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혈구는 산소운반 트럭



한나라의 경제 상황은 도로의 발달 정도와 물류의 운반속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그러므로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유기적인 도로망의 확충과 다수의 신속한 운송차량들이 필요하다. 동물의 건강과 운동능력도 마찬가지다. 신속하고 원활한 혈액순환은 동물의 건강과 활력의 기본요건이다.

척추동물의 몸에는 심장이 있고, 신체 각 부위에 혈관이 거미줄처럼 분포하고 있다. 이런 것들을 통칭해서 순환기계라고 한다. 혈액은 몸 속을 구석구석 순환하면서 영양소와 산소를 각 세포에 배달해 주고 노폐물과 이산화탄소를 수거하여 몸 밖으로 배출하는 통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혈액은 액체성분인 혈장(55%)과 세포성분인 혈구(45%)로 구성되어 있다. 혈구는 적혈구와 백혈구로 나뉜다. 혈장은 주로 영양소나 노폐물을 녹여 운반하고 적혈구는 산소를 운반하며, 백혈구는 외부에서 침입한 세균을 잡아먹고 항체를 만드는 면역작용에 관여한다.

혈액성분 중에서 말의 경주능력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 적혈구다. 그것은 달리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것이 산소이며, 산소를 운반하는 주요 매개체가 적혈구이기 때문이다. 경주마의 주역인 서러브레드의 적혈구는 다른 동물의 적혈구에 비해 폐에서 흡수된 산소를 신속하게 운동근육으로 운반할 수 있는 몇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혈액 속의 적혈구가 다른 동물보다 많다



첫째 특징은 일정량의 혈액에 함유하고 있는 적혈구의 수가 다른 동물에 비해 2배 정도 많다. 사람의 경우는 혈액 1㎣ 당 4백50만~5백만개 정도인데 서러브레드의 경우는 8백만~1천만개 정도가 된다. 즉, 산소를 운반할 수 있는 운반 트럭이 그만큼 많아 다량의 산소를 신속하게 운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총량의 혈액 중에 전체 적혈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다른 동물과 비슷한데 적혈구의 수가 많다는 사실은 개개의 적혈구 크기가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적혈구가 작으므로 전체의 총 적혈구 표면적은 넓게 되므로 폐에서 산소와 접촉할 수 있는 면적이 넓어 적혈구 단위용적당 산소적재능력이 그만큼 큰 것이다.

또한 다른 동물의 적혈구는 공모양인 데 비해 크기도 작지만 모양도 도넛과 같이 납작해 굵기가 아주 가느다란 모세혈관을 통과할 때 엽전꾸러미와 같이 줄을 지어 지나가므로 다수의 적혈구가 신속하게 통과할 수 있어서 신체 말초부위의 세포에까지도 빠른 속도로 산소를 공급할 수가 있다.



비장에 예비 적혈구를 저장했다가 유사시에 사용한다



둘째 특징은 극심한 운동을 할 때 요구되는 다량의 산소를 운반하기 위해서 예비로 적혈구를 보관해 둘 수 있는 창고가 발달해 있다는 것이다. 다른 동물은 혈관이나 심장 속에 있는 적혈구만으로 산소를 운반한다. 그러나 말은 비장이라는 복강내 장기가 크게 잘 발달되어 있어서 그곳에 평소에는 사용하지 않는 다량의 적혈구를 저장해 두었다가 말이 아주 빨리 달려야 할 때 저장하고 있던 적혈구를 혈류 중으로 방출하여 산소운반을 긴급히 지원한다.

말의 비장 무게는 7~8㎏ 정도 되는데, 그 무게의 50% 정도가 저장된 적혈구의 무게라고 한다. 그러니 비장에 저장된 적혈구의 양은 3~4㎏으로 체내 총 적혈구량의 20~30% 정도가 된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비장이 그런 기능을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서러브레드의 비장을 수술적으로 제거한 후 운동을 시켜 보았더니 운동능력이 현저히 저하되었다고 한다.



