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은폐와 기승법부적절



경마에서 기수에 대한 제재는 영국과 미국이 서로 다르다. 우리나라나 일본은 영국식으로, 모든 경주마의 통제관리는 기수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이와 달리 미국은 기수가 아무리 말을 제어하려고 해도 한계가 있다고 보고, 타마를 방해한 말에게 강착은 시키되 기수에게는 제재를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즉, 말의 악벽으로 인해 사행을 하면서 다른 말을 방해했지만 기수는 그 말이 사행을 하지 못하도록 노력했다는 것이 입증될 때 기수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는다.

물론 아무런 노력없이 타마를 방해했다면 기수가 의도적으로 방해했다고 보고 처벌을 한다.경주 중 타마를 방해하는 것은 대개의 경우 부정적인 목적이라기보다는 승부욕으로 인해 생긴 현상이지만, 그렇다고 그 행위가 정당하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인기마를 방해해서 자기가 기승하였거나 다른 기수가 기승한 비인기마가 착순에 들어오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고객들은 과거 몇 건의 기수 낙마 사고에 대해 승부조작을 하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다.또 과거 어느 기수는 주행 중에 의도적으로 채찍을 떨어뜨려 착순에 들지 못하여 재결위원으로부터 재정위원회에 회부된 사건도 있었다.

고객들은 기수의 행동에 대하여 많은 불신을 갖고 있다. 심지어 1993년 9월 26일, ‘케뷔’가 발주기에서 나오면서 낙마한 것을 가지고 가장 인기마인 ‘케뷔’가 착순에 들지 않게 하기 위해서 박태종 기수가 고의적으로 낙마했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가장 중요한 말의 컨디션정보경마라는 말을 자주 한다. 고객은 기수로부터 정보를 받아 가지고 마권을 구매하고, 기수는 고객에게 정보를 알려준 대로 기승을 하는 것을 말한다. 고객과 기수가 깊숙한 관계를 가지고 있을 때는 고객이 요구하는 대로 기수가 기승하는 경우도 있다. 대개 전날 전화로 이루어지며 경마당일에 미리 약속된 신호방법으로 다시 확인하게 된다. 그래서 기수들이 살고 있는 준마아파트의 전화 단자함에 아무도 모르게 도청기를 설치하여 기수들과 고객들이 통화하는 내용을 도청한 사람도 있었다.

우리 경마에서는 거의 모든 정보가 공개되고 있다. 질병의 치료에서부터 조교상태에까지, 심지어 재결심의사항도 우회적이라기보다는 거의 직선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받겠다는 의도이기도 하다. 그래도 정보경마라는 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가장 중요한 사항인 말의 컨디션이 공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외국과 같이 출주하는 말의 랩타임이나 기록이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고객이 랩타임을 측정하려고 해도 조교 중 전력질주하는 말들이 없기에 능력을 알 수 없다.

이처럼 가장 중요한 컨디션과 출주전의 기록이 공개되지 않음에 따라 항상 문제점을 가지게 된다.경마는 기록경기가 아니다경마는 원래 타임을 놓고 싸우는 것이 아니고 출주한 경기에 이기는 것이 목적이다.우승한 말의 타임은 같은 거리를 뛰더라도 경주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서 빨라지기도 하고 늦어지기도 한다. 잘 뛰는 말에 훌륭한 기수가 기승하고 출발을 최대한 빨리 하면 항상 새로운 기록에 도전하는 기록경주가 될 것이다.

