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를 건전한 놀이로 즐겨야





인간은 어떤 한 가지에든 기대어 산다. 삶은 자주 우리를 지치게 하고, 우리는 이 삶에 대항하여 원기를 차려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때로는 술에 기대고 니코틴과 커피에, TV에도 기댄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은 서로서로에게 의지하며 즐거움과 자유, 휴식을 주는 놀이에 의지한다. 경마는 우리 앞에 그런 놀이의 하나로써 존재한다. 생존경쟁으로 채워진 산업사회의 1주일이 우리들의 일상이라면 놀이는 일상의 바깥 쪽에 존재한다. 일상생활은 우리가 욕망하고 필요로 하는 것을 얻기 위한 과정으로 점철되어 있다. 반면에 놀이는 일상으로부터 우리를 어떤 일시적인 활동의 영역, 쾌활함과 황홀감 및 자유가 생동하는 공간으로 건너뛰게 한다. 그래서 놀이는 순수한 의미에서 욕망의 수레바퀴와 일상생활을 정지시키고, 우리를 필요와 욕망의 밖에 잠시 존재하게 함으로써 살아갈 수 있는 원기와 힘을 되돌려준다.



놀이는 살아갈 수 있는 원기와 힘을 준다



그러나 놀이에는 분명 위험성도 내재한다. 놀이는 때로 우리를 현혹시키고 사로잡는다. 대개의 사람들은 놀이를 놀이로써 주말의 시간 내에 머물게 하지만, 어떤 사람은 놀이를 일상의 날들에까지 끌어들여 일상이 곧 놀이의 장소가 되어 버린다. 놀이가 일상을 지배하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놀이는 놀이로써의 즐거움을 잃어 버리고 삶을 지배하는 중독이 된다. 모든 놀이들처럼 경마 또한 그러하다. 많은 사람들이 주말에 경마를 즐기고 그 즐김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 역시 분명히 존재한다. 상담을 통해 경마중독에 빠진 여러 사람들을 만나 본 결과, 그 사람들은 대개 1주일의 시간을 모두 경마에 빼앗기고 있었다.



중독에 빠진 사람들은 주말에는 경마장으로 몰려가고 월요일·화요일이 되면 자신이 경마를 했으며 돈을 잃었다는 실의와 자책감에 빠진다. 그러나 수요일·목요일이 되면 다시 ‘이번에는 큰 돈을 따지 않을까? 잃은 돈을 찾아야 한다’하는 불확실한 기대와 조급함에 사로잡혀 경마예상지를 사보고 데이터를 정리하며 주말을 기다린다. 금요일에는 베팅할 액수와 말을 결정하고 목돈을 준비하느라 바쁘다. 주말이면 첫 경주부터 베팅하기 위해 경마장으로 바쁘게 뛰어가서 하루종일 거의 모든 경주에 베팅을 하며 주말을 보낸다. 그래서 이들도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만큼이나 1주일이 바쁘게 지나간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생활이 가족과 일을 중심으로 움직여지는 것이 아니라, 1주일의 생활중심에 바로 경마가 있다는 것이다.




경마중독에 빠진 사람들



나는 이렇게 중독에 빠진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느낀다. 그 안타까움은 첫째로 많은 사람들이 너무 늦게 상담을 요청한다는 데서 연유한다. 상당수가 직장과 가족을 잃고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지는 상태에까지 자신을 내몰며 도박을 지속하는 것이다. 둘째는 자신이 중독상태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언젠가는 단 한번에 복구를 할 수 있겠지’하는 비현실적 착각에 사로잡혀 경마를 포기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상담을 요청하는 사람들 중에는 비현실적인 기대를 갖고 상담에 임하는 경우도 많다. 중독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경마를 끊으려는 마음가짐, 자기 인생과 가족의 고통을 해결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때로는 ‘돈 따는 베팅방법을 알기 위해, 잃은 돈을 복구할 방법을 알기 위해’ 상담을 요청하는 사람들도 있다.



