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에 포도주나 위스키를 마시게 했다
운동 선수들도 우승하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하는데, 자기의 혈액을 평소에 모아 두었다가 경기 전에 수혈을 받기도 한다. 심지어, 여자들의 경우 임신을 하였다가 경기 전에 낙태수술을 받음으로써 생체에 평소보다 많은 혈액을 보유, 산소 운반능력을 끌어올려 경기력을 향상시키기도 한다. 서울올림픽에서 벤 존슨이 약물이 검출돼서 금메달을 박탈당했는데, 이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흥분제가 아니다. 우리 몸 속에 항상 가지고 있는 스테로이드호르몬이라는 물질인데, 평소 생리적인 수치보다 과다하게 검출되었기 때문에 경기 전에 섭취했다고 판정한 것이다. 경주마에 약물을 투여해서 능력을 가감하는 것은 가장 악질적인 방법이므로 각국에서는 엄격히 대처하고 있다. 대부분의 화학적 물질은 의학적 및 약리학적 용어로서는 의약품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중 스트리키니네(Strychinine)는 좋은 예이다. 이는 오랜기간 독약으로서 존재해 왔으며, 동시에 치료적 물질이기도 하였다. 약물은 단순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 복잡한 화학물질이나 혼합물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매일같이 새로운 분야로 넓혀지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새로운 의약품이 만들어지고 있다. 약물검사를 하는 수많은 연구자들은 새로운 약품의 검사를 위해서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항상 새로운 약물의 꽁무니만 따르게 된다. 한발 뒤처져서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흥분제와 진정제를 구별하려고 한다. 의학적 또는 약리학적으로 흥분제는 동물의 각종 조직의 활동이나 기능을 증가시키는 물질이다. 우리들이 가장 잘 알고 있는 흥분제인 카페인과 니케타마이드는 심장박동이나 호흡을 증진시킨다. 암페타민과 같은 의약품은 신경계통의 활동을 증가시켜 주는 원인물질이기도 하다. 신경계통은 운동을 하는 근육계통에 대하여 조종사나 기수의 역할을 한다. 신경계가 근육계통의 기수로 작용할 때, 약물은 기수로 하여금 자주 채찍을 휘두르게 함으로써 더욱 좋은 결과를 가져다 주게 된다. 하지만 과다하게 투여된 약물은 신경계를 거칠게 만든다. 과도한 흥분은 조화를 깨뜨리는 원인이 되며, 경주마로 하여금 기대할 만한 성적을 내지 못하게 만든다. 약물의 활동에 의해서 효과적인 흥분을 일으킨다는 것은 투여된 약물의 용량, 효과가 나타나는 시간, 투약의 경로에 따라서 달라지게 된다.
흥분제와 진정제라는 것은
그렇다면 진정제란 무엇인가. 의학적 또는 약리학적으로 진정제란 동물의 각종 조직의 활동이나 기능을 억압· 저하시키는 물질이다. 이 정의에 의하면 진정제란 정확하게 흥분제와 반대의 것이다. 외과적 목적으로 사용되는 대부분의 의약품은 진정제에 속한다. 마취제에 속하는 에텔이나 클로로포름을 포함하여 많은 종류가 있다.이들 약품은 근육활동을 저하시키며, 보통 이야기하는 마비증세를 일으킨다. 이들 중에 많은 약품은 마취작용을 나타내지 않고 단지 약간의 진정작용을 나타내는데, 페노바비탈과 펜토바비탈과 같은 바비추레이트계의 약물들이 이에 속한다. 이들 약물은 말에게 침울한 상태나 속도저하를 나타내기도 한다.
