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교 효과의 개체차
글 | 김병선 핸디캡 부장
경주마의 조교방법에 어느 정도 원칙이 있다. 하지만 같은 절차와 방법으로 조교를 시켜도 그 결과는 말마다 제각기 다르게 나오기 마련이다. 어떤 조교사는 말들의 승률을 높여 많은 상금을 벌어들이는 반면, 어떤 조교사는 열심히 하지만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기도 한다. 이러한 차이는 말들의 제각기 다른 여건과 특성을 얼마나 잘 살려 그 말에게 알맞은 사양관리와 조교방법을 적용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말들이 가진 개별적 특성과 상황을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즉, 유전적 잠재능력, 연령, 성별, 환경, 정서, 그리고 동기유발 여부 등으로 구분된다.
유전적 잠재능력
‘경마는 혈통의 게임’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잘 달린 말의 자손이 역시 또 잘 달릴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유전적으로 잘 달릴 수 있는 잠재적 능력이 후대에 전달되는 셈이다. 그 잠재적 능력이란 단지 빠른 스피드로 달릴 수 있는 체격조건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신체적 조건은 기본이고, 다른 말에게 지지 않으려는 강한 의지와 힘든 훈련을 잘 인내하며 가르치는 것을 수용할 수 있는 정신적인 능력까지도 포함된다.
사람들의 성격이 제각기 다르듯이 말들도 각각 매우 다양한 성격이나 습관을 가지고 있다. 시키는 대로 잘 따라 하는 말도 있지만, 사사건건 거부를 습관처럼 하는 말도 있다. 잘못했을 때 야단을 치면 곧바로 시정하는 말이 있는가 하면, 자존심이 강하여 더욱 빗나가는 말도 있다. 고강도의 훈련을 묵묵히 견뎌내는 말이 있는가 하면, 요령을 부리며 훈련을 회피하는 말도 있다. 그러므로 조교자는 말 각자의 심리를 파악하여 그에 알맞게 따뜻한 격려와 포상, 엄격한 제재와 시기적절한 회유 등을 잘 조합하여 훈련시켜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신체적 조건도 마찬가지이다. 말에 따라 최고의 스피드를 낼 수 있는 여건이 각기 다르다. 어떤 말은 순발력이 있어 초반에 빠르게 달리다가 쉽게 지치는가 하면, 스타트는 느리지만 탄력이 늦게 붙어 장거리에서 스피드가 빨라지는 말도 있다. 말마다 최고의 스피드를 낼 수 있는 자신의 적정한 체중도 다르다. 그러므로 말의 적정 경주거리를 찾아내어 그것에 알맞은 훈련을 시키는 것과 최고의 컨디션을 발현하도록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연령
사람도 나이 들어 공부하려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듯이, 말도 어린 시절에 순치와 조교를 시켜야 그 효과가 빠르게 나타난다. 이는 나이가 어릴수록 호기심이 강하고, 그만큼 사물과 사건에 대한 관심도 많기 때문일 것이다. 또 어린 동물일수록 학습능력을 높이는 데 필요한 어떤 생리적인 요소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가능한 한 조기에 교육을 시켜야 말의 잠재적인 능력을 최대한 끌어 낼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태어나자마자 실시하는 각인 순치는 조기교육의 좋은 예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너무 무리하게 힘든 조교를 진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골격의 성장과 강도에 부합되게 조교강도를 증진시켜 나아가야 한다. 무리하다 보면 아직 덜 여문 관절이나 힘줄에 부상을 입힐 수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주로에 갓 데뷔한 2세 신마들에게 이런 부상이 많이 생긴다. 육체적인 부상 말고도 심리적인 손상을 입힐 수가 있다. 무리한 조교는 어린 말에게 고통을 안겨준다. 말은 어떤 일로 인해 놀라거나 고통을 받은 경험이 있으면, 다음에는 그 일을 회피하게 된다. 결국 조교에 흥미를 잃어 좋은 성과를 얻어 낼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가능한 한 조기에 순치 조교를 하되 말의 적응도에 따라 점진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한편 나이 먹은 말이라도 나쁜 버릇을 고치거나 새롭게 조교를 시켜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에는 관리하는 환경을 바꾸어주거나 말을 다른 마사 지역으로 이동시킨 후 교육을 시키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성별
일반적으로 경주능력은 암말보다 수말이 더 강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경주에 출전할 때 싣고 달려야 하는 부담중량도 수말에게 더 무겁게 부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어린 나이, 즉 2∼3세 때에는 암말이 더 잘 달리는 경우가 많다. 암말이 수말보다 빨리 성장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빨리 성장한 만큼 노화시기도 빨라져 5세 이상이 되면 곧바로 하향세로 접어드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수말은 이와 달리 서서히 능력이 신장되며, 6∼7세가 되어도 건재를 과시하는 수말들이 종종 있다.
