가운데 하나는 개인정보유출 위험성이지만 턱없이 조악하다. (장애인들의 성적 권리 보장을 위해 매매춘을 합법화해야 한다는 논리와 똑같다.) 그러나 이런 저런 명분과 관련 없이 경마산업 관련 이익단체들의 반발만으로도 시행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It's the money, stupid!) 그나마 실명제 및 베팅액수제한이 자동적으로 이뤄졌던 인터넷ㆍ모바일 베팅을 지난 주를 끝으로 금지해버린 탓에 사감위는 도박 중독의 또다른 문을 열어준 꼴이 됐다. 사감위 이우갑 신부에게 神의 지혜가 필요한 때가 아닐까.

백광의 복귀. 결승직선주로에서 특유의 사행끼를 보여주며 4착. 줄기세포 치료가 쓸만한 모양? 예전에 백광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근섬유와 폐활량에 관한 가야산성과 백광의 비교. 당시의 지식으로는 최선이었으나 지금 와서 보니 상당히 부실하고 비약이 심하다. 게시 이후 그 글을 부정할 수밖에 없는 증거들을 찾을 수 있었다. 첫째, 입수하는 보고서마다 근섬유 비율이 제각각이며 상반되는 경우도 있다. 둘째, 트레이닝이 근섬유 비율의 변경을 초래하는지에 대해서도 통일된 의견이 없다. 셋째, 근섬유 비율이 운동능력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미미할 수 있다. (모두가 기본 전제를 흔드는 증거들이다) 넷째, 이제는 더욱 아름다운 이론을 정립할 수 있다. 마필 운동 원리에 대한 종합적인 글을, 쓸 생각만 하고 있다.

백광 여동생 백파의 두 번째 졸전. 첫 번째 질문, 픽미업과 백파, 한국 경마와 “미국” 경마의 수준차를 이들이 대변해주는가? 첫 경주에서 픽미업은 70마신, 백파는 40마신 이상의 차이로 졌다. 한국에서라면 경주능력부진으로 출주 정지를 받을 성적. 두 번째 질문, 만약 그 경주들이 그대로 과천 경마장에서 열렸다면 동일한 결과가 나올까? 세 번째 질문, 두 마필의 졸전이 한국의 경마 시스템(시행체, 조교사, 기수)은 저질임을 말해주는가?

내 대답은 이렇다. 첫째, 픽미업과 백파의 결과는 한국 경마와 미국 경마 각각의 전반적인 특성을 보여줄 뿐이다. 둘째, 그 경주들이 그대로 과천 경마장에서 열린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한국과 미국은 말 그대로 “다른” 곳이다. (과천 경마장의 <남촌의지존>, <내츄럴나인> 정도가 미국 경마에 적합하다. 부산 쪽은 아는 마필이 없다.) 셋째, 두 마필의 졸전과 한국 경마의 후진성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 다만, 한국 생산계 및 최초 육성 과정이 낙후됐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세부 내용은, 나중에 마필 운동 원리에 대한 종합적인 글을, 쓸 생각 속에 포함되어 있다. (사람은 너무 많이 생각하다 너무 일찍 죽지 않는가?)

여기까지 쓰고 보니 野神 김성근 감독에 대해서도 써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로이스터, 임창용, 이승엽과 엮으면 괜찮은 게 하나 나올 듯도 싶다. 김 감독과 로 감독을 대비하고 병렬식으로 작게 임창용과 이승엽을 붙이면. 김 감독이 부당한 비난을 받아왔고, 받고 있으며, 앞으로도 받게 된다는 주제. 그러나 너무 덥다. 생각만 하다 죽어야겠다.

앞서 나는 그 어린 시절, 神을 믿었다고 서술했다.

지금은 믿지 않는다.


2009/07/21 20:45 2009/07/21 20:45

2009.07.18

2009/07/18 02:34 / My Life/Diary
우기(雨期). 인생의 절반은 회피였다. 생각이 정리가 안 된다. 순간순간 점멸하듯ㅡ 그 무엇도 하나의 토대로 남지 못한 채 사그라진다. 수만 지류에서 흘러든 물줄기는 본류에서 가물고. 빗방울은 속부터 말라 있었다. 충혈된 눈을 부여잡은 벙어리. 귓바퀴를 휘돌아 내려치는 폭우.
2009/07/18 02:34 2009/07/18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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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7

2009/06/17 04:15 / My Life/Diary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더 지식의 격자를 겹쳐 올릴수록 구조주의에 대한 믿음이 확고해진다. 세상이 스스로 구조화 되어 있거나, 인간 정신이 구조화 된 탓에 세상을 구조로 인식하는 것. ㅡ 후자는 정신ㆍ심리학과 신경생리학 분야의 성과에 의해 서서히 밝혀지고 있다. ㅡ 그러나 나에겐 무엇보다도 세상이 스스로 구조화 되어 있다는 구조적 확신이 드는 것이다. 자연이 구조적이라면 자연의 한 부분인 인간 역시 구조적이지 않겠는가? 그러나 인간이 구조적이라 해서 자연이 구조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리고 자연이 구조적인데 인간이 구조적이 아니라면 자연의 구조를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구조는 중첩된다. 큰 구조의 완전한 틀 안에서 또 다른 완전한 작은 구조가...