국소마취제에 속하는 의약품은 보통 인체나 동물에 자주 사용된다. 이들은 프로카인을 포함하여 상당수 있다. 이들 약품은 국소적으로 작용할 때는 신경활동을 저하시키지만 적당한 양일 때는 혈관을 통하여 중추신경계통에 도달해 직접적인 흥분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럼으로써 호흡과 근육활동을 증가시킨다. 시간이 경과 후 그만한 용량을 다시 투여해도 같은 효과를 나타내게 된다.여기서 하나의 의문이 생긴다. 어느 하나의 약품이 흥분제와 진정제의 역할을 함께 나타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대답은 “예”이다. 많은 경우 투여된 양에 따라 어느 용량은 흥분을 나타내게 되고, 어느 다른 용량은 진정제로서 역할을 하게 된다. 우리가 마시는 술(알콜)의 경우 많은 양일 때는 진정제 역할을 할 것이다. 부조화 무감각 의식불명은 소위 죽도록 마신 결과다. 그러므로 알콜은 정확하게 진정제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량의 알콜은 흥분제로서 작용한다. 특히 소량의 알콜을 혓바닥에 문지르면 흥분을 나타낸다. 이 결과를 고대경마에서 이용한 것 같다. 즉 출주할 말에 위스키나 포도주를 마시게 했다.우리 경마에서 자주 검출되는 프로카인은 국소마취제다. 이 경우 주사받은 국소(예를 들어 관절)는 신경기능이 저하되나 중추신경계통에는 흥분이 일어나게 된다. 이는 근육활동과 호흡의 증가를 가져온다. 이것도 흥분과 진정의 이중성을 보여주는 예이다.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다. 나빠진 관절에 프로카인과 같은 진정제를 투여함으로써 통증을 못 느끼게 하여 말이 능력껏 달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점을 이용해서 1970년대에는 말의 요통치료에 이러한 국소마취제가 도입되기도 하였다.흥분과 진정의 이중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의약품이 몰핀과 헤로인이다. 사람과 개에게 몰핀과 헤로인은 뚜렷한 진정을 나타낸다. 그러나 말이나 고양이의 경우 중정도의 양을 투여하면 뚜렷한 흥분을 나타낸다. 이때 말이나 고양이는 성질이 사나워지고, 발걸음이 빨라진다. 이처럼 동일한 약품이라도 사용량이나 대상동물 또는 대상부위에 따라서 진정제 역할을 하고 흥분제로 작용하기도 한다.
간단히 요약하면 대부분의 많은 의약품은 흥분과 진정의 양자효과를 나타낸다. 이와같은 두 효과는 의약품의 사용량, 작용의 지속시간, 투약경로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이와 같은 효과의 이중성은 많은 의약품의 특성이기도 한데, 이때문에 말에 투여된 의약품을 흥분제나 진정제라는 용어로 구별해서 사용할 필요가 없다. 용어를 정의한다는 것은 오히려 혼란을 가져다 주게 될 것이다. 그래서 검출약물의 종류와 경기수행 능력에 차이가 난다고 하는 억측을 만들게 될 것이다.
약물검사를 위한 검사재료는
경마개최수의사로서는 어느 검사재료가 약물관리를 위해서 가장 좋은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대개 검사재료는 타액과 오줌 그리고 혈액이다. 초기 약물검사에서는 타액재료가 가장 널리 사용되었다. 그후 오줌이 가장 좋다는 보고도 있었다. 그래서 요즘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타액을 채취하기보다는 오줌을 채취하고 있다. 그러나 오줌과 타액중에 어느 것이 좋으냐고 시원하게 대답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 경마화학자협회에서는 타액과 오줌을 동시에 채취할 것을 권고한다. 이는 타액에서 검출되지 않는 약물이 오줌에서 검출될 수도 있고, 그 반대도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경주 후 검사에서는 타액과 오줌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주라는 강한 운동후에는 이미 약물들이 대사작용을 통해서 생체의 조직에 있기보다는 배설물로서 빠져 나갈 단계이기 때문이다.