셋째로 가장 안타까운 점은 중독에 빠진 사람들 중에는 자신을 포기하려고 하는 분들이 더러 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자신의 중독수준을 말기 암환자에 비유한 사람도 있었다. 심한 중독의 경우에는, 모든 생활이 뒤바뀌면서 자신이 이전에 무슨 일을 할 수 있었고 또 했었는지를 까마득히 잊어버렸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은 다시 일상의 세계로 돌아가 어려움에 맞서는 것을 두려워하고 다시 정상적인 일을 할 수 있다는 신념을 되찾으려 하지 않는다. 놀이의 본성을 상실한 유희는 그처럼 위험하다. 모든 중독은 위험하다. 술은 사교생활에 필수적인 수단이지만 알코올중독은 생명을 빼앗고 인생을 황폐하게 한다. 장난으로 시작한 마약이나 약물은 뇌와 육체에 손상을 입히거나 현실에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마비시킨다. 그러나 돈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도박 혹은 경마중독은 모든 중독 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질병이다. 알코올중독이나 마약중독은 자신의 육체와 정신만을 망치지만 경마중독은 가족 전체를 파탄으로 몰아넣고, 우울증과 자살충동에 빠져들게 한다.



중독에 빠진 사람들은 자주 가족과 친구들에게 ‘돈을 잃었으면서도 땄다’고 하고, 혹은 ‘경마할 돈을 빌리거나 마련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결국에는 엄청난 빚을 지게 된다. 주변사람들은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되고 급기야 중독자를 비난한다. 경마중독의 무서운 점은 이렇게 경제적 손실로 인한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더욱 무서운 점은 가족과 친구에게 신뢰감과 자존감을 잃게 된다는 데 있다. 사람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자존심과 신뢰를 잃는 것이다. 중독자들은 경제적인 복구를 위해, 잃은 자존심과 신뢰를 복구하기 위해 다시 베팅의 세계로 뛰어든다. 그러나 그럴수록 손실을 보상하려는 안간힘과 불합리한 기대가 커지면서 거는 베팅액, 빌리는 액수와 거짓말, 손실만 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질 뿐이다. 이렇게 점점 가정불화와 경제적 파탄, 실직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게 되면서, 우울감과 불안감에서 도피하기 위해 다시 베팅을 한다. 처음에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경마를 하였지만 이제는 반대로 경마가 스트레스를 일으키고, 중독자들은 다시 이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경마를 한다. 기묘한 말이지만, 중독에 빠진 사람들은 분명 경마로 인한 스트레스를 다시 경마를 통해 풀려고 한다.



병으로 받아 들이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이 중독수준이라는 것을 내심으로는 알면서도 이를 치료받을 병으로 인정하지 않거나 숨기려고 한다. 그러나 중독은 분명 치료받아야 할 질병이며, 어떤 사람이 말한 것처럼 암보다도 무서운 병이다. 중독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것이다. 어떤 특정한 소인이 있는 사람만이 중독이 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이 일생에 한번쯤은 우울증에 걸리는 것처럼 열심히 삶을 살던, 건강하고 정상적인 사람들도 중독이라는 질병에 ‘감염되거나 걸릴 수’ 있다. 또한 알코올중독에 술을 마시지 못하면 손이 떨리고 초조해지는 금단증상이 있는 것처럼 경마중독에도 금단증상이 있다. 경마중독에 빠진 어떤 사람들은 베팅을 하지 않더라도 경주를 봐야 초조하고 답답한 마음이 가라앉기 때문에 돈이 없어도 주말만 되면 경마장을 찾게 되고, 1주일 내내 주말에 있을 경마가 기다 려진다고 한다. 주말에 경마장에 가지 못하거나 베팅을 못하면 속이 타고 불안해지는 금단증상이 생기게 되는데, 이는 바로 경마중독이 깊은 병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따라서 이미 중독상태에 있다면 중독을 숨기거나 베팅을 통해 잃은 돈과 자존심을 복구하려 하지 말고, 중독을 병으로 받아들이고 치료받으려는 마음을 갖기를 바란다.



당신도 이전에는 건강한 시민이요, 직장인·사업가였고, 책임감있는 아빠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전에는 어떻게 돈을 벌었으며 어떻게 사람들의 신뢰를 얻었는가를 떠올려 보라. 과거를 돌아보면 건강했던 스스로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될 수 있는 한 빨리 가정에 문제를 털어놓고 대화를 해야 한다. 처음에는 가족의 신망을 잃고 질책을 받을 일이 두려울 것이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모든 것을 다 잃은 이후에는 어차피 가족과 친구들이 사실을 알게 되고 당신을 비난할 것이며, 그러면 더욱 더 어려운 곤경에 처할 것이다. 그 때에는 이미 다시 시작할 기반이 아무 곳에도 없게 된다. 지금 말하지 않는다면 미래는 지금보다 훨씬 황폐할 것이다. 미래를 현실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해야 한다. 지금 솔직한 것이 훨씬 더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희망이 높다.



