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교 효과의 개체차
글 | 김병선 핸디캡 부장

경주마의 조교방법에 어느 정도 원칙이 있다. 하지만 같은 절차와 방법으로 조교를 시켜도 그 결과는 말마다 제각기 다르게 나오기 마련이다. 어떤 조교사는 말들의 승률을 높여 많은 상금을 벌어들이는 반면, 어떤 조교사는 열심히 하지만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기도 한다. 이러한 차이는 말들의 제각기 다른 여건과 특성을 얼마나 잘 살려 그 말에게 알맞은 사양관리와 조교방법을 적용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말들이 가진 개별적 특성과 상황을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즉, 유전적 잠재능력, 연령, 성별, 환경, 정서, 그리고 동기유발 여부 등으로 구분된다.

유전적 잠재능력
‘경마는 혈통의 게임’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잘 달린 말의 자손이 역시 또 잘 달릴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유전적으로 잘 달릴 수 있는 잠재적 능력이 후대에 전달되는 셈이다. 그 잠재적 능력이란 단지 빠른 스피드로 달릴 수 있는 체격조건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신체적 조건은 기본이고, 다른 말에게 지지 않으려는 강한 의지와 힘든 훈련을 잘 인내하며 가르치는 것을 수용할 수 있는 정신적인 능력까지도 포함된다.

사람들의 성격이 제각기 다르듯이 말들도 각각 매우 다양한 성격이나 습관을 가지고 있다. 시키는 대로 잘 따라 하는 말도 있지만, 사사건건 거부를 습관처럼 하는 말도 있다. 잘못했을 때 야단을 치면 곧바로 시정하는 말이 있는가 하면, 자존심이 강하여 더욱 빗나가는 말도 있다. 고강도의 훈련을 묵묵히 견뎌내는 말이 있는가 하면, 요령을 부리며 훈련을 회피하는 말도 있다. 그러므로 조교자는 말 각자의 심리를 파악하여 그에 알맞게 따뜻한 격려와 포상, 엄격한 제재와 시기적절한 회유 등을 잘 조합하여 훈련시켜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신체적 조건도 마찬가지이다. 말에 따라 최고의 스피드를 낼 수 있는 여건이 각기 다르다. 어떤 말은 순발력이 있어 초반에 빠르게 달리다가 쉽게 지치는가 하면, 스타트는 느리지만 탄력이 늦게 붙어 장거리에서 스피드가 빨라지는 말도 있다. 말마다 최고의 스피드를 낼 수 있는 자신의 적정한 체중도 다르다. 그러므로 말의 적정 경주거리를 찾아내어 그것에 알맞은 훈련을 시키는 것과 최고의 컨디션을 발현하도록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연령
사람도 나이 들어 공부하려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듯이, 말도 어린 시절에 순치와 조교를 시켜야 그 효과가 빠르게 나타난다. 이는 나이가 어릴수록 호기심이 강하고, 그만큼 사물과 사건에 대한 관심도 많기 때문일 것이다. 또 어린 동물일수록 학습능력을 높이는 데 필요한 어떤 생리적인 요소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가능한 한 조기에 교육을 시켜야 말의 잠재적인 능력을 최대한 끌어 낼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태어나자마자 실시하는 각인 순치는 조기교육의 좋은 예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너무 무리하게 힘든 조교를 진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골격의 성장과 강도에 부합되게 조교강도를 증진시켜 나아가야 한다. 무리하다 보면 아직 덜 여문 관절이나 힘줄에 부상을 입힐 수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주로에 갓 데뷔한 2세 신마들에게 이런 부상이 많이 생긴다. 육체적인 부상 말고도 심리적인 손상을 입힐 수가 있다. 무리한 조교는 어린 말에게 고통을 안겨준다. 말은 어떤 일로 인해 놀라거나 고통을 받은 경험이 있으면, 다음에는 그 일을 회피하게 된다. 결국 조교에 흥미를 잃어 좋은 성과를 얻어 낼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가능한 한 조기에 순치 조교를 하되 말의 적응도에 따라 점진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한편 나이 먹은 말이라도 나쁜 버릇을 고치거나 새롭게 조교를 시켜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에는 관리하는 환경을 바꾸어주거나 말을 다른 마사 지역으로 이동시킨 후 교육을 시키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성별
일반적으로 경주능력은 암말보다 수말이 더 강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경주에 출전할 때 싣고 달려야 하는 부담중량도 수말에게 더 무겁게 부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어린 나이, 즉 2∼3세 때에는 암말이 더 잘 달리는 경우가 많다. 암말이 수말보다 빨리 성장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빨리 성장한 만큼 노화시기도 빨라져 5세 이상이 되면 곧바로 하향세로 접어드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수말은 이와 달리 서서히 능력이 신장되며, 6∼7세가 되어도 건재를 과시하는 수말들이 종종 있다.

