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꿈에 뒤진 적이 없다. (La passion creative)》(2001, 수수꽃다리) 를 읽다.
베르나르 아르노, 이브 메사로비치 지음
성귀수 옮김
「 기업이 개인의 소유로 운영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서로 다른 이유들이 있지요. 다만 확실한 건, 어떤 기업이든 주식시장에 상장하게 되면 발전에 상당한 도움이 되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그러한 기업일 수록 시장에 대한 책임감도 커지고, 경영에 있어서도 저절로 최선을 다하게 되지요. 늘 시장을 만족시키기 위해 신경을 써야 하고, 결국 무수한 주주들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노력하게 되지요. 그들의 선택과 투자가 정당했다는 것을 항상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사기업의 경우, 주주에 대해서나 종업원에 대해서 결정 과정의 투명성은 훨씬 덜할 수 밖에 없지요. 종업원이이나 주주 모두에게 있어서 상장기업이 된다는 것은 투명성과 안전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과 같은 의미를 지닙니다. 정기적인 회계 보고나 설명회 등등을 통해 기업 발전을 위한 건강한 조정 기능이 수행될 수 있으니까요. 물론 나는 비상장기업에 대해 무조건 반대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커뮤니케이션이나 투자의 정당화를 체계적으로 보장하는 수준이 상장기업만큼은 못할 수 있다는 말이지요. 종종, 특히 호화 산업 분야에서 어떤 사업들 경우엔 비상장기업으로 남는 게 이로울 때가 있다는 기사를 읽곤 합니다. 상장기업을 경우 회사 정관상 실행할 수 없는 일들을 추진할 수가 있다는 점 때문이지요. 하지만 나는 그런 건 별로 신뢰하지 않습니다. 사실은 기업의 투명성에 대한 거부감이 실제 이유이니까요. 또 한편으로 그 거부감은 내가 언급한 구속들, 특히 회계보고 및 기업 설명회 개최 의무 때문이라고 이해됩니다. 마찬가지로, 아무도 회계보고를 이해하지 못하도록 하는 복잡한 구조도 존재합니다. 상당 수의 주주와 경영자는 이와 같은 방식을 선호하지만, 기업 근로자에게는 결코 유쾌한 일이라고 할 수가 없지요. (p.85-86) 」
「 또 다른 예로, 모로코 가죽 제품의 품질로 이미 세계적 정평이 나 있는 루이 뷔통을 얘기해 보죠. 그 브랜드의 흔들림 없는 명성은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요? 두말할 것도 없이 품질에 대한 요구 조건이 한결같이 유지되는 건 물론, 오히려 강화되었기 때문이죠. 루이 뷔통의 성공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품질을 지속적으로 시장에 선보여온 데 있으며, 다소 높은 가겨겡도 불구하고, 그만한 품질의 다른 브랜드와 비교할 때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루이 뷔통은 품질 자체도 최고일 뿐 아니라, 가격 경쟁 면에서도 단연 뛰어나다는 얘기죠. 왜 그런지 아십니까? 바로 모든 제품을 자체 공장에서 생산하기 떄문입니다. 대부분 프랑스 국내의 공장에서 말이죠. 우리는 수공업적인 생산에다 가격과 품질 면에서 최적의 규모를 산정하는 기업화된 노하우를 철저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LVMH는 매우 우수한 자질의 노동인력을 확보하고 있는 프랑스의 몇 안 되는 그룹들 중 하나일 겁니다. (p.88) 」
「 우리 일에 있어서 마케팅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진정한 창조작업에 봉사해야 합니다. 절대로 그 반대가 되어서는 안 되는 거죠.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성공을 거둔다 해도 미미한 정도로 끝날 것입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마크 제이콥스라든가, 존 갈리아노, 알렉산더 맥퀸 같은 강렬한 개성을 갖춘 인재들에게 우리의 브랜드를 맡긴 겁니다. 그들은 하나같이 혁신자들이고, 유행의 발명가들이며, 창조하는 예술가들입니다. 그들이 하는 작업은 순수한 의미의 창조이지, 결코 창조적인 마케팅이 아닙니다. (p.99) 」
「 작금의 세계 경기가 유화적이다 보니 초심자들의 오류가 거의 다 용인되는 상황입니다만, 이러한 상황이 뒤바뀌는 날엔 모든 게 결판날 겁니다. 빈약한 기반 위에 섣부르게 일어서려고 했던 잔챙이 럭셔리 그룹들이 호된 꼴을 당하고, 결국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될 거란 말입니다. (p.108) 」
