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8.13

2010/08/13 19:03 / My Life/Diary
느지막이 일어나 샤워를 하고는 방이 너무 더러워 청소를. 책들, 휴지들, 먼지들, 생각들. 청소를 하고 나니 땀도 나고, 그 땀난 데 풀풀 날리던 먼지도 들러붙어서 다시 샤워. 조금은 상쾌해진 기분으로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한다. 목이 말라 아이스크림을 하나 먹고. TV를 보다가. 아이스크림을 또 하나 먹고. 이를 닦고 나오니, 내가 앉던 의자 위에 붕붕이가 올라와 밖을 보고 있다. 무슨 생각하고 있니? 라고 묻는 말에, 역시 아무 대답이 없다.

2010/08/13 19:03 2010/08/13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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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1

2010/08/11 20:41 / My Life/Diary
울기(鬱期)는 그치고 조기(躁期)가 찾아온 걸까. 마음이 가볍다. 롤러코스터를 타고 싶다. 어딘지 모르게 이성적이 된 듯. 1 + 1 = 2. 비가 내리더니 날도 맑고 바람도 분다. 군데군데 먹구름이 떠 있지만 해를 가려 시원해 좋다. 이유 없이 웃으면서 잠시나마 앞날을 생각해본다. 살아야 할 이유가 한 뭉텅이, 죽어야 할 이유가 한 뭉텅이, 사회 속에 있어야 할 이유가 한 뭉텅이, 출가해야 할 이유가 한 뭉텅이씩 있다. 기분에 따라 하나씩 어질러 놓으면서 사는 것 같다. 오늘은 살아야 할 이유 뿐이다. 얼굴을 부비는 바람. 롤러코스터가 타고 싶다.

3월 11일

염세주의자를 개인적인 적으로 간주할 것. 그런데 인생을 암흑화하는 바로 이 자들이야말로 생에 가장 집착하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생에 대한 가장 찬양할 만한 사랑의 과잉은, 인생을 사랑하는 자로 하여금 이를 모험하게 하고 아낌없이 내주도록 인도하기 때문이다.

현실을 보다 아름답게 할 수 없다는 무력과 체념으로 현실보다 꿈을 더 사랑한다는 것은 이 얼마나 수치스러운 일인가!

특히 ‘무기력한 인간들’에게 수치 있어라!
비애(悲哀)의 감염에 대항하여 싸울 것.

ㅡ 앙드레 지드,『일기』부분

182쪽과 183쪽 사이에서 나뭇잎을 발견하였다. 9년 전에 내가 꽂아 두었던 단풍잎이다...
2010/08/11 20:41 2010/08/11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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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0

2010/08/10 00:44 / My Life/Diary
“사랑을 목발질하며 나는 살아왔구나”
기형도,「쥐불놀이-겨울版畵5」부분

“사랑만 있으면 되나? 당신이 편지에 쓴 대로 말이야.”
“그래요.”
나의 그 사랑은, 꺼져가고 있었다.
ㅡ 다자이 오사무,『사양』부분

나는 그저 나를 지키기 위해 살아온 것이다. 버려지기 전에 먼저 버렸고, 혹 버려질까봐 결코 안기지 않았다. 품이 그리워 울어대면서도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았다. 나를 사랑하려던 사람들은 모두 묵묵히 뒤돌아섰다. 이제 나는 타인의 과거를 감당할만한 여유조차 없다. 자살할 만큼 체념하지도 못하고 사랑할 만큼 사랑하지도 못한다. 사창가의 여인들이 내 마지막 구원일지도 모른다...
2010/08/10 00:44 2010/08/10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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