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알리다여 알리다여...

Alydar와 칼루멧 목장
알리다의 이름은 여 생산자 Markey의 친구 알리 칸 왕자(Prince Aly Khan)를 위해 이름 붙여진 ‘Aly darling’이란 뜻이다.

알리다는 ‘Affirmed와 Alydar’의 한쪽 부분으로 기억되고 있는데, 그만큼 이들의 라이벌 관계는 미국 경마 역사상 최고의 화젯거리이기도 했다.

한편 칼루멧 목장은 1900년대 중반 미국의 최고 생산목장이다. 창설 후 10년 만에 최고 상금수득목장, 최우수목장의 영예를 10년 이상 연속해서 독점했다.

여기에는 더비마 8두(삼관마 2두 포함), 연도대표마 선정 5두, 명예의 전당 헌액말 11두, 수많은 챔피언, 그리고 미국 역사상 최고의 씨수말 Bull Lea 등등… 그 영광의 나열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런데 백번을 양보하더라도 이해할 수 없는 칼루멧 목장의 파산…반세기도 채 이어가지 못한 영광의 끝자락에 Alydar의 처참한 죽음이 있었으니, 사람들은 이를 20세기 최대의 미스터리라 부른다.

그리고 필자는 이를 우리의 정서인 한(恨)이란 글자로 풀어 보려 한다.

Affirmed와 Alydar
Alydar는 1975년 3월 22일 켄터키 칼루멧 목장에서 Raise A Native와 Nasrullah의 손녀딸 Sweet Tooth 사이에서 태어난 밤색 수말이다.

많은 경주마에게 별명이 있는데, Alydar는‘경주에 지게 되면서 더욱 인기가 높아진 말’로 이해함이 타당할 것이다.

77년부터 78년까지 삼관마 경주를 거치면서 Affirmed와 10번 대결했는데 3승 7패(10번째 경주의 승리는 상대방의 진로방해로 얻은 실격승임)를 기록했다. 이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2번 이길 때는 3½마신, 1¼마신 착차였다. 질 때는 목차, 머리차, 코차였다. 켄터키더비에서의 1½마신차가 가장 크게 완패한 경우이고 프리크니스스테이크스에서는 목차, 벨몬트스테이크스에서는 머리차였다.

조카(부마쪽에서 볼 때 Alydar는 Affirmed의 삼촌이다)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는 총 22마신 차이로 여유있게 후착마를 따돌리고 삼관마에 등극했을 것이다.

마지막 실격승을 양보받았을 때 그의 비통한 표정이 눈에 선하다. 2세, 3세 챔피언 선정 때도 Affirmed에게 패하면서 “가장 위대한 차점 탈락자”란 소리를 들었다. 그래서 그는 점점 신경질을 부리고 쌓인 스트레스로 벽을 걷어차는 등 자학하곤 했다.

씨수말로 명예회복을 노리다
3년간 26회 출주해 1착 14회, 2착 9회로 수득상금이 100만달러에 약간 못 미친 채 경주생활을 은퇴하고 고향에서 씨수말로 데뷔하면서 그는 마음을 비우려 무진 애썼다. 각고의 노력 끝에 그의 성적은 Affirmed를 대차로 앞질렀다.

1회 교배료가 25만달러에 달하고(올해 초 고령으로 안락사된 Affirmed의 교배료는 3만달러 수준) 첫 자마군 1세마들이 키니랜드 경매에서 80만달러를 가볍게 뛰어 넘어 단숨에 노던댄서에 이어 2인자의 자리에 오른다.

670만달러를 수득하여 당시 최고 상금마가 된 Alysheba, 선데이사일런스의 영원한 파트너 Easy Goer, 90년 올해의 말 Criminal Type, 91년 더비마 Strike The Gold 등 수많은 준족들을 세상에 내보내면서 86년부터 사망한 해인 90년까지 최고의 씨수말로 자리잡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몹쓸 인간들이 채 아물지도 않은 그의 가슴을 다시 쥐어뜯기 시작했으니, 빚쟁이들에게 그의 교배료 2∼3년치를 앞당겨 팔아먹은 것이다.