타액은 투약 후 약물검출을 할 수 있는 최초의 생물학적 체액이다. 그러기 때문에 경마장에서 불법투약을 관리하면서 초기에 수년간 사용되던 검사재료이기도 하다. 많은 의약품이 실험적으로 타액으로 부터 검출된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또한 경구투약(입으로 약을 먹는 것)에 있어서는 효과적이라는 것이 증명되었다. 타액의 상태와 조성분으로서 약물의 존재를 증명하고 약품을 정제할 수 있다. 특히 간편하고 신속하게 판정할 수 있으며, 채취시간이 짧고, 채취시 말에게 아무런 위험이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오줌은 타액보다도 더 좋은 검사재료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각 말의 개체에 따라서 다르기도 하다. 그래서 일상의 약물검사에서는 타액채취와 병행해서 오줌을 채취하는 것을 권하고 있다. 그러나 오줌의 채취는 타액보다 더 어렵다. 밀폐된 별도의 마방이 있어야 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도 있다. 1970년대에 홍콩에서는 웃지 못할 사건이 발생하였다. 약물검사에서 어느 말의 오줌에서 카페인이 검출된 것이다. 경마계에 큰 소동이 났다. 해당 마주를 비롯하여 조교사, 기수 모든 관리원들이 경찰에서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광범위한 조사끝에 검사재료 채취원의 오줌으로 판명되었다. 즉, 채취원이 오랜 시간 기다려도 말이 오줌을 누지 않자 기다리기가 귀찮아서 자기의 오줌을 소변통에 받은 뒤 말의 오줌이라고 해서 조교사의 확인도장까지 받아 제출했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시료 채취에 다소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 사후검사의 재료로 혈액을 채취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즉 약물이 혈류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는 사실에서 혈액을 가검물로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말에게 약물을 투여할 경우 잔류 약물이 혈액에서 검출되는 것보다는 오줌이나 타액에서 검출되는 것이 훨씬 많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어느 실험에 의하면 오줌에서의 약물회수량은 혈액에서 회수되는 것보다 가스크로마토그라피에서 적어도 수천배 많다는 것이 증명되기도 하였다. 물론 검체채취마방의 부족으로 어쩔수 없는 일이기는 하겠지만 효과적인 약물관리를 위해서는 오줌과 타액을 채취하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분석기술은 세계일류라고 하지만 분석을 위한 재료채취는 후진국에 머물고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부정의 방법은 끝이 없다
약물 이외에도 말의 능력을 가감시킬 수 있는 물품이나 방법들이 많이 있다. 예를 들면 안장 밑에 고성능의 전기 배터리를 장착해 둔다거나 또는 각종 장구를 이용해 말이 제 능력을 발휘하는데 차이를 둘 수도 있다. 재갈도 그중 하나다. 재갈은 형태에 따라서 말의 제어능력이 다르다. 그래서 대개의 경마시행체는 사용할 재갈의 종류를 명시하고 있다. 부득이 다른 종류의 것을 사용할 때는 사전에 재결위원의 승인을 받도록 한다. 또 복대를 느슨하게 조이거나 혹은 단단히 조이는 데도 차이가 있다. 소리에 예민한 말이나 곁눈질 잘하는 말에게는 가면을 씌우는데, 이것도 등록을 하도록 한다. 가면을 하다가 안했을 때 경주능력에 변화를 가져올 수가 있다는 것이다.발굽에 장착하는 편자를 이용할 수도 있다. 쇠로 만든 편자는 그 무게가 1개에 대략 2백50g정도이나 알루미늄으로 만든 것은 1백g이하이므로 경주성적에 상당한 차이를 나타낸다. 부담중량을 그만치 가감하는 것이다. 또한 무거운 편자를 쓰느냐 가벼운 편자를 쓰느냐에 따라 도약과 착지방법도 달라진다. 우리나라에서 쇠편자 대신 알루미늄편자로 교체한 후 평균 2~3초가 단축된 사례도 있다. 이 때문에 연철로 만든 편자를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면 편자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알루미늄편자를 장착할 수 있다.
