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실패(Market failure)
2012, 12, 12, 버튼우드, 이코노미스트
주식 시장에서 일어나는 가장 미스터리한 현상 가운데 하나는 모멘텀(momentum)이다. 모멘텀은 빠르게 상승한 주식이 계속 상승하는 경향을 일컫는다. 어떻게 이 명백한 시장의 이상 현상이 조정되어 사라지지 않을까?
이전 칼럼에서 이 문제에 대한 런던 경제 대학의 폴 울리(Paul Woolley)와 드미트리 바야노스(Dmitri Vayanos)의 논문을 언급했는데, 센트럴 뱅킹 저널 최근호에 그들의 새로운 논문이 실렸다. 이런 이상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투자자들이 대리인(전문 펀드매니저)을 통해 돈을 투자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투자자들은 과거 실적에 기반해 펀드 매니저를 선택한다. 그 과거 실적은 필연적으로 펀드매니저가 실력이 좋거나 운이 좋아서 선택한 주식에 의해 판가름 난다. 그래서 투자자들이 실적이 나쁜 펀드 매니저에서 실적이 좋은 펀드 매니저로 옮겨갈 때, 투자금도 필연적으로 실적이 나쁜 펀드 매니저가 선택한 주식(앞서 하락한 주식)에서 빠져나와 실적이 좋은 펀드 매니저가 선택한 주식(앞서 상승한 주식)으로 흘러들어 간다. 이런 현상의 전형적인 사례가 1990년대 말에 있었다. 투자금이 가치 투자를 하는 펀드 매니저에게서 빠져나와 기술주를 사들이던 성장 투자를 하는 펀드 매니저에게로 흘러들어 갔었다.
이런 과정은 자산 버블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결국 가격이 적정 가치와 너무 크게 차이가 나면 충격이 생기고, 이 과정이 반대로 진행된다. 펀드 매니저들이 한때 좋아했던 주식들에서 한 번에 빠져 나오는 탓에 때로 매우 빠르게 진행된다. 모멘텀은 최대 2년 동안 계속될 수 있으나 이후 반대 과정의 위력은 훨씬 크다는 것을 증거가 보여주고 있다.
나에게 이 이론은, 시장 실패를 부분적으로 얘기하고 있긴 하지만, 고전 도서인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Manias, Panics and Crashes)”에서 찰스 킨들버거(Charles Kindleberger)가 개괄한 신용 팽창의 중요한 요소를 빼먹고 있다. 브레튼 우즈 체제(the Bretton Woods era)하에서는 자산 버블이 없었다. 신용이 빠르게 팽창하는 시기 이후로 여러 자산 버블이 생겼다.
논문의 두 번째 부분에서, 울리와 바야노스는 또다른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 현대 경제 속 금융의 확장된 역할이 그것이다. 이들은 금융 활동과 유통시장 활성화의 정도가 금융 시장이 팽창중인 불균형(expanding disequilibrium)이라고 표현될 수 있는 상태에 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한다. 금융의 역기능에 대한 사회적 비용은, 경제 전반의 잘못된 자산 배분, 특히 금융 그 자체, 주기적인 금융 위기, 구제금융에 들어가는 비용과 규제 등등의 여러가지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들이 이런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제시한 증거(즉 현재의 투자 수익률이 1980년대나 1990년대보다 훨씬 낮아졌다는 것)에 대해서 난 확신이 없다. 가치 평가가 시작된 결과로 수익률이 낮아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1980년대 초반 발행 금리가 매우 높았을 때의 투자는 높은 장기 수익률을 보장했다. 반면 2000년대 발행 금리가 매우 낮았을 때의 투자는 낮은 수익률을 보장했다.
하지만 금융 분야가 이 혼란을 지나면서 어떻게 번영하였는지에 대한 그들의 분석은 정확하다.
대리인들은 금융 시장이 상품 시장처럼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과, 비대칭 정보 상황하에서는 경쟁의 기본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럴 해저드, 복잡성, 불투명성, 이 모든 것들이 대리인들이 이득을 얻는 데 도움이 되었다. 대리인들은 잘못된 가격 책정, 변동성, 생산물의 급증에서도 이득을 얻었다. 중개 비용과 수수료는 비능률적으로 책정된 가격과 함께 예금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을 낮추는 데 기여했다.
이 모든 것을 바꾸기 위해, 울리와 바야노스는 가치 투자에 집중하고, 낮은 회전률로 투자하고, 구조화된 상품과 높은 수수료를 내는 파생 상품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된 선언을 투자자들에게 요청한다. 내 생각엔 이 요청은 쇠귀에 경 읽기가 될 듯하다. 전통적인 투자로 얻을 수 있는 향후 수익률은 낮을 것 같고, 연금 펀드는 계약 수익률을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 같다. 단지 파생 상품 투자에 대한 유혹만이 커질 것 같다.
http://www.economist.com/blogs/buttonwood/2012/12/financial-system
kiv.2012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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