칼루멧의 몰락과 Alydar의 죽음
이제 미국 경마 역사상 최고의 미스터리이자 아직도 의혹만 더해가는 그의 죽음을 이야기할 때인 것 같다.

1930∼40년대의 짧은 목장의 전성기는 1950년 설립자 Warren Wright Jr가 죽으면서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상속자들이 고인의 손녀사위 Lundy라는 이방인을 경영자로 추대하고 난 뒤부터다.

Alydar가 죽은 지 정확히 8개월 후부터 파산절차가 시작되고 오래지 않아 경매에 부쳐졌다. 당시 그 목장을 욕심냈던 3,000명 이상이 경매에 참여했는데 낙찰가격은 Alydar 보험금 3,650만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으니 이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다만, 돈을 너무 흥청망청 쓴 결과로 추측될 뿐이다. 자꾸만 들어오는 수입금을 주체할 수 없어 누구든지 보이는 대로 먼저 쓰는 이가 임자였으니, 목장 매니저의 1년 판공비가 100만달러가 넘고 경영자 Lundy가 죽은 후 그가 사용처도 밝히지 않고 가져간 현금이 3억달러가 넘는다는 증언도 나왔다(목장 최초의 미스터리 Lundy의 의문사는 보험금을 노린 사건이란 것이 최근 수사 결과 밝혀졌다).

빚쟁이들은 Alydar의 교배료를 받아 챙기기 위해 줄을 섰다. 경주마 시절의 울분을 억지로 삭이고 있던 그에게는 이제 삶 자체가 고통이었으리라. 그는 빌었다. - 앞으로 나의 후손들은 인간들을 위해 절대로 빨리 달리지 말라 - 정말 그의 손자세대부터는 평범한 가문으로 주저앉고 말았다.

1990년 11월 13일 저녁 Alydar의 사고 소식이 매스컴을 타고 전국에 전해졌다. “오른쪽 뒷다리 정강이뼈가 완전히 부러졌다. 이유는 마방문을 심하게 걷어찼기 때문이다.” 경주마 시절 기수의 회고에 의하면 은퇴 후 Alydar에게는 분명히 자학증세가 있었다. 마방에서 “헤이, 챔프”하고 부른 후 몸을 숨기면 그를 부른 사람이 모습을 보여줄 때까지 스스로 가해행위를 했다고 한다. 이런 습성을 이용하여 마방문에 까치발을 설치하고 다리가 부러지기를 기다렸던 듯하다.

그러나 첫번째 사고는 치명적이지는 않았다. 수술 후 그는 분명히 안정되었고 건초도 잘 먹었다. 다음날 또 같은 사고가 났다. 그리고 다음날 죽었다. 어떤 사람들은 보험금 3,650만달러보다 살아 있는 채 교배료를 착취하는 것이 더 유리했으니 죽일 이유가 없었다고 말한다.

하여튼 오리무중이다. 사고 후 10년이 지난 2000년 2월에 미국 수사당국은 아직도 그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발표했다. 장례식은 최고의 말에게만 베풀어지는 ‘Whole’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그의 가슴에 맺힌 한은 도저히 잠들 수 없을 것이다. 그 누구도 잠들게 하지 못할 것이다. 영원히….

글 / 김종식 푸른목장 대표
2006/01/04 00:27 2006/01/04 00:27

명마생산에 대한 특별기고


명마생산 운명인가, 인간의 비전과 의지인가

생명 설계도 DNA
생명의 모든 신비를 담고 있는 유전정보를 게놈(genome)이라고 한다. 게놈은 유전자(gene)와 염색체(chromosomes)의 합성어이다. 요즘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 인간 게놈프로젝트는 인간 DNA의 염기서열을 완전히 해독하여 유전질병으로부터 인간을 해방하는 신기술을 창출하는 진행을 하고 있다. DNA의 해독은 인간의 달착륙에 비견되는 제4의 혁명이라고 한다.

인터넷 정보혁명의 기수 손정의는 1차 농업혁명은 인간의 굶주림을 해결하는 혁명이고, 2차 산업혁명은 인간 근육의 해방 혁명이며, 3차 정보화 혁명은 인간지능의 혁명이라고 말한다. 4차 혁명인 생물혁명시대에는 생명의 설계도(DNA)를 완전 해독함으로써 인간의 노력과 의지로 생명의 선천적인 결함을 치료하고 더 나아가 생명 진화의 열쇠를 발견하여 자연계 환경의 생존경쟁, 돌연변이, 적자생존, 용불용설 등에서 상상도 못할 진화가 빠르게 나아갈지도 모른다.