컨디션 유지와 능력의 기복에도 차이가 있다. 암말은 컨디션과 능력의 변화가 수말에 비해 심한 편이다. 잘 달리던 말이 형편없는 경주 결과를 내기도 한다. 이는 암말의 성호르몬 분비 변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달리 수말은 사춘기만 지나면 비교적 일정한 성호르몬을 유지하기 때문에 그다지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부담중량 측면에서도 차이가 있다. 암말은 부담중량이 약간만 증가해도 제대로 능력발휘를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만큼 견딜 수 있는 한계의 폭이 좁다는 것이다.
환경
말은 선천적으로 넓고 푸른 초원을 좋아한다. 그러나 현대 경주마들은 대부분 일정 공간에 ‘포획’되어 관리된다. 이렇게 잠재적으로 갈망하는 환경과 현실적으로 처해 있는 답답한 환경의 괴리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말들은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런 심정을 조금이라도 알아주는 마주는 경주에 출전한 후 쉬는 기간에는 말을 목장으로 보내 초원에 방목시켜 주기도 한다.
그렇게 하면 피로가 빨리 풀리고 원기가 재충전되어 다음 경주에 출전해서도 좋은 성적을 올리게 된다. 다리를 다친 말도 마냥 마방에만 넣어두는 것보다 방목장 패독에 풀어놓고 따뜻한 햇볕을 쬐게 하면 훨씬 빨리 회복된다.
마사나 마방의 환경도 관련이 크다. 비좁은 마방보다는 넓은 마방이 말에게 덜 스트레스를 준다. 또 마방이 일렬로 배치된 것보다 가운데 통로를 두고 두 줄로 배치되어 말들이 서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한 구조가 스트레스를 덜 준다. 말들은 서로 어울려 사는 군집성의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열 구조의 마사 배치는 전염병이나 말들의 나쁜 버릇이 다른 말에게 빨리 퍼지는 단점도 있다. 일관된 훈련조건이나 환경도 중요하다. 기승하는 사람이 수시로 바뀌거나 조교 일정이 일관되지 않고 불규칙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가 없다. 스타트, 초반 자리 잡기, 중반 힘의 안배, 막판 전력질주 등 일련의 과정에서 훈련 방법도 일관되어야 한다. 기승자의 지시나 명령의 방식에 변화가 생기면 말은 몹시 혼동되어 제대로 능력발휘를 할 수가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말의 영양과 건강상태이다. 영양상태가 좋지 않은 말, 특히 단백질 공급이 부족한 말은 학습효과가 저조하다. 이는 아마도 말 근육의 주성분이 단백질이며, 두뇌의 성장발달에도 단백질 성분이 필수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질병 중이거나 상처를 입은 말은 확실히 학습능력이 감퇴된다. 그러므로 어디가 아픈 말을 훈련시키는 것은 말의 능력을 오히려 감퇴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위생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스트레스를 덜 받게 안정된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서
말을 잠시 세워두고 보면 그 말이 정서적으로 안정된 말인지 아닌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정서적으로 불안한 말은 귀 또는 눈동자의 움직임이 예민하고 몸놀림도 부산하다. 일반적으로 어린 말일수록 정서가 불안하고 나이가 들면 좀 나아진다. 그러나 더러는 어떤 부모의 자마인지, 어떤 환경에서 성장하였는지에 따라 차이가 많다. 유전적인 문제야 어쩔 수 없지만, 성장 과정에서 자주 놀라거나 심한 고통을 경험한 말일수록 정서가 불안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온화한 환경에서 부드러운 관리가 필요하다. 정서적으로 불안한 말은 조교자를 잘 신뢰하지 않으며, 조교자의 교육 내용에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말을 다룰 때는 일단 부드럽게 다뤄 말이 놀라거나 화를 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눈가리개 등 적절한 장구를 착용시켜 말의 관심이 산만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동기유발
말의 학습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 중에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동기유발이다. 한데 사람도 그러하듯 말 역시 징계나 체벌보다는 칭찬과 포상이 동기유발에 효과적이다. 훈련은 말에게도 즐겁기보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별로 내키지 않는 일이다. 그런 말에게 사람의 의도대로 계획된 조교량을 완수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억지로 훈련을 시키다 보면 결국 반항을 하고, 기승자를 떨어뜨리고, 자신은 자유의 몸으로 마음껏 뛰어 놀다 마방으로 돌아간다. 그 날의 조교는 실패작이다.
