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9.15

2009/09/15 03:03 / My Life/Diary
창밖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려 잠에서 깼다. 두 여자. 대충 기억나는 말들을 적어 보면 다음과 같다. “씨발년아 이거 놔라!!”, “씨발련아 너 이리로 따라와!!”, “씨발년아 옷 찢어진다!”, “이 년이 엄마뻘한테 이 씨발련이!”, “내가 뭘 잘못했다고 지랄이야 씨발년아!”, “아유 ○○엄마~ 일일이에 전화 좀 걸어줘! 이런 씨발련은 버르장머릴 고쳐야 돼”, “갈테니까 일단 놓고 말하라고 아줌마!”, “이 씨발련이! 니 부모 전화번호 대!”, “아줌마 옷 찢어진다니까요!” ...

젊은 씨발련과 늙은 씨발년의 싸움이었다.

싸움은 내 창이 나 있는 좁은 골목에서 시작되었다. 늙은 씨발년이 젊은 씨발련을 대로로 끌고 나갔고, 늙은 씨발년이 대로변의 늙은이들에게 젊은 씨발련의 씨발성을 토로하며 도움을 요청. 그러자 젊은 씨발련이 다수의 늙은이들 앞에서 기가 꺾였던지 말투가 변했다. 중간 중간 다른 젊ㆍ늙은이들의 목소리도 들렸으나 딱히 씨발스럽지 않아서 기억나지 않는다. ○○엄마가 착실히 임무를 수행한 덕분에 경찰차가 왔고, 젊은 씨발련과 늙은 씨발년을 모두 데려갔는지 동네가 잠잠해졌다.

씨발의 향연 속에 빠르게 뛰는 가슴을 느끼며 내가 마지막으로 씨발거렸던 때를 생각해본다. 아ㅡ! 그때 나는 참으로 열심히 살았구나! 씨발조차 삶의 열정으로 느껴지는 오늘. 나는 잠을 자고 있었다.
2009/09/15 03:03 2009/09/15 03:03
TAGS

2009.09.11

2009/09/11 19:42 / My Life/Diary
<살벌한 고양이의 보은>을 읽다가 생각난 오래 전 여름.

예전 집 뒤편에 2층 사는 주인집의 작은 창고가 있었다. 공용으로 쓰긴 했지만 쓸데없는 철물이나 망가진 자전거 따위를 넣어놓고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밤이면 그곳에서 가끔 고양이 울음소리가 났다. 어느 날은 대낮에 창고에서 재빠르게 나와 담벼락을 타고 오르던 도둑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예나 지금이나 바퀴벌레와 고양이, 개에게는 친절하게 말을 걸어준다. 물론 그 도둑 고양이는 내 말은 아랑곳없이 잠시 나를 쳐다보다 담 넘어 사라졌을 뿐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놈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한밤중에 다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고, 다만 이번에는 뒷편 창고가 아니라 열어 논 현관문 쪽이었다. 들어오지는 못하고 울고 있길래 왜 우느냐고 물어보았다. 대답은 야옹. 부엌에 있던 엄마가 나와서 물어보았다. 대답은 야옹. 야옹. 그러자 엄마는 현관문을 마주하고 있는 선반 뒤쪽을 뒤적이기 시작했고 곧 주먹만한 새끼 고양이 한마리가 들려나왔다.

그 일이 있은 후 창고 쪽에선 밤마다 고양이 울음소리가 났다. 낮에도 그놈은 수시로 담벼락을 타고 넘었다. 나는 어두운 창고 구석과 하수구 구멍 속에서 반짝거리는 작은 눈동자들도 보았다. 저녁마다 접시에 우유를 담아 창고 앞에 놓아주는 일이 시작됐다. 아침에 보면 말끔하게 남겨진 접시. 며칠을 그렇게 보냈다.

다소 이상한 공생이 계속되던 어느날, 학교에서 돌아와 뒷문을 열자마자 기겁ㅡ 우유 접시 놓는 자리에 쥐 한 마리가 찢어진 배를 위로 하고 널부러져 있었다! “고양이의 보은”이 바로 이런 것인가!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때론 진실이 전해지지 않을 수도 있음을 그때 알았다. 그날부터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죽은 쥐 치우는 일도 해야 했다. 주로 엄마가 했다!

여름은 길었지만 우리의 공생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창고가 너무 오래돼 허물고 그 자리에 잔디를 깔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도둑 고양이에게 영원한 안식처란 없는 것. 철거가 막 시작될 무렵 접시 속 우유를 그대로 둔 채 도둑 고양이는 새끼들과 사라졌다. 그것이 그들의 운명임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듯, 너무나 신속하게 조용히. 나는 그렇게 헤어지곤 했다.
2009/09/11 19:42 2009/09/11 19:42
TAGS

2009.09.10

2009/09/10 18:25 / My Life/Diary
붕붕

눈 떠 보니 옆에서 자고 있어 나도 다시 한참을 누웠다.
참 지랄맞은 놈, 잘도 잔다.
2009/09/10 18:25 2009/09/10 18:25
TAGS ,

« Previous : 1 : ... 115 : 116 : 117 : 118 : 119 : 120 : 121 : 122 : 123 : ... 429 :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