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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 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20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14 야전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어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을 지고
머리도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 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절정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비켜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1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작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작으냐
정말 얼마큼 작으냐…



이런저런 사건이 많은 날들이다.
자기만족을 위해 분노하는 사람들.
2013/05/14 23:44 2013/05/14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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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5

2013/04/15 12:59 / My Life/Diary

넌 벌을 받을거야. 너 자신이 그 벌이야. 너 자신으로 사는 벌.

ㅡ 홀리 모터스(Holy Motors), 레오스 까락스

2013/04/15 12:59 2013/04/15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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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9

2013/04/09 00:05 / My Life/Diary






영화는 수많은 인생을 보여준다.
그리고 우리의 인생은 주로 카메라의 초점 너머에 있다.
2013/04/09 00:05 2013/04/09 00:05

2013.03.04

2013/03/04 09:33 / My Life/Diary

겨울이 길다. 병이 깊다. 술보다 숙취의 고통이 더 두려운 시절.

2013/03/04 09:33 2013/03/04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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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io Iglesias - La Mer

마지막 장면과 노래가 계속 떠오른다.

2013/02/18 12:55 2013/02/18 12:55

2013.02.15

2013/02/15 09:42 / My Life/Diary
“정의를 살아있게 하는 것은 법의 형태가 아니라 법의 정신이다.”
(It is the spirit and not the form of law that keeps justice alive.)

ㅡ 얼 워렌(Earl Warren)

'떡값검사 폭로' 노회찬 집유 확정…의원직 상실(종합2보), 연합뉴스, 2013.02.14

2013/02/15 09:42 2013/02/15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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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12

2013/02/12 13:11 / My Life/Diary
“시간이란 모든 것이 한꺼번에 일어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Time is what prevents everything from happening at once.)

ㅡ 존 아치볼드 휠러(John Archibald Wheeler)

2013/02/12 13:11 2013/02/12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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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7

2012/09/17 20:10 / My Life/Diary
ㅡ 시편 22:1 ~ 2
1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십니까? 살려달라 울부짖는 소리 들리지도 않사옵니까?
2 나의 하느님, 온종일 불러봐도 대답 하나 없으시고, 밤새도록 외쳐도 모르는 체하십니까?

제 사랑하는 자식에게 단 한마디 없었는데, 누구에겐들….
2012/09/17 20:10 2012/09/17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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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31

2012/08/31 00:06 / My Life/Diary
  우리나라 야구계의 명장이자 야신이라고 불리는 김성근 감독. 나는 그의 부인 오효순 씨와 한때 가족처럼 지냈어. 교회도 함께 다녔지. 게다가 한 가사도우미가 오전 오후로 나눠 양쪽 집안일을 했으니까 꼭 한 식구 같았지.

  오효순 씨가 어느 날 일본에서 시어머니가 오셨다고 집으로 놀러오라고 해. 나는 효순 씨에게 시어머니 이야기를 워낙 많이 들은 터라 정말 보고 싶었어. 한달음에 달려갔지. 시어머니가 방에 자리 잡고 앉아 계시는데 꼭 궁중에 계시는 마마님이 오신 것 같더라고. 곱고 엄격해 보이는 외모에 단정한 자세. 일본에서 교포라는 신분차별 때문에 고생하신 흔적은 찾아볼 수가 없었지.

  그분의 자식 사랑은 내게 큰 감동을 주었어. 그분과 헤어져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 애인하고 헤어지는 것보다 더 아쉬웠어.

  그분은 혼신을 다해서 자식을 지켜내고 계신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 한 말씀 한 말씀이 그대로 에너지를 만들어내시는 분이었지. 내 두 손으로 그분의 손을 맞잡고 나도 그 열을 전해 받고 싶었어.

  며느리가 다니는 교회에 매주 오는 교인처럼 하나도 어색함이 없이 나오셨어. 그분은 일본에서는 불교 신자셨어. 며느리의 종교를 존중해주는 그 큰 마음. 나는 내 인생 10년을 그분께 선물로 드리고 싶었어.