과학자들은 미래에는 자신의 의도대로 지능과 능력, 성격을 겸비한 ‘맞춤 아기’도 탄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유전자의 기능과 관련, 독일의 한 교수는 “수십만년 동안 빙하기·수렵·채집 생활을 거쳐 농경생활을 해오며 축적된 인간의 유전자 정보가 불과 2∼3세대 만에 사무실 위주의 현대인 생활에 적응하게 됐다. 그런 까닭에 유전자가 환경에 맞지 않아 비만, 심장병, 당뇨병 등 각종 성인병을 일으킨다”고 말한다.

그러면 유전자란 무엇인가?
모든 동식물은 세포라는 조그마한 수십 만개의 구성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의 세포는 세포막과 막 내에 하나의 핵을 가지고 있다. 핵 내부에 염색체가 있는데, 염색체상에 이중 나선모양의 유전전달물질인 DNA가 존재한다. 같은 종(種)의 생명은 일정한 수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다. 사람은 46개를 가지고 있고, 말은 64개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다. 교배시 정자와 난자는 각각 32개의 염색체와 결합하여 새로운 생명을 잉태한다. 유전자는 새로운 생명을 만드는 부모로부터 전달되는 유전 설계도 물질이다.

경주마 생산과 멘델법칙
경마에 흥미를 갖고 서러브레드를 생산하는 사람들은 현재 주요 혈류의 산맥을 차지하는 네아르코, 나스룰라를 생산한 이탈리아 마주이자 생산자인 페더리코 테시오를 최고의 생산자로 뽑고 있다. 그의 성공은 말을 잘 다루는 기술보다 서러브레드의 유전 잠재력을 파헤치는 깊은 통찰력과 연구로 가능했다. 그는 1906년 봄에 기차여행을 하던 중 옆좌석의 외국인이 읽던 ‘멘델리즘’이란, 독일어를 영어로 번역한 멘델잡종에 관한 책을 빌려 보고 서러브레드종의 혈통을 이해하게 되었다. 테시오는 2두의 서러브레드가 같은 양친에게서 태어난 형제간임에도, 그리고 부모가 다같이 체격이 좋고 뚜렷한 결점이 없는데도, 1두는 위대한 경주마가 되고 1두는 평범한 경주마가 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는 3가지 원칙을 가지고 마필 생산에 임했다.

첫째는 최고의 자질의 종마를 선택하는 것이다.
둘째는 닉스이론, 즉 짝이 잘 맞는 계통끼리 교배해 성공을 거두는 것이다.
셋째는 근친교배이다.

의심할 여지없이 최고의 유전자 자질을 가진 씨수말은 최고의 자마를 생산한 확률이 높다. 부모의 유전 기여도는 각각 50%씩이다. 서러브레드의 경우 부모로부터 자손에게 전달되는 유전율은 25∼30%이다. 경마의 세계에서는 코차이로 승부가 결판나는데, 25∼30%는 하늘과 땅 차이만큼 크다. 그러나 최고의 씨수말이 항상 최고의 자마를 생산하는 것은 아니다.

닉스이론은 음식에도 궁합이 있듯이 유전자에도 궁합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 서러브레드 계통은 주요 10개의 부계 혈통을 구성하고 있다. 노던댄서, 네이티브댄서, 나스룰라, 턴투, 파라스, 네아르코, 하이페리온, 세이트사이몬, 테디, 기타 혈통 등이 있고 계통들 간의 상호작용은 A계통-B계통은 우수한 경주마가 태어나지만, A계통-D계통은 우수하지 못한 마필이 통계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경마장에 있는 94년 이후 입사한 외국산마 2,232두를 계열별로 분석한 결과 부계 노던댄서-모계 맨나 배합시 출주수당 등 상금을 가장 많이 수득했고, 그 다음이 프린스-프린스의 배합이고, 노던댄서와 니아크닉이 그 다음이다. 혈통을 연구하면 그만큼 명마생산 성공 확률에 근접할 수 있다.

