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이젠 이 여자가 싫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가는 것도 싫다. 사랑하기도 싫다. 몇 번의 대화속에 넌 진지하지 않았어. 대화 중에 본 네 모습은 껍데기 뿐이었고, 난 내심 널 모욕했어. 그러자 너와 나 자신이 불쌍해지더군. 그래서 우리가 싫어. 함께가 더 외로워. 누가 우릴 사랑할 수 있겠어? 우린 너무 밀착되어 있어. 예전처럼 됐으면 좋겠어. 눈치 보는 일도 그만하고… 서로 상처 주지도 말고… 안녕, 나의 천사! 나 오늘 늦을 거야.

ㅡ 알렉스니? 니 애비다. ㅡ 안녕하셨어요. ㅡ 잘 있다. ㅡ 몇 시죠? ㅡ 6시 39분이다. ㅡ 전화하셔서 놀랬어요. 일종의 환각상태 같아요… 현재의 기억처럼요. 그래서 어지러운가봐요. ㅡ 숙모 얘기 들었니? ㅡ 아니오. ㅡ 죽지 않았다더라. ㅡ 돌아가실 이유가 없잖아요. ㅡ 병원 주사로 연명하고 있어. 끔찍한 일이야. 정말 환멸스러워! ㅡ 새로울 것도 없잖아요. ㅡ 널 믿는다. 내가 노망부리거든, 탕! 식물인간이 되긴 싫다. 우리 약속을 잊지 마라. 내 머리에 총알을 갈겨. 약속해라! 농담 아니다, 알렉스! 맹세해! ㅡ 벌써 했잖아요. 내가 먼저 죽지 않는다면요… ㅡ 닥쳐, 몹쓸 자식! 망할 놈!

ㅡ 난 비열한 기회주의자 희생양이야. 내 더러운 엉덩이와 물집. 안 맞는 신발… 사람들은 신발로 우리를 평가해. 그는 발바닥이 아플 땐 얼음을 신발에 넣었댔어. 나도 그렇게 해봤지. 처음엔 낫는 듯 했는데 나중에 더 아팠어. 내 발이 자라듯… 내 영혼도 자란다. 난 모든 면에서 고상해졌어.

ㅡ 다시 태어날 순 없을까? 난 낙오자가 될 거야. 기회가 있었지. 난 뛰어난 사람이 되고 싶었어. 비행사, 여행가, 음악가… 다시 태어날 순 없을까? 우린 처음 만났어. 내겐 처음만이 중요해. ㅡ 그럼 오래 가지 않겠네. ㅡ 내게 애가 있다면 말을 배운 순간부터 무시할 거야. 몇 년간 섹스를 갈망해왔어. 그런데 실제로 해보니까 전혀 반대였어. 난 꿈을 이루려 애쓰지 않고 꿈만 꿔왔어. 차 마시겠어? ㅡ 좋아. ㅡ 컵이 하나뿐이야. ㅡ 상표가 떨어졌어. 뭔지 모르겠는걸.

ㅡ 사랑에… 자주 빠지곤 해? ㅡ 그래, 쉽게 빠져. ㅡ 그럴 줄 알았어. ㅡ 하지만 진정한 사랑은 오래 가. 난 떠났을 때 더 가까운 느낌이 들어. 사랑은 오래된 언덕과 같아서 닳아지기 마련이야. 욕망은 극복하기 힘들고, 요즘은 돈도 많이 들어. 정열은 많은데 사소한 일로 낭비되지. 그건 사라지지 않아. 나도 그렇고.

ㅡ 그는 늦게 돌아왔어. 난 자고 있었지. 그는 어두운 내 침대 곁에 오래도록 앉아 있었어. 열쇠 소리에 깼지만, 난 자는 척했어. 그의 눈길이 느껴졌지. 아주 집요한… 처음이 아니었어. 그리곤… 내 침대에 들어와… 내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레 날 사랑했어. 그는 그런 식을 좋아했어. 때론 이런 말도 했지. “우리 죽은 척 해볼까?” 그를 만난 건… 아버지가 돌아가신 직후였어. 너무나 편안한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사사건건 트집을 잡아. 내가 모르는 일까지도. 그에겐 모든 게 문제야. 나의 과거, 미래, 현재, 죽음까지도… 난… 그냥 나야.

