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설득하려는 노력은 전부 헛되다.
인간은 속거나 굴복할 뿐.
인간을 증오하지 않기 위해서는
인간을 病神으로 상정하는 수밖에 없지 않은가? ㅡ 인간에 대한 연민.
오늘 우연히 미추홀기 준결승에서 TV로 장민익을 볼 수 있었다.
체격 조건에서,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재목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TV에는 구속이 나타나지 않았으나 투구폼으로 볼 때 시속 140km를 넘는 공을 뿌렸다는 말을 전혀 믿을 수가 없다. 봉황대기 전까지 130km 중반대이던 최고 구속이 근력 증강이 이루어지며 상승했다는데 막상 보니 믿음이 안 간다. 랜디 존슨은 고등학교 졸업반 시절 최고 구속이 90마일(145km)이었고, 그것으로 타자들을 압도했다. 장민익은 상대 타자를 요리하는 능력은 보여줬지만 좌완 파이어볼러의 이미지는 전혀 없다.
오늘 TV에서 본 그는 제구력은 괜찮았으나 투구 동작의 마지막 과정에서 팔꿈치를 채주지 못하고 있었다. 이 상태에서는 빠른 구속은 요원하다. 이건 왼쪽 팔의 근력이 매우 부실하다는 단적인 증거이며, (도움이 되기는 하나) 체중 증가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현재 알려진 최고 구속도 믿을 수 없을 뿐더러 앞으로 구속이 더 증가하리란 예측도 하기 힘들다. 계속된 경기로 인한 피로 누적이 일정 부분 원인일 수는 있겠으나 매우 실망스럽다.
키가 크다는 것만으로도 투수는 상당한 이점을 안고 던질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장민익에게 빠른 공이 없다면, 큰 체구로 인한 느린 투구 동작은 발 빠른 야구를 구사하는 프로 무대에선 엄청난 약점으로 작용한다. 장점으로 생각했던 것이 오히려 단점이 되는 것이다.
과연 두산은 과감한 투자를 한 걸까, 어리석은 도박을 한 걸까? 훗날 장민익이 140km 중후반대의 속구를 던지는 투수로 성장해서 내 판단이 완전히 틀렸음을 증명해주길 바래 본다.《한국판 랜디 존슨》은 탄생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