컨디션 유지와 능력의 기복에도 차이가 있다. 암말은 컨디션과 능력의 변화가 수말에 비해 심한 편이다. 잘 달리던 말이 형편없는 경주 결과를 내기도 한다. 이는 암말의 성호르몬 분비 변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달리 수말은 사춘기만 지나면 비교적 일정한 성호르몬을 유지하기 때문에 그다지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부담중량 측면에서도 차이가 있다. 암말은 부담중량이 약간만 증가해도 제대로 능력발휘를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만큼 견딜 수 있는 한계의 폭이 좁다는 것이다.

환경
말은 선천적으로 넓고 푸른 초원을 좋아한다. 그러나 현대 경주마들은 대부분 일정 공간에 ‘포획’되어 관리된다. 이렇게 잠재적으로 갈망하는 환경과 현실적으로 처해 있는 답답한 환경의 괴리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말들은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런 심정을 조금이라도 알아주는 마주는 경주에 출전한 후 쉬는 기간에는 말을 목장으로 보내 초원에 방목시켜 주기도 한다.

그렇게 하면 피로가 빨리 풀리고 원기가 재충전되어 다음 경주에 출전해서도 좋은 성적을 올리게 된다. 다리를 다친 말도 마냥 마방에만 넣어두는 것보다 방목장 패독에 풀어놓고 따뜻한 햇볕을 쬐게 하면 훨씬 빨리 회복된다.

마사나 마방의 환경도 관련이 크다. 비좁은 마방보다는 넓은 마방이 말에게 덜 스트레스를 준다. 또 마방이 일렬로 배치된 것보다 가운데 통로를 두고 두 줄로 배치되어 말들이 서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한 구조가 스트레스를 덜 준다. 말들은 서로 어울려 사는 군집성의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열 구조의 마사 배치는 전염병이나 말들의 나쁜 버릇이 다른 말에게 빨리 퍼지는 단점도 있다. 일관된 훈련조건이나 환경도 중요하다. 기승하는 사람이 수시로 바뀌거나 조교 일정이 일관되지 않고 불규칙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가 없다. 스타트, 초반 자리 잡기, 중반 힘의 안배, 막판 전력질주 등 일련의 과정에서 훈련 방법도 일관되어야 한다. 기승자의 지시나 명령의 방식에 변화가 생기면 말은 몹시 혼동되어 제대로 능력발휘를 할 수가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말의 영양과 건강상태이다. 영양상태가 좋지 않은 말, 특히 단백질 공급이 부족한 말은 학습효과가 저조하다. 이는 아마도 말 근육의 주성분이 단백질이며, 두뇌의 성장발달에도 단백질 성분이 필수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질병 중이거나 상처를 입은 말은 확실히 학습능력이 감퇴된다. 그러므로 어디가 아픈 말을 훈련시키는 것은 말의 능력을 오히려 감퇴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위생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스트레스를 덜 받게 안정된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서
말을 잠시 세워두고 보면 그 말이 정서적으로 안정된 말인지 아닌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정서적으로 불안한 말은 귀 또는 눈동자의 움직임이 예민하고 몸놀림도 부산하다. 일반적으로 어린 말일수록 정서가 불안하고 나이가 들면 좀 나아진다. 그러나 더러는 어떤 부모의 자마인지, 어떤 환경에서 성장하였는지에 따라 차이가 많다. 유전적인 문제야 어쩔 수 없지만, 성장 과정에서 자주 놀라거나 심한 고통을 경험한 말일수록 정서가 불안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온화한 환경에서 부드러운 관리가 필요하다. 정서적으로 불안한 말은 조교자를 잘 신뢰하지 않으며, 조교자의 교육 내용에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말을 다룰 때는 일단 부드럽게 다뤄 말이 놀라거나 화를 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눈가리개 등 적절한 장구를 착용시켜 말의 관심이 산만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동기유발
말의 학습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 중에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동기유발이다. 한데 사람도 그러하듯 말 역시 징계나 체벌보다는 칭찬과 포상이 동기유발에 효과적이다. 훈련은 말에게도 즐겁기보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별로 내키지 않는 일이다. 그런 말에게 사람의 의도대로 계획된 조교량을 완수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억지로 훈련을 시키다 보면 결국 반항을 하고, 기승자를 떨어뜨리고, 자신은 자유의 몸으로 마음껏 뛰어 놀다 마방으로 돌아간다. 그 날의 조교는 실패작이다.