놀이를 놀이로 즐기기 위해



중독에 빠지지 않으려면 위험시기를 잘 알아 스스로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베팅액이 갑자기 커질 때나 위험도가 높은 곳에 베팅하기 시작할 때, 가족이나 직장에 거짓말을 하고 약속을 지키지 못하거나 경마로 인해 일에 지장을 받을 때, 경마를 하기 위해 빚을 지거나 자기 소유의 물건 등을 팔려고 할 때 등이 위험한 시기다. 이런 경우 자신이 중독이라는 것을 빨리 자각하고 문제해결을 도모해야 한다. 또한 되도록 혼자서 해결하려 하지 말고 가족이나 믿을 수 있는 주변사람들, 상담기관에 이야기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좋다. 또한, 놀이로서의 경마규칙과 목적을 존중해야 한다. 경마는 놀이이며, 주말에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경마 본연의 목적이다. 경마를 게임으로 여겨 그 규칙과 목적을 존중한다면 그렇게 많은 돈을 걸지 않을 것이다. 놀이하는 자는 자신의 능력과 게임의 규칙을 다 같이 존중하므로 모든 경주에 지나치게 많은 돈을 걸지 않고 자신의 능력으로 확신되는 경주에만, 자신의 능력에 맞는 액수 한도에서 베팅을 하는 것이다.



사람은 투자한 것이 많을수록 발을 빼기가 어렵다.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액수 한도에서 베팅을 하고, 거는 게임이 적을수록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는 가능성은 높아진다. 투자에는 경제적 투자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투자에는 나의 기분과 생각 및 열정과 같은 모든 지적·정서적 투자가 포함된다. 경마는 30분 동안 심사숙고를 하면서 모든 지적·정서적 노력을 기울이기 때문에 경주에 그만큼 더 많은 집중을 하게 되며, 그만큼 결과에 대한 흥분과 즐거움 및 아쉬움도, 같이 넘치게 된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적정선을 유지하고 게임을 자신의 능력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과신에 사로잡히지 말아야 한다.



주사위를 던질 때 6개의 숫자 중에서 1이 나올 확률은 1/6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주사위를 던진 후 다시 던지면 1이 나올 확률이 그만큼 높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확률은 스스로의 운명을 따를 뿐, 사람들의 손끝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자신들이 마치 확률을 통제할 수 있는 것처럼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주사위를 던지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물론 경마는 완전한 확률게임은 아니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말과 기수, 그외의 가외조건을 열심히 공부해서 선택을 한다고 해도 우리가 우리 자신의 우월한 지적 능력으로 1등을 맞힐 수 있는 가능성은 20~30%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경마를 게임으로, 확률로, 그리고 놀이로 존중하고 즐겨야 한다. 놀이에는 놀이만의 가치와 즐거움이 있다. 재미의 요소가 놀이의 본질이다. 경마를 놀이로, 재미로 존중한다면 우리는 중독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지금 중독에 빠진 사람들은 거의 도박수준의 베팅을 통해서, 혹은 베팅을 병행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희망을 품고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점이 바로 중독의 상태다. 중독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도박을 끊으려는 마음을 갖고 자신의 능력과 운, 과거, 미래, 현재를 바로 볼 때만이 잃어버린 인생과 가족, 친구를 되찾을 수 있다.
● 경마상담실 : 080-342-0200(목, 금요일만 운영)
2006/01/03 03:36 2006/01/03 03:36

정보경마 및 부담중량을 통한 부정경마



기수는 말을 조종하는 역할을 하며, 모든 기술과 능력을 다해서 우승을 해야 한다. 경마의 우승열패 원칙을 가장 잘 지키는 사람이 기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기수는 불특정다수인을 상대하는 공인이다. 기수의 행동 하나 하나에 많은 사람이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한다.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둔다면 공인으로서 자격을 갖췄다고 할 수 있으나, 불특정다수인을 생각하지 않고 자기 나름의 생활방식과 자기의 이익만을 생각한다면 공인으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얼마전까지 쟁쟁한 기수로 활약하다가 어느날 검찰의 조사를 받는 사람들이 그 예이다.



