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시선

2007/05/11 01:22 / My Life/Diary
바람이 불어

윤동주

바람이 어디로부터 불어와
어디로 불려가는 것일까,

바람이 부는데
내 괴로움에는 理由가 없다.

내 괴로움에는 理由가 없을까.

단 한 女子를 사랑한 일도 없다.
時代를 슬퍼한 일도 없다.

바람이 자꾸 부는데
내 발이 반석 우에 섰다.

강물이 자꾸 흐르는데
내 발이 언덕 우에 섰다.



쉽게 쓰여진 詩

윤동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天命인줄 알면서도
한 줄 詩를 적어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그니 품긴
보내주신 학비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를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들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人生은 살기 어렵다는데
詩가 이렇게 쉽게 쓰여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六疊房은 남의 나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며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그 여자

윤동주

함께 핀 꽃에 처음 익은 능금은
먼저 떨어졌습니다.

오늘도 가을 바람은 그냥 붑니다.

길가에 떨어진 붉은 능금은
지나는 손님이 집어갔습니다.

2007/05/11 01:22 2007/05/11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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