심지어 쇠편자에는 은색도금을 하거나 알루미늄색깔을 칠하고, 알루미늄편자에는 검은색을 칠하는 방법으로 편자검사를 통과할 수도 있을 것이다.과거 한두 사람이 편자를 바꾸어 출주시키고자 시도하였으나 편자검사에서 적발된 예도 있다. 어떤 말은 말의 악벽으로 편자를 장착하지 못한다. 그래서 항상 등록을 해서 관리하는데, 어느날 편자를 장착했다면 역시 경주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말의 악벽으로 인해 갑자기 편자가 빠져 재장착할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 해당말의 출주여부를 재결위원이 결정하는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이 외에 품질이 좋지 못한 사료를 먹여서 능력을 은폐시킬 수도 있다. 홍콩의 경우 경마일 아침에 보안요원이 각조 마방을 순시하면서 연맥 등의 사료를 채취, 약물검사소에 검사를 의뢰한다. 그러면 건조기에서 일정시간 건조시켜 그 무게가 규격보다 미달하면 영양분이 충분하지 못한 사료를 먹여서 능력을 떨어뜨릴 목적이 있었다고 보고 약물검사 양성판정을 하기도 한다. 이보다 더 적극적인 방법은 말에게 아예 잘 먹이지 않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경주마의 조교사에게는 스포츠맨십과 공정경마를 실시하겠다는 마음이 요구된다. 이는 그의 말이 자연적인 능력, 즉 인공적으로 어떤 도움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능력껏 달리게 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주변환경은 그 생각을 그대로 지켜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질병을 치료하는 수의사는 말이 질병에서 회복하여 출주하기 전에 조교사와 상담할 때나 당해 동물을 치료할 때 치료약품의 선택에 조교사를 도울수 있는 명백한 지침을 가져야 한다. 마주는 조교사가 가진 이러한 마음과 각오를 유지할 수 있도록 어떤 약물적 처방도 요구하지 말아야 하며, 오직 해당 수의사와만 상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약물사건이 불과 한두건 이외에는 범인이 잡히지 않는 오리무중에 빠져들었다는 사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분명 누군가가 저질렀기에 나오는 현상인데도 말이다. 이에 대해 어떤 경마기자가 기고한 글을 다시 되새겨 보자. “마사회가 관련 조교사와 기수 관리원들을 경찰에 고발해 놓고 이 사실을 신문에 공식 발표를 했다. 하지만 그 기사가 실린 신문이 독자에게 전달되기 이전에 이미 관련조교사와 해당자들은 경찰에서 풀려나 집에 와서 신문을 받아 보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경마팬들이 공감할 수 있는 약물검사제도를 시행해 주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며 “시설이 좋다고 경마가 잘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라고 꼬집었는데, 우리가 이 마지막 문장을 잘 되새겨 보아야 한다. 이는 약물검사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닐 것이다.
원천적으로 말에게 부정적인 방법을 사용하려면 한이 없다. 이는 어느 특정단체의 노력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경마에 몸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의식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시영/경마평론가
운동 선수들도 우승하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하는데, 자기의 혈액을 평소에 모아 두었다가 경기 전에 수혈을 받기도 한다. 심지어, 여자들의 경우 임신을 하였다가 경기 전에 낙태수술을 받음으로써 생체에 평소보다 많은 혈액을 보유, 산소 운반능력을 끌어올려 경기력을 향상시키기도 한다. 서울올림픽에서 벤 존슨이 약물이 검출돼서 금메달을 박탈당했는데, 이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흥분제가 아니다. 우리 몸 속에 항상 가지고 있는 스테로이드호르몬이라는 물질인데, 평소 생리적인 수치보다 과다하게 검출되었기 때문에 경기 전에 섭취했다고 판정한 것이다. 경주마에 약물을 투여해서 능력을 가감하는 것은 가장 악질적인 방법이므로 각국에서는 엄격히 대처하고 있다. 대부분의 화학적 물질은 의학적 및 약리학적 용어로서는 의약품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중 스트리키니네(Strychinine)는 좋은 예이다. 이는 오랜기간 독약으로서 존재해 왔으며, 동시에 치료적 물질이기도 하였다. 약물은 단순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 복잡한 화학물질이나 혼합물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매일같이 새로운 분야로 넓혀지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새로운 의약품이 만들어지고 있다. 약물검사를 하는 수많은 연구자들은 새로운 약품의 검사를 위해서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항상 새로운 약물의 꽁무니만 따르게 된다. 한발 뒤처져서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흥분제와 진정제를 구별하려고 한다. 의학적 또는 약리학적으로 흥분제는 동물의 각종 조직의 활동이나 기능을 증가시키는 물질이다. 우리들이 가장 잘 알고 있는 흥분제인 카페인과 니케타마이드는 심장박동이나 호흡을 증진시킨다. 암페타민과 같은 의약품은 신경계통의 활동을 증가시켜 주는 원인물질이기도 하다. 신경계통은 운동을 하는 근육계통에 대하여 조종사나 기수의 역할을 한다. 신경계가 근육계통의 기수로 작용할 때, 약물은 기수로 하여금 자주 채찍을 휘두르게 함으로써 더욱 좋은 결과를 가져다 주게 된다. 하지만 과다하게 투여된 약물은 신경계를 거칠게 만든다. 과도한 흥분은 조화를 깨뜨리는 원인이 되며, 경주마로 하여금 기대할 만한 성적을 내지 못하게 만든다. 약물의 활동에 의해서 효과적인 흥분을 일으킨다는 것은 투여된 약물의 용량, 효과가 나타나는 시간, 투약의 경로에 따라서 달라지게 된다.
