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필립 피셔를 읽는다. 번역본이 출간된 지 꽤 오래됐는데 그간 잊고 있다 저번 주에 구입해와 읽었다. 6~7년쯤 전에 원서를 사놓고 고생고생하며 읽어냈는데, 역시나 대충 읽고 넘어간 부분이 많음을 느낀다. 세상엔 참 똘똘한 사람들이 많다. 도올이나, 워렌 버펫, 필립 피셔… 이런 사람들의 글을 읽으면 복잡한 머리가 정리되는 느낌이 들어 좋다. 내가 썼던 옛글들도 찾아서 좀 읽어보고… 그간 뭐했나 싶다. 정말 유죄.
“해병에게 후퇴는 없다. 우리는 다른 방향으로 공격하고 있는 중이다.”
흥남 철수 당시 미군의 올리버 P. 스미스 장군이 기자들의 질문에 한 답이라고 한다. 인생사도 그런 것 같다. 후퇴한 것이 아니라, 다른 목적을 향해 전력투구했던 것이다. 자존심은 버리되 존엄은 지켜야 했다. 나는 자존심과 함께 존엄을 내버렸던 것은 아닐까.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면서 내 몸이 얼마나 차가왔던가를 느낀다. 목덜미에 손을 대어 뛰는 맥박을 찾아 본다. 거울엔 안개.
이번 주 내내 속이 좋지 않다. 몸이 엉망이다. 등이 굽는다.
아무 문제 없어. 이런 게 사는 거야, 라면서 늦잠을 잔다.
TAGS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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