ㅡ 당신과의 시간이 꿈같이 느껴져. 평범하지 않은 꿈. 깊이 잠들어야 꿀 수 있는 꿈. ㅡ … ㅡ 당신 옆에 앉아 있는 게, 영원처럼 느껴져. ㅡ … ㅡ 당신을 본 순간 운명처럼 당신을 사랑하게 됐어. 딱 한번만 얘기할께. 사랑해 미레이유, 당신을 사랑해! 그걸 모른다면… 너무 늦는 거야. 못들은 척 해. 침묵할 때야. 20년간 떠들었으니 침묵해야지. 당신 몸이 늙는 것을 생각하면… 처진 가슴에 주름살도 늘겠지, 미레이유, 당신 배에도 엉덩이에도… 다 내 잘못이야. 두고 봐, 미레이유. 후회없는 사랑, 망설임 없는 사랑이 될 거야. 오라면 오고 웃으라면 웃을께. 원하는 만큼 함께 잠을 자고,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팀을 이뤄 함께 일하고 우리의 운명이 무엇이든 뛰어들거야. 키스도 우리의 입을 봉하지 못해. 내게 날개를 줘. 몸이 1톤은 되는 것 같아. 트럭도 아닌데 말이야. 난 결코 다시 생을 살진 않겠어, 결코!

알렉스, 도와줘… 여기서 나가게 해줘…

2011/01/19 00:31 2011/01/19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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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16

2011/01/16 23:02 / My Life/Diary
옷을 개면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어. 『무인 곽원갑』. 한 세 번은 본 것 같은데, 언제나 소일할 때만 채널 돌리다 본 거라 다 합해야 10분 봤나? 거의 끝나가더라고. 독물을 먹고 까만 피를 입에서 쏟아내는 곽원갑. 장중하게 한마디 내뱉네. “운명을 피할 수는 없어. 용감하게 그 운명을 받아들일 수 있을 뿐.”

숭산 스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지, “용감하게 도축장으로 들어서는 소들도 있다.” 나도 그런 소가 되려 했던 적이 있었지만...

“살처분 기다리는 돼지들”이란 사진 기사 제목이 생각나데. 난 사진은 보지 않았지. 그런 사진과 글을 올리는 건, 폭력이야. 양쪽 모두에게.

너무 오래 혼자였어. 그런데도 어른이 되지 못했지.

어둠 속에서 징징대고 있으면 누군가 다가와 손을 내밀 줄 알았던 거지. 기다리다 지쳐서 불을 켜고 보니까, 사방에 쭈그려 앉은 이들이 입에 수건을 물고 눈물을 쏟고 있더라고. 모두가 다른 사람은 신경쓸 겨를조차 없었던 거야. 다들 누군가 내밀어 줄 손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던 거지. “언젠가는 모두가 한 번쯤 깨닫게 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아무도 내게 오지 않는다는 의미임을!”

아무도 자신을 사랑해줄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면, 더 이상 사랑을 구걸하지 않게 될까.

두 줄의 평행선이 영원히 만나지 못하는 건, 둘 다 자신의 길을 포기하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야. 연애도 유행이야. 누구나 그 유행에 휩쓸리곤 하지. 날이 추울수록 더욱.

“너를 불행하게 만들어서라도 내 곁에 두고 싶어. 나 자신보다 너를 갖고 싶어. 이게 내가 아는 유일한 사랑이야.” 사랑, 그 지독한 소유욕. 『퐁네프의 연인들』,『나쁜남자』

너무 착하면 사랑따윈 못 해. 인류를 구원해야지.

잠시 망각하고 있었던 내 20대. 아직 끝나지 않았더라구. 친구 몇몇이 얘기해주었고, 나는 기억하지 못했지. 다시 얘기해주었고, 맞아, 그게 나였지. 지난 몇 년이 10년을 잠식했지만. 연필로 꼭꼭 진하게 눌러써서, 지워도 남아버린 그 자국들을, 녹색 파스텔로, 프로타쥬.

그래도 미래는 없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사실은 수많은 일들이 있었고, 앞으로도 있겠지. 하지만 지금까지처럼 우린, 아무 일도 없는 듯 가면을 쓰고 바닥만 쳐다보며 걸어가겠지. 결국 정말 아무 일도 없는 셈이 되는 거야.)

뭐, 어쨌든.
2011/01/16 23:02 2011/01/16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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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04

2011/01/04 12:17 / My Life/Diary
항상 똑같은 결말을 보면서도 말이지. 우주로 튀어나가 보겠다고 제자리에서 뜀뛰는 동네 바보 兄이 됐나 봐. 이도 저도 되질 않는다. 관성을 따르는 게 너무나 편하니까. 그게 순리야. 중력에 묶여 사는 것, 관성을 유지하는 것. 병신 같다는 말도 이제 지루해. 윤리의 족쇄, 순결에 대한 육체적 강박. (“육체적”으로 한정하다니 이 얼마나 비루하니?) 비가 퍼붓거나 눈이 내리부은 다음 날 하늘을 보면, 무한대의 우주가 눈앞에, 나와 맞닿아 있는데. 아프락사스에게로 날아가기가(이 말도 병신 같고 지루해), 어렵고 어려워.
2011/01/04 12:17 2011/01/04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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