「 광고란 단지 좋은 물건을 더 많이 팔게 해줄 뿐입니다. 즉, 어떻게 보아도 비범한 상품이 궁극적인 성공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도울 뿐이라는 말이죠. 최근에 출시된 디오르 향수 '자도르(J'adore, '사랑합니다'라는 뜻)' 의 성공이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그야말로 전세계적인 성공이었고, 역시 물건 자체도 훌륭하다는 게 이미 판명되었죠. 이름이라든가 용액, 병, 광고, 포장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흠잡을 데가 없었으니까요. 투자를 그만큼 했으니 결과는 당연히 나오는 것이죠. 하지만 그만한 품질이 아닌 상품에 대해 광고 노력을 그만큼 쏟아부었다면, 아마도 같은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을 겁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성공이라는 것도 너무 쉽겠죠. 하나의 상품을 띄우기 위해 광고에만 신경쓴다면 뭐가 어렵겠습니까? (p.124) 」
「 갭은 그리 비싸지는 않으면서 품질이 좋은 제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생각에 이 브랜드는 진정으로 창조적 가치가 뛰어난 다른 브랜드들보다는 수명이 길지 않으리라 봅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판 프레타포르테 전문인 이러한 브랜드들은 진짜 창조적 브랜드가 나아가는 방향을 좇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매우 빠른 시간차를 두고 다른 브랜드의 아이디어를 흡수해서 무척 저렴한 가격대로 시장에 상품을 공급하지요. 하지만 장기간 생명력이 유지되는 강력한 브랜드는 그런 식으로 탄생하지 않습니다. 바람직한 품질이 갖춰지리라는 보장이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러한 브랜드는 디오르의 존 갈리아노나 지방시의 알렉산더 맥퀸, 그리고 뷔통의 마크 제이콥스와 같은 위대한 예술가들의 존재가 발휘하는 강력한 흡인력을 유발하지 못하는 거죠. 고객은 언젠가는 그러한 사실을 눈치채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아까 언급하신 그런 브랜드들은 유통성은 활발할 지 모르나 생명력은 덜 견고하다고 하겠습니다. 그것의 존재, 그 성공은 무엇보다도 잘 발달된 유통기술 때문이지, 정통 브랜드의 위력 때문이 아니라는 얘기지요. (p.130) 」
「 내 재산의 중요 부분은 그룹 내로 광범위하게 투자됩니다. 그리고 그 나머지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함께 일해 왔던 대형 투자은행들의 전문가들로부터 조언을 구하는 편이죠. 그래서 그 일부는 그들 의견대로 따르고, 나머지 일부는 내가 알아서 직접 관리합니다. 투자할 때의 나만의 테크닉이라면 주식 지표들을 거의 따르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리고 상장기업 중 한 스무 개 정도에만 투자하는 것이죠. 그래야만 내가 일일이 직접 그 추이를 점검할 수가 있으니까요. 나는 내 자신이 잘 알고 있고 저력이 있다고 생각되는 사업 분야를 철저히 가려해 그곳에만 투자를 집중합니다. 그리고 주식시장에 게시된 주가가 실제 기업가치보다 낮게 매겨졌다고 생각되는 기업 위주로 투자하는 편입니다. 주식과 관련해 반드시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 것은, 어떤 기업의 그날 주식 가치는 순전히 주관적으로 매겨지는 면이 없지 않다는 것 입니다. 다시 말해서 기업 자체의 내재적인 가치가 아니라, 해당 일의 사자팔자의 주문가에 전적으로 의존한다는 사실입니다. 그 결과 기업의 주식시세와 그 실제 가치로 기대되는 것 사이의 무시 못할 괴리가 종종 발생하기도 하지요. 따라서 주식을 사기 전에 '주관적인' 가치가 '실제적인' 가치보다 낮게 나오는 기업들을 면밀히 조사하여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내가 금융 계통의 신문사 사장이라면 이런 얘기는 하지 않겠죠. 하지만 은행이나 주식 분석가들의 단기 추천들 중에 지나치게 부풀려 있거나 너무도 부정확한 정보들이 뒤섞여 있는 걸 나는 숱하게 확인한 바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주식투자에 성공하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은, 장기적인 안목을 가져야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일부 사업 분야만 볼 것이 아니라 회사 전체를 면밀히 들여다보아야 하며, 경영 노선에 신뢰가 가고 그 흐름이 괜찮아 보인다는 이유를 가지고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거지요.일단 투자를 했으면 한 2~3년 동안은 그 기업의 주식시세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투기를 하려 들거나, 특히 안달을 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당신이 투자한 직후에 그 기업의 주가가 오르는 경우란 극히 드물기 때문이지요. 반면 항상 중도를 지킨다면, 웬만큼 되는 기업에 투자한 이상, 일반적인 주가 흐름이 어떻게 흘러간다 해도 보통은 돈을 벌 수가 있을 겁니다. 설사 주가 상황이 그리 좋지 않을 때 조차도 자세히 살펴보면 앞으로 나아가는 기업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때야말로 투자의 가장 최선책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반대로, 예컨대 9월에 다논(Danone)의 주식을 매입하고 11월엔 그것을 다시 팔아서 네슬레(Nestle)를 사는 식의 방법을 따른다면, 머지않아 그 모두가 당신의 배를 채우기보다는 증권 브로커의 커미션만 불리는 결과로 귀결된다는 점을 뼈저리게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p.163-164) 」
