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에 포도주나 위스키를 마시게 했다



운동 선수들도 우승하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하는데, 자기의 혈액을 평소에 모아 두었다가 경기 전에 수혈을 받기도 한다. 심지어, 여자들의 경우 임신을 하였다가 경기 전에 낙태수술을 받음으로써 생체에 평소보다 많은 혈액을 보유, 산소 운반능력을 끌어올려 경기력을 향상시키기도 한다. 서울올림픽에서 벤 존슨이 약물이 검출돼서 금메달을 박탈당했는데, 이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흥분제가 아니다. 우리 몸 속에 항상 가지고 있는 스테로이드호르몬이라는 물질인데, 평소 생리적인 수치보다 과다하게 검출되었기 때문에 경기 전에 섭취했다고 판정한 것이다. 경주마에 약물을 투여해서 능력을 가감하는 것은 가장 악질적인 방법이므로 각국에서는 엄격히 대처하고 있다. 대부분의 화학적 물질은 의학적 및 약리학적 용어로서는 의약품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중 스트리키니네(Strychinine)는 좋은 예이다. 이는 오랜기간 독약으로서 존재해 왔으며, 동시에 치료적 물질이기도 하였다. 약물은 단순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 복잡한 화학물질이나 혼합물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매일같이 새로운 분야로 넓혀지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새로운 의약품이 만들어지고 있다. 약물검사를 하는 수많은 연구자들은 새로운 약품의 검사를 위해서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항상 새로운 약물의 꽁무니만 따르게 된다. 한발 뒤처져서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흥분제와 진정제를 구별하려고 한다. 의학적 또는 약리학적으로 흥분제는 동물의 각종 조직의 활동이나 기능을 증가시키는 물질이다. 우리들이 가장 잘 알고 있는 흥분제인 카페인과 니케타마이드는 심장박동이나 호흡을 증진시킨다. 암페타민과 같은 의약품은 신경계통의 활동을 증가시켜 주는 원인물질이기도 하다. 신경계통은 운동을 하는 근육계통에 대하여 조종사나 기수의 역할을 한다. 신경계가 근육계통의 기수로 작용할 때, 약물은 기수로 하여금 자주 채찍을 휘두르게 함으로써 더욱 좋은 결과를 가져다 주게 된다. 하지만 과다하게 투여된 약물은 신경계를 거칠게 만든다. 과도한 흥분은 조화를 깨뜨리는 원인이 되며, 경주마로 하여금 기대할 만한 성적을 내지 못하게 만든다. 약물의 활동에 의해서 효과적인 흥분을 일으킨다는 것은 투여된 약물의 용량, 효과가 나타나는 시간, 투약의 경로에 따라서 달라지게 된다.



흥분제와 진정제라는 것은



그렇다면 진정제란 무엇인가. 의학적 또는 약리학적으로 진정제란 동물의 각종 조직의 활동이나 기능을 억압· 저하시키는 물질이다. 이 정의에 의하면 진정제란 정확하게 흥분제와 반대의 것이다. 외과적 목적으로 사용되는 대부분의 의약품은 진정제에 속한다. 마취제에 속하는 에텔이나 클로로포름을 포함하여 많은 종류가 있다.이들 약품은 근육활동을 저하시키며, 보통 이야기하는 마비증세를 일으킨다. 이들 중에 많은 약품은 마취작용을 나타내지 않고 단지 약간의 진정작용을 나타내는데, 페노바비탈과 펜토바비탈과 같은 바비추레이트계의 약물들이 이에 속한다. 이들 약물은 말에게 침울한 상태나 속도저하를 나타내기도 한다.