그러므로 말이 거부하기 전에 달래면서 조심스레 조교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조교 진행 단계별로 잘 적응하고 따라 줄 때마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칭찬해 주고 목을 가볍게 토닥여 주면 말은 자신을 칭찬해 주는 표시로 알고 즐거워한다. 이런 칭찬의 표시에 인색한 조교자는 말을 잘 다루지 못한다.

그날의 계획된 훈련을 모두 마치고 마방으로 돌아왔을 때는 시원하게 샤워를 시켜주고 달콤한 각설탕이나 홍당무를 입에 물려준다. 말도 시키는 일을 잘해 냈을 때 칭찬받고 달콤한 대가가 돌아온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평소 이런 동기유발을 잘하는 조교자의 말과 반대로 체벌과 호통을 습관처럼 해대는 조교자의 말들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이상으로 조교효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몇 가지 요소들을 살펴보았다. 훌륭한 조교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이러한 각각의 요소들을 조교사가 올바로 파악하고, 그에 맞게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모든 말에게 적용될 공통된 조교법은 없다. 최선의 원칙이 있다면, 그것은 말의 개성과 처해진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며 훈련을 시켜야 한다는 것뿐이다.
2006/01/04 02:10 2006/01/04 02:10

늙지 않는 경주마
John Henry




아무도 쳐다보지 않던 망아지
John Henry를 소개한 글에는 ‘No One wanted’란 수식어가 항상 첫머리에 등장한다.

필자가 지난 10월 켄터키 호스 파크의 챔피언 홀 마지막 공연시간에 맞추어 도착했을 때 처음 등장한 Cigar가 한 차례 거드름을 피우고 퇴장한 후 John Henry가 나왔다. 장내 아나운서의 소개가 시작됐다. “신사 숙녀 여러분, 아무도 쳐다보지 않던 망아지가 660만달러나 벌어들였습니다. 망아지 시절 괴이한 행동들이 26세가 된 지금도 계속됩니다. 새로운 관리사가 부임해 오면 몇번씩 물어뜯거나 차거나 하면서 호된 신고식을 치르게 합니다. 그리고 그는 피자와 크림과 설탕을 곁들인 커피를 즐겨 마십니다….”

1975년 3월 9일 켄터키 Golden Chance Farm에서 태어난 그는 작고 볼품없었으며, 특히 무릎이 뒤로 휘어져(Back at the knee) 경주마로서는 최악의 마격 상태였다. 게다가 마방에서 조금만 심사가 뒤틀리면 물통이든 밥통이든 닥치는 대로 차고 부수고, 관리인의 접근조차 허용하지 않는 고약한 성질 때문에 제일 먼저 팔아 치울 망아지로 점찍혔다.

