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2006년 경제전망 감상법
입력시각 :01/25 17:21
이창용 <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은 5%를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수출 호조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침체를 거듭했던 내수가 회복되리라 기대되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 최근 통계를 보면 내수가 완만하게나마 살아나고 있어 이런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수출 호조세가 계속될지 점치기에 우려되는 요인이 하나 있다.
전 세계 경제의 불안 요인으로 주목받고 있는 '세계적 불균형'(global imbalance)이 그것이다.
'세계적 불균형'이란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유례없이 커진 반면 아시아 국가들은 큰 폭의 흑자를 기록해 지역별 불균형이 심화된 현상을 말한다.
문제는 경상수지 불균형 규모와 이를 가능케 한 아시아의 달러자산 매입 규모가 더이상 지속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작년 미국 경상수지 적자규모는 7000억달러로 우리나라 국민소득과 비슷한 액수다.
큰 폭의 적자가 수년간 누적되자 아시아 자본의 미국 유입에 한계가 있을 것이므로 향후 달러화 가치가 하락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세계적 불균형 현상이 조정되는 과정에서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면 우리나라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과 채산성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원·달러 환율이 10% 하락하면 경제성장률은 1%포인트 떨어진다.
각 기관에선 올해 환율을 달러당 1000원으로 예상해 5% 경제성장 전망치를 내놓았지만 실제 올 연말 환율이 900원까지 낮아진다면 연평균 환율은 950원이 되는 셈이므로 경제성장률 역시 5%가 아닌 4.5%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단순 계산에 반대되는 견해도 있다.
최근 들어 수출산업의 중간재 수입 비율이 높아지고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줄어들어 원화 절상이 반드시 불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원화가 절상되면 성장의 축이 제조업·수출산업에서 서비스업·내수산업으로 전환됨에 따라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커져 성장률이 호전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는 한 가지 맹점이 있다.
같은 양의 생산이 일어난다면 내수가 수출보다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큰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수출이 침체되면서 내수가 활성화될 수 있겠는가? 수출산업 종사자의 소득이 낮아져 내수마저 침체된다면 유발효과는 비교할 필요도 없어진다.
일본의 경우를 참조할 만하다.
80년대 중반 미국은 일본의 대미 수출 증가로 경상수지 적자가 크게 증가하자 G7의 힘을 빌려 엔화 가치 절상을 요구한 바 있다.
'플라자 합의'로 불리는 환율조정 이후 엔화 환율은 50% 이상 절상됐지만 미국과 일본의 경상수지 불균형은 조정되지 않았다.
일본 기업들이 수출 단가를 낮춰 가격 경쟁력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일본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이는 일본 기업의 투자 감소로 이어져 90년대 장기침체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시각도 있다.
또한 엔화 절상에 이어 경기가 침체되자 일본정부는 경기활성화를 위해 재정지출을 무리하게 늘림으로써 국민소득 대비 50% 수준이었던 국가부채가 10년 만에 150%로 급증하게 된다.
우리 경제에서도 올해 예상보다 원화 절상폭이 커지면 수출 채산성 감소로 대기업 투자가 부진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수출 부진이 내수 부진으로 이어져 정부는 경기활성화를 위해 재정정책에 의지할 가능성이 크다.
재정지출 확대는 복지지출을 늘리려 하는 참여정부의 중장기 정책방향과도 일치하므로 대의명분도 있는 셈이다.
이 경우 지출확대 만큼 세수를 확보하든지 아니면 기타 정부지출을 줄여야 한다.
그 과정이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다고 세수 확보 없이 정부지출만 늘린다면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올해 '세계적 불균형'의 조정 과정에서 원화가 크게 절상될수록 우리 정부가 선거철을 앞두고 어떠한 재정정책을 선택할지 눈여겨 감시할 필요가 있다.
/한국채권연구원 이사
입력시각 :01/25 17:21
이창용 <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은 5%를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수출 호조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침체를 거듭했던 내수가 회복되리라 기대되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 최근 통계를 보면 내수가 완만하게나마 살아나고 있어 이런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수출 호조세가 계속될지 점치기에 우려되는 요인이 하나 있다.
전 세계 경제의 불안 요인으로 주목받고 있는 '세계적 불균형'(global imbalance)이 그것이다.
'세계적 불균형'이란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유례없이 커진 반면 아시아 국가들은 큰 폭의 흑자를 기록해 지역별 불균형이 심화된 현상을 말한다.
문제는 경상수지 불균형 규모와 이를 가능케 한 아시아의 달러자산 매입 규모가 더이상 지속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작년 미국 경상수지 적자규모는 7000억달러로 우리나라 국민소득과 비슷한 액수다.
큰 폭의 적자가 수년간 누적되자 아시아 자본의 미국 유입에 한계가 있을 것이므로 향후 달러화 가치가 하락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세계적 불균형 현상이 조정되는 과정에서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면 우리나라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과 채산성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원·달러 환율이 10% 하락하면 경제성장률은 1%포인트 떨어진다.
각 기관에선 올해 환율을 달러당 1000원으로 예상해 5% 경제성장 전망치를 내놓았지만 실제 올 연말 환율이 900원까지 낮아진다면 연평균 환율은 950원이 되는 셈이므로 경제성장률 역시 5%가 아닌 4.5%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단순 계산에 반대되는 견해도 있다.
최근 들어 수출산업의 중간재 수입 비율이 높아지고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줄어들어 원화 절상이 반드시 불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원화가 절상되면 성장의 축이 제조업·수출산업에서 서비스업·내수산업으로 전환됨에 따라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커져 성장률이 호전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는 한 가지 맹점이 있다.
같은 양의 생산이 일어난다면 내수가 수출보다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큰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수출이 침체되면서 내수가 활성화될 수 있겠는가? 수출산업 종사자의 소득이 낮아져 내수마저 침체된다면 유발효과는 비교할 필요도 없어진다.
일본의 경우를 참조할 만하다.
80년대 중반 미국은 일본의 대미 수출 증가로 경상수지 적자가 크게 증가하자 G7의 힘을 빌려 엔화 가치 절상을 요구한 바 있다.
'플라자 합의'로 불리는 환율조정 이후 엔화 환율은 50% 이상 절상됐지만 미국과 일본의 경상수지 불균형은 조정되지 않았다.
일본 기업들이 수출 단가를 낮춰 가격 경쟁력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일본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이는 일본 기업의 투자 감소로 이어져 90년대 장기침체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시각도 있다.
또한 엔화 절상에 이어 경기가 침체되자 일본정부는 경기활성화를 위해 재정지출을 무리하게 늘림으로써 국민소득 대비 50% 수준이었던 국가부채가 10년 만에 150%로 급증하게 된다.
우리 경제에서도 올해 예상보다 원화 절상폭이 커지면 수출 채산성 감소로 대기업 투자가 부진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수출 부진이 내수 부진으로 이어져 정부는 경기활성화를 위해 재정정책에 의지할 가능성이 크다.
재정지출 확대는 복지지출을 늘리려 하는 참여정부의 중장기 정책방향과도 일치하므로 대의명분도 있는 셈이다.
이 경우 지출확대 만큼 세수를 확보하든지 아니면 기타 정부지출을 줄여야 한다.
그 과정이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다고 세수 확보 없이 정부지출만 늘린다면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올해 '세계적 불균형'의 조정 과정에서 원화가 크게 절상될수록 우리 정부가 선거철을 앞두고 어떠한 재정정책을 선택할지 눈여겨 감시할 필요가 있다.
/한국채권연구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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