  만나고 헤어질 때까지 두 손으로 그분의 손을 잡고 땅에 떨어질세라 그분의 아들 사랑 이야기를 들었어.

  그 어머니를 보면서 오늘의 김성근 감독이 홀로 성공한 것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어. 일본 땅에서 서럽고 힘겹게 키운 자식이 어느 날 한국으로 떠나버렸을 떄 어머니는 통곡했다고 해. 매일 절에 가서 부처님 앞에 오롯이 기도하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일어날 때는 치마 앞자락이 흥건히 젖어 있었대.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이렇게 울고만 있으면 안 되지 싶어 산에서 조그만 새끼나무 하나를 가져와 추녀 밑에 심었대. 그때부터 ‘저 나무가 우리 성근이다’라고 생각하며 나무를 정성껏 돌봤다고 해. 바람이 불면 넘어지지 않게 기댈 것을 만들어주고 목말라 하기 전에 물을 주고 눈보라가 치면 거적으로 둘러주고. 그러면서 어머니는 기도했지. 며느리 오효순 씨는 결혼하고 일본에 가서야 그 나무에 대해 알았대.

  “아이야, 저 나무가 성근이 나무다.”
 
  효순 씨는 나무가 얼마나 잘 생기고 곧게 자랐던지 놀랐다고 해. 그때 효순 씨는 저렇게 공들여 키운 아들을 내가 잘 섬기고 내조해야겠다고 결심했대. 야구 한다고 일 년에 두세 번밖에 집에 안 들어와도 효순 씨는 불평하지 않았대. 남편의 빈자리를 대신해 가족을 지키려고 성실하게 산 사람.
 
  김성근 감독은 여자 복이 많은 사람이야. 어머니를 잘 만났고 두 번째 여자인 아내를 잘 만났어. 오효순 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독일로 유학가려고 기다리다 김성근 감독에게 반해 유학 보따리를 풀어버리고 결혼한 사람이야. 성격 좋고 신앙심 깊고 자식 사랑 뜨거운 이런 나래를 만난 것도 그 어머니의 힘이 아니었을까?
 
  김성근 감독의 어머니는 현해탄을 건너 일본에 계셨어. 그러나 어머니의 따뜻한 가슴은 거리를 초월해. 먼 곳에 있어도 낮이고 밤이고 연료 공급이 되고 있었던 거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말이야. 아들이 그것을 느끼고 좋은 연료를 공급받아 오늘의 큰 나무가 된 거야.


  엄마는 자식을 바라볼 때 평안해야 돼. 아이가 세상을 살면서 느끼는 불안과 고통을 어디서 위로받을 수 있겠어? 엄마 가슴밖에 없어.
 
  그런데 요즘 엄마들은 어때? 엄마 눈이 감시카메라가 되어 성적표 감시, 휴대전화 감시, 공부방 감시. 마음 같아서는 할 수만 있으면 자식 마음속까지  MRI로 찍어보고 싶을 거야.
 
  그런 어머니 밑에서 자란 아이는 항해를 하지 못해. 아이는 거친 파도를 헤치면서 세상을 배워야지. 거친 파도와 맞서다 잠시 무인도에 떨어질 수도 있고 표류를 할 수도 있어. 그대로 스스로 항해하게 아이를 거친 파도로 내보내야 돼.
 
  매일 힘든 여정을 보내고 아이는 지친 몸으로 엄마의 품으로 돌아와. 집으로 돌아온 아이는 엄마가 전해주는 사랑의 기름을 넣고 다음날 또다시 거친 세상으로 나가는 거야. 그래서 엄마의 가슴은 기름탱크야.
 
  특히 아이는 학교로, 부모는 직장으로 나가는 아침 시간에 다정하게 헤어져야 돼.
 
  잠깐이라도 안아주고, 격려의 말이라도 한마디 건네주어야 돼.
 