혈통표에서도 그의 악조건은 계속된다. 부마 Ole Bob Bowers(1963)는 Princequillo의 2대손으로 500달러의 교배료가 책정되어 있었으나 켄터키의 어떤 씨암말도 그를 상대하려 하지 않았으며(John Henry의 고약한 성격은 부마로부터 한치의 오차도 없이 물려받음), 다만 Golden Chance Farm의 저능력 씨암말의 ‘청소용’, 야구에서의 패전 처리 전담이 그의 역할이었다. John Henry가 태어난 이듬해 그는 900달러에 시골로 팔려갔다.

모마 Once Double(1967)의 부마 Double Jay는 John Henry에게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B.M.S에서 6년간이나 수위를 유지한 위대한 Domin의 후손이었으나 역시 모마의 1대모, 2대모, 3대모를 통틀어 단 한두의 stakes경주 승리마를 배출하지 못했다. 모마 역시 John Henry가 1세가 되던 해 5,000달러에 매각되었으며, 나중에 John Henry가 스타가 되었을 때 몸값이 55만달러로 치솟기도 했으나 변변한 자식 하나 생산하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계속되는 바겐세일
1세가 된 John Henry가 키니랜드 1월 세일에 처음 내보내졌을 때 그의 두번째 주인이 된 Jean Gallaway는 부마 Ole Bob Bowers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이 단지 그의 모마의 부마가 Double Jay란 사실에 5,000달러 정도 투자하기로 마음먹었다. 세일 진행자가 최초 호가 1,000달러에서 1,100달러로 올렸을 때 Gallaway 이외에는 그 누구도 호응하지 않았다. 싱겁게 주인이 바뀌었다. 그때 경매장에 들어선 John Henry의 얼굴은 피투성이였다. 닥치는 대로 벽을 들이받아 ‘나는 이런 놈이오’ 하고 경마계에 자신의 인상을 남긴 것이다.

Gallaway는 구입한 망아지를 목장에 풀어 놓고 며칠간 살펴보았다. 그는 ‘아, 이 망아지는 도저히 경주마가 될 수 없겠구나’ 하고 탄식했다. 안장 한번 제대로 올려 놓을 수 없었다. 그럭저럭 1년이 지난 후 다시 키니랜드 1월 세일에 내놓을 수밖에 없었고, John Henry는 2,200달러에 팔렸다. Gallaway는 이윤이 100%라고 주위 사람들에게 자랑했다. 새 주인은 그를 거세하고 기승 순치를 조금씩 해 나갔다. 몇달 후 다시 주인이 바뀌었다. 다른 2세마 한 마리를 끼워서 1,100달러에 겨우 처분되었다. 마방에서 그를 붙잡는데 10분, 조금 떨어진 트랙까지 데려가는 데 45분이 걸렸으니 새 주인이 다시 정해진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 이렇게 바겐세일은 계속되었으며 새 주인은 또 다른 주인을 찾아 나섰다.

괴짜 마주 Sam Rubin
Rubin은 뉴욕 빈민가 출신이었다. 그가 John Henry의 마지막 주인이 되었을 때의 나이는 63세. 경주마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마권 구입이 전부였다.

최고의 악벽마와 경마 투기꾼 출신이 만났다는 사실은 어쩌면 재미있는 경주마 이야기 전개와는 동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사실이 경마팬들에게 호기심을 자아내게 하고 더 큰 영웅으로 자리매김케 했을지도 모른다.

뉴욕 빈민가에서 떠돌이 생활을 하던 Rubin은 어느날 경마 베팅으로 4,000달러라는 거금을 벌어 세탁소를 사들여 운영했으며, John Henry를 구입할 당시에는 제법 큰 자전거포 주인 아저씨였다.

베팅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어 모은 돈 2만5,000달러로 경주마를 구입하기로 작정했다. 경마와 관련이 있는 친구를 찾아가 경주마 구입을 부탁했는데, 이것이 John Henry와 인연이 닿은 것이다. 마권밖에 모르는 사람에게 악벽마를 처분하기가 얼마나 쉬웠을까?

어느 친구가 Rubin에게 물었다. “자네 경주마를 구입했다면서, 어떤 말이야?”