적혈구의 수명이 다른 동물보다 길다



셋째 특징은 적혈구의 수명이 길다는 것이다. 적혈구는 뼈 속의 골수에서 생산되어 혈류 중으로 나와 전신을 순환하면서 산소를 배달하는 고유의 업무를 수행하다가 노쇠하면 간장 또는 비장으로 흡수되어 분해되고, 적혈구의 주요 성분인 헤모글로빈은 수거되어 적혈구를 다시 만들 때 재활용된다. 이와 같이 비장은 단순히 적혈구를 저장만 하는 것이 아니라 늙어서 기능이 떨어진 적혈구를 정리해 항상 건강한 적혈구만을 혈류 속으로 방출하는 정비소 역할을 하기도 한다.

사람이나 개 등 일반적인 포유동물의 적혈구 수명은 1백10~1백20일 정도다. 그러나 서러브레드의 적혈구 수명은 약 1백50일로 1개월 정도 수명이 길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말의 적혈구는 활력이 왕성하며 체내에 다수의 적혈구를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조교를 하면 적혈구 수도 증가하고 비장의 저장능력도 향상된다



말이 훈련을 하게 되면 근육과 심장이 발달하여 말의 경주능력이 향상되기도 하지만,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도 혈액 단위용적당 개수가 현저히 증가한다. 보통 훈련이 안된 말은 혈액 1㎣ 중에 8백만개 정도가 있으나 훈련이 잘된 능력있는 말은 약 1천1백만개에 달한다. 강한 운동을 할 때 요구되는 다량의 산소를 신속하게 전달하려고 하는 생체의 적응현상으로 적혈구 수가 증가하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유사시를 대비하여 많은 적혈구를 저장해 두기 위해 비장의 적혈구 비축공간을 넓혀 비장의 크기도 커지고 무게도 증가한다. 그러나 운동을 중단하고 장기간 휴양을 하면 적혈구 수가 감소할 뿐만 아니라 비장이 위축되어 무게도 감소한다. 그렇게 되면 예비 적혈구 저장에 한계가 있어 빠른 운동을 할 때 적혈구의 추가 지원이 곤란해지고 산소전달능력이 떨어져 쉽게 피로해지는 원인이 된다.

그러므로 운동기질환 등의 이유로 휴양을 하더라도 기본적인 가벼운 운동은 지속적으로 시켜주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휴양 중에 말의 컨디션 유지를 위해 추천되는 운동은 수영이다. 수영은 관절이나 뼈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말의 심폐기능과 운동근육의 기능을 보강해 경주마의 기본체력을 유지 또는 향상시키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말이 훈련을 하게 되면 근육과 심장이 발달하여 말의 경주능력이 향상되기도 하지만,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도 혈액 단위용적당 개수가 현저히 증가한다. 강한 운동을 할 때 요구되는 다량의 산소를 신속하게 전달하려고 하는 생체의 적응현상으로 적혈구 수가 증가하는 것이다.

김병선 / 핸디캡 과장
2006/01/03 21:55 2006/01/03 21:55

정보경마에 대한 논란



대개의 사람들은 말이나 사람이나 할 것 없이 조교라든가 훈련을 많이 받으면 좋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경주마는 항상 최고조의 조교상태를 나타내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실제는 그것이 어렵다. 또 최고조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계속적으로 심하게 조교를 시키면 오히려 역효과를 나타낸다. 능력이 정상의 피크에서 하향곡선으로 내려간다.

어느 말이 능력에 있어서 정점에 도달하였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조교사나 기수다. 거기다가 당일의 컨디션 상태도 조교사나 기수만이 알게 된다. 이를 자기가 아는 사람들에게 귓속말로 전해주게 된다. 오늘은 너무 과도한 조교 때문에 능력이 떨어졌다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별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할 것 같다는 내용을 알려주게 될 것이다.



