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7.05

2010/07/05 01:15 / My Life/Diary
1

왜 자꾸 불을 키려고 했는지 모르겠어. 불이 꺼져서 어두운 게 아니라 어둠이 켜져서 어두운 거야. (대체 그 누가 어둠을 끌 수 있을까?) 삶도 의욕, 자살도 의욕. 삶도 죽음도 모두 용기가 필요해. 그러나,

“삶에 중독된 아편쟁이 같은 놈들”

나쁘게 말하다.

2

금요일. 용산에서 영화를 한 편 봤다.

“용산에는 사파리가 있어.”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M이 말했다.
“구경이나 갈까?” H가 말했다.
“사파리라니! 큭큭큭!!!” 나는 웃었다. 비열하게.

고등학교 때. 그곳을 거닐다 어디선가 다 죽어가는 목소리를 들었다. “거기 청년, 좀 놀다가… 이쁜 아가씨들 많아…” 안개가 낀데다 주위도 어두워 처음에는 아무도 없는 줄 알았다. 그러나 곧이어 다시, “이쁜 아가씨들 많아…” ㅡ 보였다. 사파리 담장 밖에 의자를 놓고 앉아 있는. 늙은 암컷 맹수 둘.

“저 미성년자예요.” 나는 웃으며 말했고,

“이런, 미안해… 미안해요…”

의자다리만큼 가는 팔이 흔들렸다.

미안했다.

3

“검사들이 룸살롱에 가면 여자들이 홀딱 벗고 나와서 인사한다며?”

검사 까는 것을 첫 술안주로 밤새 술을 먹었는데 나는 한 병도 채 마시지 못했다. 이젠 술 마실 힘도 없는지, 눕고 싶고, 자고 싶고, 그리고…. 나도 온갖 얘기를 쉴 새 없이 했지만 기억나는 거라곤 “순응! or 혁명! or 자살!˝이라고 말하려다가 용기가 없어 “순응! or 혁명! or 출가!˝라고 슬쩍 바꿔 말했던 것 뿐.

새벽 5시가 되서야 술이 끊기고 불이 꺼지고 우린 누웠다. 옆에서 M이 조용히 말했다.

“검사가 아니더래도 룸살롱에 가면 다 벗고 나와서 인사해…”

침묵.

희미하게 밖이 밝아왔다.

“쓸쓸해…”

누군가 말했다.
2010/07/05 01:15 2010/07/05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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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29

2010/06/29 12:41 / My Life/Diary
이중섭(李仲燮) 3
김춘수

바람아 불어라,
서귀포(西歸浦)에는 바다가 없다.
남쪽으로 쓸리는
끝없는 갈대밭과 강아지풀과
바람아 네가 있을 뿐
서귀포(西歸浦)에는 바다가 없다.
아내가 두고 간
부러진 두 팔과 멍든 발톱과
바람아 네가 있을 뿐
가도 가도 서귀포(西歸浦)에는
바다가 없다.
바람아 불어라.

오늘 바람 참 졸립고 쓸쓸하게 분다.

“이중섭”하면 아는 거라고는 이 시가 전부. 그의 이름을 볼 때마다 작품이나 얼굴이 아니라 이 시가 떠올랐다. 아침밥 먹으면서 TV를 보는데, 이중섭의 작품 <황소>가 오늘 경매에 나온단다. 이중섭은 죽도록 가난했고, 작품은 경매최고가 경신에 도전하고 있다.


ㅡ 이 작품은 소장가 박태헌이 이중섭과 대구의 하숙집에서 만난 인연을 계기로 이중섭의 일본 여비를 마련해주기 위해 1955년 구입한 작품 3점과 바꾼 것이다. 구입한 작품은 이중섭이 가족을 그린 그림이라 돌려받고 싶다고 말했고, 대신 이중섭이 가장 아끼는 이 그림을 받았다. 당시 쌀 10가마니 가격을 주고 산 작품이다. (최세정, 매일신문, 2010.06.11)
2010/06/29 12:41 2010/06/29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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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25 (2)

2010/06/25 23:55 / My Life/Diary

버스가 신호에 걸렸어. 가로등 비추는 길가에서 남녀 한쌍이 실랑이네? 남자는 술이 떡이 됐나봐. 바닥에 주저앉아 휘청~휘청~. 남자가 왼편으로 누우려 하면 여자는 왼쪽 어깨를 안아 올리고, 남자가 오른편으로 누우려 하면 여자는 오른쪽 어깨를 안아 올리고. 신호가 바뀌어서 지나쳐 왔지만 여자는 아마 쉼없이 안아 올렸을거야. 바보처럼. ㅡ 아! 저 행복한 남자!

불행한 여자.

2010/06/25 23:55 2010/06/25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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