Rubin은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는 조교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교사, 내가 구입한 말이 무슨 색깔입니까?” John Henry가 Rubin의 이름으로 첫 경주에 출전했을 때 다시 조교사에게 전화했다. 어느 말에 베팅하면 되겠느냐고. 그리고 그는 단번에 10만달러를 벌었다.

늙지 않는 경주마
John Henry는 어펌드와 알리다와 같은 해 태어났다. 그들이 3세가 되던 해, 어펌드와 알리다가 최고의 경주마로서 프리크니스 스테이크스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던 그 순간 John Henry는 2만5,000달러 클레임 경주에 출주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다음해 경주생활을 마감했지만, John Henry는 이제 겨우 시작이었다. 모래(Dirt)에서 잔디주로로 전환한 후 G1경주를 16번이나 이겼다. 이런 불가사의는 9세인 1984년까지 계속되었다.

장수한 경주마로 그는 가끔 60년대의 Kelso와 70년대의 Forego와 비교된다. Kelso는 5년간 연속해서 연도 대표마가 되었지만 8세에 이르러 사양길을 걷기 시작했으며, 9세 때 단 1회 출주해 4착에 머물며 은퇴했다. Forego 또한 3년 연속 연도 대표마로 선정되었지만 8세 때 2차례 경주 후 은퇴했다. 그러나 John Henry는 9세 때 9전 6승(마지막 4경주 연속 승리, G1경주 3회 우승)으로 Slewo’Gold를 물리치고 연도 대표마에 등극했다. 이는 최고령 연도 대표마 기록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이 그가 왜 강한지 조사하기 시작했다. 우선 15핸드 정도의 작은 체고였으나 다른 말에 비해 다리의 길이가 1인치 정도 더 길었고, 심장의 크기도 평균치보다 25% 무거웠으며, 걸음걸이의 중심 이동도 효율적이었다. 모마의 부마인 Double Jay로부터 건장함과 파워를 물려받은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자기 마음대로 해야 식성이 풀리는 기질을 잘 살려 항상 자신감에 충만했다는 점이 그의 최대 장점이었다.

3세 가을 어떤 야간 경주에서 출발 후 갑자기 정전사고가 난 적이 있었다. 잠시 후 불이 켜진 후 주로의 상황은 정말 가관이었다. 기수 3명은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고, 2두는 경마장의 허술한 벽을 뚫고 줄행랑쳤으며, 1두는 수로에 처박혔고, 나머지는 마방 쪽으로 허겁지겁 도망치고 있었다. 그러나 John Henry는 기수를 태우고 주로 한가운데에 늠름하게 서 있었다.

Japan Cup과 Breeder’s Cup
John Henry는 멀리 일본까지 원정길에 올랐지만, Breeder’s Cup에는 참가하지 못했다. 사업상 알게 된 일본 친구들에게 John Henry를 자랑하기 위해 주위의 간곡한 만류를 뿌리치고 7세 때인 1982년 Japan Cup에 무리한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Japan Cup경주 15일 전에 1개 경주를 치르고 다음날 바로 비행기에 올랐다. 25시간 동안의 장거리 여행으로 일본에 도착했을 때 그는 피로와 감기몸살로 만신창이가 돼 있었다. 13착의 치욕은 Rubin이 자초한 결과였다. 한편 Breeder’s Cup은 부마 Ole Bob Bowers가 그의 자식들의 B.C경주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지 않아 출주를 위해서는 40만달러의 출주료를 지불해야 했다. B.C Turf경주 우승상금 중 마주 몫 60만달러와 비교한 결과, 불참은 사업가인 Rubin의 입장에서 너무나 당연한 선택이었다.

마지막 주인 Kentucky Horse Park
John Henry는 1977년부터 1984년까지 8년간 83전 39승으로 659만달러를 수득했다. 부문별 챔피언인 Eclipse상을 7회나 수상했고, 6세와 9세 때 연도 대표마에 선정되었다. 1981년 이후 수득상금은 당시 Spectacular Bid의 세계 최고 수득상금 278만1,608달러를 경신하고 이길 때마다 최고 기록을 수립했다. ‘People’지에 의해 1984년 ‘기인 25인’에 선정되기도 했으며, 10세 때인 1985년 봄 조교 중 오른쪽 앞다리 건 고장으로 은퇴를 선언하고 Horse Park로 향하게 된다.