스피드에 정평이 나 있는 말에 같은 속도의 말이 맞붙어 싸우면 스타트를 잘 끊은 선행마는 안간힘을 다해 질주하고 뒤를 따르는 말과 처음부터 맹렬한 선두싸움을 벌이게 될 것이다. 그 뒤로는 몇 마신 떨어져서 다른 말들이 달릴 것이다. 이때 레이스의 전개 여하에 따라서 우승타임은 빨라질 수도 혹은 늦어질 수도 있다. 즉, 승부와 우승타임과는 별로 관계가 없다. 레이스의 결과를 좌우하는 것은 얼마나 빨리 달리느냐 하는 속도 자체가 아니라 어떻게 선두를 지키느냐는 이다. 이것이 경마의 본질이다. 아무리 선두를 힘겹게 지켰더라도 마지막 골인지점을 남겨 두고 지쳐버리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모든 말에게는 경주거리에 따른 최고기록이 있다. 출마표에도 평균기록과 최고기록을 소개하고 있다. 그 말이 그 경주거리를 달렸을 때 낸 최고의 소요타임인데, 최단시간의 기록을 최고의 능력이라고 평가하는 것이다. 따라서 출마표에 이름이 실린 말들의 최고기록을 비교해 보면 우승마를 맞힐 수 있다는 이론이 성립되는데, 실제로는 그 비교한 결과대로 착순에 들지는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실전에 임했을 때의 컨디션, 주로의 상태, 함께 달리는 말들의 상태와 기승기수의 작전 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서 그 말의 참된 능력이 발휘되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설명하였지만 여기에는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 우리 경마에서 고객들로부터 가장 비난을 받는 것은 최고기록이 오락가락하는 것이다. 즉, 최고기록을 혹은 평균기록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언젠가 1천m를 1분3초에 우승하였다면, 그것이 출마표에 기록된다. 그 후 그 기록을 믿고 베팅을 하면 어이없게도 1분5초에 지게 된다. 이러한 것이 반복된다.

도저히 뭐가 뭔지 구별이 가지 않는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할지 모른다. 이러한 현상이 생기는 원인은 위에서 지적한 복합적인 요인 때문이다. 신호를 받는 사람들그러나 대개의 경마고객은 의도적으로 능력을 은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때 일본말로 ‘가쿠시’했다는 용어를 많이 사용하였다. 능력을 숨겨 두었다가 어느날 제 능력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당일 혹은 2~3일 전의 컨디션이나 마굿간에서 사료를 잘 먹는지 않는지는 해당 조교사와 그 말을 관리하는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일이다. 조교중인 마필의 컨디션은 조교를 담당한 기수나 혹은 조교사, 마필관리원이 가장 잘 안다. 그러므로 귓속말이 가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귓속말로서도 확실하지 않기에 당일 경주 직전에 해당 관리원이나 기수는 관람대에 있는 자기의 손님에게 갖가지 신호로써, 우리말의 상태가 좋다거나 오늘의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을 알려준다는 것이다. 어떤 신호를 어느 시기에 보내는지는 당사자들 외에 아무도 모른다. 예시장에서 말에 기승할 때부터 발주 직전까지 신호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평소 때의 행동 중 어느 부분을 약속했다면 어느 것이 신호인지 다른 사람은 알 수가 없다. 관람대에 있는 정보꾼들도 신호를 받는다고 한다. 그러면서 열심히 망원경으로 어디를 살펴보기도 한다. 자기는 어느 기수와 선이 닿아 있다는 것을 초보 고객들에게 알리기 위함이다. 또 고객이 요구한 사항을 들어주기가 어렵다는 사항도 역시 이 시간에 알려 주게 된다.

고객은 오늘 이 말에 대해서 착순에 들지 말라고 요구했지만, 기수로서는 주위 여건상 어쩔 수 없이 달려야 한다는 것도 알려주게 될 것이다. 고객으로서는 이 말이 가장 인기있는 말이므로 이 말만 빼면 높은 배당률의 마권을 적중시킬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기수로서는 해당조의 마필관리원을 포함하여 기수에게 직접 작전지시를 하는 조교사의 입장도 생각해야 한다. 조교사의 경우 자기 소속조의 수입이 적자를 면하기 어려우므로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할 수도 있을 것이고, 또 자기 손님의 구미를 맞추기 위해서 기수에게 어떤 일이 있어도 우승하라는 강력한 지시를 내릴 때도 있을 것이다.