강한 조교만이 좋은 것은 아니다



조교상태에 따라서 말의 건강상태가 나빠지는 경우가 있다. 외국에서는 대개 18~24개월의 망아지를 경주마로 만들기 위해서 조교를 시키는 데 6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만약 마음이 급해서 불과 2~3개월 만에 조교를 마치고 경주에 출전시킨다면 처음 한두 번은 성적이 좋다가 갑자기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는 제대로 여물지 못한 근육·힘줄·인대·관절 등이 과다한 운동을 소화하지 못한 결과일 것이다. 즉, 운동기질병이 발생하여 능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 평소 1천m를 1분3초에 달리다가도 어느 때에는 1분5초에 달리게 된다. 정보경마를 하려고 한다면 이도 정보의 대상이 될 것이다.

우리의 경마고객들은 능력조교검사의 성적을 믿으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능력조교검사라는 것은 우리나라만이 가지고 있는 아주 좋은 절차다. 경주마로서의 등용문이라고 할 수 있다. 말의 주행능력뿐 아니라 발주에서부터 주행 중의 악벽까지도 알 수 있으며, 착순과 주파기록이 발표된다. 그리고 합격여부를 발표하는데, 각 말의 발주기 진입에서부터 주행상태, 그리고 주파기록을 가지고 합격여부를 결정한다. 가장 중요한 것이 주파기록인데 1천m를 1분9초 이내에 달려야 하는 것이다. 웬만한 말이라면 이 시간에는 달려 들어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능력조교검사 이후 첫 경주의 성적과 너무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능력조교검사를 받을 때 겨우 합격선인 1분7~8초대에 달려 놓고는 경주에서는 능력을 최고조로 발휘하여 1분2~3초에 달려 들어온다고 한다. 신마경주에서 출주마의 능력을 아는 것은 능력조교검사 성적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다. 능력조교검사 이후 갑작스럽게 능력이 향상되었는지는 몰라도 일부 고객들은 기수들이 고객을 우롱한다고 흥분한다. 이것도 역시 정보경마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경마역사상 유명한 정보경마



역사적으로 경마에서 말의 조교와 능력상태로 인해 큰 문제를 일으킨 기록이 있다. 영국에서 조지 4세가 황태자 시절 마주로 있을 때 황태자의 말 ‘에스케이프(Escape)’ 때문에 황태자가 경마계에서 쫓겨난 이야기다. 경마계에서는 이를 에스케이프 사건(The Escape Affair)이라고 부른다. 1791년 10월 21일 뉴마켓에서 ‘에스케이프’가 60기니의 상금이 걸린 경주에 출주하였다. 기수는 황태자의 전속기수인 샘 치프니(Sam Chifney)였고, 말은 상당히 인기가 있었다. 그런데 경주결과는 꼴찌였다. 황태자는 그 다음날 이 말을 다시 출주시키기로 했다. 이때 치프니 기수는 “오늘 이 말은 큰 피로감 없이 약간의 땀을 흘렸습니다. 그 덕에 기공이 열렸고, 아주 경쾌해졌습니다”라고 대답하고는 다음날 다시 기승하였다. 모두가 이 말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전날의 결과가 많은 사람을 실망시켰던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쉽게 우승을 했다.

당시의 재결위원은 그 유명한 찰스 번버리(Charles Bunbury)경과 더튼(Dutton), 토미 팬턴(Tommy Panton) 등 세 사람이었는데 모두가 귀족이 아닌 평민들이었다. 이들은 기수를 심문하였는데, 기수는 “어제 출주 전까지 이 말은 2주일간 한번도 문 밖에 나와 보지도 않았습니다”라고 말했다. 재결위원들은 기수와 황태자의 내기장부를 검사한 후에 황태자로 하여금 경마계를 떠날 것을선고하였다. ‘에스케이프’는 2주일간 마구간에서 가만히 놀고 있다가 10월 21일 출주해 비로소 조교를 받은 결과가 되었다.