이듬해 11세 때 재기를 시도하여 왕년의 경주능력을 되찾은 듯했으나 앞다리 구절 고장으로 그 꿈은 아쉽게도 사라져 버렸다. 그 누구도 그의 고령이 재기의 방해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Cigar와 함께 미국의 희망, 영웅으로 칭송받고 있는 것이다.


글 / 김종식 푸른목장 대표
2006/01/04 01:54 2006/01/04 01:54

20세기 최고 경주마
Secretariat ②





루신 조교사와 플로리다로
1971년 가을 루신 조교사는 메도 목장을 방문하여 1세가 된 Secretariat와 처음 만난 순간 조교사 은퇴 계획을 취소하고 60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그의 마지막 투혼을 불사르게 된다(메도 목장에서 Secretariat보다 1년 먼저 태어난 Riva Ridge는 켄터키더비와 벨몬트스테이크에서 이겼으나 프리크니스 스테이크에서 진흙탕의 주로를 견디지 못해 4착에 머물러 삼관마 달성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Secretariat와 같이 메도 목장과 루신 조교사에게 최고의 명예를 선물하게 된다).

유명 조교사의 이야기를 접하다 보면 그 속에는 항상 그들만의 독특한 방법들이 숨어 있으며, 이는 루신 조교사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뒷부분 경주 설명에서도 다시 소개되겠지만 그는 기수에게 경주 작전을 지시할 때 말이 원하는 대로 달리게 했으며, 경주마의 의지와 상관없이 선행으로 혹은 추입으로 바꾸지 말 것을 고집했다.

2세가 되던 1972년 1월 조교를 위해 Secretariat는 루신과 함께 따뜻한 플로리다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영원한 전담 관리사 Eddie Sweat를 만나(명기수 Ron Turcotte는 2번째 경주부터 합류하게 됨) 6개월간의 훈련이 시작되었다. 마침내 6월 어느날 아침 루신은 1,000m 주로에 그를 내세우고 스톱워치를 눌렀다. 57초6. 이제 됐다. 경주마 한 마리가 만들어졌다.

2세에 연도 대표마가 되다
7월 4일 데뷔전인 1,100m 경주에서 4착에 머문 데 대해 경마 전문지 Daily Racing Form은 이렇게 설명한다. “출발 직후 주로 내측으로 달리는 그에게 그 경주에서 꼴찌를 한 악벽마 Quebec이 레일 쪽으로 심하게 밀어붙였다. 간신히 위기를 벗어난 그는 결승 전방 400m까지 단독 꼴찌였으며 결승주로에서 대시를 감행했으나 승리마와 1과¼마신차로 4착에 머물렀다. 사고만 없었다면 승리는 당연히 그의 몫이었다.”

2세마 경주성적 9전 7승, 2착 1회, 4착 1회 중 2착의 경우도 우승을 도난당했다. 10월 14일 챔피언 스테이크(1,600m)에서 발주 악벽으로 다른 말들보다 15마신 뒤떨어진 상태에서 경주가 시작되었다. 결승주로 전방까지 제일 후미에 처진 그는 마지막 코너를 돈 후 포효하기 시작했다. 당시 경마평론가의 표현을 인용하자면 “Secretariat가 톱기어에 들어간 순간, 앞서 가던 다른 말들은 경주 중 간식을 먹기 위해 잠깐 멈추었다”고 풍자돼 있다.

결승선 전방에서 식사 중인 Stop the Music(우리 씨수말 프트스톡턴의 2대부)을 획 하고 스쳐 1착으로 골인했다. 나중에 Stop the Music 마주도 판정이 공정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2세 경주를 마친 후 이클립스상 시상식에서 같은 목장 출신 Riva Ridge를 물리치고 2세 챔피언 겸 연도 대표마로 뽑혔다. 최고 생산목장, 최고 마주상은 물론이고 루신도 최고 조교사에 선정되었다.

