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12

2010/10/12 05:25 / My Life/Diary
악몽을 꿨네. 꿈과 현실이 구분되는 걸 보면 난 확실히 정상이네. 이럭저럭 이해가 되는 꿈이었네. 이해가 되는 꿈은 현실과 미래를 더 비참하게 만드네. 악몽은 악몽인데 괴로운 건지 슬픈 건지 착잡한 건지 모를 기분이네. 방바닥이 뜨겁네. 뭐라도 써야 겠기에 쓰고 앉았네. 모두들 아프겠지. 각자 나름대로 삭이고 인내하고 있겠지. 무관심하고, 무심하고 싶네. 바람 부는 그네 타고 싶네.

샤워하고 출근해야 겠네. 집에 있으면 안 될 것 같네.
2010/10/12 05:25 2010/10/12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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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9

2010/10/09 06:29 / My Life/Diary
  엄마는 순교자 같이 상냥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우리, 떠나온 곳에서 시작하는 거야. 이 모든 게 나쁜 꿈이었던 듯이 행동하자꾸나.”
  나쁜 꿈.
  벨자 안에 있는 사람에게, 죽은 아기처럼 텅 비고 멈춰버린 사람에게 세상은 그 자체가 나쁜 꿈인 것을.
  나쁜 꿈.
  난 모든 걸 기억했다.
  해부용 시신, 도린, 무화과 이야기, 마르코의 다이아몬드, 광장에서 만난 해병, 닥터 고든 병원의 사시 간호사, 깨진 체온계, 두 종류의 콩 요리를 갖다 준 흑인, 인슐린 투약으로 9킬로그램이 늘어버린 체중, 하늘과 바다 사이에 회색 두개골처럼 튀어나온 바위.
  어쩌면 친절한 눈처럼 망각은 그것들을 무감하게 하고 덮어버리리라.
  하지만 그것들은 나의 일부였다. 그것들은 나의 풍경이었다.

ㅡ 실비아 플라스,『벨자』(문예출판사), p.289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려요, 두근, 두근. 말할 때마다 퍼지던 이름 모를 샴푸의 꽃내음. 네가 들어주지 않았다면, 난 살아 있는지도 몰랐을 거야. 유난히 햐앟게 보이던 가르마. 라일락꽃. 나쁜 꿈. 사라진 기분. 우울도 절망도 뭣도 아닌, 그저 순수하고 명징한 의미에서, 죽음.
2010/10/09 06:29 2010/10/09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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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5

2010/10/05 20:03 / My Life/Diary
니체의 말, ‘이 모든 괴로움을 또다시!’ 가 얼마나 숨막히게 무서운 말인가를 느낀다. 온갖 싫은 일들, 너저분하고 후줄그레한 일들, 시시하고 따분한 일들이 깔려 있는 운명의 아스팔트지만 이 길이 끝이 안 났으면 하는, 또는 또 한번 하는 의욕은 실로 무겁고 기름진 삶의 욕구의 사고일 것이다.

전혜린,「10월 13일」부분, 『이 모든 괴로움을 또다시』, p.193

차갑고 작은 손, 잡고 싶어.

시작도 하기 전에 끝을 보니까 아무 것도 안 되는 거야. 삶보다 죽음을, 만남보다 이별을, 사랑보다 두려움을. 낙서로 엉망진창인 스케치북을 들여다보면서 무슨 그림을 그리려고 했던가 고민해서는 안 돼. 끝에서 끝으로 달리는 꼴이니까. 한 장을 뜯어내고 다시 시작하는 무모함이 필요해ㅡ

그러나,
“이미 하도 찢어버려서… 덧칠에 덧칠을 더해 검게 눅어버린, 이게 제가 가진 마지막 한 장이랍니다.”
2010/10/05 20:03 2010/10/05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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