마음을 졸여야 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검찰의 조사를 받기 전까지 얼마나 가슴을 졸일까. 아마 하루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을 것이다. 부도를 낸 기업체의 사장이 검찰에 구속기소되면 그렇게 홀가분할 수가 없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항상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어쩔 줄 모르다가 막상 쇠고랑을 차고 나면 마음이 홀가분해진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체념한 때문일까.우리 기수들 중에서 과거와의 연결고리를 끊지 못하고 계속 끌려다니는 사람이 있다면, 앞에서 얘기한 부도를 낸 회사 사장과 똑같은 신세일 것이다. 아니, 오히려 더 착잡할는지도 모른다. 부도를 낸 사람은 검찰에 붙들리지 않기 위해서 혼자 도망만 다니면 되지만, 기수에게는 그러한 여유가 없다. 매주 닥쳐오는 경마일마다 기수는 누군가의 집요한 갖가지 주문을 받아야 한다. 들어 주지 않을 수 없다. 이미 큰 낚싯바늘이 두툼한 입술에 꿰어 있기에 그들이 당기는 대로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낚싯바늘을 빼 달라고 사정도 해본다. 그러면 그들은 “이번 한 번만 더”라며 절대 빼주지 않는다.



이러한 일은 기수뿐 아니라 조교사나 마필관리원에게도 벌어진다. 조교사나 마필관리원은 독자적으로 자기가 아는 범위에서 말의 컨디션만 전달할 수 있다. 따라서 그들은 기수에게 주문을 하게 될 것이다. 결국 기수, 조교사, 마필관리원은 모두가 한통속이 되고 만다. 서로가 서로를 낚싯바늘에 꿰어 놓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그들은 각각의 고객들에게 코를 꿰인 상태다. 옴짝달싹할 수 없는 처지가 된 셈이다.



정보경마의 두 부류



기수나 조교사 그리고 마필관리원이 고객과 접촉해서 정보경마를 하는 것에는 두 부류가 있다. 우선 적극적인 자세로 정보경마를 하는 경우다. 이때 이미 착외로 들어오도록 약속이 되었다면 기수는 자기의 말이 아무리 인기마라고 해도 고의로 말의 고삐를 잡아당기든지 혹은 다른 수단을 강구하여 착순내에 들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반대로 별로 능력이 좋지 않은 말에 기승했지만 착순에 들어야 한다면 다른말을 방해해서라도 우승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즉 적극적인 자세로 고객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다. 이 경우는 정보경마라 하기보다는 승부조작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둘째는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경우다. ‘적당한 선’을 유지한 채 대충 말에 관한 정보를 알려주고, 맞든지 틀리든지 별로 구애받지 않는 것이다. 결국에는 지쳐서 더 이상 요구하지 않도록 하자는 속셈이다. 그러나 경마고객은 기수가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도록 요구할 것이다. 그 꾐에 걸려들면 빠져나올 수 없는 함정에 몸을 던지게 된다.



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다가 고객과의 관계를 청산해야 할 필요를 느낄 때 이와 같은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게 된다. 하지만 고객은 예전과 같이 적극적으로 해주기를 바랄 것이고, 이에 기수가 꿈쩍도 하지 않는다면 고객은 애가 타다가 할 수 없이 관계당국에 과거 사실을 고발하게 된다.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 자기들이 원하는 대로 잘 되었다면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맞지 않기 때문에 고객은 본전 생각이 나고, 그 보상을 기수에게 요구하게 된다. 이미 오랫동안의 관계에서 상당한 액수의 돈을 잃은 것이다.베팅을 해서 잃은 돈도 돈이지만 기수에게 베푼 향응비도 상당하다. 기수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액수이기도 하다. 과거 어느 기수는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하던 고객과의 관계를 청산하기 위해 적극적인 방법에서 소극적인 방법으로 대처했지만 고객이 집요하게 변상을 요구하자 제3자를 개입시켜 협박하다가 모두가 쇠고랑을 찬 경우도 있다.



기수·마필 관계자와 고객의 연결에는 정보꾼들이 개입하기 마련이다. 그들은 경마계 주변을 돌면서 부정적인 방법으로 부정적인 돈을 먹으려는 사람들이며, 고객과 기수를 연결해 주거나 자신이 직접 기수와 연결된 사람들이다. 기수와 연결고리도 없으면서 기수와 잘 아는 사이인 것처럼 위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주로 초보고객에게 접근, 자기만이 아는 것인 양 정보를 알려주고는 맞으면 대가를 요구한다. 틀리면 슬그머니 사라진다. 역사적으로 보면 영국에서는 19세기께, 정확하게 말해서 1843년에 직업적 도박사가 등장하였고, 이들이 경마계의 물을 흐려 놓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사기꾼’ 혹은 ‘투기꾼’으로 불렸다. 이와 같은 사기꾼 혹은 투기꾼은 우리 경마장에도 상당히 많이 있다.