  이것이 서로에게 좋은 기름(사랑과 신뢰)을 넣어주는 방법이야. 이런 기름을 넣고 나간 아이는 그 기름 덕분에 밖에서도 평안하게 놀아.
 
  형편상 거리가 떨어져 있을 때도 기름은 얼마든지 넣어주고 공급받을 수 있어. 이렇게 기름 공급이 잘 이루어질 때 가족의 결속력이 강해지지. 항상 손잡고 한 집에 붙어 있다고 결속이 잘 되는 것이 아니야.
 
  이제 가족의 개념이 변화하고 있어. 엄마는 집에 있고 아버지는 돈 벌러 나가고, 그런 시대는 가버렸어. 각자의 일을 열심히 하면서 보이지 않게 기름을 서로 공급하면서 자기 세계를 향해 가는 것이지. 자기에게 주어진 몫을 잘해줄 때 결속력은 강해지는 거야.
 
  ㅡ 양순자, 「어머니의 가슴은 절대 차면 안 된다.」, 『어른공부』, pp.114-119
2012/08/31 00:06 2012/08/31 00:06

2012.08.12

2012/08/12 01:42 / My Life/Diary
에디슨이 말했다. “천재는 1% 영감과 99% 노력이다. Genius is 1% inspiration and 99% perspiration” 여기서 방점은 앞에 있다. 99% 노력을 해도 1% 영감이 없으면…

동양에는 이런 말이 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할 일을 다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 여기서 방점은 뒤에 있다. 노력을 다해도 하늘이 원하지 않으면…

“왜 사냐건, 웃지요” ㅡ 김상용, 「남으로 창을 내겠소」

낙관적인 말들을 적어 보았다.

2012/08/12 01:42 2012/08/12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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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29 (2)

2012/07/29 13:07 / My Life/Diary
일부 세포들은 절대 영도에 가까운 온도에서 얼어붙은 채로 견딜 수 있다. 대사 활동은 멈춘다. 먹이, 폐기물, 에너지의 흐름도 중단된다. 하지만 해동시키면 완벽하게 기능을 회복하여 잘 살아간다. 세포는 기억한다. 생명의 정보는 세포 구조에 내재되어 있다. 핵도 미토콘드리아도 심지어 세포막조차도 없는 잘린 정자 꼬리를 에너지원이 든 적절히 균형을 맞춘 용액에 넣으면 한 시간가량 살아 헤엄친다. 나는 이 정자 꼬리, 섬모충의 섬모, 여성 나팔관의 세포들에 나 있는 섬모, 우리 목의 섬모(세부 구조를 보면 모두 미소관이 9쌍 들어 있는 독특한 파동모 형태다.)는 우리 조상인 고세균에 통합된 독립 생활을 하던 스피로헤타에서 유래했다고 생각한다.

ㅡ 린 마굴리스, 『공생자 행성』, pp.93~94
2012/07/29 13:07 2012/07/29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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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29

2012/07/29 13:03 / My Life/Diary
여러 가지 연구에 따르면 자기비판을 하면 언제나 동기부여가 약해지고 자기절제력이 부족해진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가장 뚜렷한 우울증의 전조 중 하나이기도 해서 ‘긍정의지력’과 ‘부정의지력’을 모두 고갈시켜버린다.

이와 대조적으로 자기연민은 특히 스트레스와 실패에 직면했을 때 자신을 우호적이고 친절하게 대하는 감정으로 동기부여를 강화하고 자제력을 길러준다.

...

놀랍게도 책임감을 키워주는 것은 죄의식이 아니라 용서였다. 연구결과 자신의 실패를 자기비판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보다 자기연민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실패를 책임질 가능성이 커졌다. 게다가 다른 사람의 피드백과 조언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경험에서 교훈을 얻을 확률도 높아졌다.