서러브레드는 모두 서러브레드하고 근친교배하여 생산했다. 근친교배로도 명마를 생산할 수 있다. 피츠랙의 18.75% 법칙이론이다. 이 이론은 공통 선조가 부계 4대 6.25%와 모계 3대 12.5% 때 명마가 많이 생산된다고 한다.

근친번식은 우수한 형질을 자손에게 전달하는 장점이 있지만 좋지 않은 형질이 함께 후손에게 전달되는 단점도 있다. 경마장에 입사한 외국산마 2,232두를 근친과 수득상금 관계로 분석한 결과 근교계수가 0.30∼0.78%일 때 자마당 수득상금이 가장 많았고, 근교계수가 6.25% 이상일 때 적은 상금을 수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러브레드는 항시 신선한 혈통을 원한다.

경주마의 타고난 재능
두 마리의 서러브레드를 같은 조건의 애정, 합리적 사양관리, 과학적인 조교훈련, 초지 방목위주의 관리 속에 키운다고 해도 경쟁에서는 차이가 난다. 차이가 나는 것은 유전자의 질 차이에서 승패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20세기 초 프랑스의 뷜리에르가 시작하여 미국의 로먼에 의해 완성된 ‘도시지 시스템’이라는 이론이 있다. 이 이론은 후대에 큰 영향을 준 씨수말의 목록을 작성하여 거리적성에 따라 브릴리언트(Brilliant·단거리), 인터미디어트(Intermediate), 클래식(Classic), 솔리드(Solid), 프로페셔널(Professional·장거리)로 분류하여 경주마가 어느 능력에 치우쳐 있는가를 수학적으로 측정하는 이론이다. 이 이론에 의하면 속도와 지구력이 완벽하게 균형을 이루면 도시지 지수가 1이 되고, 수치가 클수록 속도가 뛰어나고 작을수록 지구력이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속도와 지구력의 균형 정도를 계산하는 분포중심점은 -2∼+2의 범위를 가지며, 수치가 0에 가까울수록 클래식에 가깝고-수치는 단거리+수치는 장거리 말로 나타났다.

라스무센은 1929년 이래 도시지 지수가 4.00 이상, 분포중심점 1.25 이상의 값을 가진 경주마가 켄터키더비에서 우승한 예가 없다고 밝힌 뒤 이중자격마 도시지 시스템으로 발전시켰다. 도시지 시스템은 현재 마필교배시 국내산마 생산현장에서 활용하고 있다.

도시지 이론의 문제점은 중요 씨수말 선정시 미국산마를 집중적으로 반영하였고, 씨암말 수치를 배제하였으며, 경주마 능력발휘 주요수단인 자연환경·육성·조교·기수능력을 배제한 부분이다.

2000년 6월까지 국내산마의 씨수말 자마의 출주당 수득상금을 분석한 결과 단거리(1,000∼1,400m)에서 두각을 나타낸 씨수말은 로드오브워, 로스트마운틴, 디디미순으로 나타났다. 중거리(1,700∼1,900m)에서는 디디미, 피어슬리, 로스트마운틴 순으로 나타났고 장거리(2,000∼2,300m)에서는 피어슬리, 글로리화이, 랜드러쉬 순으로 수득상금을 많이 획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것으로 보면 서러브레드 적성거리 능력은 부모로부터 유전된다고 할 수 있다.

경마와 혈통
경마가 재미있는 것은 단순하게 행운을 운에 맡기지 않고 말·기수·환경 등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바탕으로 추리하고 판단하여 즐기는 지적게임이기 때문이다.