국소마취제에 속하는 의약품은 보통 인체나 동물에 자주 사용된다. 이들은 프로카인을 포함하여 상당수 있다. 이들 약품은 국소적으로 작용할 때는 신경활동을 저하시키지만 적당한 양일 때는 혈관을 통하여 중추신경계통에 도달해 직접적인 흥분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럼으로써 호흡과 근육활동을 증가시킨다. 시간이 경과 후 그만한 용량을 다시 투여해도 같은 효과를 나타내게 된다.여기서 하나의 의문이 생긴다. 어느 하나의 약품이 흥분제와 진정제의 역할을 함께 나타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대답은 “예”이다. 많은 경우 투여된 양에 따라 어느 용량은 흥분을 나타내게 되고, 어느 다른 용량은 진정제로서 역할을 하게 된다. 우리가 마시는 술(알콜)의 경우 많은 양일 때는 진정제 역할을 할 것이다. 부조화 무감각 의식불명은 소위 죽도록 마신 결과다. 그러므로 알콜은 정확하게 진정제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량의 알콜은 흥분제로서 작용한다. 특히 소량의 알콜을 혓바닥에 문지르면 흥분을 나타낸다. 이 결과를 고대경마에서 이용한 것 같다. 즉 출주할 말에 위스키나 포도주를 마시게 했다.우리 경마에서 자주 검출되는 프로카인은 국소마취제다. 이 경우 주사받은 국소(예를 들어 관절)는 신경기능이 저하되나 중추신경계통에는 흥분이 일어나게 된다. 이는 근육활동과 호흡의 증가를 가져온다. 이것도 흥분과 진정의 이중성을 보여주는 예이다.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다. 나빠진 관절에 프로카인과 같은 진정제를 투여함으로써 통증을 못 느끼게 하여 말이 능력껏 달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점을 이용해서 1970년대에는 말의 요통치료에 이러한 국소마취제가 도입되기도 하였다.흥분과 진정의 이중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의약품이 몰핀과 헤로인이다. 사람과 개에게 몰핀과 헤로인은 뚜렷한 진정을 나타낸다. 그러나 말이나 고양이의 경우 중정도의 양을 투여하면 뚜렷한 흥분을 나타낸다. 이때 말이나 고양이는 성질이 사나워지고, 발걸음이 빨라진다. 이처럼 동일한 약품이라도 사용량이나 대상동물 또는 대상부위에 따라서 진정제 역할을 하고 흥분제로 작용하기도 한다.

간단히 요약하면 대부분의 많은 의약품은 흥분과 진정의 양자효과를 나타낸다. 이와같은 두 효과는 의약품의 사용량, 작용의 지속시간, 투약경로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이와 같은 효과의 이중성은 많은 의약품의 특성이기도 한데, 이때문에 말에 투여된 의약품을 흥분제나 진정제라는 용어로 구별해서 사용할 필요가 없다. 용어를 정의한다는 것은 오히려 혼란을 가져다 주게 될 것이다. 그래서 검출약물의 종류와 경기수행 능력에 차이가 난다고 하는 억측을 만들게 될 것이다.



약물검사를 위한 검사재료는



경마개최수의사로서는 어느 검사재료가 약물관리를 위해서 가장 좋은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대개 검사재료는 타액과 오줌 그리고 혈액이다. 초기 약물검사에서는 타액재료가 가장 널리 사용되었다. 그후 오줌이 가장 좋다는 보고도 있었다. 그래서 요즘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타액을 채취하기보다는 오줌을 채취하고 있다. 그러나 오줌과 타액중에 어느 것이 좋으냐고 시원하게 대답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 경마화학자협회에서는 타액과 오줌을 동시에 채취할 것을 권고한다. 이는 타액에서 검출되지 않는 약물이 오줌에서 검출될 수도 있고, 그 반대도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경주 후 검사에서는 타액과 오줌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주라는 강한 운동후에는 이미 약물들이 대사작용을 통해서 생체의 조직에 있기보다는 배설물로서 빠져 나갈 단계이기 때문이다.

타액은 투약 후 약물검출을 할 수 있는 최초의 생물학적 체액이다. 그러기 때문에 경마장에서 불법투약을 관리하면서 초기에 수년간 사용되던 검사재료이기도 하다. 많은 의약품이 실험적으로 타액으로 부터 검출된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또한 경구투약(입으로 약을 먹는 것)에 있어서는 효과적이라는 것이 증명되었다. 타액의 상태와 조성분으로서 약물의 존재를 증명하고 약품을 정제할 수 있다. 특히 간편하고 신속하게 판정할 수 있으며, 채취시간이 짧고, 채취시 말에게 아무런 위험이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오줌은 타액보다도 더 좋은 검사재료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각 말의 개체에 따라서 다르기도 하다. 그래서 일상의 약물검사에서는 타액채취와 병행해서 오줌을 채취하는 것을 권하고 있다. 그러나 오줌의 채취는 타액보다 더 어렵다. 밀폐된 별도의 마방이 있어야 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도 있다. 1970년대에 홍콩에서는 웃지 못할 사건이 발생하였다. 약물검사에서 어느 말의 오줌에서 카페인이 검출된 것이다. 경마계에 큰 소동이 났다. 해당 마주를 비롯하여 조교사, 기수 모든 관리원들이 경찰에서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광범위한 조사끝에 검사재료 채취원의 오줌으로 판명되었다. 즉, 채취원이 오랜 시간 기다려도 말이 오줌을 누지 않자 기다리기가 귀찮아서 자기의 오줌을 소변통에 받은 뒤 말의 오줌이라고 해서 조교사의 확인도장까지 받아 제출했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시료 채취에 다소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 사후검사의 재료로 혈액을 채취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즉 약물이 혈류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는 사실에서 혈액을 가검물로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말에게 약물을 투여할 경우 잔류 약물이 혈액에서 검출되는 것보다는 오줌이나 타액에서 검출되는 것이 훨씬 많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어느 실험에 의하면 오줌에서의 약물회수량은 혈액에서 회수되는 것보다 가스크로마토그라피에서 적어도 수천배 많다는 것이 증명되기도 하였다. 물론 검체채취마방의 부족으로 어쩔수 없는 일이기는 하겠지만 효과적인 약물관리를 위해서는 오줌과 타액을 채취하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분석기술은 세계일류라고 하지만 분석을 위한 재료채취는 후진국에 머물고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부정의 방법은 끝이 없다