실패에서 회복하려는 사람에게 용서가 도움이 되는 이유는 지난 일을 떠올리면서 느끼는 수치심과 고통을 가시게 하기 때문이다. 알게 뭐람 효과는 좌절을 경험한 뒤에 떠오르는 나쁜 감정들에서 벗어나려는 하나의 시도인 셈이다. 죄의식과 자기비판이 없다면 도망쳐야 할 이유가 없다. 그러므로 실패하게 된 원인과 과정을 돌아보기가 한층 쉬워지고 실패를 반복하려는 유혹에 시달릴 가능성이 훨씬 적어진다.

반면 좌절을 증거 삼아 나 자신을 뭐든지 엉망으로 망쳐버리는 가망 없는 패배자로 바라본다면 실패를 돌아보는 것은 자기증오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비참한 행동이 된다. 가장 시급한 목표는 경험에서 교훈을 얻는 것이 아니라, 이런 감정을 진정시키는 일이다.

ㅡ 캘리 맥고니걸, 『왜 나는 항상 결심만 할까?』, pp.240~242
2012/07/29 13:03 2012/07/29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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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8

2012/05/28 22:21 / My Life/Diary
이 모든 방면에서 내가 요구하는 것은 비굴하다 싶을 정도의 정직함이다. 난 정치적인 문제에서도 좀 더 확실한 정직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면 더 자유로워질 거란 것이 내 생각이다. 난 사람들이 정직하지 않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과학자들 역시 전혀 정직하다 못하다. 영 쓸모가 없다. 아무도 정직하지 않으니 말이다. 사람들은 보통 과학자들이 정직하다고 믿는다. 그래서 문제는 더 커진다. 정직함이라고 하는 것은 정확한 사실만 얘기하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전반적인 상황을 분명하게 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지적인 사람들이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를 분명하게 전달해 주는 것을 의미한다.

ㅡ 리처드 파인만, 『파인만의 과학이란 무엇인가』, p.143

2012/05/28 22:21 2012/05/28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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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13

2012/05/13 23:14 / My Life/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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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2012/05/13 23:14 2012/05/13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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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09

2012/05/09 18:59 / My Life/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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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시간에 선릉을 걸었다. 수풀이 우거져 그늘이 많더라. 까치며 참새가 낙엽을 차면서 다녔고, 다람쥐도 보았다. 몇 가지 생각을 정리하는데, 언덕배기를 오르다 힘들어 생각이 없어지다가, 바람이 불면 다시 사소한 몇 가지를 고민했다. 타인을 이해하려 할수록 자신을 이해하는 것 같다. 나에게 나 자신은 너무나 먼 타인이고. 어쩐지 조금은, 늙어버린 듯.
2012/05/09 18:59 2012/05/09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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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07

2012/05/07 12:58 / My Life/Diary
자유 시장 경제학자들은 교육과 의지, 그리고 시장이 제공하는 기회를 활용할 만한 기업가적 에너지가 없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탓하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똑같이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났지만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대학 졸업장을 받은 사람이 어째서 좀도둑질이나 하고 막 산 사람과 같은 보상을 받아야 하느냐고 묻는다.

옳은 주장이다. 어떤 사람이 자라난 환경만으로 그 사람의 성취를 설명할 수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인생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이 주장이 옳기는 하지만 이것은 큰 그림의 한 조각에 불과하다. 인간은 진공 상태에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각자 처한 사회 경제적 환경은 개인의 성취에 심각한 제약으로 작용한다. 심지어 환경은 개인이 무엇을 성취하기를 원하는지에까지도 제약을 가할 수 있다. 환경 때문에 우리는 어떤 일들은 시도해 보기도 전에 포기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공부를 아무리 잘해도 영국의 노동자 계층 출신 학생들은 대학에 갈 생각도 안 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은 자기한테 안 어울리는 곳’이라는 이유에서이다. 이런 태도가 점점 없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나는 아직도 1980년대 말에 BBC에서 본 다큐멘터리를 잊을 수가 없다. 인터뷰에 나온 광부 아버지와 어머니가 대학에 가서 교사가 된 아들을 ‘계급의 배반자’라고 비난하는 내용이 든 다큐멘터리였다.

