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7.21

2009/07/21 20:45 / My Life/Diary

여전히 생각이 정리가 안 된다. 정신적으로 아무런 여유가 없다. 어릴적 바다 깊이 빠진 적이 있다. 소리를 질렀지만 관심을 가져준 건 눈앞을 떠다니는 바닷풀 정도였다. 숨은 쉴 수 있었다ㅡ 바닷물이 코를 거쳐 폐를 메워가고, 한 번의 호흡이 한 삽의 무덤을 덮는.

당시 나는 神을 믿고 있었다.

일말의 정리를 위해 경마에 대해 몇 가지 쓴다.

사감위의 전자카드 도입 계획. 그 취지를 이해할 수 있고 실효성 역시 상당히 제한적이지만 있다고 본다. 시행이 된다면 소위 기존의 큰손들은 급속히 사설 경마로 빠질 것이고 경마일마다 전자카드 매매 시장이 공공연히 열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사람들이 도박 중독에 빠지는 것을 다소나마 예방할 수 있다면 명분이 있다. 반대 명분 가운데 하나는 개인정보유출 위험성이지만 턱없이 조악하다. (장애인들의 성적 권리 보장을 위해 매매춘을 합법화해야 한다는 논리와 똑같다.) 그러나 이런 저런 명분과 관련 없이 경마산업 관련 이익단체들의 반발만으로도 시행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It's the money, stupid!) 그나마 실명제 및 베팅액수제한이 자동적으로 이뤄졌던 인터넷ㆍ모바일 베팅을 지난 주를 끝으로 금지해버린 탓에 사감위는 도박 중독의 또다른 문을 열어준 꼴이 됐다. 사감위 이우갑 신부에게 神의 지혜가 필요한 때가 아닐까.

백광의 복귀. 결승직선주로에서 특유의 사행끼를 보여주며 4착. 줄기세포 치료가 쓸만한 모양? 예전에 백광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근섬유와 폐활량에 관한 가야산성과 백광의 비교. 당시의 지식으로는 최선이었으나 지금 와서 보니 상당히 부실하고 비약이 심하다. 게시 이후 그 글을 부정할 수밖에 없는 증거들을 찾을 수 있었다. 첫째, 입수하는 보고서마다 근섬유 비율이 제각각이며 상반되는 경우도 있다. 둘째, 트레이닝이 근섬유 비율의 변경을 초래하는지에 대해서도 통일된 의견이 없다. 셋째, 근섬유 비율이 운동능력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미미할 수 있다. (모두가 기본 전제를 흔드는 증거들이다) 넷째, 이제는 더욱 아름다운 이론을 정립할 수 있다. 마필 운동 원리에 대한 종합적인 글을, 쓸 생각만 하고 있다.

백광 여동생 백파의 두 번째 졸전. 첫 번째 질문, 픽미업과 백파, 한국 경마와 “미국” 경마의 수준차를 이들이 대변해주는가? 첫 경주에서 픽미업은 70마신, 백파는 40마신 이상의 차이로 졌다. 한국에서라면 경주능력부진으로 출주 정지를 받을 성적. 두 번째 질문, 만약 그 경주들이 그대로 과천 경마장에서 열렸다면 동일한 결과가 나올까? 세 번째 질문, 두 마필의 졸전이 한국의 경마 시스템(시행체, 조교사, 기수)은 저질임을 말해주는가?

내 대답은 이렇다. 첫째, 픽미업과 백파의 결과는 한국 경마와 미국 경마 각각의 전반적인 특성을 보여줄 뿐이다. 둘째, 그 경주들이 그대로 과천 경마장에서 열린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한국과 미국은 말 그대로 “다른” 곳이다. (과천 경마장의 <남촌의지존>, <내츄럴나인> 정도가 미국 경마에 적합하다. 부산 쪽은 아는 마필이 없다.) 셋째, 두 마필의 졸전과 한국 경마의 후진성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 다만, 한국 생산계 및 최초 육성 과정이 낙후됐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세부 내용은, 나중에 마필 운동 원리에 대한 종합적인 글을, 쓸 생각 속에 포함되어 있다. (사람은 너무 많이 생각하다 너무 일찍 죽지 않는가?)

여기까지 쓰고 보니 野神 김성근 감독에 대해서도 써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로이스터, 임창용, 이승엽과 엮으면 괜찮은 게 하나 나올 듯도 싶다. 김 감독과 로 감독을 대비하고 병렬식으로 작게 임창용과 이승엽을 붙이면. 김 감독이 부당한 비난을 받아왔고, 받고 있으며, 앞으로도 받게 된다는 주제. 그러나 너무 덥다. 생각만 하다 죽어야겠다.

앞서 나는 그 어린 시절, 神을 믿었다고 서술했다.

지금은 믿지 않는다.


2009/07/21 20:45 2009/07/21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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