흥분제와 진정제라는 것은
그렇다면 진정제란 무엇인가. 의학적 또는 약리학적으로 진정제란 동물의 각종 조직의 활동이나 기능을 억압· 저하시키는 물질이다. 이 정의에 의하면 진정제란 정확하게 흥분제와 반대의 것이다. 외과적 목적으로 사용되는 대부분의 의약품은 진정제에 속한다. 마취제에 속하는 에텔이나 클로로포름을 포함하여 많은 종류가 있다.이들 약품은 근육활동을 저하시키며, 보통 이야기하는 마비증세를 일으킨다. 이들 중에 많은 약품은 마취작용을 나타내지 않고 단지 약간의 진정작용을 나타내는데, 페노바비탈과 펜토바비탈과 같은 바비추레이트계의 약물들이 이에 속한다. 이들 약물은 말에게 침울한 상태나 속도저하를 나타내기도 한다.
국소마취제에 속하는 의약품은 보통 인체나 동물에 자주 사용된다. 이들은 프로카인을 포함하여 상당수 있다. 이들 약품은 국소적으로 작용할 때는 신경활동을 저하시키지만 적당한 양일 때는 혈관을 통하여 중추신경계통에 도달해 직접적인 흥분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럼으로써 호흡과 근육활동을 증가시킨다. 시간이 경과 후 그만한 용량을 다시 투여해도 같은 효과를 나타내게 된다.여기서 하나의 의문이 생긴다. 어느 하나의 약품이 흥분제와 진정제의 역할을 함께 나타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대답은 “예”이다. 많은 경우 투여된 양에 따라 어느 용량은 흥분을 나타내게 되고, 어느 다른 용량은 진정제로서 역할을 하게 된다. 우리가 마시는 술(알콜)의 경우 많은 양일 때는 진정제 역할을 할 것이다. 부조화 무감각 의식불명은 소위 죽도록 마신 결과다. 그러므로 알콜은 정확하게 진정제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량의 알콜은 흥분제로서 작용한다. 특히 소량의 알콜을 혓바닥에 문지르면 흥분을 나타낸다. 이 결과를 고대경마에서 이용한 것 같다. 즉 출주할 말에 위스키나 포도주를 마시게 했다.우리 경마에서 자주 검출되는 프로카인은 국소마취제다. 이 경우 주사받은 국소(예를 들어 관절)는 신경기능이 저하되나 중추신경계통에는 흥분이 일어나게 된다. 이는 근육활동과 호흡의 증가를 가져온다. 이것도 흥분과 진정의 이중성을 보여주는 예이다.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다. 나빠진 관절에 프로카인과 같은 진정제를 투여함으로써 통증을 못 느끼게 하여 말이 능력껏 달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점을 이용해서 1970년대에는 말의 요통치료에 이러한 국소마취제가 도입되기도 하였다.흥분과 진정의 이중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의약품이 몰핀과 헤로인이다. 사람과 개에게 몰핀과 헤로인은 뚜렷한 진정을 나타낸다. 그러나 말이나 고양이의 경우 중정도의 양을 투여하면 뚜렷한 흥분을 나타낸다. 이때 말이나 고양이는 성질이 사나워지고, 발걸음이 빨라진다. 이처럼 동일한 약품이라도 사용량이나 대상동물 또는 대상부위에 따라서 진정제 역할을 하고 흥분제로 작용하기도 한다.