그래서 문득 나는 카프카와 이상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건축무한육면각체(建築無限六面角體)
ㅡ 이상

사각형의내부에사각형의내부의사각형의내부의사각형의내부의사각형
사각이난원운동의사각이난원운동의사각이난원
비누가통과하는일관의비눗내를투시하는사람
지구를모형으로만들어진지구의를모형으로만들어진지구
거세된양말(그여인의이름은워어즈였다)
빈혈면포,당신의얼굴빛깔도참새다리같습네다
평행사변형대각선방향을추진하는막대한중량
마르세이유의봄을해람한코티의향수의맞이한동양의가을
쾌청의공중에붕유하는Z백호.회충양약이라고씌어져있다
옥상정원,원후를흉내내이고있는마드모아젤
만곡된직선을직선으로질주하는낙체공식
시계문자반에XII에내리워진일개의침수된황혼
도어-의내부에도어-의내부의조롱의내부의카나리아의내부의감살문호의내부의인사
식당의문깐에방금도달한자웅과같은붕우가헤어진다
파랑잉크가엎질러진각설탕이삼륜차에적하(積荷)된다
명함을짓밟는군용장화,기구를질구하는조화분연
위에서내려오고밑에서올라가고위에서내려오고밑네서올라간사람은
밑에서올라가지아니한위에서내려오지아니한밑에서올라가지아니한위에서내려오지아니한사람
저여자의하반은저남자의상반에흡사하다(아는애련한후에애련하느나)
사각이난케이스가걷기시작이다(소름이끼치는일이다)
라지에이터의근방에서승천하는굳바이
바깥은우중.발광어류의군집이동
2009/06/17 04:15 2009/06/17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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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They're Off !

2009/06/14 14:16 / My Life/Diary

And They're Off !

내가 가는 길이, 길이 된다.
2009/06/14 14:16 2009/06/14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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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Jarrett - Over the Rainbow


음악의 매력은 모든 감각에 대한 무차별적인 호소에 있다.
ㅡ 러셀 셔먼, 『피아노 이야기』


음악을 비로 바꿔도 좋소.
비가 멈추지 않으면 내일은 술을 사러 나설테요.
2009/06/09 11:54 2009/06/09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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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9

2009/05/29 19:12 / My Life/Diary
그해 여름 많은 사람들이 무더기로 없어졌고
놀란 자의 침묵 앞에 불쑥불쑥 나타났다
망자의 혀가 거리에 흘러넘쳤다
기형도,「입 속의 검은 잎」부분

피곤할 일은 전혀 없는데 눈은 감기고 몸살이 극성이다. 머리가 울리는 통에 누워 있을 수가 없어 쑤시는 어깻죽지를 부여잡고 일어났다. 샤워를 하고 나와 무심코 TV를 켜니 장례식이 막 시작하려는 참. 그러고 보니 오늘이 그날이다. 밖은 아직 어둑한데 TV 속은 밝아 오고... 해는 남쪽부터 뜬다는 사실이 새롭다.

哭하는 이들을 보면서 라면 하나를 끓여 먹는데, 표딱지에 새빨간 인주 하나 찍은 인연 때문인지 맛이 안 난다. 쓸데없이 끽연 뿐. 피를 토하던 날도 담뱃잎은 달콤했다. 이제 화면 속은 마치 한 달 전의 데쟈뷰처럼ㅡ 그러나 버스에서 세단으로, 삶에서 죽음으로.

네가 죽으면, 모두가 갑자기 널 사랑하게 되지. (If you're dying, suddenly everybody loves you)
ㅡ House M.D. (Ep.2-2)

행사가 한창인 가운데 흐르는 긴급속보 자막 “경영권 편법 승계 ‘무죄’”. 이 얼마나 절묘한 안배인가? 반칙과 특권이 통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겠다던 목소리가 哭에 묻힌다. 단상에 올라선 삼류시인들의 그 어떤 울부짖음보다 시적이다.

