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디 존슨(左), 장민익(右)

2010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7번이자 두산 베어스의 1번 픽인 장민익. 무려 207cm의 장신.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재목이다. 여기에 143km의 빠른공을 갖고 있다. 지금도 충분히 매력적인 선수다.”, “우리 팀에서 가다듬으면 충분히 대형 투수로 성장할 재목이다. 솔직히 한국판 '랜디 존슨'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라는 두산 스카우터의 평가.《한국판 랜디 존슨》을 꿈꾸며 두산이 예상을 뒤엎는 픽을 했다.

오늘 우연히 미추홀기 준결승에서 TV로 장민익을 볼 수 있었다.

체격 조건에서,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재목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TV에는 구속이 나타나지 않았으나 투구폼으로 볼 때 시속 140km를 넘는 공을 뿌렸다는 말을 전혀 믿을 수가 없다. 봉황대기 전까지 130km 중반대이던 최고 구속이 근력 증강이 이루어지며 상승했다는데 막상 보니 믿음이 안 간다. 랜디 존슨은 고등학교 졸업반 시절 최고 구속이 90마일(145km)이었고, 그것으로 타자들을 압도했다. 장민익은 상대 타자를 요리하는 능력은 보여줬지만 좌완 파이어볼러의 이미지는 전혀 없다.

오늘 TV에서 본 그는 제구력은 괜찮았으나 투구 동작의 마지막 과정에서 팔꿈치를 채주지 못하고 있었다. 이 상태에서는 빠른 구속은 요원하다. 이건 왼쪽 팔의 근력이 매우 부실하다는 단적인 증거이며, (도움이 되기는 하나) 체중 증가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현재 알려진 최고 구속도 믿을 수 없을 뿐더러 앞으로 구속이 더 증가하리란 예측도 하기 힘들다. 계속된 경기로 인한 피로 누적이 일정 부분 원인일 수는 있겠으나 매우 실망스럽다.

키가 크다는 것만으로도 투수는 상당한 이점을 안고 던질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장민익에게 빠른 공이 없다면, 큰 체구로 인한 느린 투구 동작은 발 빠른 야구를 구사하는 프로 무대에선 엄청난 약점으로 작용한다. 장점으로 생각했던 것이 오히려 단점이 되는 것이다.

과연 두산은 과감한 투자를 한 걸까, 어리석은 도박을 한 걸까? 훗날 장민익이 140km 중후반대의 속구를 던지는 투수로 성장해서 내 판단이 완전히 틀렸음을 증명해주길 바래 본다.《한국판 랜디 존슨》은 탄생할 것인가?

2009/08/19 23:38 2009/08/19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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