모든 것을 사회 경제적 환경에 돌리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할리우드 영화들이 즐겨 이야기하는 것처럼 자기 자신을 믿고 열심히 노력하면 뭐든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는 생각 또한 말도 안 되기는 마찬가지이다. 기회의 균등은,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사람한테는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이론적으로는 알레한드로 톨레도(Alejandro Toledo) 전 페루 대통령처럼 가난한 마을 출신 구두닦이 소년이 스탠포드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따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톨레도 같은 사람이 한 명 있다면 고등학교 문턱에도 못 가본 페루 어린이들은 수백만 명에 이른다. 물론 톨레도 전 대통령이 증명했듯이 노력만 하면 스탠포드도 갈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한 나머지 수백만 명의 페루 아이들은 하나같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게으름뱅이라고 일축해 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톨레도 대통령의 사례가 예외적이라고 말하는 것이 훨씬 더 타당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결국 부모 소득이라는 결과의 균등이 어느 정도 선까지 보장되지 않으면 가난한 사람들은 기회의 균등을 충분히 활용할 수가 없다.

ㅡ 장하준, 「기회의 균등이 항상 공평한 것은 아니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pp.284~288
2012/05/07 12:58 2012/05/07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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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05

2012/05/05 18:28 / My Life/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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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와 꽃이 뒤뜰에 한가득. 더없이 날이 좋다.
2012/05/05 18:28 2012/05/05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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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04

2012/05/04 21:38 / My Life/Diary
권진원, 『나무』


여전히 살아남아 있고,
어쩌면 이걸로 족한지도 모른다.

내 값싼 외로움.
2012/05/04 21:38 2012/05/04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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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01

2012/05/01 23:26 / My Life/Diary
어떤 형질이 나타나는 것은 유전과 환경 사이의 복잡한 상호 작용의 결과이다. 우리의 임무는 오로지 모든 개인들이 그들의 잠재력을 충분히 실현할 수 있도록 가장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에 있다.


1960년대 미국 사회는 자유주의에 유리한 시대였다. 정부는 빈곤 퇴치를 위한 복지 사업에 상당한 예산을 투입했으나 그 효과가 별로 없었다. 그런데 새로운 지도자가 등장하면 국가 또는 사회 활동의 우선 순위가 새로이 정립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자면 자연히 이전의 활동 계획이 어째서 제구실을 못했던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두 가지가 원인이 될 수 있었다. 첫째, 정부와 사회가 자금을 충분히 투입하지 않았거나, 창의적인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았거나, 또는(바로 이 점이 어떤 기성 지도자든 간에 그를 초조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지만) 사회경제적으로 이 사회를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는 한 그런 문제들은 해결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둘째, 복지 사업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 선천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그 계획은 실패했다고 하는 설명이 있다. 이런 해석은 희생자들에게 책임을 돌리자는 논리이다. 그러면 예산 감축이 대세인 이 시대의 집권자들은 과연 어떤 식의 설명을 선택하고자 할까?

나는, 생물학적 결정론은 칵테일파티 같은 데서 인간이라는 동물에 대하여 떠들어 댈 때 화젯거리가 될 만한 재미있는 소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여러분이 인식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그것은 중요한 철학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으며 중대한 정치적 결과를 불러올 수 있는 보편적인 개념이다. 존 스튜어트 밀은 다음과 같이 반대파의 표어가 됨 직한 글을 남겼다. “인간 정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런 사회적 도덕적 효과를 고려하지 않고 행해지는 몇 가지 천박한 방법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천박한 짓은 개개인의 행위와 성격의 다양성을 선천적이고 자연적인 차이에 돌려 버리고자 하는 일이다.”