이때 기수로서는 조교사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다. 그 지시에 따르지 않기 위해서는 얄팍한 꾀를 생각해 내야 한다. 상정 가능한 모든 정황다른 말의 꽁무니를 따르거나 혹은 외곽으로 달는 것이다. 선행하는 말을 타고 다른 말의 꽁무니를 따르게 되면 그 말은 달리려고 하는 의욕을 잃어버리게 된다. 반대로 추월형말은 선행을 하면 잘 달리지 않는 버릇이 있으니 이를 이용하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발주를 지연하고 늦발주를 하게 하거나 혹은 과다하게 채찍질을 하며 몸의 균형을 흩뜨려 말이 달리는 데 지장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의 경마고객들은 기수들이 채찍을 사용하지 않으면 능력발휘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불평을 한다. 이는 고객들로 하여금 이해할 수 있도록 홍보를 해야 할 것이다.

작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기수들의 채찍사용 제한조치는 참으로 잘한 일이다. 말이란 동물에게 심한 매질을 하는 것은 보기에도 좋지 않고 말의 능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어떤 말은 채찍으로 치면 달리면서 뒷다리로 차는 시늉을 하거나 꼬리를 휙 돌리는 것을 볼 수 있다. 간발의 코 차이로 승부가 가려지는 경마에서 그 동작으로 질 수도 있는 것이다.또한 외곽으로 빙 돌았을 때 결승선 도착까지는 상당한 차이를 나타낸다.

목책 가까이를 돈 말에 비해서 1~2m 바깥으로 돈 말은 1천6백m를 한 바퀴 도는데 3~4초의 시간차가 나게 된다. 기수의 마음먹기에 따라 어느 한 코너에서만 외곽으로 돌아도 기록을 1초는 뒤처지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1초는 결승선에 얼마나 큰 차이를 가져오는가. 경마가 끝나고 후검량실 주변에서 기수와 조교사간에 티격태격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즉, 기수가 조교사의 작전지시대로 하지 않았다고 기수를 나무라는 소리와 기수는 변명 아닌 변명을 하느라 진땀을 흘리는 것을 볼 수 있다.

대개의 재결위원들은 이와 같은 기수들의 행동에 대비해서 각 말과 기수의 기승스타일을 머리에 담아두고 있다. 평소의 기승스타일과 다르다면 과거의 녹화비디오와 대비해 보기도 한다. 그리고 기수를 추궁하면 대개가 잘못되었다고 수긍을 하나 부정의 목적으로 했다고는 하지 않는다. 그래서 기승법부적절 등의 표현으로 기승정지 처분을 내리거나 재정위원회에 회부하기도 한다. 너무 부정적으로 보아서는 안되겠지만 부정경마의 유형이기에 부정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밝혀주기 위해서도 모든 정황을 상정해야만 할 것이다.
2006/01/03 03:48 2006/01/03 03:48

기수의 일과/새벽을 여는 말굽소리



경마팬 여러분, 안녕하세요.
경마초보자·지방팬·일반인들 가운데 기수들의 일과가 어떠하고,
여가를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아서, 저를 비롯한 기수들이 1주일을 보내는 모습을 간략하게 담아보았습니다.



월요일



1년 열두 달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어두컴컴한 새벽부터 개개인의 생활리듬에 맞추어 경주마의 조교를 시작합니다.대개 여름에는 4~5시, 겨울에는 5~6시에 합니다.보통 8시30분에서 9시면 하루일의 70%에 해당하는 조교를 마치게 됩니다. 추운 겨울과 비오는 날은 새벽조교를 해야 하는 기수들에겐 무척 힘든 때입니다.

일반인들에겐 토·일요일이 휴일이지만, 경마장에서는 월요일이 토요일에 해당하는 날입니다. 기수들은 각자 나름대로 여가를 즐기기도 하고, 토·일요일의 피로를 풀기 위하여 집에서 실컷 잠을 자는 기수가 많습니다.



화요일



휴일입니다.매일매일 새벽조교와 체력단련으로 긴장된 하루하루를 보내는 우리들이지만 이 날만은 가족과 함께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도, 각자가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즐길 수도 있는 여유로운 날입니다. 계절에 따라 다소 변화는 있지만 등산, 낚시, 골프, 스키, 수영 등 각자 좋아하는 스포츠를 즐깁니다. 짧은 여행을 떠나거나 영화·독서에 푹 빠져드는 감성적인 기수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총각 기수들은 데이트 준비로 분주하기도 하고요.