약물 이외에도 말의 능력을 가감시킬 수 있는 물품이나 방법들이 많이 있다. 예를 들면 안장 밑에 고성능의 전기 배터리를 장착해 둔다거나 또는 각종 장구를 이용해 말이 제 능력을 발휘하는데 차이를 둘 수도 있다. 재갈도 그중 하나다. 재갈은 형태에 따라서 말의 제어능력이 다르다. 그래서 대개의 경마시행체는 사용할 재갈의 종류를 명시하고 있다. 부득이 다른 종류의 것을 사용할 때는 사전에 재결위원의 승인을 받도록 한다. 또 복대를 느슨하게 조이거나 혹은 단단히 조이는 데도 차이가 있다. 소리에 예민한 말이나 곁눈질 잘하는 말에게는 가면을 씌우는데, 이것도 등록을 하도록 한다. 가면을 하다가 안했을 때 경주능력에 변화를 가져올 수가 있다는 것이다.발굽에 장착하는 편자를 이용할 수도 있다. 쇠로 만든 편자는 그 무게가 1개에 대략 2백50g정도이나 알루미늄으로 만든 것은 1백g이하이므로 경주성적에 상당한 차이를 나타낸다. 부담중량을 그만치 가감하는 것이다. 또한 무거운 편자를 쓰느냐 가벼운 편자를 쓰느냐에 따라 도약과 착지방법도 달라진다. 우리나라에서 쇠편자 대신 알루미늄편자로 교체한 후 평균 2~3초가 단축된 사례도 있다. 이 때문에 연철로 만든 편자를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면 편자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알루미늄편자를 장착할 수 있다.

심지어 쇠편자에는 은색도금을 하거나 알루미늄색깔을 칠하고, 알루미늄편자에는 검은색을 칠하는 방법으로 편자검사를 통과할 수도 있을 것이다.과거 한두 사람이 편자를 바꾸어 출주시키고자 시도하였으나 편자검사에서 적발된 예도 있다. 어떤 말은 말의 악벽으로 편자를 장착하지 못한다. 그래서 항상 등록을 해서 관리하는데, 어느날 편자를 장착했다면 역시 경주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말의 악벽으로 인해 갑자기 편자가 빠져 재장착할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 해당말의 출주여부를 재결위원이 결정하는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이 외에 품질이 좋지 못한 사료를 먹여서 능력을 은폐시킬 수도 있다. 홍콩의 경우 경마일 아침에 보안요원이 각조 마방을 순시하면서 연맥 등의 사료를 채취, 약물검사소에 검사를 의뢰한다. 그러면 건조기에서 일정시간 건조시켜 그 무게가 규격보다 미달하면 영양분이 충분하지 못한 사료를 먹여서 능력을 떨어뜨릴 목적이 있었다고 보고 약물검사 양성판정을 하기도 한다. 이보다 더 적극적인 방법은 말에게 아예 잘 먹이지 않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경주마의 조교사에게는 스포츠맨십과 공정경마를 실시하겠다는 마음이 요구된다. 이는 그의 말이 자연적인 능력, 즉 인공적으로 어떤 도움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능력껏 달리게 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주변환경은 그 생각을 그대로 지켜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질병을 치료하는 수의사는 말이 질병에서 회복하여 출주하기 전에 조교사와 상담할 때나 당해 동물을 치료할 때 치료약품의 선택에 조교사를 도울수 있는 명백한 지침을 가져야 한다. 마주는 조교사가 가진 이러한 마음과 각오를 유지할 수 있도록 어떤 약물적 처방도 요구하지 말아야 하며, 오직 해당 수의사와만 상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약물사건이 불과 한두건 이외에는 범인이 잡히지 않는 오리무중에 빠져들었다는 사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분명 누군가가 저질렀기에 나오는 현상인데도 말이다. 이에 대해 어떤 경마기자가 기고한 글을 다시 되새겨 보자. “마사회가 관련 조교사와 기수 관리원들을 경찰에 고발해 놓고 이 사실을 신문에 공식 발표를 했다. 하지만 그 기사가 실린 신문이 독자에게 전달되기 이전에 이미 관련조교사와 해당자들은 경찰에서 풀려나 집에 와서 신문을 받아 보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경마팬들이 공감할 수 있는 약물검사제도를 시행해 주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며 “시설이 좋다고 경마가 잘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라고 꼬집었는데, 우리가 이 마지막 문장을 잘 되새겨 보아야 한다. 이는 약물검사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닐 것이다.