「 요컨대 전통적인 부티크를 인터넷으로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지요. 이전과 똑같은 엘리티즘과 품질 제일주의를 고수한 채, 고객에게 부수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 뿐입니다. 게다가현재 진행중인 인터넷 서비스는 모든 고객들의 확실한 만족을 위해서 신중한 속도로 진행시키고 있습니다.
20년 전부터 뷔통은 카탈로그를 통한 판매 서비스를 발전 시켜 왔습니다. 카탈로그 상으로 물건을 구입하는것과 인터넷 사이트를 열어서 웹 상으로 주문을 하는 것이 뭐가 크게 다른지요? 둘 다 모두 사진과 설명은 세심하게 마련되고 제시되어 있지만 실제 상품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아니질 않습니까? 어찌됐든 그만한 가격에 물건을 구입할 정도라면, 이미 그것을 눈으로 보고 부티크에서 골라본 적이 있는 게 틀림없는 겁니다. 그러니 카탈로그든, 인터넷이든 그저 주문하는 데 활용할 뿐이지요. (p.198-199) 」
「 소위 신경제(Nouvelle Economy)를 운운하면서, 마치 전통적인 경제의 질서가 근본부터 변화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전혀 무의미한 것 입니다. 경제의 기본질서는 늘 그대로일 것이기 때문이죠. 최고의 성공을 거두었다고 여겨지던 회사 몇 개가 수년도 안 돼 돈을 날렸다고 기본 경제 질서가 변한 것은 아니지요. 시장 상황이 그처럼 생긴 지 얼마 안 되는 회사들의 성공을 장담한다면, 그건 결국 그 회사들의 수익성이 매우 좋아질 것이고, 전통적인 경제 기준에 부합할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신경제란, 인터넷이라고하는 새로운 미디어, 새로운 통신수단의 출현과 그것이 일반 경제와 기업에 야기하는 모든 결과를 지칭하는 용어일 뿐입니다. 그것은 지난 세기의 종말이지, 경제 질서의 종말을 뜻하는 것이 아니지요. 전통적인 경제 질서는 앞으로도 여전히 적용될 것 입니다. 한동안은 넷(net) 경제상의 기업 평가를 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경제 기준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 팽배했습니다. 하기는 어떤 기준을 사용해야 좋을지에 대해서도 잘 알 수가 없었죠. 실제로 이러한 기업들에 대한 평가는 근거가 허약한 수익성 기대에 따라 좌우되는 형편이었습니다. 말하자면 막연한 투기가 지배하는 분위기였다고나 할까요? 문제는, 이득 시세라든가 성장률, 캐시플로 같은 것을 고려하지 않고도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에 우리가 들어선 것처럼 종종 착각했다는 사실입니다. 그와 같은 기준들은 말짱히 제 기능을 다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다만 어느 한 동안은 캐시플로나 이득도 당장은 없지만 상당히 강력한 성장 가능성을 가진 회사들에 대한 엄청난 가치평가가 대두되었기 때문에, 옛날과 같은 경제 기준들이 이젠 무력화되지 않았나 생각되던 때가 있었지요. 소위 현재보다 미래를 전망한다는 취지인데, 이는 어떤 면에선 좋지만 다른 면에선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새로운 기업들이 마구 나타나는데, 그것들에 대한 가치 평가는 그만큼 힘들어 보이는 것은, 세계가 지금 산업발전의 가도에서 어느 중요한 모퉁이 하나를 무사히 돌고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p.212) 」
2004.09.11
베르나르 아르노, 이브 메사로비치 지음
성귀수 옮김
「 기업이 개인의 소유로 운영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서로 다른 이유들이 있지요. 다만 확실한 건, 어떤 기업이든 주식시장에 상장하게 되면 발전에 상당한 도움이 되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그러한 기업일 수록 시장에 대한 책임감도 커지고, 경영에 있어서도 저절로 최선을 다하게 되지요. 늘 시장을 만족시키기 위해 신경을 써야 하고, 결국 무수한 주주들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노력하게 되지요. 그들의 선택과 투자가 정당했다는 것을 항상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사기업의 경우, 주주에 대해서나 종업원에 대해서 결정 과정의 투명성은 훨씬 덜할 수 밖에 없지요. 