수요일



오전 9시쯤 조교가 끝나면 부대시설이 갖춰진 기수회관에서 각자 자기생활들을 합니다. 기수별로 자주 이용하는 부대시설이 있습니다.
우선 체력단련을 위해 체력단련실을 많이 이용하는 기수로는 박태종, 김정년, 박윤규, 서영석, 전기혁 기수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최봉주, 임대규, 함완식, 김효섭, 송석헌 기수는 당구장을 자주 찾습니다. 또 탁구장에서 동료기수와 호흡을 맞추는 기수로는 우창구, 고성이, 강병은, 조용배, 이종섭 기수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수라면 필수적으로 체중조절을 해야 하는 까닭에 김택수, 유재길, 황영원, 배휴준 기수 등은 사우나에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오후 2시부터는 놀이운동(말을 타고 걷게 하는 운동:편집자주)을 합니다. 이때 산책로를 따라 자신의 애마를 운동시키며, 그 후 신인기수들은 말수영장·마필보건소·마방 등에서 일손을 돕습니다.
오후 4시 정도면 퇴근을 하는데, 8명의 신인기수들은 기수회관에서 숙소생활을 합니다. 그리고 10여명은 경마장 인근의 자택으로, 나머지 대부분의 기수들은 사택인 안양 준마아파트로 향합니다.



목요일



조교와 아침식사 후 9시30분부터 발주연습과 능력검사를 합니다. 거의 11시30분까지 계속되며, 10시부터 12시까지 출마투표에 참석하는 기수들은 20~30명입니다.오후 2시 이후 다음주 핸디캡경주 등록에 참여하는 기수가 10여명 정도됩니다. 나머지 일과는 수요일과 동일하게 놀이운동을 한 후 퇴근을 합니다.오후 5시부터는 기수들이 각자 동아리활동을 하는데, 현재 가장 활성화되어 있는 동아리는 기수축구부입니다.

3월 22일 일본에서 열리는 한·일 기수친선교류축구대회를 준비하느라 안양에 있는 덕천초등학교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현재 축구부회원은 36명이고, 장세한 기수가 축구부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더러 지역의 조기축구회나 관리원 축구회, 여고 축구부와 친선경기를 갖기도 합니다. 특히 서울 위례여상 축구부와 덕천초등학교 여자 축구부에 대해서는 기수축구부와 기수협회에서 매년 일정금액을 지원해 주고 있습니다.
한·일 기수친선교류축구대회는 국제경기(?)라 언론 매체의 관심도 큽니다.



금요일



우스갯소리 하나 한다면, 매일 같이 조교를 하다 보니 기수들의 팬티에 구멍이 잘 생깁니다. 기수라는 특수한 직업에 종사하다 보니 직업병으로 고통을 받는 기수가 많은데, 대부분의 기수는 허리 디스크로 고생을 하며 복대를 착용하고 생활하는 기수도 여러명 있습니다.금요일은 체중조절에 가장 많이 신경쓰이는 날입니다. 경마 전날이라 체중조절뿐 아니라 최선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예민해지게 됩니다.

기수들이 체중조절하는 방법으로는 운동·사우나·등산 등 체질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대부분 경마 전날 식사를 하지 않는 것은 기본입니다.오죽하면 배불리 실컷 먹는 꿈을 꾸는 기수도 많습니다.



토요일



경마일입니다.
잘 나가는 빅3(박태종·안병기·김효섭) 기수들은 하루 6~7회 정도 출전하지만 그외에 평범한 기수는 3~4회 출전하며, 저처럼 ‘무늬만 기수’인 경우는 1~2회로 만족해야 합니다.월평균 72~96회의 경주가 시행되므로 77명의 기수가 올리는 산술적 월평균 승수는 약 1승입니다.이런 상황에서 빅5기수(빅3와 이성일·임대규)가 챙기는 승수가 30여 승이니 나머지를 놓고 그외 기수들이 피박 터지게 싸우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경주가 끝나면 대개 사내 식당에서 식사를 한 후 숙소에서 다음날의 경주를 위해 충분한 수면을 취하려 노력합니다.