원천적으로 말에게 부정적인 방법을 사용하려면 한이 없다. 이는 어느 특정단체의 노력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경마에 몸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의식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시영/경마평론가
2006/01/03 03:27 2006/01/03 03:27

경마의 올림픽 '98.브리더스컵 경주



상금(총상금 1천2백만달러)이나 출전마필의 수준에 있어 세계최고를 자랑하며, 명실상부한 경마의 올림픽이라 할 수 있는 1998년 브리더스컵경주가 지난 11월7일 열렸다. NBC방송이 전세계 40여개국에 생방송하는 가운데 미국 켄터키주 처칠다운스 경마장에서 개최된 이번 경주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아일랜드, 영국, 아르헨티나, 프랑스, 캐나다 등 전세계 경마선진국에서 82두가 출주해 7개의 경주를 펼쳤다.

우승마 7두 중 아일랜드 경주마 1두를 제외하고는 모두 미국 경주마였으며, 특히 이중 5두가 켄터키주 출신이어서 켄터키주가 세계 서러브레드 경주마 생산의 중심지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지난 켄터키더비에 ‘네셔날 로레(Nationalore)’란 경주마를 출전시켜 9착을 차지한바 있는 한국인 마주 겸 조교사 조명권씨가 이번에는 브리더스컵 주버나일에 ‘셀렉트 퓨(Select Few)’란 경주마를 등록했으나 실제경주에는 출전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브리더스컵 클래식(Classic)



총상금 4백만달러로 두바이월드컵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상금이 높은 경주인 브리더스컵 클래식경주는 1차 출마등록마인 ‘왜건 리미트(Wagon Limit)’가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총 10두가 출주하였다.이번 대회에서는 당대 최고마라 일컬어지는 ‘스킵 어웨이(Skip Away)’와 출주마중 97년 국제프리핸디캡 최고마인 아르헨티나 국적의 ‘젠틀맨(Gentle-men)’ 그리고 98년 두바이월드컵 우승마이자 98년도 최고상금 수득마인 ‘실버 참(Silver Charm)’ 등 3마리의 특급 경주마가 우승을 다툴 것으로 예상됐으나 ‘오섬 어게인(Awesome Again)’이 우승을 차지하며 이변을 연출했다. 이 경주에서는 3세이상 서러브레드 경주마가 1과 4분의 1마일의 다트주로를 달린다.


부담중량은 북반구 출생 3세마가 1백22파운드(55.3kg), 북반구 출생 4세 이상마가 1백26파운드(57.1kg), 남반구 출생 3세마는 1백17파운드(53kg), 남반구 출생 4세 이상마는 1백26파운드다. 암말은 공히 3파운드의 감량이 적용된다. 우승마인 ‘오섬 어게인’은 강력한 우승후보마는 아니었으나 98년에 5전5승의 무패전적을 지니고 있던 상당히 유명한 경주마였다. 98년 6월 스테판 포스터 핸디캡(Stephan Foster Handicap)경주에서 ‘실버 참’을 꺾은 것을 비롯하여 휘트니 핸디캡(Whitney Handicap, GⅠ), 사라토가 브리더스컵 핸디캡(Saratoga Breeders’ Cup Handicap, GⅡ) 등의 경주에서 우승을 차지한 바 있어 이변을 예고했다.2착은 ‘실버 참’이 차지했고, 3착은 올해 두바이 월드컵 2착마이자 영국의 킹조지 4세 & 퀸엘리자베스 다이아몬드 스테이크스 우승마인 고돌핀 소속의 ‘스웨인(Swain)’이 차지했다. ‘스웨인’은 주로 잔디경주에서 강점을 보여온 경주마로 다트주로에서 개최된 이번 브리더스컵에서도 예상외의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올해 벨몬트스테이크스 우승마인 ‘빅토리 갤럽(Victory Gallop)’이 4착을, 트래버스 스테익스(Travers Stakes, GⅠ) 우승마인 ‘코포나도스 퀘스트(Coponado’s Quest)’가 5착을 차지했다.

이번 경주 최고인기마(favorite)이자, 시가(Cigar)가 보유하고 있는 역대최고수득상금 기록(9백99만9천8백15달러)갱신을 눈앞에 두고 있던 ‘스킵어웨이’(총수득상금 : 9백61만6천3백60달러)는 6착에 머물러 기록경신을 다음 기회로 미룰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올해 브리더스컵 클래식 경주의 가장 큰 이변은 무려 80만달러의 추가등록료까지 지불하면서 출전한 아르헨티나의 ‘젠틀맨’이 최하위를 기록한 것이다.