간단히 요약하면 대부분의 많은 의약품은 흥분과 진정의 양자효과를 나타낸다. 이와같은 두 효과는 의약품의 사용량, 작용의 지속시간, 투약경로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이와 같은 효과의 이중성은 많은 의약품의 특성이기도 한데, 이때문에 말에 투여된 의약품을 흥분제나 진정제라는 용어로 구별해서 사용할 필요가 없다. 용어를 정의한다는 것은 오히려 혼란을 가져다 주게 될 것이다. 그래서 검출약물의 종류와 경기수행 능력에 차이가 난다고 하는 억측을 만들게 될 것이다.
약물검사를 위한 검사재료는
경마개최수의사로서는 어느 검사재료가 약물관리를 위해서 가장 좋은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대개 검사재료는 타액과 오줌 그리고 혈액이다. 초기 약물검사에서는 타액재료가 가장 널리 사용되었다. 그후 오줌이 가장 좋다는 보고도 있었다. 그래서 요즘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타액을 채취하기보다는 오줌을 채취하고 있다. 그러나 오줌과 타액중에 어느 것이 좋으냐고 시원하게 대답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 경마화학자협회에서는 타액과 오줌을 동시에 채취할 것을 권고한다. 이는 타액에서 검출되지 않는 약물이 오줌에서 검출될 수도 있고, 그 반대도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경주 후 검사에서는 타액과 오줌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주라는 강한 운동후에는 이미 약물들이 대사작용을 통해서 생체의 조직에 있기보다는 배설물로서 빠져 나갈 단계이기 때문이다.
타액은 투약 후 약물검출을 할 수 있는 최초의 생물학적 체액이다. 그러기 때문에 경마장에서 불법투약을 관리하면서 초기에 수년간 사용되던 검사재료이기도 하다. 많은 의약품이 실험적으로 타액으로 부터 검출된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또한 경구투약(입으로 약을 먹는 것)에 있어서는 효과적이라는 것이 증명되었다. 타액의 상태와 조성분으로서 약물의 존재를 증명하고 약품을 정제할 수 있다. 특히 간편하고 신속하게 판정할 수 있으며, 채취시간이 짧고, 채취시 말에게 아무런 위험이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오줌은 타액보다도 더 좋은 검사재료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각 말의 개체에 따라서 다르기도 하다. 그래서 일상의 약물검사에서는 타액채취와 병행해서 오줌을 채취하는 것을 권하고 있다. 그러나 오줌의 채취는 타액보다 더 어렵다. 밀폐된 별도의 마방이 있어야 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도 있다. 1970년대에 홍콩에서는 웃지 못할 사건이 발생하였다. 약물검사에서 어느 말의 오줌에서 카페인이 검출된 것이다. 경마계에 큰 소동이 났다. 해당 마주를 비롯하여 조교사, 기수 모든 관리원들이 경찰에서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광범위한 조사끝에 검사재료 채취원의 오줌으로 판명되었다. 즉, 채취원이 오랜 시간 기다려도 말이 오줌을 누지 않자 기다리기가 귀찮아서 자기의 오줌을 소변통에 받은 뒤 말의 오줌이라고 해서 조교사의 확인도장까지 받아 제출했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시료 채취에 다소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 사후검사의 재료로 혈액을 채취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즉 약물이 혈류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는 사실에서 혈액을 가검물로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말에게 약물을 투여할 경우 잔류 약물이 혈액에서 검출되는 것보다는 오줌이나 타액에서 검출되는 것이 훨씬 많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어느 실험에 의하면 오줌에서의 약물회수량은 혈액에서 회수되는 것보다 가스크로마토그라피에서 적어도 수천배 많다는 것이 증명되기도 하였다. 물론 검체채취마방의 부족으로 어쩔수 없는 일이기는 하겠지만 효과적인 약물관리를 위해서는 오줌과 타액을 채취하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분석기술은 세계일류라고 하지만 분석을 위한 재료채취는 후진국에 머물고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부정의 방법은 끝이 없다
약물 이외에도 말의 능력을 가감시킬 수 있는 물품이나 방법들이 많이 있다. 예를 들면 안장 밑에 고성능의 전기 배터리를 장착해 둔다거나 또는 각종 장구를 이용해 말이 제 능력을 발휘하는데 차이를 둘 수도 있다. 재갈도 그중 하나다. 재갈은 형태에 따라서 말의 제어능력이 다르다. 그래서 대개의 경마시행체는 사용할 재갈의 종류를 명시하고 있다. 부득이 다른 종류의 것을 사용할 때는 사전에 재결위원의 승인을 받도록 한다. 또 복대를 느슨하게 조이거나 혹은 단단히 조이는 데도 차이가 있다. 소리에 예민한 말이나 곁눈질 잘하는 말에게는 가면을 씌우는데, 이것도 등록을 하도록 한다. 가면을 하다가 안했을 때 경주능력에 변화를 가져올 수가 있다는 것이다.발굽에 장착하는 편자를 이용할 수도 있다. 쇠로 만든 편자는 그 무게가 1개에 대략 2백50g정도이나 알루미늄으로 만든 것은 1백g이하이므로 경주성적에 상당한 차이를 나타낸다. 부담중량을 그만치 가감하는 것이다. 또한 무거운 편자를 쓰느냐 가벼운 편자를 쓰느냐에 따라 도약과 착지방법도 달라진다. 우리나라에서 쇠편자 대신 알루미늄편자로 교체한 후 평균 2~3초가 단축된 사례도 있다. 이 때문에 연철로 만든 편자를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면 편자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알루미늄편자를 장착할 수 있다.