ㅡ 스티븐 제이 굴드, 「인종 차별주의와 지능 지수」, 『다윈 이후』, pp.350~351
2012/05/01 23:26 2012/05/01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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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8

2012/04/18 04:05 / My Life/Diary
체계적으로 미쳐간다. 중력은 다만 스스로의 무게였다. 한 사람의 삶을 이해하려면, 그이가 살아낸 세월을, 온전히, 그대로, 다시, 살아내야 한다. 한끝만 지나치면, 영원히 빗나간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평생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고,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 채 사라진다. 밤하늘을 갈라친 전깃줄 사이로 벚꽃이 진다. 달은 없다. 체계적으로 미쳐간다.
2012/04/18 04:05 2012/04/18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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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3

2012/04/13 23:29 / My Life/Diary
결국 떠날 이들이 누군가를 만나려 하고, 결국 사랑하지 않을 이들이 누군가를 사랑하려 한다.
그래서, 아무도 만나서는 안 된다.
2012/04/13 23:29 2012/04/13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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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28

2012/02/28 16:46 / My Life/Diary
육개장 사발면에 계란 하나 풀어 맛김치랑 먹고 싶다.

점점 더 바보가,

2012/02/28 16:46 2012/02/28 16:46


엷게 안개진 금요일이었다.

갑자기 가사가.

2012/02/26 23:38 2012/02/26 23:38

신께서 안토니우스를 버리시네
ㅡ 콘스탄티노스 P. 카바피

한밤중에 갑자기
보이지 않는 행렬이 지나가는 소리와
절묘한 음악, 목소리들이 들릴 때
시들어가는 운을 한탄하지 말라.
망쳐버린 일들, 모두 거짓임이 드러난 계획도,
헛되이 한탄하지 말라.
오랜 준비를 통해 용기의 은총을 입은 사람처럼,
떠나는 알렉산드리아에게 작별을 고하라.
무엇보다도 자신을 속이지 말라.
그건 꿈이었다고, 귀가 거짓을 속삭였다고 말하지 말라.
공허한 희망으로 자신을 타락시키지 말라.
오랜 준비 속에서 용기의 은총을 입은 사람처럼
이 도시를 얻었던 당신에게 합당한 그대로
단호하게 창문가로 가라.
그리고 깊은 감정의 소리를 들어라.
그러나 겁쟁이의 흐느낌은 무시하라.
목소리들, 이상한 행렬의 절묘한 음악을 들어라.
이것이야말로 당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쁨일지니.
그리고 떠나는 알렉산드리아에게 작별을 고하라.
2012/02/21 00:01 2012/02/2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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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14

2012/02/14 08:28 / My Life/Diary
일터에서는 정신없이 바빴으면, 집에서는 시간이 한없이 느리게 갔으면.
2012/02/14 08:28 2012/02/14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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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7

2012/02/07 21:47 / My Life/Diary
나는 왜 상식을 벗어나지 못할까…

절실함이 없다.
2012/02/07 21:47 2012/02/07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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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3

2012/01/03 23:44 / My Life/Diary
밤 눈


  네 속을 열면 몇 번이나 얼었다 녹으면서 바람이 불 때마다 또 다른 몸짓으로 자리를 바꾸던 은실들이 엉켜 울고 있어. 땅에는 얼음 속에서 썩은 가지들이 실눈을 뜨고 엎드려 있었어. 아무에게도 줄 수 없는 빛을 한 점씩 하늘 낮게 박으면서 너는 무슨 색깔로 또 다른 사랑을 꿈꾸었을까. 아무도 너의 영혼에 옷을 입히지 않던 사납고 고요한 밤, 얼어붙은 대지에는 무엇이 남아 너의 춤을 자꾸만 허공으로 띄우고 있었을까. 하늘에는 온통 네가 지난 자리마다 바람이 불고 있다. 아아, 사시나무 그림자 가득 찬 세상, 그 끝에 첫발을 디디고 죽음도 다가서지 못하는 온도로 또 다른 하늘을 너는 돌고 있어. 네 속을 열면.



