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하루

2001/03/25 22:42 / My Life/Diary
오늘 하루는 밤만 있었다.

본래 해가 잘 들지 않는 방이기도 하지만 해가 다 지고 난 뒤에야 기나긴 잠을 끝내고 깨어났으니 어두운 밤만 보이는게 당연했다. 욱신대는 목덜미와 돋아난 혓바늘이 불안한 신경을 자꾸만 흔들어대는 통에 괜한 성질로 가족들 분위기만 잔뜩 흐려놓고, 갑자기 울려댄 알람시계는 벽으로 내동댕이 쳐져 부서질 뻔 했다.

어디서 올라오는지 알 수 없는 열기는 쳐진 몸을 더욱 쳐지게 만든다. 창문을 열고 찬바람을 맞아 보지만 시원한 줄을 모르고 몸은 무겁기만 하다. 감기가 걸렸나? 몸이 허해진걸까? 하루 한끼도 못 먹은 탓일까? 아니다. 모두 아닌 것 같고, 그대 없는 생일날 장례식을 치룬 탓일게다.

어제는 어제로 버려두자. 방 청소를 하고 미지근한 물에 목욕을 해야겠다. 창문도 닦아야지. 앞이 흐리다.


2001.03.25
2001/03/25 22:42 2001/03/25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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