그러므로 말이 거부하기 전에 달래면서 조심스레 조교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조교 진행 단계별로 잘 적응하고 따라 줄 때마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칭찬해 주고 목을 가볍게 토닥여 주면 말은 자신을 칭찬해 주는 표시로 알고 즐거워한다. 이런 칭찬의 표시에 인색한 조교자는 말을 잘 다루지 못한다.
그날의 계획된 훈련을 모두 마치고 마방으로 돌아왔을 때는 시원하게 샤워를 시켜주고 달콤한 각설탕이나 홍당무를 입에 물려준다. 말도 시키는 일을 잘해 냈을 때 칭찬받고 달콤한 대가가 돌아온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평소 이런 동기유발을 잘하는 조교자의 말과 반대로 체벌과 호통을 습관처럼 해대는 조교자의 말들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이상으로 조교효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몇 가지 요소들을 살펴보았다. 훌륭한 조교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이러한 각각의 요소들을 조교사가 올바로 파악하고, 그에 맞게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모든 말에게 적용될 공통된 조교법은 없다. 최선의 원칙이 있다면, 그것은 말의 개성과 처해진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며 훈련을 시켜야 한다는 것뿐이다.
글 | 김병선 핸디캡 부장
경주마의 조교방법에 어느 정도 원칙이 있다. 하지만 같은 절차와 방법으로 조교를 시켜도 그 결과는 말마다 제각기 다르게 나오기 마련이다. 어떤 조교사는 말들의 승률을 높여 많은 상금을 벌어들이는 반면, 어떤 조교사는 열심히 하지만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기도 한다. 이러한 차이는 말들의 제각기 다른 여건과 특성을 얼마나 잘 살려 그 말에게 알맞은 사양관리와 조교방법을 적용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말들이 가진 개별적 특성과 상황을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즉, 유전적 잠재능력, 연령, 성별, 환경, 정서, 그리고 동기유발 여부 등으로 구분된다.
유전적 잠재능력
‘경마는 혈통의 게임’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잘 달린 말의 자손이 역시 또 잘 달릴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유전적으로 잘 달릴 수 있는 잠재적 능력이 후대에 전달되는 셈이다. 그 잠재적 능력이란 단지 빠른 스피드로 달릴 수 있는 체격조건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신체적 조건은 기본이고, 다른 말에게 지지 않으려는 강한 의지와 힘든 훈련을 잘 인내하며 가르치는 것을 수용할 수 있는 정신적인 능력까지도 포함된다.
