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1.20

2010/01/20 23:33 / My Life/Diary
2010.01.20

책을 읽고 있었다. 해가 저물었다. 책을 놓았다. 그리고 머리를 팔에 괴고서 적갈색에서 회색으로 바뀌어 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약하고 무방비 상태인 것을 느꼈다. 인생은 흘러가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 나는 냉소(冷笑)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자기 내부에서 끊임없이 요구가 많은, 그리고 권태로 무거운 그런 생명력의 어떤 한부분이 말살되었을 때에, 비로소 기분이 편안해지는 그런 종류의 인간에 속하고 있었다. “너는 너의 인생을 어찌할 것이냐, 무엇이 하고 싶다는 것이냐?” 고 질문을 제시하는 그 어떠한 부분, 그 질문에 대해서 나는 “아무것도” 라고 대답하는 수밖에 없다.

아마도 행복이란 나와 같이 사람들에게 있어서도 일종의 부재(不在), 권태의 부재, 안심할 수 있는 부재에 불과하지 않을까.

ㅡ『어떤 미소』, F. 사강
2010/01/20 23:33 2010/01/20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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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6

2010/01/16 02:04 / My Life/Diary
그래서 나는 결국 사소한 사건들 몇 가지에 분노를 쏟아냈다. 왠지 그것들은 내가 닥달하면 바뀔 것만 같았다. 실제로 몇몇은 바램대로 되었고, 나는 크게- 아주 크게- 만족했다.

어느날 古宮을 나오면서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王宮 대신에 王宮의 음탕 대신에
五十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越南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二十원을 받으러 세번씩 네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情緖로
가로놓여있다
이를테만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第十四野戰病院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으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어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있다 絶頂 위에는 서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二十원 때문에 十원 때문에 一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一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1965. 11. 4
2010/01/16 02:04 2010/01/16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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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5

2010/01/15 09:38 / My Life/Diary

최근 뉴스에 보도된 다음과 같은 주제를 엮어서 한바탕 써내려갔다.

사형(혹은 살해) 제도,
강호순과 조두순에 대한 대중의 사형(혹은 살해) 요구,
구제역이 우려되는 가축의 대규모 매몰(혹은 살해) 처분,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낙태(혹은 살해)권,
자살(혹은 살해).

쓰고 보니 인간이 너무나 위선적이고 역겨워서 차마 지우지 않을 수 없더라.

합리화. 인간에겐 그뿐이다.

2010/01/15 09:38 2010/01/15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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