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절양
哀絶陽
(성기 끊음을 슬퍼하다)
정약용
갈밭마을 젊은 아낙
설리설리 우는 소리
관문 앞 달려가 통곡하다
하늘보고 울부짖네.
출정나간 지아비 돌아오지 못한 일이야
그래도 있을 법한 일이로되
사내가 제 양물을 잘랐단 소리
예로부터 듣도 보도 못하였네.
시부님 삼년상 벌써 지났고
갓난 아인 배냇물도 안 말랐는데
이 집 삼대의 이름이
모두 다 군적에 실렸구나.
관가에 가서 억울한 사정 호소하재도
범 같은 문지기 버티어 섰는데
이정(里正)은 으르렁대며
외양간의 소마저 끌어갔다오.
남편이 식칼 갈아 방안으로 들어가더니
선혈이 자리에 흥건히
스스로 부르짖길
"이 바로 자식 낳은 죄로다!"
잠실궁형(蠶室宮刑)은
어찌 꼭 죄가 있어서던고?
민땅의 어린애 거세하던 풍속
참으로 가엾은 일이었거든
만물이 낳고 살아가는 이치
하늘이 내려주심이니
음과 양이 어울려서
아들이요 딸이로세.
말이나 돼지 불알까기도
슬프다 이르겠거늘
하물며 우리 인간
대 물리는 일 얼마나 소중하냐?
부자집들 일년 내내
풍악 울리고 흥청망청
이네들은 한톨 쌀 한치 베
내다 바치는 일 없거니
다 같은 백성인데
이다지 불공평하다니
객창에 우두커니 앉아
시구편을 거듭거듭 읊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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