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 시간도 덥다. 노라 존스를 듣는다. 노라 존스도 덥다. 선풍기도 더운 바람, 덥다. 새벽이 덥다. 매미가 운다. 덥기 때문이다. 가슴 속이 타들어 간다. 비둘기 날개짓이 들린다.
2002년, 2003년, 2004년, 나는 무얼 했던 걸까. 아무런 존재 이유 없이 살아온 세월이다. 마치 없었던 것 같은 시간들. 내가 과연 숨 쉬고 살아있었을까? 할 정도의 세월. 대체 무얼했을까.
1999년 고등학교 생활을 마치면서 특차로 약 1~2개월 빨리 합격, 본격적인 아르바이트 시작. (첫번째) 2000년 난 대학에 입학 했고, 유쾌하지는 못했지만 후회 없는 1학년을 보냈다. (두번째) 곧 신검을 받고 공익요원으로 배정되어 2001년 영장이 나옴과 동시에 휴학. 짧지만 강렬했던 4주간, 한 겨울의 훈련소 (세번째) 를 마치고 2001년 02월 관악구청에 배속, 공무원, 그리고 일단의 공익 선배들과 지냈다. 처음에는 준 공무원 수준의 내근 근무 (네번째) 를, 8개월 정도는 노점상 단속의 외근 근무 (다섯번째) 를 했다. 그 와중에 각혈로 약 보름간 병원 신세. (여섯번째) 말년에 현재는 파산한 삼보 컴퓨터 콜센터에서 파트-타임 근무 (일곱번째), 동절기 단축근무가 끝나 그만두고 잠시간 SK텔레콤의 요금 고지서 뽑는 아르바이트 (여덟번째) 를 했으나 분란과 피로로 그만두었다. 예술의 전당에서 9개월간 분수 조작 아르바이트. (아홉번째) 복학의 계획을 갖고 있었으나 무산되고 (열번째), 지방의 한 인터넷 관련 회사에 취직 (열한번째), 1년 근속하면 퇴직금이 나온다는 이유에서 들어갔으나 곧 그만두었고. 곧바로 스포츠 중계 회사에서 단기 아르바이트 (열두번째), 좋은 사람들을 만났으나 이미 그때 난 완전히 닫힌 후였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근처의 국립중앙도서관에 매일같이 출근 (열세번째), 그러나 당시 읽었던 책들은 몇 권을 제외하고는 기억에 없다. 아르바이트를 끝낸 후 기업정보 회사에 계약직으로 입사. (열네번째) 여러가지 단순 전산 작업 업무를 6개월간 했다. 그리고 고대하던 복학… (열다섯번째) 복학하고 얼마 안 되어 열두번째 근무지에서 직원으로 들어올 생각이 없냐는 연락. 내가 학교로 돌아갈 것 처럼 보이지는 않았단다. 그러나 나는 학교를 다니고 싶었다. 특별한 이유없이, 오래 기다렸다는, 한 번 타의에 의해 좌절되었다는 그 이유만으로… 학교는 건물이 몇 개 들어서 있을 뿐 변한 게 없었지만, 내가 기대하던 2000년도 당시의 그 분위기… 그 때의 사람들… 그 때의 내 모습… 은 어디에도 없었다. 반은 자의로 반은 타의로, MT와 답사 여행을 다녀왔지만 모두 허망했다. -- 나 자신이 새로운 緣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 결국 어영부영 방학. 전산 작업 업무를 학기 말 부터 다시 받아 재택근무를 하다 저번주에 마감. 요즘은 쌓아논 책들을 읽고 있다. 아니… 비로소 어제야 읽기 시작했다.
반추하면 가슴 뜨끔한 기억이 훨씬 많은 지난 5년의 세월. (사람은 좋은 기억보다 아픈 기억이 더 깊고 오래 남는다고 한다. 그래서 행복했던 갓난 아이 시절은 전연 기억에 없다고…)
언제부터 난 내 삶과 의식을 놓아버린 채 살고 있는 걸까.
혹시 더 오래 전 부터 일까…
"어디 있는 누구든, 세상에 행복한 사람이란 게 있기나 한 건가? 아니, 꿈속에서, 혹은 손수 만들거나 다른 이가 만들어 준 인공 조형물 속에 살고 있지 않다면, 세상에 행복한 사람은 없다. … 도대체 어쩌다 어떻게 네가 성장해 스물한 살 생일에 이르게 되었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한다. … 나는 사랑받고 싶기에 누군가 사랑하고 싶다. 토끼처럼 두려워, 불빛이 너무 무서워서 자동차 바퀴 밑으로 몸을 던지고 싶은 심정이다. 바퀴들의 맹목적이고 어두운 죽음 밑에 깔려 있으면 나는 안전하다. 아주 피곤하고, 아주 혼란스러운 느낌이다. 오늘 밤에는 내가 누군지 모르겠다. 쓰러질 때까지 걷다가 집에 돌아가는 불가피한 궤도를 완성하지 못한다면 좋겠다." -- 1953년 5월 14일, 실비아 플라스(Sylvia Plath)
2005/07/26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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