21세기에는 자본, 노동, 토지 등 외형보다는 무형의 지식, 정보, 자신감, 상상력이 중요하다고 한다. 따라서 경마에 있어서도 눈에 보이는 것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필의 잠재력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2,000년 전에 손자는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고 지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러브레드의 적성거리는 유전될 확률이 많다. 그렇다면 마필혈통의 선조로부터 유전되는 잠재력 적성거리를 알면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우선 경주에 출주한 마필의 적성거리를 알면 우승마 예측에 한층 더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생산자는 경주거리를 분석하여 3∼5년 후 경주 우승을 위해 씨수말과 씨암말 교배배합시 적성거리와 계통교배, 근친 등을 염두에 둔 교배배합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또 마주는 마필 거래시 현 경주체계와 맞는 혈통을 갖춘 마필을 구매할 수 있다. 조교사는 유전자의 능력한계를 깊이 인식하여 단거리 마필은 단거리에 맞게 조교계획을 수립하여 좀더 합리적인 조교훈련에 임할 수 있고, 경주 출주투표시 마필혈통 능력에 맞게 단거리면 단거리에 맞는 말을 출주하고, 장거리면 장거리에 맞는 말을 출주하여 우승의 확률을 더욱더 높일 수 있다.

우수한 성적을 거둔 말은 퇴역하여 제2의 혈통을 만들어 경마의 순환이 이루어진다. 경마란 혈통경주이기 때문에 경마고객, 생산자, 마주, 조교사는 혈통의 유전학적 능력한계를 깊이 인식하여 잠재되어 있는 재능을 최대한 발휘·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민족은 유목민족이다. 말을 잘 다루고 상마법(相馬法)에 대한 선견지명이 뛰어났다.

고구려를 건국한 주몽의 설화가 나오는 삼국유사에 보면 “주몽은 말을 키울 때 미리 준마를 알아보고 그 말은 잘 먹이지 않아 여위게 키우고, 좋지 않은 말은 잘 먹여 살을 찌워 남이 볼 때에 좋은 말로 보이도록 키웠다. 왕은 살찐 말이 좋은 말인 줄 알고 왕이 갖고, 여윈 말은 주몽에게 주었다”고 한다.

설화에서 알 수 있듯이 사료공급으로 평범한 마필을 명마로 만들 수는 없다.

말은 타고난 선천적 유전자질이 좋아야 한다. 그렇지만 씨앗이 우수하다고 좋은 꽃과 열매가 열리는 것이 아니다. 비옥한 토양, 온도, 습도뿐만 아니라 인간의 피와 땀, 눈물이 있어야 가능하다. 명마를 만들려면 혈통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말에 적합한 자연환경, 합리적 사료, 과학적 조교훈련, 초지 방목위주의 마필 관리와 비전을 갖고 있어야 한다. 여기에 미지에 대한 무한탐구 정신, 가능성에 대한 도전, 분투하는 노력이 있어야 진정한 명마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글 추만호 마사등록팀 과장
2006/01/03 23:41 2006/01/03 23:41

경주마 상식 - 수영조교(2)



수영을 시키는 방법
말이 물에 들어가면 고삐를 잡은 사람은 우선 유도봉의 끝을 재갈고리에 걸어 고삐와 나란히 모아쥔 다음 그 유도봉으로 말의 수영을 이끌되 말이 수영을 하는 동안 수영장의 외벽에 닿지 않도록 벽으로부터 60㎝∼1m 정도 거리를 유지한다. 조교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수영속도를 말에게만 맡기지 말고 어느 정도 빠른 속도로 수영하게 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말을 이끄는 사람이 채찍으로 수면을 쳐서 몰아주거나, 막대 끝에 빈 깡통을 몇개 달고 그 안에 작은 돌을 넣어 말의 귀 언저리에서 소리를 내어 몰아준다.

대부분의 말은 처음 물에 들어가도 수영을 잘한다. 그러나 가끔 수영을 못하는 말도 있으므로 처음 실시하는 경우에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수영시간은 처음에는 1분 정도만 실시하다가 점차 늘려서 적응 정도에 따라 10~20분까지 증가시킨다.

어느 정도 수영에 익숙해지면 본격적인 수영조교 단계로 돌입해 유산소운동과 무산소운동을 시킬 수가 있다. 그 방법을 소개하면, 유산소운동의 경우 수영거리를 약 400m로 하고 수영속도는 분당 50~60m 정도로 하면 6~7분 가량의 시간이 소요된다. 이때 보통 경주마의 심박수는 분당 140~180회이며 호흡수는 18~35회 정도로 육상의 구보운동에 맞먹는 생체반응을 보인다. 이런 식의 유산소 수영운동은 1주일에 5회 정도 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다. 무산소운동은 수영거리를 약 200m로 하고 수영속도는 분당 70m 정도로 하면 3~4분 가량의 시간이 소요된다. 이때 보통 경주마의 심박수는 분당 200회 정도이며 호흡수는 35~55회 정도로 육상의 습보운동에 맞먹는 생체반응을 보인다. 이런 식의 무산소 수영운동은 1주일에 1~2회로 족하다. 너무 자주하면 마체에 무리를 주어 오히려 역효과가 초래된다.