우승하기 위한 부정한 방법



우승하기 위해 남을 방해하거나 규정된 부담중량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외국에서도 부담중량을 속인 채 경주하고는 후검량 직전에 다시 원상으로 돌려놓은 뒤 후검량을 받다가 다른 기수가 항의를 해서 들통이 난 사례가 있다. 적극적으로 고객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기수, 즉 레이스를 조작하려는 기수라면 의도적으로 부담중량을 가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기마를 착순에 들지 않게 하기 위해서 부담중량을 올리면 약물의 영향보다도 더 효과적일 수 있다. ‘7착 이후의 말에게는 후검량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악용할 수도 있다. 설혹 재결위원으로부터 후검량 말로 지정되더라도 “말이 땀을 많이 흘려 잭킹이 젖었고, 또 전검량 후 목이 말라 물을 마셨다”라고 하면서 약 1㎏은 속일 수 있을 것이다.



기수의 부담중량이 부족하다는 것이 발견되어 이를 실격처리한 일이 우리나라의 초기경마에 있었다. 1922년 9월23일 제8경주는 당초 5두가 출주예정이었으나 2번 ‘인천호’가 부상으로 출주취소되어 4두만이 출주하였는데, ‘운룡호’라는 말이 예상을 뒤엎고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후검량에서 부담중량이 부족한 것이 발견되어 재결위원에 의해 실격처리되고 2착한 ‘조일호’를 우승마로 확정하였다. 이때 ‘운룡호’ 마권을 구입한 고객들이 배당금 지불을 요구하면서 거센 항의를 하였고, 폐장 후까지 시비가 일었으나 주최측의 결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당시 재결위원은 2명이었는데, 일본 육군의 수의관과 경마구락부 직원이었다.



의도적이 아닌 부담중량 부족사태가 1970년에 발생하였다. 그해 7월2일 뚝섬경마장의 제10경주 때였다. 그해 5월에는 말인플루엔자가 발생하여 2주동안 경마가 중단돼 마사회로서는 어려울 때였는데 예기치 않은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결승선 약 2백m 앞에서 4번마의 잭킹 2장이 안장회전으로 떨어져나갔고, 그 말은 1착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후검량에서 부담중량이 부족한 것은 당연했다. 착순 4-1-6-3이 4번의 실격으로 1-6-3으로 바뀌었다. 그러자 고객들이 소동을 일으켰다. 고객들은 주로를 점거하고 각종 경마장의 기물을 파손하기도 하였다. 결국에는 경찰이 출동하여 고객들을 해산시켰으며 마사회는 두 가지의 마권, 즉 4-1과 1-6 모두를 적중마권으로 인정하였다.



부담중량과 관련, 영국 경마역사에 기록된 사실을 하나 소개한다. 앤 여왕 시절, 뉴마켓의 왕실마사 관리자이면서 당시 경마계의 지도자였던 트레곤웰 프램프턴(Tregonwell Frampton)과 관련된 이야기다. 당시 영국에서 최고의 경마실력자로 불리던 프램프턴이 큰 낭패를 본 일이다. 당시는북부와 남부의 경마관리체계가 서로 달랐다. 그때 요크셔에 사는 윌리엄 스트릭랜드라는 사람이 자신의 소유마 ‘메르린(Merlin)’을 이끌고 뉴마켓의 프램프턴에게 도전했다. 많은 사람이 큰 관심을 가졌으며, 전례가 없을 정도로 거액의 내기돈이 걸렸다. 북부와 남부의 대결양상이었다.프램프턴은 이름을 알 수 없는 말로 이 도전에 응했는데, 사전조사를 할 목적으로 예비경주를 벌였다. 이때 프램프턴은 약 7파운드를 더 실어 예비경주에서 졌다. 그래서 프램프턴은 의기양양하여 자신있게 내기를 걸었다. 하지만 본경주에서도 프램프턴의 말이 지고 말았다. 사실 스트릭랜드측의 조교사는 예비경주 때 프램프턴의 말보다도 더 많은 부담중량을 실었던 것이다. 이 경주의 결과로 뉴마켓 사람들은 많은 재산을 잃게 되었고, 프램프턴의 명예도 큰 손상을 입었다.



