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9.28

2010/09/28 00:55 / My Life/Diary
웃음소리가 들릴 때마다, 허파 끝부터 푹푹, 허파꽈리가 힘없이 터져나가는 기분. 모든 게, 어긋나 있어.
2010/09/28 00:55 2010/09/28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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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6

2010/09/26 03:35 / My Life/Diary

인간의 運命은 악마가 정하지. 대신 神은 인간에게 개와 잠을 주셨단다….

금요일 저녁 아홉 시부터 잠에 들어서 토요일 아침 여섯 시에 눈을 떴다. 얼굴을 씻고 밥을 먹고 누웠다가 다시 잠에 들어서 오후 세 시에 눈을 떴다. 유일하게 붕붕이만이, 줄곧 내 머리맡이나 발끝에 웅크린 채 같이 자줬다. 코까지 골면서. 너는 내 곁에 머무는 처음이자 마지막 존재가 될 거야, 라고 속삭여 본다. 너무 유치했는지, 이 녀석, 쳐다보지도 않는다.

올해도 누군가는 조용히 사랑을 시작했고, 누군가는 조용히 사랑을 단념했다. 그 둘을 한꺼번에 해버린 누군가도 있었을 게다. 한 사람을 포기하면서 사랑 그 자체도 함께 처분해버린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 사람을 단념하면서 다른 사람을 향해 다시 사랑을 싹틔운 이 또한 있지 않았을까. 누군가는 실망하고, 누군가는 절망하고, 누군가는 그래도 살만하다면서 야근 따위에 열중하고, 어딘가에선 썩은 내가 진동한다. 아, 그러나, 잠들기 시작하면 이게 다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나를 찍어줘, 라고 말하는 내 등을 보고 한 사람이 서 있다. 왼손에는 도끼 자루를, 다른 손에는 사진기를 쥐고. 자, 이제, 내가 셋을 셀께, 그리고 절대 뒤돌아보지 않을께. 자, 하나, 둘…

맛있는 거 줄까?

붕붕이가 꼬리를 흔든다.

너는 내 곁에 머무는 처음이자 마지막 존재가 될 거야.

근데 나는 왜 꼬리가 없을까?

2010/09/26 03:35 2010/09/26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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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0

2010/09/20 01:16 / My Life/Diary
비 오는 날, 밖을 나섰다가 도를 찾는 여성 2인조를 만났다. 예전에는 여성 도인들은 남성들에겐 말을 잘 걸지 않았는데 요즘에는 그렇지도 않은가 보다. 한 명은 크고 한 명은 작았는데, 작은 쪽이 나를 불러 세운다.

ㅡ 저기요, 무척 특별한 느낌이 전해져요.
또랑또랑한 눈망울로 그렇게 순진하게 말하지 말아줘요…
ㅡ 저도 압니다. 하하.
내게 말을 거는 작은 쪽보다 뒷편의 키 큰 여자쪽이 더 이쁘다. 수줍은건지, 견습생인건지 말이 없다. 작은 여자가 나와 눈을 맞춘다.
ㅡ 아무래도 천운을 타고 나신 것 같은데요.
ㅡ 저 어제 로또도 안 됐는데요.
ㅡ 그게 왜 그런지 저희랑 잠깐 얘기를 하시면…
키 큰 여자는 여전히 이쁜데, 여전히 말이 없다.
ㅡ 버스가 와서 전 그럼….

우산을 세우고 돌아서면서, 잡아주길 바랬다. 이왕이면 키 큰 여자가. 비 오는 날의 도담(道談), 어쩐지 낭만적이지 않은가. 바닥에 고인 빗물을 피하는양 일부러 천천히 걸었는데 따라오지 않는다. 특별한 느낌이 전해져 온다며 왜 날 그냥 보내는 거야?

아쉬움을 뒤로 하고 버스 맨 앞자리에 앉았다. 비 오는 날 버스 타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버스 천장을 치는 빗소리, 앞 유리창에 흘러 내리는 빗줄기, 간간이 와이퍼가 지나가면서 그걸 다 지워버리는 일. 아스팔트 도로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은 더 높게 튀어올라 부서진다. 가만 보고 있으면 같은 자리에 떨어지는 빗방울은 하나도 없다. 한산한 거리, 버스가 속도를 낸다.

슈퍼에서 맥주 한 캔이랑 요플레 한 팩, 감자칩을 샀다. 요플레 하나를 스푼으로 떠먹고, 하나는 감자칩에 발라 먹고, 두 개는 냉장고에 넣었다. 양준혁 은퇴식을 보면서 맥주 한 캔을 다 마시고 잠들었다 깼다. 아직도 밖엔 비가 내린다. 냉장고를 열어 요플레 두 개를 꺼내 떠먹는다.

맛있다.

2010/09/20 01:16 2010/09/20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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