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5.19

2010/05/19 22:58 / My Life/Diary
마장동 도살장에 가 보면 수없는 소들이 ‘음매 음매’ 소리를 지르며 눈물을 흘리고 찾아온다. 제 발로 걸어오는 것이 아니라 새끼줄에 묶이어 매를 맞으며 찾아온다.

일평생 여물죽을 먹고 논과 밭을 쏘다니며 갖은 고통을 겪었던 소들이 이제 마지막 몸바칠 곳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소는 매를 맞을 필요도 없이 대담하게 제발로 걸어 들어가 기꺼이 목숨을 바친다.

숭산 스님, 「굴리어 지느냐 굴리느냐」

저녁 버스를 탈 때마다 슬프다.
자리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면 금방이라도 터져 내릴 것 같은 울음.
버스가 지난 거리마다 행복이 불행을 말미암아 생기고, 사랑이 증오와 함께 자랐다.

피곤해… 졸리우니 자야한다.
2010/05/19 22:58 2010/05/19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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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4

2010/05/14 22:50 / My Life/Diary
아주 잘 닦여 있는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으면 귀퉁이에서 이중반사된 옆얼굴을 볼 수 있어. 옆얼굴은 내가 아닌 것 같아 고개를 주억거리면. 잠깐 잠깐. 나타나는 기억 속. 내. 얼굴. 다시 돌아본 옆얼굴은. 내가 아닌 것 같아. 불안해. 소름이 돋아. 불안해. 불안해. 우두커니. 엘리베이터. 문이 열릴. 불안해. 때까지. 옆얼굴. 도라 마르(Dora Maar). 우는 여인.
2010/05/14 22:50 2010/05/14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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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0

2010/05/10 23:13 / My Life/Diary
이분 역설(Dichotomy paradox)이라는 게 있다. 한 발자국을 내딛기 위해선 반 발자국을 먼저 가야 한다. 반 발자국을 가기 위해선 반의 반 발자국을 먼저 가야 한다. 반의 반 발자국을 가기 위해선 반의 반의 반 발자국을 먼저 가야 한다. 반의 반의 반 발자국을 가기 위해선 반의 반의 반의…  

한 발자국 앞에 두고 서로 마주보던 두 이가 있었다. 그렇게 영원히 만날 수 없는 두 이가 있었다.

간 봄

한 때는 우주 끝까지 갔단다.
사랑했던 여인
한 봄의 산 나무 뿌리에서
뜻 아니한 십 센티쯤의 뱀 새끼같이
사랑했던 여인.
그러나 이젠
나는 좀 잠자야겠다.

천상병, 1966.7

무서운 속도로 팽창하고 있는 우주. 그 끝 넘어, 나는.
2010/05/10 23:13 2010/05/10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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