씨수말로 팔린 희한한 경우
3세가 되던 1973년 2월 메도 목장은 세금을 내지 못해 비싼 경주마를 모두 처분해야 할 위기에 봉착했다. 이때도 어김없이 Seth Hancock이 구원의 손길을 내민다. 그가 3세까지 경주를 계속하는 조건으로 신디케이트를 조직하게 된다. 미국, 영국, 아일랜드, 프랑스, 일본 등 5개국의 생산자들과 며칠간 전화통화한 후 1계좌당 19만달러씩 32계좌 608만달러(여기에다 Seth 자신의 공로지분 4계좌, 루신 조교사에 대한 선물 1계좌를 합쳐 37개 계좌)를 모았다. 이 금액은 1970년 영국 삼관마 Nijinsky 신디케이트 금액 540만달러를 초과한, 당시까지 최대 매매가였다.

2세 경주마가 끝난 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그가 25년 만에 삼관마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돌발변수의 등장으로 예상이 빗나갈 경우 그 뒤의 사태는 아무도 예견할 수 없었던 만큼 지극히 이례적인 거래였다.

삼관마 경주
위대한 경주마의 탄생 뒤에는 반드시 그의 파트너가 있고, 한쪽이 처참히 몰락하면 다른쪽은 영웅이 된다. 마치 우리나라 신파극 줄거리처럼…. Secretariat의 상대마는 Sham이란 명마다. 삼관마 경주 전 Wood Memorial 경주에서 Secretariat는 3착, Sham은 2착이었다.

켄터키더비 당일, 여느 때처럼 오전에 컨디션을 조절한 후 점심식사를 마치고 약 3시간 동안 네 다리를 쭉 뻗고 오침을 즐겼다(그는 식사 때 머리를 밥통에 넣으면 바닥을 깨끗이 핥기 전까지는 고개를 들지 않았고, 아무리 큰 경주날이라도 만사를 제치고 낮잠을 즐겼다). 경주가 임박해서 주위에서는 Bold Ruler의 망아지이기 때문에 2,000m는 힘들다는 악성 루머가 퍼지고, 특히 가벼운 비출혈이 일어나 주위를 긴장시켰다. 이를 본 Sham의 조교사 산초(인상이 험해 멕시코 악당에 비유한 별명)가 루신에게 5,000달러 내기를 하자고 비위를 건드렸다. Secretariat는 2,000m 거리의 각 2펄롱을 25초2, 24초, 23초8, 23초4, 23초로 주파해 1분59초4의 코스 신기록으로 Sham을 따돌렸다. 경주 직후 루신이 우연히 Sham의 마방을 지나다 산초가 Sham의 코피를 닦고 있는 장면을 목격하기도 했다.

Secretariat는 경주 다음날에도 에너지가 소진되지 않아 기승상태로 주로를 몇 바퀴 돈 후에야 정상 상태로 돌아왔다. 프리크니스 스테이크에서도 낙승한 후 삼관마 등극의 마지막 관문에 섰다. 일반인들은 그를 전형적인 추입마로 알고 있으나 사실은 그게 아니다. 늦발주 악벽 때문에 그렇게 보였으며, 조교사는 그를 결코 추입마로 훈련시키지 않았다.

경주 전날 밤 전담관리사 Eddie Sweat는 애마 옆에서 잠깐 졸면서 꿈을 꾸었다. 평소와 다르게 출발부터 독주하기 시작했다. “안돼, 안돼, 멈춰!” 그렇게 고함치다 잠에서 깨어났다.

벨몬트 스테이크(2,400m)에 5두가 출주했고, 상대마는 역시 Sham이었다. 정말 출발부터 Secretariat는 선두에 섰다. Sham도 이를 악물고 뒤를 따랐다. 2두는 처음 800m를 46초2로 달렸다. 관중이 모두 일어섰다.

