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보법의 진화를 되짚어 보며 경주마는 경주 중 어떤 상황에서 어떤 주법을 사용하는가를 살펴보자.

오른쪽 주법과 왼쪽 주법 - 왜 주법을 바꿀까?

“ 경주마가 주법을 바꾼다”는 것은 무엇이며, 왜 주법을 바꾸는가? 이질문에 답하기 전에 경주마가 달릴 때 다리가 움직이는 순서를 확인해 두고자 한다. 지난 회에서 설명했듯 습보(Gallop)의 순서는 “좌후 우후 좌전 우전”의 순서이다. 이 경우 운전지가 가장 앞쪽에 착지하게 되고 동시에 가장 나중에 지면에서 떨어지게 된다. 이것이 “ 오른쪽” 순서로 다리를 움직이는 것이 “왼쪽” 주법이다. 이경우에는 가장 앞쪽에 내딛고 가장 나중에 지면에서 떨어지는 다리는 좌전지가 된다. 경주마는 오른쪽과 왼쪽 주법으로 밖는(그 역도 마찬가지)것을 “주법을 바꾼다”라고 표현한다.
그렇다면, 주법을 바꿔야할 필요성은 무엇일까?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경주마가 달릴 때 네 다리의 역할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방향키”라고 할 수 있다. 결국 후륜구동 자동차와 동일한 원리이다. 전지에 추진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역시 추진력의 대부분은 후지가 담당하고 잇다고 간주해도 좋다.

각 다리마다의 역할에 관해서 구체적으로 분석해보자. 예를 들면 오른쪽 주법의 경우는 다음과 같다. 개의 후지 중, 보다 큰 추진력을 갖는 것은 처음의 일보(一步)를 내딛는 좌후지이다. 또한 방향 조정의 최종적인 역할은 마지막에 착지하게 되는 우전지가 맡게 된다. 우전지가 지면에서 떨어진 직후에는 어떤 다리도 지면에 붙어있지 않게 되는데 소위, 우주에 떠있는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결국 오른쪽 주법으로 달리고 있는 경주마에게는 좌후지에서 우전지쪽 방향으로 추진력이 발생하게 된다(그림 -a). 이때 경주마는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우측으로 사행하는 듯한 모양새가 되는 것이다.

이 상태로 좌측으로 굽은 코너를 돌게 되면 상당히 어렵게 되는 것은 자명하다. 마체 추진력의 방향과 회전하는 방향이 반대가 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자회전 코너에 진입하게되면 말은 오른쪽 주법에서 왼쪽으로는 매우 편안하게 회전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좌회전 코너를 왼쪽주법으로 달리는 동안 추진력의 대부분을 우후지가, 방향키의 역할을 좌전지가 담당하기 때문에 이 2개의 다리에는 큰 부담이 전해지게 된다. 달리 말하면 다리에 피로가 누적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코너를 회전하고 난 이후에는 지금까지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좌후지와 우전지로 역할을 전환하게 된다.

말은 경주 중에 몇 번이나 주법을 바꾸면서 달린다. 즉 어느 정도 거리를 달리고 나서 반대쪽 주법으로 전환하는 것을 계속해서 되풀이한다. 경주마가 주법을 바꾸는 이유를 이해하게 되면, 좌회전 코너 전방의 직선주로에서 계속해서 왼쪽 주법으로 달리게 되면 코너에 진입해서는 상당히 피로하게 되리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의 습보(Gallop)와 치타의 습보(Gallop)
여기까지 기술한 바와 같이, 경주 중 경주마는 몇 번씩 주법을 바꿔 가면서 달리지만, 직선주행 중의 경주마가 주법을 바꿀 경우에 오른쪽 주법에서 왼쪽 주법(또는 그 역)으로 단숨에 바꾸는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안전문제 때문이다. 주법을 단숨에 바꾸게 되면 진행방향에서 마체의 중심이 이탈하여 뒤틀리는 힘이 작용하게 되어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경주마는 주법을 바꿀 때 몇 차례 완보(完步)를 사용한 다음 서서히 주법을 바꾸어 나가게 된다. 오른족에서 왼쪽 주법으로 바꾸는 경우를 예를 들어 보자. 좌후?우후?좌전?우전의 상태에서 전지의 순서를 바꿔 좌후?우후?우전?좌전<그림1_b>의 형태가 된다. 다음으로 보통의 습보에서 다리가 움직이는 순서대로 선을 연결하면 그 선은 교차하게 된다. 이렇기 때문에 이 보법을 “ 교차습보 ”라 부른다. 한편 <그림1-b>을 선으로 연결하면 네 다리가 교차하지 않는다. 이 보법을 “ 회전습보 ”라 한다. 즉, 경주마가 주법을 바꿀 때에는 일순간(몇 번의 완보) 회전습보가 출현하게 된다.

