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2.12

2005/12/12 16:53 / My Life/Diary
보일러를 고쳤다. 16만 7천원. 난 6만원을 보탰다. 물이 새서 부품이 전부 부식되어 교체했단다.

그러나 내 방은 별로 따뜻하지 않다.

수요일에 역사학 시험이 있고, 금요일에는 법학개론과 보험론 시험이 있다. 한 학기가, 한 해가 끝나간다. 조올립다.
2005/12/12 16:53 2005/12/12 16:53

1965.1.8 전혜린

몹시 괴로워지거든 어느 일요일에 죽어버리자.
그때 당신이 돌아온다해도 나는 이미 살아있지 않으리라.
당신의 여인이여, 무서워할 것은 없노라.
다시는 당신을 볼 수 없을 지라도 나의 혼은 당신과 함께 있노라.
다시 사랑하면서 촛불은 거세게 희망과도 같이 타오르고 있으리라.
당신을 보기위해 나의 눈은 멍하니 떠 있을지도 모른다.



전혜린은, 몹시 괴로워지거든 어느 일요일에 죽어버리자. 나는, 겨울이면 죽고 싶다. 어느 겨울의 눈오는 일요일에 죽어버리자.

훈련소에 있을 때, 엄청난 눈보라가 쳐서, 모든 훈련이 중단되고 하루종일 눈을 쓸었다. 눈보라 속에서 치워도 치워도 치워지지 않는데 -- 그래 마치 시지프스처럼 --, 너무나 즐거웠다. 눈이 좋아서, 눈보라여서,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사방에 눈이 쌓여 있어서, 누구도 아무런 말 없이 바람 소리 속에서 눈만 눈만…. 그대로 서서 죽어버려도 하나도 슬프지 않겠다, 너무 행복하겠다, 어는 건 싫지만, 눈 사람이 된다면, 완벽한 죽음이 아닐까…. 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나는 눈을 좋아한다.

일과 시간을 마치고 작업이 끝났을 때, 불도저가 올라왔다. 젠장, 불도저가 올 양이면 왜 우리에게 작업을 시킨거야, 웅성웅성. 그래도 여전히 눈보라. 내가 싫었던 건 더 이상 눈보라를 보지 못한다는 사실. 아마도 죽음을 싫어하는 이유는 그것과 다르지 않으리라. 삶 자체는 싫다. 어짜피 죽을, 삶 자체는 싫다. 그러나 눈보라처럼 펼쳐진 세상, 이 세상을 떠나는 건 괴로운 일이다.


귀천(歸天)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봐라, 천상병도 삶이 아름답다 말하지 않는다. 세상이 아름다울 뿐. 삶 자체는….
2005/12/11 20:39 2005/12/11 20:39

2005.12.11

2005/12/11 20:26 / My Life/Diary
보일러가 망가졌다. 대충 살펴보니 온도 센서쪽이 맛이 간 듯하다. 나를 비롯한 한심한 이 집 식구들은 별 관심이 없다. (돈이 없으면 관심도 없다.) 움직임 없이, 홀로 외로운 심사에 골몰하는 것들은, 사실 모두 쓰레기다. 홀로 열을 내 썩어들어간다. 그런 의미에서 이 집안은 완전히 쓰레기 집안이다. 엄마가 구석에 쳐박혀 있던 전기 스티머를 꺼내서 거실에 틀어 놓았다. 따뜻한 지 모르겠다. 양말 신고, 코트 입고 자야겠다. -- 무엇이든, 방식보다 의미가 중요한 법 아니던가? -- 옷을 껴입고 있으면 지내는데 부족하지 않은데, 내 걱정은 내일 머리 감을 일이다. 나도 참 쓰레기다. 겨울에 더 맹렬히 썩는.

… 라면 그릇에 물을 끓여 써야겠다.



論語/顔淵.11

齊景公問政於孔子.
제나라 경공이 공자에게 정치를 물었다.
孔子對曰
공자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君君 臣臣.
군주는 군주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父父 子子.
아비는 아비답고, 자식은 자식답게 하는 것이다.


공자는 꼭 안 될 말만 멋드러지게 한다.
2005/12/11 20:26 2005/12/11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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