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이 나빠져 간다. 아니, 모르겠다. 시력이 나빠진 줄 알고 새로 안경을 맞추러 가면, 눈을 기계에 돌려 검사한 안경사는 아무렇지 않은 명랑한 목소리로, "시력이 참 그대로 시네요." 라고 한다. 그냥 그대로도 아니고 '참' 그대로 시라면, 나는 참말로 시력이 그대로인 줄로 아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안경테를 고르기로 한다. 안경사는 내 안경테를 시력 측정시보다 훨씬 더 세밀히, 그러나 순간적으로 가늠해보고는 고가의 안경테 전시대로 나를 이끈다. 나는 그 안경사에게, 실은 내가 지금 착용하고 있는 안경테는 내 생애 두 번은 걸치지 않을 쓸데없이 비쌌던 유물이므로 당신의 판단은 비약이다라고 눈빛을 보내는 것이다. 결국 겨우 겨우 싸구려 안경을 하나 맞추고 나온 길은 어찌 그리 그대로 인지! 이후로 안경을 바꾼 지 5년이 지났다. 그래서 나는 지금, 시력이 나빠져가는지, 또는 안경이 나빠져가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詩力 혹은 視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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