기수가 “피로하지 않을 정도로 운동도 했고, 땀도 내었으며, 기공이 열렸고, 말이 경쾌하게 되었다”고 말한 것은 단 1회의 경주로서도 조교가 잘 되었음을 나타낸 것이었다. 즉 최고의 컨디션임을 나타낸 것이다. 내기장부의 검사결과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10월21일 경주에서는 황태자와 기수가 에스케이프에 내기를 걸지 않았고, 그 다음날은 내기를 걸어서 많은 돈을 땄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황태자는 번버리경의 “전하의 말과 기수와는 앞으로 아무도 경마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라는 말에 심하게 화를 내면서 경마계를 떠났고, 기수에게 부과한 벌금 2백파운드는 황태자가 내주었다. 이것은 바로 “오늘 우리 말의 컨디션이 좋습니다”라는 귓속말과 같은 것이다.



단순한 정보제공도 부정경마인가



1990년 일본 경마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 하나를 소개한다. 그해 6월 21일 스포츠신문을 비롯한 일간지의 모든 사회면에는 가와사키경마장의 혼마 시게루(本向茂)기수가 경마법 위반혐의로 체포되었다는 뉴스가 실렸다. 혼마 기수는 남관동지방 경마에서 제일가는 일류기수였다. 경마법 위반혐의로 체포된 혼마 기수는 1988년께부터 가와사키 시내의 빠찡꼬점포에서 알게 되어 술친구가 된 가와소이라는 사람에게 자신이 기승하는 레이스의 예상정보를 알려 주었고, 가와소이는 그 정보를 바탕으로 다른 고객들에게 마권을 구매토록 하고 적중시 고객들로부터 정보료를 받아서 혼마 기수에게 전했다는 것이다. 그 배분은 가와소이가 50%, 고객과 혼마 기수가 각각 25%를 나누어 가졌다고 한다.

이 사건과 관련해서 일본의 어느 민속학자가 기고한 글은 우리에게 새로운 잣대의 논쟁거리를 던져 준다. 그가 개인적인 관점에서 기록한 것을 보면 혼마 기수의 사건은 부정경마가 아니라는 것이다. 부정경마는 불확정요소가 강한 게임의 과정에서 미리 결과를 어느 방향으로 설정해 놓고 그렇게 되도록 게임을 의도적으로 조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마의 경우 레이스 결과를 미리 짜놓고 그와 같이 레이스를 조작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혼마 기수는 과연 레이스를 조작했는가. 그리고 그것은 그가 흘린 예상정보와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었는가. 가령 그가 레이스에서 실제로 무엇인가 의도적인 조작을 했다고 가정하자. 하지만 인기마에 타고 일부러 지는, 혼자서 하는 부정경마는 존재하지 않는다. 또 자기 혼자 이기기 위한 부정경마도 상대가 있는 이상 실제로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이 경우 그가 사전에 ‘내가 이긴다’라고 한 것은 부정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한 ‘주변과는 이미 이야기가 되어 있기 때문에 이길 수 있는 것이다’라는 의미밖에 없다. 이 경주는 레이스, 자체는 주최측이 부정이 없는 것으로 인정해 착순을 확정했던 것이다.



다시한번 새로운 잣대로 금을 그어야



부정경마에는‘수입이 낮다’는 것과 ‘술과 여자의 유혹’ ‘폭력단에 의한 부정경마의 결탁’등의 도식이 있었다. 지금도 우리 경마계에서는 과거 뚝섬시대의 수입이 낮을 때 맺은 인연으로 연결고리가 이어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또 당시 술과 여자라는 향응을 제공하고 고리를 만든 사례도 있을 것이다. 지금도 이런 도식으로 움직여질 것이다. 일부 폭력단이 기수들과 관계를 가진 것으로 보도되기도 하였다.이러한 연결고리라든가 경마정보를 제공했다는, 즉 부정경마가 있었다는 신문보도만 나가도 경마 자체를 부정시하는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에게는 두드러기가 생길 일이다.

과거 적극적으로 경마고객과 짜고 승부를 조작하는 일부 부정기수가 있었다고 하여 모두를 싸잡아서 부정경마꾼으로 모는 것은 옳지 않다. 또 부정경마꾼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도 필요하다. 즉 공개되지 않고 있는 일부 사항을 일반에게 공개한다면 기수가 자기가 잘 아는 사람에게 귓속말로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아무튼 이미 알려진 사실을 귓속말로 했다면, 이도 부정경마인가? 혹은 귓속말의 대가로서 사례를 받았다면 과연 정보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받았다고 보아야 할 것인가? 우리가 생각하고 판단하는 잣대로 다시 한번 새로운 금을 그어야 할 필요는 없을까.