수영시킬 때의 주의사항
수영운동에 익숙해질 때까지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말에 따라서는 물 속에 들어가면 겁을 먹고 상당히 당황해서 머리를 바짝 들어올리고 서투른 헤엄을 치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끈을 앞으로 당겨서 두경부를 전방으로 늘어뜨리게 해 수영을 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완전히 사지를 움직이지 않거나 옆으로 누워버리는 말들도 있는데, 이때는 신속한 임기응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수영 중에 엉덩이가 물 속에 잠겨 허우적대는 말은 꼬리를 지지봉(막대기 끝에 꼬리를 걸어 올릴 수 있는 장치를 한 것)으로 들어올려 헤엄칠 수 있도록 해 준다. 또 걱정스러운 눈길로 두리번거리는 말에게는 눈가리개를 사용할 수도 있다.

수영 중에는 가슴 전체가 물에 잠기어 호흡기계에 부담을 많이 주므로 호흡기질환이 있는 말은 수영을 시키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수영 중에는 허리에 상당한 힘이 걸리게 되므로 허리에 문제가 있거나 요통이 있는 말은 수영을 삼가는 것이 좋다.

말에게 안전하게 수영조교를 시키기 위해서는 수영 중인 말의 자세나 호흡상태 등을 항상 감시해야 한다. 또한 조교 진행과정에 참고하기 위하여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이 너무 과중하지는 않은지 등을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수영장에서의 퇴장
수영을 마치고 말을 끌어올릴 때는 미리 퇴장통로 10m 전쯤에서 수영속도를 서서히 떨어뜨린다. 퇴장통로에 들어서서 말의 앞다리가 바닥에 닿은 것이 확인되면 고삐끈을 끌어올려 말의 머리를 수면에서 완전히 들어올린다. 그리고 말에게 다리가 통로 바닥에 닿는 것을 확인시키고 조용히 끌어올린다.

퇴장할 때에도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수영 자세로 돌진하거나, 옆으로 전도하거나, 웅크리거나, 헐떡거리며 소동을 부리거나 해서 사고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영을 하고 나오는 말들은 힘이 빠지고 매우 지친 상태이므로 다리의 지지력이 약해진다. 그런데 수영장에서 밖으로 올라오는 통로는 경사지게 마련이어서 이 경사도를 오를 때 다리를 헛디디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통로 밖으로 나오기 전에 말다리가 바닥에 닿은 지점에서 어느 정도 진정과 휴식을 취하게 하고 말이 진정된 기미가 보이면 그때 끌어내도록 한다.

수영조교 종료 후에는 심박수나 호흡수가 떨어질 때까지 정리운동으로 30분 정도 끌기운동을 시켜준다. 때로는 호흡수의 회복이 늦는 말이 있으므로 정리운동 중 호흡수에 항상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드문 일이지만 수영 중에는 호흡이 너무 거칠기 때문에 비공의 연약한 비점막에 손상을 입어 비출혈을 일으키는 말도 있다. 이 비출혈은 육상운동시의 폐출혈과는 다르므로 쉽게 지혈되며 그리 걱정할 것은 없으나 습관성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수영운동을 하면 확실히 심폐기능이 향상되고 휴양마의 컨디션 유지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경주마의 수영운동은 어디까지나 보조운동이다. 말이 달리는 곳은 경주로다.

지면을 박차고 달릴 때는 마체의 운동기에 상당한 충격이 가해진다. 수영운동만으로는 이런 충격을 감당할 수 있는 지지력을 향상시킬 수 없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경주로상의 본 조교에 충실해야 하며, 수영운동은 보조적 훈련수단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글 김병선 핸디캡 부장
2006/01/03 23:39 2006/01/03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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