종업원이이나 주주 모두에게 있어서 상장기업이 된다는 것은 투명성과 안전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과 같은 의미를 지닙니다. 정기적인 회계 보고나 설명회 등등을 통해 기업 발전을 위한 건강한 조정 기능이 수행될 수 있으니까요. 물론 나는 비상장기업에 대해 무조건 반대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커뮤니케이션이나 투자의 정당화를 체계적으로 보장하는 수준이 상장기업만큼은 못할 수 있다는 말이지요. 종종, 특히 호화 산업 분야에서 어떤 사업들 경우엔 비상장기업으로 남는 게 이로울 때가 있다는 기사를 읽곤 합니다. 상장기업을 경우 회사 정관상 실행할 수 없는 일들을 추진할 수가 있다는 점 때문이지요. 하지만 나는 그런 건 별로 신뢰하지 않습니다. 사실은 기업의 투명성에 대한 거부감이 실제 이유이니까요. 또 한편으로 그 거부감은 내가 언급한 구속들, 특히 회계보고 및 기업 설명회 개최 의무 때문이라고 이해됩니다. 마찬가지로, 아무도 회계보고를 이해하지 못하도록 하는 복잡한 구조도 존재합니다. 상당 수의 주주와 경영자는 이와 같은 방식을 선호하지만, 기업 근로자에게는 결코 유쾌한 일이라고 할 수가 없지요. (p.85-86) 」
「 또 다른 예로, 모로코 가죽 제품의 품질로 이미 세계적 정평이 나 있는 루이 뷔통을 얘기해 보죠. 그 브랜드의 흔들림 없는 명성은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요? 두말할 것도 없이 품질에 대한 요구 조건이 한결같이 유지되는 건 물론, 오히려 강화되었기 때문이죠. 루이 뷔통의 성공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품질을 지속적으로 시장에 선보여온 데 있으며, 다소 높은 가겨겡도 불구하고, 그만한 품질의 다른 브랜드와 비교할 때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루이 뷔통은 품질 자체도 최고일 뿐 아니라, 가격 경쟁 면에서도 단연 뛰어나다는 얘기죠. 왜 그런지 아십니까? 바로 모든 제품을 자체 공장에서 생산하기 떄문입니다. 대부분 프랑스 국내의 공장에서 말이죠. 우리는 수공업적인 생산에다 가격과 품질 면에서 최적의 규모를 산정하는 기업화된 노하우를 철저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LVMH는 매우 우수한 자질의 노동인력을 확보하고 있는 프랑스의 몇 안 되는 그룹들 중 하나일 겁니다. (p.88) 」
「 우리 일에 있어서 마케팅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진정한 창조작업에 봉사해야 합니다. 절대로 그 반대가 되어서는 안 되는 거죠.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성공을 거둔다 해도 미미한 정도로 끝날 것입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마크 제이콥스라든가, 존 갈리아노, 알렉산더 맥퀸 같은 강렬한 개성을 갖춘 인재들에게 우리의 브랜드를 맡긴 겁니다. 그들은 하나같이 혁신자들이고, 유행의 발명가들이며, 창조하는 예술가들입니다. 그들이 하는 작업은 순수한 의미의 창조이지, 결코 창조적인 마케팅이 아닙니다. (p.99) 」
「 작금의 세계 경기가 유화적이다 보니 초심자들의 오류가 거의 다 용인되는 상황입니다만, 이러한 상황이 뒤바뀌는 날엔 모든 게 결판날 겁니다. 빈약한 기반 위에 섣부르게 일어서려고 했던 잔챙이 럭셔리 그룹들이 호된 꼴을 당하고, 결국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될 거란 말입니다. (p.108) 」
「 광고란 단지 좋은 물건을 더 많이 팔게 해줄 뿐입니다. 즉, 어떻게 보아도 비범한 상품이 궁극적인 성공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도울 뿐이라는 말이죠. 최근에 출시된 디오르 향수 '자도르(J'adore, '사랑합니다'라는 뜻)' 의 성공이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그야말로 전세계적인 성공이었고, 역시 물건 자체도 훌륭하다는 게 이미 판명되었죠. 이름이라든가 용액, 병, 광고, 포장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흠잡을 데가 없었으니까요. 투자를 그만큼 했으니 결과는 당연히 나오는 것이죠. 하지만 그만한 품질이 아닌 상품에 대해 광고 노력을 그만큼 쏟아부었다면, 아마도 같은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을 겁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성공이라는 것도 너무 쉽겠죠. 하나의 상품을 띄우기 위해 광고에만 신경쓴다면 뭐가 어렵겠습니까? (p.124) 」