사람들의 성격이 제각기 다르듯이 말들도 각각 매우 다양한 성격이나 습관을 가지고 있다. 시키는 대로 잘 따라 하는 말도 있지만, 사사건건 거부를 습관처럼 하는 말도 있다. 잘못했을 때 야단을 치면 곧바로 시정하는 말이 있는가 하면, 자존심이 강하여 더욱 빗나가는 말도 있다. 고강도의 훈련을 묵묵히 견뎌내는 말이 있는가 하면, 요령을 부리며 훈련을 회피하는 말도 있다. 그러므로 조교자는 말 각자의 심리를 파악하여 그에 알맞게 따뜻한 격려와 포상, 엄격한 제재와 시기적절한 회유 등을 잘 조합하여 훈련시켜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신체적 조건도 마찬가지이다. 말에 따라 최고의 스피드를 낼 수 있는 여건이 각기 다르다. 어떤 말은 순발력이 있어 초반에 빠르게 달리다가 쉽게 지치는가 하면, 스타트는 느리지만 탄력이 늦게 붙어 장거리에서 스피드가 빨라지는 말도 있다. 말마다 최고의 스피드를 낼 수 있는 자신의 적정한 체중도 다르다. 그러므로 말의 적정 경주거리를 찾아내어 그것에 알맞은 훈련을 시키는 것과 최고의 컨디션을 발현하도록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연령
사람도 나이 들어 공부하려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듯이, 말도 어린 시절에 순치와 조교를 시켜야 그 효과가 빠르게 나타난다. 이는 나이가 어릴수록 호기심이 강하고, 그만큼 사물과 사건에 대한 관심도 많기 때문일 것이다. 또 어린 동물일수록 학습능력을 높이는 데 필요한 어떤 생리적인 요소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가능한 한 조기에 교육을 시켜야 말의 잠재적인 능력을 최대한 끌어 낼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태어나자마자 실시하는 각인 순치는 조기교육의 좋은 예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너무 무리하게 힘든 조교를 진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골격의 성장과 강도에 부합되게 조교강도를 증진시켜 나아가야 한다. 무리하다 보면 아직 덜 여문 관절이나 힘줄에 부상을 입힐 수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주로에 갓 데뷔한 2세 신마들에게 이런 부상이 많이 생긴다. 육체적인 부상 말고도 심리적인 손상을 입힐 수가 있다. 무리한 조교는 어린 말에게 고통을 안겨준다. 말은 어떤 일로 인해 놀라거나 고통을 받은 경험이 있으면, 다음에는 그 일을 회피하게 된다. 결국 조교에 흥미를 잃어 좋은 성과를 얻어 낼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가능한 한 조기에 순치 조교를 하되 말의 적응도에 따라 점진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한편 나이 먹은 말이라도 나쁜 버릇을 고치거나 새롭게 조교를 시켜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에는 관리하는 환경을 바꾸어주거나 말을 다른 마사 지역으로 이동시킨 후 교육을 시키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성별
일반적으로 경주능력은 암말보다 수말이 더 강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경주에 출전할 때 싣고 달려야 하는 부담중량도 수말에게 더 무겁게 부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어린 나이, 즉 2∼3세 때에는 암말이 더 잘 달리는 경우가 많다. 암말이 수말보다 빨리 성장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빨리 성장한 만큼 노화시기도 빨라져 5세 이상이 되면 곧바로 하향세로 접어드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수말은 이와 달리 서서히 능력이 신장되며, 6∼7세가 되어도 건재를 과시하는 수말들이 종종 있다.
컨디션 유지와 능력의 기복에도 차이가 있다. 암말은 컨디션과 능력의 변화가 수말에 비해 심한 편이다. 잘 달리던 말이 형편없는 경주 결과를 내기도 한다. 이는 암말의 성호르몬 분비 변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달리 수말은 사춘기만 지나면 비교적 일정한 성호르몬을 유지하기 때문에 그다지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부담중량 측면에서도 차이가 있다. 암말은 부담중량이 약간만 증가해도 제대로 능력발휘를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만큼 견딜 수 있는 한계의 폭이 좁다는 것이다.
환경
말은 선천적으로 넓고 푸른 초원을 좋아한다. 그러나 현대 경주마들은 대부분 일정 공간에 ‘포획’되어 관리된다. 이렇게 잠재적으로 갈망하는 환경과 현실적으로 처해 있는 답답한 환경의 괴리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말들은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런 심정을 조금이라도 알아주는 마주는 경주에 출전한 후 쉬는 기간에는 말을 목장으로 보내 초원에 방목시켜 주기도 한다.
그렇게 하면 피로가 빨리 풀리고 원기가 재충전되어 다음 경주에 출전해서도 좋은 성적을 올리게 된다. 다리를 다친 말도 마냥 마방에만 넣어두는 것보다 방목장 패독에 풀어놓고 따뜻한 햇볕을 쬐게 하면 훨씬 빨리 회복된다.