이와같이 부담중량은 경마에서 상당히 중요한 사항이다. 등짐을 무겁게 진 말은 지게 마련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지하에 후검량실이 마련돼 있어 일반사람은 검량 자체도 잘 모른다. 그러나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는 후검량을 일반에게 공개하고 있다. 후검량실이 관람대 전면 중앙에 위치, 경주 후 말들이 관람대 전면주로에 모이게 된다. 그리고 규정된 착순에 든 말의 기수는 안장을 비롯하여 모든 것을 가슴에 안고 검량위원 앞에 놓인 저울에 올라선다. 이처럼 후검량이 고객에게 공개되기는 하지만 고객이 그 저울의 눈금을 읽기는 어렵다. 저울은 전자식이 아닌, 바늘침이 돌아가는 구식이며 그 직경은 겨우 30㎝ 정도다.영국 경마 초기에는 부담중량이 말의 나이에 의해 정해지지 않고, 체고에 의해 정해지기도 했다. 그래서 마주는 가급적 부담중량을 줄이고자 체측기(체고를 재는 계기)를 어깨에 갖다댈 때 말이 움츠리게 하는 짓을 시켰다. 매일 손이나 기구로서 말의 어깨를 치면 말은 어깨를 움츠리거나 앞다리를 벌려 그만큼 키를 줄였던 것이다. 당시는 검량위원의 경우 부담중량으로 부정을 저지르고, 발주위원은 늦발주나 재발주로 부정을 저지르던 때였다. 이때 등장한 인물이 라우스 제독이다. 그는 연령에 의한 부담중량의 기초를 확립한 인물이었고, 그의 이론은 지금도 우리 경마장에서 핸디캡위원들이 이용하고 있다.
2006/01/03 03:35 2006/01/03 03:35

조교를 하면 근육의 부피와 무게가 증가한다



동물의 근섬유는 수축성과 대사성에 따라 분류된다. 수축양상의 측면으로 볼 때 기본적으로 두 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서서히 수축되는 지근섬유(TypeⅠ)와 빠르게 수축되는 속근섬유(TypeⅡ) 로 분류된다(TypeⅡ는 다시 2형태로 분류). 이 두 가지 타입의 구분은 근육속에 있는 어떤 효소 (myosin ATPase)가 알칼리성에 반응하는 조직화학적 특성에 의한 것이다.



마라톤선수는 지근섬유가 70~80%



사람과 말에서는 향후 능력을 예측하거나 현재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한 방법으로 엉덩이 근육(中臀筋)에서 아주 작은 근육조각을 채취하여 현미경으로 관찰해 지근섬유와 속근섬유의 구성비를 비교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사람의 경우 마라톤선수는 근섬유중 지근섬유가 70~80%이고, 단거리선수는 속근섬유가 70~80%로 나타나 근섬유의 구성비와 육상선수의 거리적성 간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말에서도 단거리 경주마로 주로 사용되는 쿼터호스 같은 품종은 속근섬유가 93%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반면 장거리 지구력 경주마는 속근섬유가 6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경주마로 주로 이용되는 서러브레드는 속근의 비율이 약 88%로 비교적 단거리를 빨리 달릴 수 있으나 장거리 지구력은 약한 품종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세계의 경마추세가 단거리화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서러브레드 중에서도 개체에 따라 속근섬유와 지근섬유의 비율은 다르게 나타난다. 이 때문에 2천m 이상의 장거리에 강한 말이 있는가 하면 1천4백m 이내의 단거리에 강한 말도 있다. 그런가 하면 실제 경주에서도 발주 직후 경주 초반에는 선두로 신나게 독주하다가 후반 결승선에서는 후미로 힘없이 뒤처지는 말도 있고, 어떤 말은 경주 초반에는 후미에 따라가다가 결승라인 직전에 힘을 발휘하여 앞말들을 덮쳐 극적인 추입을 벌이는 말도 있다. 이런 현상들은 그 말의 근섬유 분포 특성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조교가 잘된 말은 골격근이 50%