브리더스컵 터프(Turf)



총상금 2백만달러가 걸린, 1과2분의 1마일 잔디주로 경주인 브리더스컵 터프에서는 아일랜드 경주마인 ‘벅스 보이(Buck’s Boy)’가 우승을 차지하였다.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던 아일랜드의 ‘데일라미(Daylami)’가 출주를 취소하여 다소 맥이 빠진 가운데 펼쳐진 이번 경주에서는 많은 이변이 연출됐다. 우승마 ‘벅스 보이’는 97년 브리더스컵 터프에서 4착을 기록했으며 통산전적 24전 13승, 2착 4회를 기록중이던 우승후보마 가운데 하나였다.올해 프랑스 개선문상 경주에서 2착을 한 아일랜드의 ‘레게라(Leggera)’가 총 13마리의 출주마 중 12착을 기록한 것과, 동경주 최고인기마이자 캐나디안 인터내셔널 스테이크스(Canadian International Stakes, GⅠ)에서 우승한 바 있는, 강력한 우승후보마였던 ‘로열 앤섬(Royal Anthem)’이 유리한 부담중량에도 불구하고 7착을 한 것은 이변이라 할 만하다.

지난해 이 경주 우승마였던 ‘치프 베어하트(Chief Bearhart)’는 4착을 차지했다. 2착은 ‘시가’의 조교사로 유명한 윌리엄 모트(Willam I. Mott)가 조교하고 코리 나카타니(Coruy Nakatani)가 기승한 ‘야글리(Yagli)’가 차지했다.



브리더스컵 디스태프(Distaff)



지난해까지 1백만달러였던 상금이 올해부터 2백만달러로 인상된 브리더스컵 디스태프 경주는 총 8마리의 경주마가 출주한 가운데 개최되었다. 디스태프 경주는 3세 이상 암말들의 경주로 1과 8분의 1마일의 다트주로를 달리는 경주이다. 이번 경주는 올해 브리더스컵 7개 경주 중 가장 이변이 적었던 경주로 국제프리핸디캡이 가장 높은 3마리의 우승후보마들이 1~3착을 기록하였다. 1착은 윌리엄 모트 조교사와 게리 스티븐스 기수의 ‘에세나(Escena)’가, 2착은 올해 9전6승을 기록중이던 최고인기마 ‘반시 브리즈(Banshee Breeze)’가, 3착은 올해 5월 켄터키 옥스(Kentucky Oaks)우승마인 ‘키퍼 힐(Keeper Hill)’이 각각 차지했다.브리더스컵 마일(Mile)브리더스컵 마일은 3세 이상 서러브레드 경주마가 1마일의 잔디주로에서 뛰는 경주다.

이 경주와 브리더스컵 터프는 잔디주로 경주가 많은 유럽의 경주마들이 강세를 보여 왔다.올해 브리더스컵 마일에는 총 14두의 경주마가 출주하여 존 벨라츠케즈(John Velazquez) 기수가 기승한 ‘다 호스(Da Hoss)’가 우승을 차지했다.우승마 ‘다 호스’는 96년 이 경주의 우승마로서 통산전적 19전 11승, 2착5회라는 우수한 전적을 가지고 있었으나 경주 전에는 그리 주목받지 못했다.97년 브리더스컵 주버나일(Juvenile : 2세마)경주에서 우승하고 같은해 이클립스상 시상식에서 북미연도대표마(Horse of the Year)로 선정된 바 있는 최고인기마 ‘페이버릿 트릭(Favorite Trick)’이 8착을 한 것과 유럽의 강력한 우승후보마였던 ‘데저트 프린스(Desert Prince)’가 최하위를 기록한 것은 이변이었다.2착은 알렉스 솔리스(Alex Solis) 기수가 기승한 아일랜드의 5세마 ‘혹슬리 힐(Hawksley Hill)’이 차지했다. 이어 3착은 켄트 데자무(Kent Desormeaux)기수가 기승한, 올해 3전3승의 전승기록을 가지고 있던 영국의 6세마 ‘라비브(Labeeb)’가 차지했다.



브리더스컵 스프린트(Sprint)



브리더스컵 스프린트는 브리더스컵 7개 경주 가운데 가장 짧은 1천2백m의 거리를 다트주로에서 뛰는 경주로 3세 이상 서러브레드 경주마가 출전대상이다. 올해 브리더스컵 스프린트에는 총 14두의 경주마가 출전하여 코리 나카타니 기수가 기승한 ‘리레이즈(Reraise)’가 우승을 차지하였다. ‘리레이즈’는 올해 9월 켄터키컵 스프린트 스테이크스(GⅡ)에서 우승한 바 있는 통산전적

5전4승의 경주마로 이번 경주의 우승후보마 중 하나로 꼽혀 왔다. 게리 스티븐스(Gary Stevens) 기수가 기승한 비인기마 ‘그랜드 슬램(Grand Slam)’이 2착을 한 것과 최고인기마였던 ‘어펌드 석세스(Affirmed Success)’가 6착을 한 것, 그리고 경마전문가 사이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마로 거론되던 ‘와일드 러시(Wild Rush)’가 최하위를 기록한 것 등은 이변이라 할 만하다.