경주마가 회전습보로 달리는 것은 주법을 바꾸기 위한 경우와 또 다른 하나는 발주 직후이지만, 개나 사슴의 경우에는 이 회전습보가 보통의 습보이다. 즉 회전습보는 “개의 습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개나 사슴은 회전습보로 달리고 말은 교차습보로 달릴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네 다리의 역할을 생각해 보자.
<그림1-b>에서는 역시 추진력의 주력이 되는 것은 좌후지이다. 그리고 최종적인 방향을 조정하는 것은 마지막으로 착지하는 좌전지가 된다. 즉, 힘의 방향은 화살표와 같이 된다.

교차습보에서는 대각선 전방으로 추진력이 발생하는 것에 비해 회전습보에서는 직선 전방으로 추진력이 작용하게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쉽게 말하자면 몸체를 똑바로 하면서 달릴 수 있는 것이 회전습보인 것이다. 개와 같은 포식동물은 먹이를 포획하기 위해 정확한 겨냥을 하고 거리를 측정하면서 질주하지 않으면 안된다. 때문에 양쪽 눈으로 먹이를 주시할 수 있도록 똑바로 달려나가는 보법이 요구되었고, 회전습보를 익히게 된 것이다. 사슴은 초식동물이지만 숲의 나무를 피하며 크게 도양하여 달리지 않으면 안된다. 사슴 역시 거리감이 필요하기에 회전습보가 몸에 베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회전습보를 쓰면 추진력의 작용선이 몸체중심을 벗어나기 때문에 안정성이 결여되어, 쉽게 지치기 때문에 오랫동안 달릴 수 없는 약점도 있다.
그에 반해 교차습보는 추진력의 작용선이 몸체중심의 바로 밑을 지나기 때문에 안정성이 높고 피로에 강하다. 어쨌거나 포식자로부터 도망쳐야 하는 말로서는 거리감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말이 쉽게 지치지 않은 교차습보로 달리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또한 말은 개의 습보 뿐 아닐가 “ 치타의 습보” 또한 사용한다. 치타의 습보는 보다 추진력을 크게하기 위해 양후치를 동시에 디디며 달리는 방석이다. 말은 “Half-Bound)라고도 불리는 이 보법을 발주직후나 장애물을 건너 뛸 때 사용하곤 한다. 결국 경주마는 경주 특성에 따라주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발주 순간 경주마는 양후지를 동시에 디디며 Half-Bound(치타의 습보)로 발주기를 뛰쳐나간다. 그 후 회전습보(개의 습보)로 달리게 되고, 속도가 붙기 시작하면 교차습보로 전환한다. 그리고 회전습보를 거쳐 주법을 바꾸어 가며 결승선을 향해 달려간다. JnmPing Race의 경우는 비월시 사슴과 닮은 회전습보도 등장한다.<그림3>

다소간의 억지스럽지만 발주기에 진입하기 전에는 양생류가 발달시킨 평보로 주위를 맴돌고, 결승선 통과 후에는 파충류가 탄생시킨 속보를 이용하여 달린다라고 하면 경주 전후까지를 모두 포함해 경주마는 다양한 보법을 구사하여 우리에게 그들의 화려한 공연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소위 경마장에서 경주마는 “ 팔색조의 보법”이라 불릴만한 기술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경마협력팀 정만군 : 우준 200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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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31 05:28 2006/07/31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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