(그가 “가장 가까이 두고 읽었던 책 가운데 하나”에서 뽑자면,)

그래서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결과가 평등한 것보다는 기회의 평등이 중요하다”는 말은 그럴 듯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다분히 허구적인 주장이라는 것이다. 불평등한 결과가 대단히 많은 사회는 어느 정도 기회도 불평등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ㅡ 폴 크루그먼,『미래를 말하다』, p.314

운구차가 도착한 화장장. 불은 타오르고 화면은 어두워진다. 해는 남에서 떠서 북으로 지는가. 눈이 감긴다... 그래 아마 내 두통은 머릿속에서 울리던 조종(弔鐘) 때문이었나 싶은거라.
2009/05/29 19:12 2009/05/29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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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3

2009/05/23 15:03 / My Life/Diary

포괄적 타살(包括的 他殺).
수치의 극에서, 바위 속 인간으로 죽다.

나에겐 끽연 외에 도리가 없다.


죽음으로 선한 道를 지켜라.
위태로운 나라에 들어가지 말고, 어지러운 나라에 살지 말아라.
천하에 道가 올바로 서면 나타나 일을 하고, 道가 무너지면 숨을 일이다.
ㅡ『논어』 8장 13절 부분
2009/05/23 15:03 2009/05/23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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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19

2009/05/19 04:46 / My Life/Diary
네안데르탈인 멸종 원인, 인간이 먹었기 때문? (서울신문, 2009.05.18)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ㅡ 이 주장에 절대적인 동의. 가히 위대한 발상. “우리 인생의 위대한 시기는, 우리의 惡을 우리 최고의 善이라고 고쳐 부를 용기를 얻기에 이르는 그때이다.” 라는 니체의 천명을 빌기에 부족하지 않아. ㅡ 아! 그러나 당신, 당신은 지나치게 비도덕적입니다. ㅡ 그리하여 나는 다시 니체를 빌린다. “도덕적 현상이라는 것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현상에 대한 도덕적 해석이 있을 뿐이다.” 고마워요 니체. 세상의 진리는 당신이 다 싸지르고 떠난 것 같습니다 그려.

(나는 ‘처녀의 시체’를 어디에다 써먹을까 고심고심하고 있습니다.)


인간에게서 오는 공격이 아무리 교활한 것일지라도, 그것이 아무리 간접적이고 잘 위장되고 잘 꾸며진 것일지라도, 그것은 속죄되지 않는 기원을 드러내는 것이다. 가장 약한 증오일지라도 그 안에는 동물성의 가는 섬유가 살고 있게 마련이다.
ㅡ 가스통 바슐라르, 『공간의 시학』, p.131
2009/05/19 04:46 2009/05/19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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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18

2009/05/18 09:09 / My Life/Diary
내가 일곱살 때
우리 동네 경마에서 우승한 득의양양한 말의 얼굴을 보았다.
나는 아니 저런, 하고 손가락질을 하며 비웃었다.
그 이후 나의 불행이 시작되었다.
ㅡ 다자이 오사무,「장님 이야기」


이봐, 인류는 언제나 세기말을 사는 거야. 태어남이 없다면 종말도 없다고. 아니, 다른 사람이 가진 믿음을 건드려선 안 돼. 착각은 인간의 특권이라던데... 행복한 착각 속에 사는 걸 훼방놓아선 안 되지. 인류가 진실을 추구한다는, 성경에나 나올 법한 거짓말. 진실과 믿음의 괴리는 신과 악마만큼이나 치명적이지. 그래, 나는 기꺼이 불행한 착각 속에 살으리라. 아으!
2009/05/18 09:09 2009/05/18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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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14

2009/05/14 02:00 / My Life/Diary
commission vs. omission; 버펫의 말을 지금 이해하다.

스스로의 멍청함을 다시금 확인하는 일은 언제나 즐겁지 아니한가? 그리하여 神께서 우리에게 주신 가장 중요한 덕목은 오직 “입 닥쳐!” 뿐임을 깨닫게 되는 것이외다.
2009/05/14 02:00 2009/05/14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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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11

2009/05/11 04:02 / My Life/Diary

하루 종일 덥더니 새벽 되어 비가 오락가락. 창문 열자 빗바람 찬 기운 든다. 책장에서 이성복의 시집을 찾아보는데, 없네. 생각해보니 산 기억도 없어. 이성복은 살아 있구나! 과거, 너무 더운 나머지 한 학형(學兄)에게 ㅡ 길거리를 유심히 들여다 보면 의외로 많은 이들이 다리를 절며 지나가고... ㅡ 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지. 몇 주 뒤 그는 정말로 그렇더라며 자못 심각한 얼굴, 그때 우리는 이성복의 유명한 싯구절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가 정말 그런가 보다 하면서 실실 아이스크림을 빨았어. 땡볕, 아이스크림, 이성복, 病. 학형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나는 있는 힘을 다해 그 무엇도 기억하려 하지 않았고, 그 누구도 나를 기억하지 않았지. 아픔과 슬픔은 다르다.

2009/05/11 04:02 2009/05/11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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