브리더스컵 주버나일 필리스(Juvenile Fillies)



브리더스컵 주버나일 필리스 경주는 서러브레드 2세 암말들이 1과 16분의 1마일의 다트주로를 달리는 경주다. 부담중량은 모든 출주마 공히 1백19파운드(53.9kg)이고, 총상금은 1백만달러이며, 다른 브리더스컵 경주와 마찬가지로 당연히 GⅠ경주다.이 경주에서는 큰 이변없이 보브 베퍼트(Bob Baffert)조교사, 게리 스티븐스 기수의 최고인기마 ‘실버불릿데이(Silverbulletday)’가 예상대로 우승하였고, 2착은 켄트 데자무 기수가 기승한 ‘엑설런트 미팅(Excellent Meeting)’이 차지하였다.브리더스컵 쥬버나일(Juvenile)브리더스컵 주버나일 경주는 서러브레드 2세 수말경주로 1과 16분의 1마일을 다트주로에서 달린다. 부담중량은 모든 출주마가 동일하게 1백22파운드(55.3kg)이고, 총상금 1백만달러에 총 13두의 경주마가 출전하였다. 1착은 제리 베일리(Jerry Bailey) 기수가 기승한 ‘엔서 라이블리(Answer Lively)’가 차지했고, 2착은 에드가 프라도(Edgar Prado) 기수가 기승한 ‘알리즈 앨리(Aly’s Alley)’가 차지하였다.



정태인│대외협력팀
2006/01/03 03:25 2006/01/03 03:25

경주마의 천국 리토트레이닝센터



리토트레이닝 센터는 듣던 대로 한번 가볼 만한 곳이었다. 경주마들이 아침 햇살을 받으며 광활한 벌판을 시원스레 달리는 모습은 보는 이의 가슴을 트여 주기에 충분했다. 필자가 이곳을 들러보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고베에 사는 지인의 초청으로 갔던 관광길에 마사회 석영일 재결위원의 권유로 들렀던 것이다. 석위원이 소개해준 후루하시 수석재결위원과 이곳에서 11월11일 오전 6시40분에 만나 안내를 받기로 했었다. 혹여 약속시간에 늦을까봐 오전 4시 고베를 출발, 물어물어 찾아가 도착한 것은 오전 8시.



일본 아버지의 ‘경마조기교육’



도착 즉시 기자의 본능이 발동되기 시작했다. 주차장부터 둘러보며 우리와 다른점을 찾아본 것이다. 드디어 묘한 것이 포착됐다.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차량마다 남녀가 쌍쌍이 타고 있는 것이었다. ‘일본엔 여자 마필관리사도 있다더니 부부관리사도 많은 모양이다’하고 생각했는데 이들이 차에서 내리지를 않는 것이었다.출근했으면 들어갈 일이지 남녀가 깜깜한 차 안에서 무슨 짓을 하나 싶어 둘러봤더니 부부도 있었지만 젊은 연인들도 적지 않았다.

또 어떤 부부들은 뒷자리에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쯤 돼 보이는 자녀들까지 태우고 있었다. 이들이 뭐하는 사람들인지는 한참 뒤에 알았다. 후루하시 위원을 만나 조교관람대에 들어갔을 때 이들이 중앙경마회 직원의 안내를 받아 입장했다. 알고보니 이날은 나흘 뒤에 열리는 제25회 엘리자베스여왕배 출주마들의 조교 공개행사를 갖는 날이었다. 엘리자베스여왕배는 총상금 1억9천만엔(우승상금 1억엔)으로 전국 랭킹 8위, 관서지방 랭킹 4위인 대회다. 이 대회 출주마들의 조교장면을 보려고 찾아온 사람들이었다.

‘세상에 그걸 보려고 생업을 제쳐두고 꼭두새벽에 오다니, 그것도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도 않은 채 데리고 오다니 부모가 어린 자녀들까지 경마꾼으로 키우는 모양이다’ 싶어 다가가 질문을 던졌다. 자영업을 한다는 도쿠마루 오시가즈(38)의 입에서 놀라운 대답이 나왔다. “학교 교육도 중요하지만 경마를 올바르게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다. 학교는 오후에 보내기로 하고 데리고 왔다”어른이 돼서 경마를 도박이 아닌 건전 레저로 즐기도록 조기교육을 시킨다는 얘기다. 도쿠마루는 이를 위해 고베에서 새벽 5시에 출발했다고 한다.