“저건 자살 행위이다.” 1600m를 통과한 기록은 1분34초2. - Sham은 7마신 처진 2위를 유지했으나 이미 탈진상태였다. 관리사 에디는 발을 동동구르며 소리쳤다. “안돼 멈춰.” 2,000m 통과기록 1분59초. 더비기록보다 빨랐다. 2위와의 거리는 점점 멀어졌다. 결승선을 통과할 때 2위와 31마신 100m 착차. 종전기록을 2초6 앞당긴 세계 최고 기록(지금도 역시 최고 기록이다).

모든 사람들이 환호하는데, 딱 한 사람만이 가슴을 쓸어내리고 한숨을 토했다. Seth Hancock, 그는 이제 사기꾼을 면했구나 생각했고, 며칠 후 Sham의 부상과 은퇴 사실이 신문에 보도되었다.

세기의 경주마 2두
Big Red(Secretariat의 애칭)와 Man O’War는 분명히 20세기 경마의 쌍두마차였다. 둘 중 누가 더 위대했느냐고 물을 때 그 대답을 다음과 같을 것이다.

“Man O’War는 신화다. 행크 에런이 홈런 수에서 베이브 루스를 아무리 앞질러도 그의 명성을 추월할 수는 없다. 권투 영웅 잭 램프시를 기억하는 올드맨에게 무하마드 알리는 도저히 비교 대상이 못된다. 또 이 시대 Big Red의 경주를 본 사람에게는 오직 그만이 영웅이고 우상이며 다른 말과 비교하기를 거부한다. 몇 세대를 초월한 영웅의 비교는 불가능하다.” 이는 벨몬트 스테이크에서 최고 기록을 추월당한 Gallant Man의 조교사 Jonny Nerud의 말이다.

아무튼 독자의 흥미를 위해 굳이 비교해 본다면, 닮은 점은 이마에 흰점과 선이 있는 밤색마이며, 둘 다 마체구조가 월등해 생산자들이 그런 망아지를 갖고 싶어하는 표본이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둘 다 캐나다에서 은퇴경기를 했다. 다만 Man O’War는 초대 삼관마 Sir Barton과의 Match Race에 초대받은 경우이고, Big Red는 조교사와 기수가 모두 캐나다 출신이어서 마주의 배려에 의한 것으로 추측된다.

다른 점은 Big Red는 성격이 느긋했고(식사 때는 예외) Man O’War는 성격이 불같아 경주출주 준비 때 항상 4명이 그를 인도했으며 발주기에서 야단법석을 떨지 않으면 관중들의 의아해할 정도였다. 그리고 Big Red의 경쟁상대는 2만5,000두였고 Man O’War는 1,680두였다(1917년생). Big Red는 대부분 나이 많은 선배들과 겨루었으나 Man O’War는 Sir Barton과의 경주 한 번뿐이었다.

Man O’War의 대형 동상이 Kentucky Horse Park에서 세계의 경마계에 군림하는 반면 Big Red의 사진은 인간이 사용하는 우표에도 등장했다. Man O’War의 장례식이 라디오로 전국에 생중계되었고, Big Red는 Time과 Newsweck의 표지모델로 활동했다.

클레이본 목장으로 은퇴
Big Red는 2년간 21전 16승, 2착 3회, 3착 1회로 130만달러를 수득하고 2년 연속 연도 대표마로 선정되었다. 아버지 Bold Ruler의 마방을 물려받아 씨수말로 활동하며 Lady’s Secret, Risen Star 등 걸출한 후세마를 남기기도 했으나 그의 명성은 Storm Cat, A.P Indy, Summer Squall, Gone West등 어미의 애비로서 계속 살아 있다. 1989년 그가 사망한 후 Time지는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운동선수 10걸에 그를 포함시켰다.

Secretariat는 클레이본 목장에 Nijinsky, Mr. Prospector와 나란히 묻혀 있다고 들었다. 필자는 이번 가을 켄터키 방문 때 그의 무덤 앞에 국화 한 송이라도 헌화하고 올 계획이다.


글 / 김종식 푸른목장 대표
2006/01/04 01:43 2006/01/04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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