  퇴근길에 눈이 날렸다. 바람이 너무 불어, 내리지 못하고, 의지 없이, 화난듯이, 휘청이는 눈, 눈. 이 시가 생각났다.
2012/01/03 23:44 2012/01/03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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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2

2011/12/22 20:07 / My Life/Diary
“예, 오늘 동짓날,
그리고 내일 아침은 올 겨울 들어서 가장 춥다고 하죠,
가장 길고 가장 추운 밤,
잘 보내시고 내일 아침 다시 뵙겠습니다.”
    ㅡ 손석희,『손석희의 시선집중』 클로징 멘트
2011/12/22 20:07 2011/12/22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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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16

2011/12/16 12:19 / My Life/Diary
여상을 졸업하고 더듬이가 긴 곤충들과 아현동 산동네에서 살았다 고아는 아니었지만 고아 같았다 사무원으로 산다는 건 한 달 치의 방과 한 달 치의 쌀이었다 그렇게 꽃다운 청춘을 팔면서 살았다 꽃다운 청춘을 팔면서도 슬프지 않았다 가끔 대학생이 된 친구들을 만나면 말을 더듬었지만 등록금이 없어 학교에 가지 못하던 날들은 이미 과거였다 고아는 아니었지만 고아 같았다 비키니 옷장 속에서 더듬이가 긴 곤충들이 출몰할 때도 말을 더듬었다 우우, 우, 우 일요일엔 산 아래 아현동 시장에서 혼자 순대국밥을 먹었다 순대국밥 아주머니는 왜 혼자냐고 한번도 묻지 않았다 그래서 고마웠다 고아는 아니었지만 고아 같았다

여상을 졸업하고 높은 빌딩으로 출근했지만 높은 건 내가 아니었다 높은 건 내가 아니라는 걸 깨닫는 데 꽃다운 청춘을 바쳤다 억울하진 않았다 불 꺼진 방에서 더듬이가 긴 곤충들이 나 대신 잘 살고 있었다 빛을 싫어하는 것 빼곤 더듬이가 긴 곤충들은 나와 비슷했다 가족은 아니었지만 가족 같았다 불 꺼진 방 번개탄을 피울 때마다 눈이 시렸다 가끔 70년대처럼 연탄 가스 중독으로 죽고 싶었지만 더듬더듬 더듬이가 긴 곤충들이 내 이마를 더듬었다 우우, 우, 우 가족은 아니었지만 가족 같았다 꽃다운 청춘이었지만 벌레 같았다 벌레가 된 사내를 아현동 헌책방에서 만난 건 생의 꼭 한 번은 있다는 행운 같았다 그 후로 나는 더듬이가 긴 곤충들과 진짜 가족이 되었다 꽃다운 청춘을 바쳐 벌레가 되었다 불 꺼진 방에서 우우, 우, 우 거짓말을 타전하기 시작했다 더듬더듬, 거짓말 같은 시를!

ㅡ「거짓말을 타전하다」, 안현미

첫 시집은 참 좋았고, 두 번째 시집은 참 별로였고….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
이 흰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촉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
때글은 다 낡은 무명샤쯔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그런데 이것은 또 어인 일인가
이 흰 바람벽에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은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
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
어늬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즈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주앉어 대구국을 끓여놓고 저녁을 먹는다
벌써 어린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 또 이즈막하야 어늬 사이엔가
이 흰 바람벽엔
내 쓸쓸한 얼골을 쳐다보며
이러한 글자들이 지나간다
ㅡ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
그리고 이 세상을 살어가는데
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찬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위로하는 듯이 나를 울력하는 듯이
눈질을 하며 주먹질을 하며 이런 글자들이 지나간다
ㅡ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쓰 쨈'과 '도연명'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ㅡ「흰 바람벽이 있어」, 백석


그냥, 이 시 두 개가, 쓸 수 없는 글들이, 타인이 찍어준 마침표가, 날이 추워지니 문득, 생각난거지.
2011/12/16 12:19 2011/12/16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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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06

2011/12/06 12:08 / My Life/Diary
◆ 김성근> 인생이라는 건 먼지, 가까운지 어떻게 알아요.

◇ 김현정> 가까운 사이 아니셨어요?

◆ 김성근> 그걸 너무 신경 쓰다 보면 앞을 못 가요.



2011/12/06 12:08 2011/12/06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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