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2.07

2011/02/07 02:39 / My Life/Diary
휴일 마지막 날이면 잠이 오지 않는다. 왜냐하면, 오후까지 자기 때문에. 언제나 월요일은 고되다. 밤을 새우고 출근하는 일도 종종 있다. 에스프레소 몇 잔이면 36시간 정도는 자지 않아도 괜찮기 때문에.

최승자를 들춘다.

“우리 청춘의 유적지에선 아직도 비가 내린다더라.
그래서 멀리 누운 우리의 발가락에도
때로 빗물이 튀긴다고 하더라.
그리고 우리가 살아 있다는 헛소문이 간간이 들린다고도 하더라.”
ㅡ「望祭」

당신은 당신이 하는 장난이
내게는 얼마나 무서운 진실인가를 모르는 체한다.
당신이 모르는 체하는 것을 모르는 체하면서,
내가 자꾸 빠져 들어가는 게 나의 사랑이라는 것을 당신은 모르고, 모르는 체하고,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진딧물이 벼룩을 낳고 벼룩이 바퀴벌레를 낳고 바퀴벌레가 거미를 낳고…
우리의 사랑도 속수무책 거미줄만 깊어 가고,
또 다른 해가 차가운 구덩이에 처박힌다.
ㅡ「연습」

그리고 이성복을,

바퀴벌레들이 동요하고 있어 꿈이 떠내려가고 있어
가라앉는 山, 길이 벌떡 일어섰어 구름은 땅 밑에서
빨리 흐르고 어릴 때 돌로 쳐죽인 뱀이 나를
감고 있어 깨벌레가 뜯어 먹는 뺨, 썩은 나무를
감는 덩굴손, 죽음은 꼬리를 흔들며 반기고 있어
닭아, 이틀만 나를 다시 품에 안아 줘
아들아, 이틀만 나를 데리고 놀아 줘
가슴아, 이틀만 뛰지 말아 줘
밥상 위, 튀긴 물고기가 퍼덕인다 밥상 위, 미나리와
쑥갓이 꽃핀다 전에 훔쳐 먹은 노란 사과 하나
몸 속을 굴러다닌다 불을 끄고 숨을 멈춰도 달아날 데가 없다
ㅡ「루우트 기호 속에서」

아아 기형도는,

한때 절망이 내 삶의 전부였던 적이 있었다
그 절망의 내용조차 잊어버린 지금
나는 내 삶의 일부분도 알지 못한다
이미 대지의 맛에 익숙해진 나뭇잎들은
내 초라한 위기의 발목 근처로 어지럽게 떨어진다
오오, 그리운 생각들이란 얼마나 죽음의 편에 서 있는가
ㅡ「10월」

다시 최승자가,

그리하여 우리들은 잠들었네
너는 흔들리는 코스모스의 잠
나는 흩어지는 연기의 잠

한 세기가 끝날 무렵에도
너는 코스모스의 잠
나는 연기의 잠
ㅡ「그리하여 우리들은 잠들었네」

그러나 나는 잠들지 못하고. 왜냐하면, 오후까지 잤기 때문에. 그리고 너는 끝까지 나를 모를 것이다. 애초에 나를 보려한 것이 아니었으므로.

그러다가도, 한센병자와 권정생을 떠올리면 나는 지나치게 행복한 것이 아닌가, 행복한 놈이 제 복에 겨워 사치스런 절망을 무슨 비싼 술 마시는 양 입에 머금고 호로록 거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술도 싫고 담배도 싫고 타이레놀도 싫고 제정신도 싫다. 방법이 없어 방법이...

“어째서 사람들은, 자신을 ‘멸망’이라고 단언하지 못하는지 모르겠습니다.”
ㅡ 다자이 오사무

네네... 저도 이렇게 징징대면서도 실상은 멀쩡히 살아있는 걸 보면...

유치하고 혐오스럽네요.
2011/02/07 02:39 2011/02/07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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