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7.30

2010/07/30 22:47 / My Life/Diary
절망은 수동태요, 체념은 능동태다. 절망은 “하게 되는 것”이요, 체념은 “하는 것”이다. 나는 수많은 이들이 절망한 채로 일상에 몰두하는 모습을 본다. 그들은 절망 속에서도 굳건히, 때론 열정에 휩싸여 살아간다. 그 절망은 본래 그들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혹 절망은 삶의 원동력이 아닐까? 절망하게 되는 자는 산다. 체념한 자는 살지 않는다.

키보드를 치는 내 팔이 가볍다. “가늘다”도 아니고 “말랐다”도 아니고 “가볍다”. 오른손으로 왼팔을 들어보고는 왼손으로 오른팔을 들어본다. 가볍다. 그래서 무작정 이렇게 이어 붙인다. 체념은. 나의 체념은. 정말로. 가볍다.
2010/07/30 22:47 2010/07/30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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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8

2010/07/29 00:03 / My Life/Diary

그러니까, 사람들은 사랑 받고 싶어서 화를 내고, 사랑 받고 싶어서 싸우는 거야. 나는 그저 웃으면서 눈을 내리깔면 되는거고.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고작해야 잡담거리나 루머의 대상이 될 뿐. 영원히, 어느 누구와도, 공감할 수 없는거지. “내가 살아있다는 것, 그것은 영원한 루머에 지나지 않는다.” 란 최승자의 말, 그게 그건가봐. 여기가 대체 어딘지. 너무 멀리 왔어.

아무 스토리 없는 인생을 살고 싶다. 펼쳐본 이들 누구나 첫 두 줄을 읽고 지루해서 덮어버리는 그런,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처음과 끝을 가진 삶. 나조차 나를 모르는ㅡ. 그래서, 오늘도, 아무 일도, 없었어.

다만 몇 줄의 루머만.

2010/07/29 00:03 2010/07/2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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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6

2010/07/26 23:15 / My Life/Diary
TV에서 과학 다큐멘터리를 봤습니다. 지구는 이미 다섯 번의 빙하기를 거쳤다고 합니다. 지상 위의 모든 생명체가 멸종하고 영하의 바람만 불어대는 그 빙하기 말입니다. 그래서 제가 물었습니다. “지구에 여섯 번째 빙하기가 온다면 우리의 사랑은 어디로 가는 겁니까?” 제 머릿속엔 허무한 답이 떠돌고 있었습니다. 상대방이 대답했습니다. “다섯 번의 빙하기가 지나고 나서도 우리가 이렇게 사랑하듯, 여섯 번의 빙하기 이후에도 우리의 사랑은 그대로 남을 겁니다.” 실망한 제가 되물었습니다. “그럼 여섯 번째 빙하기가 지난 후에도 우리가 서로를 기억합니까?” 상대방의 미소. 그 미소는 보는 사람을 비루하게 만드는 미소였습니다. 이윽고 들려오길, “못합니다.” 그리고 나서 제가 웃었는지 울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땀 밴 얼굴로 잠에서 깼고 선풍기는 끼기기기익- 돌고 있었습니다.

네, 아무 일도 없을 겁니다.
2010/07/26 23:15 2010/07/26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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