이시영 / 경마평론가
※ 알고 이기는 부정경마의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2006/01/03 21:48 2006/01/03 21:48

가솔린·디젤 겸용 엔진을 단 경주마



자동차에 비유한다면 젖산계 에너지원인 탄수화물은 휘발유요, 유산소계 에너지원인 지방은 경유라고 할 수 있다.
또 출발시 이용되는 크레아틴인산계 에너지는 배터리에 저장된 에너지라고 볼 수 있다.



동물은 운동속도(저속도 또는 고속도)에 따라 각기 다른 경로를 통해 만들어진 에너지를 사용하며, 그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 양의 한계가 각각 다르다. 일반적으로 말이 달릴 때 사용되는 에너지 공급형태는 크게 3종류로 구분된다. 첫째 산소를 사용하여 만들어진 에너지(유산소계 에너지), 둘째 산소를 쓰지 않고 만들어진 에너지(젖산계 에너지), 셋째 이미 만들어져 근육에 저장되어 있는 에너지(크레아틴인산계 에너지)등으로 분류된다. 이중 젖산계와 크레아틴인산계 에너지를 합쳐 무산소계 에너지라고 한다.



3종류의 에너지 공급형태



유산소계 에너지라 함은 호흡을 통해 흡입된 산소를 이용하여 생산된 에너지를 말한다. 세포 속의 ‘미토콘드리아’라는 에너지 공장에서 에너지의 주연료인 포도당을 산소로 태우면 에너지가 생산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유산소계 에너지는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어야 원활하게 생산된다. 만일 호흡순환기계에 질환이 있다든지 아니면 심폐의 용량이 부족한 경우에는 산소공급이 불량하여 유산소계 에너지 생산이 감소된다. 조교를 하면 심장이 커지면서 운동능력이 향상되는 것도 바로 유산소운동 능력이 커진 결과다. 유산소계 에너지는 운동속도가 증가함에 따라 생산량도 늘어난다. 그러나 운동속도가 점점 빨라져 일정속도를 넘으면 그 속도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유산소계 에너지 공급에 한계가 온다. 왜냐하면 심폐기관을 통해 공급받을 수 있는 산소량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산소계 에너지만으로는 더 빠른 속도를 낼 수가 없을 때 산소의 공급 없이도 긴급하게 추가로 생산되는 에너지가 바로 젖산계 에너지다. 그런데 젖산계 에너지라 부르는 것은 포도당이 ‘미토콘드리아’라고 하는 정식 에너지 생산공장에서 연소된 것이 아니고 신속한 분해를 통해 긴급하게 에너지를 생산하다 보니 불완전 연소되어 젖산이라고 하는 찌꺼기를 남기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갑자기 심한 운동을 할 때 근육에 알이 배겨 통증을 초래하여 무리한 운동을 자제하도록 하는 피로물질이다. 그러므로 젖산계 에너지는 무한정 지속적으로 생산되는 것이 아니고 사력을 다해 달려야 할 경우 짧은 시간(30~40초)에만 생산된다. 이와 달리 유산소계 에너지는 한계속도만 넘지 않으면 장시간 지속적으로 생산된다.

크레아틴인산계 에너지는 이전에 생산되어 예비로 저장되었던 에너지다. 이 에너지는 미처 에너지생산공장을 가동할 겨를이 없이 갑자기 신속한 운동을 시작해야 하는 경우에 긴급하게 사용된다. 예를 들면 서 있던 말이 갑자기 맹수의 공격을 받아 신속하게 도주해야 하는 경우, 미리 저장되어 있던 크레아틴인산계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지극히 소량만 저장되어 있기 때문에 아주 짧은 시간(10초)내에 고갈된다.



