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교를 하면 근육의 부피와 무게가 증가한다



동물의 근섬유는 수축성과 대사성에 따라 분류된다. 수축양상의 측면으로 볼 때 기본적으로 두 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서서히 수축되는 지근섬유(TypeⅠ)와 빠르게 수축되는 속근섬유(TypeⅡ) 로 분류된다(TypeⅡ는 다시 2형태로 분류). 이 두 가지 타입의 구분은 근육속에 있는 어떤 효소 (myosin ATPase)가 알칼리성에 반응하는 조직화학적 특성에 의한 것이다.



마라톤선수는 지근섬유가 70~80%



사람과 말에서는 향후 능력을 예측하거나 현재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한 방법으로 엉덩이 근육(中臀筋)에서 아주 작은 근육조각을 채취하여 현미경으로 관찰해 지근섬유와 속근섬유의 구성비를 비교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사람의 경우 마라톤선수는 근섬유중 지근섬유가 70~80%이고, 단거리선수는 속근섬유가 70~80%로 나타나 근섬유의 구성비와 육상선수의 거리적성 간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말에서도 단거리 경주마로 주로 사용되는 쿼터호스 같은 품종은 속근섬유가 93%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반면 장거리 지구력 경주마는 속근섬유가 6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경주마로 주로 이용되는 서러브레드는 속근의 비율이 약 88%로 비교적 단거리를 빨리 달릴 수 있으나 장거리 지구력은 약한 품종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세계의 경마추세가 단거리화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서러브레드 중에서도 개체에 따라 속근섬유와 지근섬유의 비율은 다르게 나타난다. 이 때문에 2천m 이상의 장거리에 강한 말이 있는가 하면 1천4백m 이내의 단거리에 강한 말도 있다. 그런가 하면 실제 경주에서도 발주 직후 경주 초반에는 선두로 신나게 독주하다가 후반 결승선에서는 후미로 힘없이 뒤처지는 말도 있고, 어떤 말은 경주 초반에는 후미에 따라가다가 결승라인 직전에 힘을 발휘하여 앞말들을 덮쳐 극적인 추입을 벌이는 말도 있다. 이런 현상들은 그 말의 근섬유 분포 특성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조교가 잘된 말은 골격근이 50%



조교를 하면 근육의 부피와 무게가 증가한다. 조교가 잘된 말은 골격근이 체중의 약 50%를 차지하지만 조교를 하지 않은 말은 골격근이 체중의 42% 정도에 불과하다. 조교의 효과는 일반적으로 운동의 강도·기간·빈도에 영향을 받는다. 경주 초반 선행을 하다가 경주종반 결승선에서 능력이 소진되는 말은 지근섬유의 비율이 적기 때문이다. 이런 말은 유산소 운동능력을 자극하는 지구력 조교가 필요하다. 분당 4백m이내의 속도로 6천백~1만m 정도의 거리를 매일 규칙적으로 운동시킬 필요가 있다. 순발력이 떨어져 경주 중반이 지나도록 자기 위치를 잡지 못하는 말, 결승선에서도 좀처럼 탄력이 붙지 않아 힘이 남아 있는데도 우승에 실패하는 말은 스피드를 증가시켜 줄 필요가 있다. 즉, 이런 말은 분속 8백m로 1분을 주파하고 약 5분간 속보를 하면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8백m 로 1분간 주파하는 무산소 인터벌 조교방식을 적용해 보는 것도 바람직하다. 물론 구체적인 조교 방법은 각 말의 개체별 특성이나 운동기호에 따라 조교사가 나름대로 조교계획을 수립하여 운동시킨다. 일반적으로 경주마에게 성공적인 조교를 시키기 위해서는 지근섬유의 비율을 증가시키는 유산소 조교가 기본적으로 실시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그것은 아무리 속근의 비율이 높아 단거리 운동능력이 강하다고 하더라도, 속근의 운동은 무산소 대사를 통해 얻은 에너지를 주로 이용하는데 이 무산소 에너지는 생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다시말하자면 서러브레드 경주마가 무산소 에너지를 이용해 최대속도로 달릴 수 있는 시간은 불과 30~40초 즉, 6백m 이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1천~2천4백m의 경주에서 우승하려면 나머지 거리는 유산소 에너지를 이용하는 지근섬유에 의존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므로 꾸준한 지구력 운동은 조교의 기본인 것이다. 특히 경마장에 처음 들어온 어린 신마의 경우는 성급하게 경주에 출전시키기보다는 적어도 5~6개월 동안의 점 진적인 지구력 조교를 통해 경주마의 심폐기능 향상과 기본체력을 충분히 다져 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조교가 필요



외국의 경우 신마 조교계획을 보통 3단계 즉, 준비기· 단련기· 완성기로 구분된다. 준비기에는 신마의 근육, 건, 인대 그리고 골격의 강도를 단련시키는 데 주력한다. 이들을 충분히 단련시키지 않고 강한 조교에 돌입하면 자칫 골절이나 건·인대의 파열이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준비기의 기간은 보통 2~4개월이며 평보 내지 속보를 하루에 1시간씩 거의 매일 규칙적으로 시켜준다. 이때의 최대 운동속도는 화롱타임(200m 주파기록) 24초를 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다음에는 단련기로 들어가는데, 이 단계에서는 지구력을 향상시키는 것에 목적을 둔다. 즉, 화롱타임 24∼15초 정도의 구보운동을 약 2∼5분씩 1주에 2회정도 시키며, 그외 다른 날은 준비기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평보와 속보운동을 매일 1시간씩 시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2∼3개월 조교한다. 그러면 근육과 뼈의 강도가 증가됨은 물론 심폐기능이 향상되어 격렬한 운동중에 필요한 산소공급을 원활히 해줄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된다. 다시 말하자면 지근섬유를 단련시키는 것이다.

그 다음 본격적으로 출전준비를 하는 완성기 조교에 들어간다. 이 단계에서는 무산소운동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말이 달릴 수 있는 최대 스피드를 끌어내는 조교를 한다. 이때에는 1주일에 1회 정도씩 4백~8백m 거리를 화롱타임 15초~최대속도로 달리도록 한다. 이렇게 전력질주할 때는 호흡을 통해 공급받은 산소를 태워 발생시킬 수 있는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소요되는데, 이때는 근육세포속에서 산소없이 긴급에너지를 생산하게 된다. 그런 역할을 하는 근섬유가 속근섬유다. 물론 다른 날에는 단련기와 마찬가지의 운동을 시켜 튼튼한 근골격계를 유지하면서 최대운동능력을 향상시킨다. 이렇게 보통 1~2개월을 조교한 후 첫 출주를 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단계별로 점진적인 조교를 하지 않고 급하게 어린 신마를 경주에 출전시키는 것은 마치 기초가 없이 빌딩을 짓는 것과 다름 없다.

김병선/핸디캡 전문위원
2006/01/03 03:31 2006/01/03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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