「 갭은 그리 비싸지는 않으면서 품질이 좋은 제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생각에 이 브랜드는 진정으로 창조적 가치가 뛰어난 다른 브랜드들보다는 수명이 길지 않으리라 봅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판 프레타포르테 전문인 이러한 브랜드들은 진짜 창조적 브랜드가 나아가는 방향을 좇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매우 빠른 시간차를 두고 다른 브랜드의 아이디어를 흡수해서 무척 저렴한 가격대로 시장에 상품을 공급하지요. 하지만 장기간 생명력이 유지되는 강력한 브랜드는 그런 식으로 탄생하지 않습니다. 바람직한 품질이 갖춰지리라는 보장이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러한 브랜드는 디오르의 존 갈리아노나 지방시의 알렉산더 맥퀸, 그리고 뷔통의 마크 제이콥스와 같은 위대한 예술가들의 존재가 발휘하는 강력한 흡인력을 유발하지 못하는 거죠. 고객은 언젠가는 그러한 사실을 눈치채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아까 언급하신 그런 브랜드들은 유통성은 활발할 지 모르나 생명력은 덜 견고하다고 하겠습니다. 그것의 존재, 그 성공은 무엇보다도 잘 발달된 유통기술 때문이지, 정통 브랜드의 위력 때문이 아니라는 얘기지요. (p.130) 」
「 내 재산의 중요 부분은 그룹 내로 광범위하게 투자됩니다. 그리고 그 나머지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함께 일해 왔던 대형 투자은행들의 전문가들로부터 조언을 구하는 편이죠. 그래서 그 일부는 그들 의견대로 따르고, 나머지 일부는 내가 알아서 직접 관리합니다. 투자할 때의 나만의 테크닉이라면 주식 지표들을 거의 따르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리고 상장기업 중 한 스무 개 정도에만 투자하는 것이죠. 그래야만 내가 일일이 직접 그 추이를 점검할 수가 있으니까요. 나는 내 자신이 잘 알고 있고 저력이 있다고 생각되는 사업 분야를 철저히 가려해 그곳에만 투자를 집중합니다. 그리고 주식시장에 게시된 주가가 실제 기업가치보다 낮게 매겨졌다고 생각되는 기업 위주로 투자하는 편입니다. 주식과 관련해 반드시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 것은, 어떤 기업의 그날 주식 가치는 순전히 주관적으로 매겨지는 면이 없지 않다는 것 입니다. 다시 말해서 기업 자체의 내재적인 가치가 아니라, 해당 일의 사자팔자의 주문가에 전적으로 의존한다는 사실입니다. 그 결과 기업의 주식시세와 그 실제 가치로 기대되는 것 사이의 무시 못할 괴리가 종종 발생하기도 하지요. 따라서 주식을 사기 전에 '주관적인' 가치가 '실제적인' 가치보다 낮게 나오는 기업들을 면밀히 조사하여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내가 금융 계통의 신문사 사장이라면 이런 얘기는 하지 않겠죠. 하지만 은행이나 주식 분석가들의 단기 추천들 중에 지나치게 부풀려 있거나 너무도 부정확한 정보들이 뒤섞여 있는 걸 나는 숱하게 확인한 바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주식투자에 성공하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은, 장기적인 안목을 가져야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일부 사업 분야만 볼 것이 아니라 회사 전체를 면밀히 들여다보아야 하며, 경영 노선에 신뢰가 가고 그 흐름이 괜찮아 보인다는 이유를 가지고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거지요.일단 투자를 했으면 한 2~3년 동안은 그 기업의 주식시세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투기를 하려 들거나, 특히 안달을 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당신이 투자한 직후에 그 기업의 주가가 오르는 경우란 극히 드물기 때문이지요. 반면 항상 중도를 지킨다면, 웬만큼 되는 기업에 투자한 이상, 일반적인 주가 흐름이 어떻게 흘러간다 해도 보통은 돈을 벌 수가 있을 겁니다. 설사 주가 상황이 그리 좋지 않을 때 조차도 자세히 살펴보면 앞으로 나아가는 기업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때야말로 투자의 가장 최선책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반대로, 예컨대 9월에 다논(Danone)의 주식을 매입하고 11월엔 그것을 다시 팔아서 네슬레(Nestle)를 사는 식의 방법을 따른다면, 머지않아 그 모두가 당신의 배를 채우기보다는 증권 브로커의 커미션만 불리는 결과로 귀결된다는 점을 뼈저리게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p.163-164) 」
「 요컨대 전통적인 부티크를 인터넷으로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지요. 이전과 똑같은 엘리티즘과 품질 제일주의를 고수한 채, 고객에게 부수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 뿐입니다. 게다가현재 진행중인 인터넷 서비스는 모든 고객들의 확실한 만족을 위해서 신중한 속도로 진행시키고 있습니다.