심지어 쇠편자에는 은색도금을 하거나 알루미늄색깔을 칠하고, 알루미늄편자에는 검은색을 칠하는 방법으로 편자검사를 통과할 수도 있을 것이다.과거 한두 사람이 편자를 바꾸어 출주시키고자 시도하였으나 편자검사에서 적발된 예도 있다. 어떤 말은 말의 악벽으로 편자를 장착하지 못한다. 그래서 항상 등록을 해서 관리하는데, 어느날 편자를 장착했다면 역시 경주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말의 악벽으로 인해 갑자기 편자가 빠져 재장착할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 해당말의 출주여부를 재결위원이 결정하는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이 외에 품질이 좋지 못한 사료를 먹여서 능력을 은폐시킬 수도 있다. 홍콩의 경우 경마일 아침에 보안요원이 각조 마방을 순시하면서 연맥 등의 사료를 채취, 약물검사소에 검사를 의뢰한다. 그러면 건조기에서 일정시간 건조시켜 그 무게가 규격보다 미달하면 영양분이 충분하지 못한 사료를 먹여서 능력을 떨어뜨릴 목적이 있었다고 보고 약물검사 양성판정을 하기도 한다. 이보다 더 적극적인 방법은 말에게 아예 잘 먹이지 않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경주마의 조교사에게는 스포츠맨십과 공정경마를 실시하겠다는 마음이 요구된다. 이는 그의 말이 자연적인 능력, 즉 인공적으로 어떤 도움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능력껏 달리게 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주변환경은 그 생각을 그대로 지켜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질병을 치료하는 수의사는 말이 질병에서 회복하여 출주하기 전에 조교사와 상담할 때나 당해 동물을 치료할 때 치료약품의 선택에 조교사를 도울수 있는 명백한 지침을 가져야 한다. 마주는 조교사가 가진 이러한 마음과 각오를 유지할 수 있도록 어떤 약물적 처방도 요구하지 말아야 하며, 오직 해당 수의사와만 상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약물사건이 불과 한두건 이외에는 범인이 잡히지 않는 오리무중에 빠져들었다는 사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분명 누군가가 저질렀기에 나오는 현상인데도 말이다. 이에 대해 어떤 경마기자가 기고한 글을 다시 되새겨 보자. “마사회가 관련 조교사와 기수 관리원들을 경찰에 고발해 놓고 이 사실을 신문에 공식 발표를 했다. 하지만 그 기사가 실린 신문이 독자에게 전달되기 이전에 이미 관련조교사와 해당자들은 경찰에서 풀려나 집에 와서 신문을 받아 보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경마팬들이 공감할 수 있는 약물검사제도를 시행해 주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며 “시설이 좋다고 경마가 잘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라고 꼬집었는데, 우리가 이 마지막 문장을 잘 되새겨 보아야 한다. 이는 약물검사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닐 것이다.
원천적으로 말에게 부정적인 방법을 사용하려면 한이 없다. 이는 어느 특정단체의 노력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경마에 몸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의식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시영/경마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