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이 하나 둘씩 빠져나가기 시작하고. 음~ 어떤 노래가 좋을까. 그래 “할렐루야”가 좋겠어. 레너드 코헨보다는 케이트 보겔이 부른 곡으로. 볼륨을 최대로 올리고. 이어폰을 두 귀에 꼽은 채 모니터를 집중하는 사내. 할 일은 언제나 많으니까. 9시쯤 되면 많아야 두 세명 정도만 남겠지. 사무실에는 할렐루야가 계속 울려퍼지고.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한 번씩 훑고 지나가는 시선. 22시가 지나면 사내 혼자 남을 거야. 22시 30분 정도에 작업이 마무리 되지. 컴퓨터와 모니터가 꺼지면서 할렐루야도 함께 끝나고. 적막. 사무실 출입구에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장식, 그 전원 코드도 뽑고. 아홉 개의 형광등 버튼을 천천히 차례로 하나씩 누르는 거야. 사무실 구석부터 어둠에 잠겨서, 사무실은 더욱 더 적막해지고, 캄캄해질 거야. 사내가 밖으로 나가며 문이 닫혀. 잠깐. 다시 문이 열리고. 사내가 사무실 안을 들여다 보지. 이미 사무실도 사내도 보이지 않아. 그때. 어둠 속에서 들리는 한마디. “메리 크리스마스” 사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분명 들리는 거야. “메리 크리스마스”
뭐, 결국은, 아무 일도 없었던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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