각 에너지별 주연료도 다르다.



산소를 이용하든 이용하지 않든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기본연료 즉 영양소가 필요하다. 에너지생산과 직접적으로 관계된 영양소는 탄수화물과 지방이다. 일반적으로 탄수화물은 즉시 에너지 생산체계에 이용되는 연료이며, 지방은 약간 시간이 걸려 가공을 해야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연료다.그러므로 긴급하게 에너지가 다량 소요되는 빠른 운동, 즉 무산소운동을 하는 경우에는 탄수화물이 주연료로 활용된다. 그러나 장거리 저속도운동을 하는 경우에는 가공하는 데 시간은 걸리지만 많은 열량을 함유하고 있는 지방이 주연료로 활용된다. 굳이 자동차에 비유한다면 젖산계 에너지원인 탄수화물은 휘발유요, 유산소계 에너지원인 지방은 경유라고 할 수 있다. 또 출발시 이용되는 크레아틴인산계 에너지는 자동차의 배터리에 저장된 에너지라고 볼 수 있다.



에너지의 효율적 활동이 경주에 미치는 영향



따라서 경주에서 우승을 하기 위해서는 생산에 한계가 있는 젖산계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잘 활용하는 것이 관건이며, 유산소계 에너지와 젖산계 에너지의 사용배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판가름난다. 다시 말하면 말에게 무리를 주지 않고 효율적으로 경주를 전개해야 한다는 것이다.예를 들어 1천8백m의 경주를 할 경우 각 구간별로 동원되는 에너지 생산체계는 다음과 같다. 발주기로부터 출발할 때는 주로 크레아틴인산계 에너지가 이용되다가 점차 젖산계와 유산소계가 동원된다. 크레아틴인산계 에너지는 출발하는 데 집중적으로 이용되어 대략 1백m 이내에서 고갈된다.

1-2코너를 돌 때는 선행싸움을 하기 때문에 젖산계가 동원되며, 그 후 유산소계 에너지 생산체계가 본격적으로 가동한다. 백스트리치에서는 유산소계 에너지를 충분히 활용해야 젖산계 에너지를 절약할 수가 있다. 만일 이때 가속과 감속을 반복하면 젖산계 에너지 손실이 크게 되므로 가능한 한 일정한 속도로 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4코너를 돌아 직선주로를 달릴 때 유산소계 에너지와 젖산계 에너지를 총동원하여 전력질주를 해야 한다. 만약 4코너를 돌기 전에 유산소계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젖산계 에너지를 잘 절약해 놓은 말이라면 직선주로에서 추진력이 살아난다.

평소에 충분한 조교를 통해 심폐기능이 향상된 말이라면 유산소계 에너지 생산량이 많기 때문에 4코너를 돌기 전까지 소요되는 에너지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으므로 젖산계 에너지를 비교적 많이 절약할 수 있어 결승선 막판 전력질주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것이다.

경주 중 에너지배분 실패의 예를 살펴보면 선행마들이 무리하게 선행싸움을 하는 경우, 경주 중에 감속과 가속을 반복하며 잦은 속도변화를 준 경우, 코너를 너무 외곽으로 돌면서 속도를 낸 경우, 그리고 맨 후미에서 경주를 전개하다가 급한 김에 4코너를 돌기 전에 무리하게 속도를 증가시킨 경우 등이 있다. 이런 말들은 결국 4코너를 돌아 결승선에서 전력질주도 못해 보고 뒤따르던 말들에게 어이없이 추입을 당하고 만다. 젖산계 에너지가 고갈됐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기승기수는 경주전개시 4코너를 돌기 전까지는 가능한 한 젖산계 에너지를 절약하도록 해야 한다. 경주를 관람하는 경마팬도 어느 말의 경주 승패원인을 분석할 때 이런 각 구간별 에너지 배분상황을 고려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재결이나 핸디캡 위원들도 경주분석시 바로 이런 점을 간과하지 않는다.

김병선 / 핸디캡 전문위원
2006/01/03 21:44 2006/01/03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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