조교를 하면 근육의 부피와 무게가 증가한다. 조교가 잘된 말은 골격근이 체중의 약 50%를 차지하지만 조교를 하지 않은 말은 골격근이 체중의 42% 정도에 불과하다. 조교의 효과는 일반적으로 운동의 강도·기간·빈도에 영향을 받는다. 경주 초반 선행을 하다가 경주종반 결승선에서 능력이 소진되는 말은 지근섬유의 비율이 적기 때문이다. 이런 말은 유산소 운동능력을 자극하는 지구력 조교가 필요하다. 분당 4백m이내의 속도로 6천백~1만m 정도의 거리를 매일 규칙적으로 운동시킬 필요가 있다. 순발력이 떨어져 경주 중반이 지나도록 자기 위치를 잡지 못하는 말, 결승선에서도 좀처럼 탄력이 붙지 않아 힘이 남아 있는데도 우승에 실패하는 말은 스피드를 증가시켜 줄 필요가 있다. 즉, 이런 말은 분속 8백m로 1분을 주파하고 약 5분간 속보를 하면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8백m 로 1분간 주파하는 무산소 인터벌 조교방식을 적용해 보는 것도 바람직하다. 물론 구체적인 조교 방법은 각 말의 개체별 특성이나 운동기호에 따라 조교사가 나름대로 조교계획을 수립하여 운동시킨다. 일반적으로 경주마에게 성공적인 조교를 시키기 위해서는 지근섬유의 비율을 증가시키는 유산소 조교가 기본적으로 실시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그것은 아무리 속근의 비율이 높아 단거리 운동능력이 강하다고 하더라도, 속근의 운동은 무산소 대사를 통해 얻은 에너지를 주로 이용하는데 이 무산소 에너지는 생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다시말하자면 서러브레드 경주마가 무산소 에너지를 이용해 최대속도로 달릴 수 있는 시간은 불과 30~40초 즉, 6백m 이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1천~2천4백m의 경주에서 우승하려면 나머지 거리는 유산소 에너지를 이용하는 지근섬유에 의존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므로 꾸준한 지구력 운동은 조교의 기본인 것이다. 특히 경마장에 처음 들어온 어린 신마의 경우는 성급하게 경주에 출전시키기보다는 적어도 5~6개월 동안의 점 진적인 지구력 조교를 통해 경주마의 심폐기능 향상과 기본체력을 충분히 다져 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조교가 필요



외국의 경우 신마 조교계획을 보통 3단계 즉, 준비기· 단련기· 완성기로 구분된다. 준비기에는 신마의 근육, 건, 인대 그리고 골격의 강도를 단련시키는 데 주력한다. 이들을 충분히 단련시키지 않고 강한 조교에 돌입하면 자칫 골절이나 건·인대의 파열이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준비기의 기간은 보통 2~4개월이며 평보 내지 속보를 하루에 1시간씩 거의 매일 규칙적으로 시켜준다. 이때의 최대 운동속도는 화롱타임(200m 주파기록) 24초를 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다음에는 단련기로 들어가는데, 이 단계에서는 지구력을 향상시키는 것에 목적을 둔다. 즉, 화롱타임 24∼15초 정도의 구보운동을 약 2∼5분씩 1주에 2회정도 시키며, 그외 다른 날은 준비기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평보와 속보운동을 매일 1시간씩 시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2∼3개월 조교한다. 그러면 근육과 뼈의 강도가 증가됨은 물론 심폐기능이 향상되어 격렬한 운동중에 필요한 산소공급을 원활히 해줄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된다. 다시 말하자면 지근섬유를 단련시키는 것이다.

그 다음 본격적으로 출전준비를 하는 완성기 조교에 들어간다. 이 단계에서는 무산소운동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말이 달릴 수 있는 최대 스피드를 끌어내는 조교를 한다. 이때에는 1주일에 1회 정도씩 4백~8백m 거리를 화롱타임 15초~최대속도로 달리도록 한다. 이렇게 전력질주할 때는 호흡을 통해 공급받은 산소를 태워 발생시킬 수 있는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소요되는데, 이때는 근육세포속에서 산소없이 긴급에너지를 생산하게 된다. 그런 역할을 하는 근섬유가 속근섬유다. 물론 다른 날에는 단련기와 마찬가지의 운동을 시켜 튼튼한 근골격계를 유지하면서 최대운동능력을 향상시킨다. 이렇게 보통 1~2개월을 조교한 후 첫 출주를 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단계별로 점진적인 조교를 하지 않고 급하게 어린 신마를 경주에 출전시키는 것은 마치 기초가 없이 빌딩을 짓는 것과 다름 없다.

김병선/핸디캡 전문위원
2006/01/03 03:31 2006/01/03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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