20년 전부터 뷔통은 카탈로그를 통한 판매 서비스를 발전 시켜 왔습니다. 카탈로그 상으로 물건을 구입하는것과 인터넷 사이트를 열어서 웹 상으로 주문을 하는 것이 뭐가 크게 다른지요? 둘 다 모두 사진과 설명은 세심하게 마련되고 제시되어 있지만 실제 상품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아니질 않습니까? 어찌됐든 그만한 가격에 물건을 구입할 정도라면, 이미 그것을 눈으로 보고 부티크에서 골라본 적이 있는 게 틀림없는 겁니다. 그러니 카탈로그든, 인터넷이든 그저 주문하는 데 활용할 뿐이지요. (p.198-199) 」
「 소위 신경제(Nouvelle Economy)를 운운하면서, 마치 전통적인 경제의 질서가 근본부터 변화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전혀 무의미한 것 입니다. 경제의 기본질서는 늘 그대로일 것이기 때문이죠. 최고의 성공을 거두었다고 여겨지던 회사 몇 개가 수년도 안 돼 돈을 날렸다고 기본 경제 질서가 변한 것은 아니지요. 시장 상황이 그처럼 생긴 지 얼마 안 되는 회사들의 성공을 장담한다면, 그건 결국 그 회사들의 수익성이 매우 좋아질 것이고, 전통적인 경제 기준에 부합할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신경제란, 인터넷이라고하는 새로운 미디어, 새로운 통신수단의 출현과 그것이 일반 경제와 기업에 야기하는 모든 결과를 지칭하는 용어일 뿐입니다. 그것은 지난 세기의 종말이지, 경제 질서의 종말을 뜻하는 것이 아니지요. 전통적인 경제 질서는 앞으로도 여전히 적용될 것 입니다. 한동안은 넷(net) 경제상의 기업 평가를 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경제 기준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 팽배했습니다. 하기는 어떤 기준을 사용해야 좋을지에 대해서도 잘 알 수가 없었죠. 실제로 이러한 기업들에 대한 평가는 근거가 허약한 수익성 기대에 따라 좌우되는 형편이었습니다. 말하자면 막연한 투기가 지배하는 분위기였다고나 할까요? 문제는, 이득 시세라든가 성장률, 캐시플로 같은 것을 고려하지 않고도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에 우리가 들어선 것처럼 종종 착각했다는 사실입니다. 그와 같은 기준들은 말짱히 제 기능을 다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다만 어느 한 동안은 캐시플로나 이득도 당장은 없지만 상당히 강력한 성장 가능성을 가진 회사들에 대한 엄청난 가치평가가 대두되었기 때문에, 옛날과 같은 경제 기준들이 이젠 무력화되지 않았나 생각되던 때가 있었지요. 소위 현재보다 미래를 전망한다는 취지인데, 이는 어떤 면에선 좋지만 다른 면에선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새로운 기업들이 마구 나타나는데, 그것들에 대한 가치 평가는 그만큼 힘들어 보이는 것은, 세계가 지금 산업발전의 가도에서 어느 중요한 모퉁이 하나를 무사히 돌고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p.212) 」
2004.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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