일요일



역시 경마일입니다.새벽조교 도중 부상자가 많이 발생하는데, 지난 1월의 경우 10명이 부상을 입었고 2월 현재 7명이 입원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동절기에는 사고율이 높은 편입니다. 13년 동안 기수생활을 하면서 지켜본 것만으로도 1급 장애자가 1명, 목숨을 잃은 기수가 3명이나 될 정도로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험에 맞서 철저한 자기관리를 필요로 하는 직업이기에 기수들은 어느 스포츠 선수 못지 않은 프로의식을 가지고 생활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절대로 기수라는 직업을 유지할 수가 없습니다.또한 기수들은 자기계발을 위하여 영어학원, 컴퓨터학원을 다니기도 하고 홍대유·김택수·김옥성·유재길·임대규 기수는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대학에서 관련공부를 하느라 바쁩니다.

기수라는 직업은 매주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바쳐서 승리 혹은 패배의 희비를 체험하며 또다시 자신을 다듬어 나가야 하는 치열하고도 고달픈 직업입니다.하지만 그러한 모습을 사랑해 주는 경마팬들이 있기에 우리는 밥을 굶어도, 부상을 당해도 언제나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 열심히 달릴 것입니다.

김택수 기수·기수협회 홍보이사
2006/01/03 03:44 2006/01/03 03:44

심장과 경주능력/말의 심장은 고성능 산소펌프



말의 빠른 스피드는 야생의 벌판에서 맹수로부터 스스로를 생존시켜 왔으며, 이는 또한 현대경마에서 추구하는 본질이기도 하다.이렇듯 스피드는 말에게 있어 최대의 강점이며 유일한 무기다. 빠른 경주마는 55㎏의 기수를 태우고 1㎞를 1분에 주파한다. 말하자면 시속 60㎞의 속력을 낼 수 있는 것이다. 덩치 큰 말이 빨리 달리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며, 그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것이 호흡을 통해 얻어진 산소다.



산소를 운반하는 역할은 심장이 한다.



폐에서 흡수된 산소는 혈액에 실려 운동하는 근육으로 운반되는데, 이렇게 운반되는 산소의 양에 따라 말의 능력이 달라진다. 다시 말하면 일정한 시간내에 더 많은 산소를 더 빨리 운동근육으로 전달하는 말이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는 것이다.

산소의 운반속도를 좌우하는 것은 심장의 능력이다. 서러브레드 심장의 크기는 중학생의 머리 크기만 하고 중량은 자기 체중의 0.9~1% 정도인 4.5㎏ 내외인데, 비슷한 체중의 말이라도 심장이 큰 말이 있는가 하면 작은 말도 있다. 심장이 크고 심장의 근육이 튼튼하게 잘 발달되어 있으며 규칙적으로 빠르게 박동하는 심장을 가진 말이 그만큼 많은 양의 산소를 빠르게 운반할 수 있어 운동근육이 쉽게 피로하지 않고 빠른 속도로 오래 달릴 수 있는 것이다.



서러브레드 심장은 고성능 산소펌프



서러브레드 경주마의 경우 1분 동안 심장이 박동하는 수는 30~40회이며, 심장이 한 번 박동할 때마다 1l 정도의 혈액이 박출된다. 그러니까 안정상태의 말인 경우 심장에서 1분 동안에 전신으로 뿜어내는 혈액의 양은 30~40l 정도다.

