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2.02

2010/02/02 10:40 / My Life/Diary

중학교 때야. 여러가지가 복합된 이유로 엄마랑 한바탕 싸웠어. 유치원ㆍ국민학교 시절까지만 해도 일방적으로 맞거나 말싸움에 밀렸지만 중학생이 되니까 만만해지더라고. (이와 같은 현상은 내 동생과 나의 관계에서도 똑같이 전개됐지) 그래서 이번엔 내가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서 좀 쎄게 나갔던 거야.

급기야 이렇게 한마디 내뱉었지. “이럴 거면 도대체 왜 나를 낳은거야!” 결정타라고 생각한 그 순간. “그건 니 아빠한테 물어봐!” … 할 말이 없더라고. 맞는 말이잖아? 엄마가 성모 마리아는 아니니까. 아빠가 들어오려면 몇 시간이나 기다려야 되고… 뭐 그렇게 흐지부지 끝나버렸지.

이후 수년이 흘러간 어느날이었어. 기억도 안 나는 이유로 싸운지 한 십분이나 지났을까. 언제 싸웠냐는듯 전혀 다른 이야기를 엄마와 하고 있더라? 크게 놀랐지. 예전 같으면 하루종일 얼굴도 안 봤을텐데…. 글쎄 뭐랄까…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한 걸까 싶더라고… 20년도 훨씬 넘게 걸려서 말이지.

그런데 하나 이해할 수 없는 건, 아직도 풀리지 않은 불만과 증오가 내 속에서 느껴진다는 거야.

역시 자식 새끼는 낳을 만한 게 절대 못돼.

2010/02/02 10:40 2010/02/02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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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1

2010/02/01 23:02 / My Life/Diary

국민학교 3학년 때로 기억나네. 중간고사 보는 날 선생님이 이러시더라고. “너네 설마 금당벽화를 누가 그렸는지 모르는 건 아니겠지?” 난 몰랐거든. 책을 찾아봤지. 담징이더구만! 그래서 한 문제를 맞췄어. 시험이 끝나고 고마운 마음에 선생님께 “선생님이 담징 얘기 안 해주셨으면 몰랐을 뻔했어요.” 그러자 그녀가 “내가 언제 담징이라고 했니? 어디가서 그런 얘기하지 마라.” 맞기야 맞는 말이지. 담징이 아니라 금당벽화 얘기를 한 거니까.

국민학교 4학년 때. 선생님이 전쟁 당시 전세를 뒤바꾼 맥아더 장군의 인천 상륙작전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었지. 그녀가 질문을 던졌어. “맥아더 장군은 인천 상륙작전이라는 이런 기막힌 전술을 어떻게 시도하게 된걸까요?” 국민학교 4학년 애들이 뭘 알겠어? 아무도 대답이 없자 이러시더라고.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던 맥아더 장군이 고민고민하다 잠들었는데 꿈에 하느님이 나타나셔서…”

국민학교 5학년 때. 다시 인천 상륙작전에 대해 배우게 됐지. 다른 선생님이 같은 질문을 하셨어. 그러자 한 아이ㅡ나와 4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ㅡ가 번쩍 손을 들고 말하길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던 맥아더 장군이 고민고민하다 잠들었는데 꿈에 하느님이 나타나셔서…” 그 얘기를 다 들은 선생님은 웃더니 노르망디 상륙작전 얘기를 해주더라고.

국민학교 6학년 때. 아주 의욕적인 젊은 여선생님이었어. 종종 수업 끝에 자유로운 질문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는데 아무도 질문을 안 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했지. “어제 뉴스에 아동 학대에 대해서 나오던데요… 선생님이 어제 애들 손바닥을 여러 대 때린 건 아동 학대가 아닌가요?” 안색을 바꾼 그녀. “너도 나와서 맞아 볼래?” … 수업 끝나고 불려가서 아동 학대 수준으로 욕먹은 기억이 나네.

하나 더 생각나는게…

대학교 막 들어갔을 때였는데 학교에 익숙해질 요량으로 과방에 들렀어. 날 반겨준 최고참 선배가 좋은 얘기를 해주겠다며 몇 시간 뒤에 학생회실로 오라더라구. 동기 몇 명과 함께 갔더니 다른 과에서도 상당수가 불려와 있었고, TV에선 주한미군의 만행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흘러나오더라. 그걸 다 보여주고는 몇 명씩 그룹지어서 토론을 시키더군. 속았다는 생각에 짜증이 나서 내가 그랬지. “전 저걸 왜 보여주는지 모르겠구요. 여기서 우리끼리 토론한다고 뭐가 바뀌는데요?” 그러니까 말을 안 시키더라.

토론이 끝나니 느낀점을 말하라며 애들을 단상에 내보냈지. 마지막으로 나를 지목하길래, “할 말이 없는데요.” 하고 앉아있었어. 그러자 구호를 외치자며 모두 일어나라고 하더라. 나는 혼자 멀뚱히 앉아서 그들이 오른팔을 접었다 뻗으며 반미 구호를 외치는 모습을 봐야했지.

문득, 이상하게도 내가 가엽다는 생각이 들었어.

2010/02/01 23:02 2010/02/0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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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31

2010/01/31 13:15 / My Life/Diary
언젠가 아르뛰르 랭보가 말했지. “시와 문학은 인생을 변화시키지 못한다” 고. 인생을 누적시킬수록 그의 말이 더욱 더 선명해. 붕붕이 밥 주고 라면이나 하나 끓여야지.
2010/01/31 13:15 2010/01/31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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