마사나 마방의 환경도 관련이 크다. 비좁은 마방보다는 넓은 마방이 말에게 덜 스트레스를 준다. 또 마방이 일렬로 배치된 것보다 가운데 통로를 두고 두 줄로 배치되어 말들이 서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한 구조가 스트레스를 덜 준다. 말들은 서로 어울려 사는 군집성의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열 구조의 마사 배치는 전염병이나 말들의 나쁜 버릇이 다른 말에게 빨리 퍼지는 단점도 있다. 일관된 훈련조건이나 환경도 중요하다. 기승하는 사람이 수시로 바뀌거나 조교 일정이 일관되지 않고 불규칙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가 없다. 스타트, 초반 자리 잡기, 중반 힘의 안배, 막판 전력질주 등 일련의 과정에서 훈련 방법도 일관되어야 한다. 기승자의 지시나 명령의 방식에 변화가 생기면 말은 몹시 혼동되어 제대로 능력발휘를 할 수가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말의 영양과 건강상태이다. 영양상태가 좋지 않은 말, 특히 단백질 공급이 부족한 말은 학습효과가 저조하다. 이는 아마도 말 근육의 주성분이 단백질이며, 두뇌의 성장발달에도 단백질 성분이 필수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질병 중이거나 상처를 입은 말은 확실히 학습능력이 감퇴된다. 그러므로 어디가 아픈 말을 훈련시키는 것은 말의 능력을 오히려 감퇴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위생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스트레스를 덜 받게 안정된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서
말을 잠시 세워두고 보면 그 말이 정서적으로 안정된 말인지 아닌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정서적으로 불안한 말은 귀 또는 눈동자의 움직임이 예민하고 몸놀림도 부산하다. 일반적으로 어린 말일수록 정서가 불안하고 나이가 들면 좀 나아진다. 그러나 더러는 어떤 부모의 자마인지, 어떤 환경에서 성장하였는지에 따라 차이가 많다. 유전적인 문제야 어쩔 수 없지만, 성장 과정에서 자주 놀라거나 심한 고통을 경험한 말일수록 정서가 불안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온화한 환경에서 부드러운 관리가 필요하다. 정서적으로 불안한 말은 조교자를 잘 신뢰하지 않으며, 조교자의 교육 내용에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말을 다룰 때는 일단 부드럽게 다뤄 말이 놀라거나 화를 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눈가리개 등 적절한 장구를 착용시켜 말의 관심이 산만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동기유발
말의 학습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 중에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동기유발이다. 한데 사람도 그러하듯 말 역시 징계나 체벌보다는 칭찬과 포상이 동기유발에 효과적이다. 훈련은 말에게도 즐겁기보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별로 내키지 않는 일이다. 그런 말에게 사람의 의도대로 계획된 조교량을 완수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억지로 훈련을 시키다 보면 결국 반항을 하고, 기승자를 떨어뜨리고, 자신은 자유의 몸으로 마음껏 뛰어 놀다 마방으로 돌아간다. 그 날의 조교는 실패작이다.
그러므로 말이 거부하기 전에 달래면서 조심스레 조교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조교 진행 단계별로 잘 적응하고 따라 줄 때마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칭찬해 주고 목을 가볍게 토닥여 주면 말은 자신을 칭찬해 주는 표시로 알고 즐거워한다. 이런 칭찬의 표시에 인색한 조교자는 말을 잘 다루지 못한다.
그날의 계획된 훈련을 모두 마치고 마방으로 돌아왔을 때는 시원하게 샤워를 시켜주고 달콤한 각설탕이나 홍당무를 입에 물려준다. 말도 시키는 일을 잘해 냈을 때 칭찬받고 달콤한 대가가 돌아온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평소 이런 동기유발을 잘하는 조교자의 말과 반대로 체벌과 호통을 습관처럼 해대는 조교자의 말들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이상으로 조교효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몇 가지 요소들을 살펴보았다. 훌륭한 조교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이러한 각각의 요소들을 조교사가 올바로 파악하고, 그에 맞게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모든 말에게 적용될 공통된 조교법은 없다. 최선의 원칙이 있다면, 그것은 말의 개성과 처해진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며 훈련을 시켜야 한다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