그러나 말이 운동을 하게 되면 운동속도에 따라 소요되는 산소의 양이 증가하게 되므로 산소를 폐로부터 운동근육으로 신속히 전달해 주기 위해 심장의 박동수가 빨라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말이 최대로 달릴 때는 1분간에 약 2백40회까지 증가한다. 안정상태의 8배에 해당될 정도로 급격히 증가하는 것이다.이렇듯 운동에 의해 심박동수가 안정시의 약 8배까지 증가하는 동물은 아마 없을 듯하다. 사람의 경우는 아무리 빨리 달려도 평소에 비해 심박수가 3배 정도밖에 증가하지 못한다. 그만큼 말은 빨리 달릴 수 있는 운동생리학적 신체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말이 최대로 달릴 때 1분 동안 심장의 혈액 박출량은 2백40l로, 2천m 경주를 예로 들어보면 발주해서결승선에도착하기까지 2분10여초 동안에 0.5t 이상의 혈액을 뿜어내는 엄청난 펌프기능을 가지고 있다.단위시간내에 많은 혈액을 뿜어낼 수 있는 말이 산소 운반능력이 크며 그만큼 빨리 달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심장이 큰 말이 1회의 심박출량이 많으며 따라서 빨리 달리기에도 유리하다.
조교를 하면 성능이 증가, 휴양하면 성능이 감소일정 기간을 두고 말의 운동량을 점차 증가시키면 이에 적응해 심장의 크기도 증가한다. 심장의 무게가 4.5㎏ 정도이던 말이 조교에 적응되면 5~5.5㎏까지 증가한다.

따라서 심장이 한 번 박동할 때 뿜어내는 혈액의 양도 1l에서 1.5l 정도로 증가된다. 다시 말하면 일정한 심박동수에서 박출되는 혈액의 총량이 1.5배 증가하는 것이다.영국의 전설적인 명마 ‘이클립스’의 심장무게는 6.5㎏이나 되었다고 한다. 정말 멋진 스포츠형의 심장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조교를 통해 심장이 어느정도 발달되었던 말도 조교운동을 멈추고 휴양을 하게 되면 심장의 크기는 급격히 작아지고 혈액의 박출량도 줄어들게 된다. 보통 6개월간의 조교를 통해 향상된 심장의 능력은 3개월 정도 휴양을 하게 되면 원점으로 돌아간다는 학계의 보고가 있다.

그러므로 질병 등 어떤 사유로 경주마가 휴양을 해야 할 경우 말을 말간에 넣어두고 무작정 놀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보행 자체가 곤란할 정도의 심한 질환에 걸렸다면 어쩔 수 없겠으나 가능한 한 가벼운 운동이나 수영을 꾸준히 시켜 말의 심폐기능을 유지시켜 주는 것이 좋다.

아울러 장기간 휴양을 하고 나온 말에 대해서 과거의 능력이 그대로 발휘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한두 번 달리는모습을 보고 여유있게 판단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심장 박동수 검사로 말능력 테스트



앞에서 설명했듯이 말의 심박동수는 운동을 하게 되면어느정도까지는 운동속도에 비례해서 증가한다. 그러다가 심박동수가 분당 2백회 정도 (주행속도 분속 7백~8백m)를 넘게 되면 운동속도가 아무리 빨라져도 심박동수는 더 이상 운동속도에 비례해서 증가하지 못한다.

그 경계점이 유산소운동에서 무산소운동으로의 전환점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유산소운동 능력을 평가할 때는 심박동수가 운동속도에 비례하는 구간에서 일정운동속도에 대한 심박동수가 낮을수록 심박출량이 많은 것으로 판단해 능력이 좋은 것으로 평가한다. 또한 무산소운동 능력을 평가할 때는 무산소운동으로의 전환점에서부터 최대 심박동수 유발시까지의 동안에 증가된 운동속도를 보고 판단한다.

그 기간에 운동속도의 증가폭이 클수록 무산소운동 능력이 큰말이다. 이런 검사를 할 때는 운동속도를 임의로 조절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트레드밀이라는 말 운동기계 위에서 표준운동을 시키며 검사한다.이런 검사를 통해 개체별로 각 말의 장단점을 찾아 단점을 보완하는 조교계획을 세워 체계적으로 운동시킨다면 말에 무리를 덜 주면서 조교효과를 높여 말의 잠재적인 능력을 최대로 발휘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마필보건소 운동생리연구실에서는 이런 검사와 조교관련 상담을 무료로 실시해 주고 있다.
2006/01/03 03:42 2006/01/03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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