고베에서 리토까지는 1백50km, 서울~대전 거리다. 자녀에게 경마에 대한 산교육을 시키기 위해 학교도 보내지 않고 데려온 아버지의 정성은 일본 경마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목으로 학교 성적만을 대수로 알고 수백만원짜리 고액과외나 시키는 한국의 아버지들과 대조적이었다. 망원경을 들고 말들이 뛰는 모습을 살펴보는 도쿠마루씨의 자녀에게서 일본 경마의 밝은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리토트레이닝센터의 6겹 트랙



이날 트레이닝센터를 찾은 사람은 60여명. 중앙경마회는 이들에게 망원경을 하나씩 빌려주고 아침식사와 커피를 제공했다. 안내원 핸드 마이크를 들고 조교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줬다. 엘리자베스여왕배에 출전하는 사로 기수(28)와 대화하는 시간에는 질문공세와 박수세례가 터졌다. 1시간 30분 동안의 조교관람 행사를 마치고 트레이닝센터를 한바퀴 둘러보아다. 리토 트레이닝센터는 1백49만㎥(약 45만평). 이중 마장이 42만㎥, 마사 41만7천㎥, 주택 14만2천㎥와 말 수영장,

말병원 등이 들어서 있다. 이 안에 경주마 2천1백58두와 1천2백세대 4천명이 거주하고 이다.경주마는 오사카, 교토, 고베경마장 등 관서지역 경마에 출전하는데 더러는 도쿄 등지로 원정경기에 나서기도 한다. 조교사는 1백11명, 기수는 90명이다. 조교사가 기수보다 많다는게 우리와 다른 점이다.

우리는 조교사 52명에 기수 77명으로 기수가 훨씬 많다. 조교사 1인당 평균 관리두수가 19.4두. 우리나라의 25.6두 보다 적다. 반면 기수와 경주마의 비율은 1대24로 우리나라의 1대17.3보다 훨씬 많다.리토 트레이닝센터의 조교트랙은 6개가 겹으로 설치돼 있다. 맨 안쪽 1번 주로는 1천4백50m, 다음 2번 주로는 1천6백m, 3번 주로 1천8백m, 4번 1천9백50m, 맨 바깥쪽 6번 주로가 2천2백m다.특이한 것은 조교트랙의 바닥이 세 가지라는 점이다.

1번과 4번주로에는 잔디, 2번 6번 주로에는 모래, 3번 5번 주로에는 우드칩이 각각 깔려 있다. 조교사들은 경주마에 알맞은 주로를 택해 조교를 시킨다. 우드칩이 깔린 주로는 모래주로보다 푹신해 다리 관절에 이상이 있는 말을 조교 시킬 때 이용한다. 그리고 트랙 안에는 소형트랙 4개가 있어 우리나라의 원형 마장처럼 이용하고 있다. 그래서 조교트랙에 나오면 실전을 벌이듯 전력질주한다.조교에 나오는 경주마들은 우리처럼 안장에 고유번호를 달고 나오는데 안장의 색깔이 나이별로 다르다. 우리는 이번주 출주마는 황색, 대상경주 출주마는 청색, 다음에 출주할 말은 적색, 미등록 신마는 황색선이 그어진 재킹으로 구분하고 나머지는 나이에 따라 3세 이하는 흑색, 4세 이상은 흰색 재킹을 사용하고 있다.

조교트랙은 하루 4시간 동안 개방하는데 여름철엔 오전 5시부터, 겨울철엔 오전 7시부터 시작한다. 동이 튼 뒤에 시작하는 것이다. 그래서 조명등을 켜는 일이 거의 없다. 조명등도 우리처럼 조명탑이 아니라 가로등처럼 띄엄띄엄 설치돼 있다. 조교사, 기수, 중앙경마회 핸디캐퍼 등 관계자들의 일과는 이때부터 시작된다. 우리나라는 꼭두새벽부터 조명들을 켜놓고 조교를 한다. 조교가 끝나면 말도 자고 사람도 잔다.

이렇게 한숨 자고난 뒤 일과를 다시 시작하는 우리와는 너무나 다르다. 우리는 트레이닝센터가 따로 없어 경주트랙에서 새벽 4~5부터 조교를 시작해야 한다. 만약 일본처럼 7시부터 시작하면 경마날엔 조교를 제대로 할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꼭두새벽부터 조교를 하고 낮잠을 한숨 자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일본경마와 언론



리토 트레이닝센터엔 조교관람대가 2개 있다. 2백m쯤 서로 떨어녀 있는데 하나는 일반인 관람대이고 또 하나는 조교사와 기자전용이다. 기자 관람대에서 조교사 인터뷰가 있다고 해서 한번 가 보았다.가는 길엔 작은 등산로처럼 된 오솔길이 있었는데 그 동산의 위엔 흉상이 하나 세워져 있었다. 다케다 조교사의 흉상이다.

그는 1906년 홋카이도에서 태어나 기수를 거쳐 조교사가 된 뒤 일본 조교사회 회장, 중앙경마회 운영심의회 위원, 조교사회 명예회장 등을 지냈으며 경마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훈장을 2번 받았다고 한다. 흉상 앞엔 벤치가 여러개 설치돼 조교사들이 앉아 담소를 나누며 조교장면을 지켜보는 게 마치 대선배를 기리는 뜻이 보였다. 오솔길을 지나면 커다란 마당에서는 말들이 조교트랙에 입장하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고, 트랙 입구에는 카메라맨들이 진을 치고 엘리자베스여왕배 출전마들에 대한 취재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이들은 출전마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낱낱이 카메라에 담았다.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대상경주가 열린다고 해서 카메라맨들이 몰려오지도 않을 뿐더러 와서 촬영해도 게재할 지면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일본에선 출전마의 조교장면을 다음날 아침신문에 상세하게 보도되고 있다.마당 주변에는 조교사와 기수, 조교보, 마필관리사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조교사는 우리처럼 검은색 안전모를, 조교보는 검은색에 흰테가 있는 안전모를 쓰고 있었으나 기수의 안전모는 청색(우리는 노란색)이다. 기자 관람대 아래층은 조교사들이 이용하고 위층은 기자실이다. 기자실의 한쪽은 전문지 기자들이 다른 한쪽은 신문 기자들이 이용한다. 전문지 기자실에선 예상전문가들이 경주마들의 조교장면을 망원경으로 낱낱이 살피며 열심히 기록하고 있었다. 1개 예상지에 몇명씩 몰려온 것 같았다.

일본 최대 예상업체인 ‘슈칸 게이바북’의 기자만도 7~8명 눈에 띄었다.신문기자실은 각 스포츠신문과 일간지로서는 유일하게 예상지를 발행하는 산케이신문 기자들이 주로 이용하는데, 이날은 엘리자베스여왕배 출전마 조교장면 공개일이어서 방송기자들의 출입이 허용돼 방송카메라 7~8대가 와 있었다. 이날 인터뷰 대상 조교사는 강력한 우승후보마 ‘에어그룹’을 관리하는 이토 유지씨(61)였다. ‘에어그룹’은 지난해 천황상을 거머쥐며 연도 대표마로 뽑혔던 관서지방 최고의 명마. 93년 4월6일 홋카이도에서 태어났으며 4백70kg의 균형잡힌 몸매에 머리가 영리해 16전9승, 준우승 4회를 기록하고 있었다.

아비말 ‘토니빈’은 89년 개선문상을 안았던 명마로 유럽지역을 누비며 27전15승을 거뒀다. 89년 재팬컵에 원정 출전, 5착에 그쳤는데 일본의 생산업자가 씨수말로 거액에 사들였다.이런 명마의 아들인 ‘에어그룹’은 관서지방 경마팬들에겐 스타로서 모자람이 없다. 따라서 매스컴은 이토 유지 조교사에게 집중됐다. “충분히 조교했다. 80%는 완성된 것으로 본다. 지난번 삿포로에서 진 것은 염두에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목표를 정해 이길 경주에 승부해야 한다. 이번엔 한발한발 중요하게 풀어나갈 것이다.”지난번 경주에선 ‘안갔다’는 얘기다. 이런 얘기를 함부로 해도 괜찮은 것이다. 대상경주를 앞두고 전력을 아껴두기 위해 한 게임 버리는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를 대놓고 얘기했다가는 경마팬들의 비난을 면키 어려운 우리의 현실과는 판이하다.이토 조교사는 또 이런 말도 했다. “기승정지 처분을 받아 이번에 출전하지 못하는 게 아쉽다.

당시 처벌을 받으리라고 생각지 않았다. 이의신청을 하려 했으나 주변의 만류로 참았지만 처벌을 받을 만한 사안이 아니었다.”기자들 앞에서, 방송 마이크와 카메라 앞에서 재결 불만을 거침없이 털어놓은 것이다. 그래도 괘씸죄에 걸리지 않는 게, 언론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는 게 일본 경마의 현주소다.이토 조교사는 ‘에어그룹’에 과거 함께 출전한 경험이 있는 요코야마 기수를 태워 출전시켰으나 그와 수많은 경마팬들의 기대와 달리 아쉽게도 3위에 그치고 말았다.

이규승│스포츠조선 대기자
2006/01/03 03:23 2006/01/03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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