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하셨어요? '카길'을 드셨군요
[밥상평화①] 국내 먹을거리시장 장악해가는 다국적 기업
텍스트만보기   박순옥(betrayed) 기자   
<오마이뉴스>는 풀무생협·보건의료노조·전교조·학교급식네트워크 등이 모인 '푸른연대'와 환경농업단체연합회와 함께 우리 먹을거리의 현실을 짚어보고 현재 판로가 막혀있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기농업에서 그 대안을 모색하는 특별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이 기간동안 유기농가에서 직접 생산한 쌀을 할인된 가격에 직거래하는 '푸른쌀 주문하기' 캠페인도 진행합니다. 우리의 먹을거리를 살리는 데 독자여러분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당신의 밥상은 안녕하십니까?

광우병 쇠고기와 중국산 찐쌀 같은 위험한 먹을거리와 햄버거 같은 정크푸드가 우리의 밥상을 점령하고 있다. 여기에다 한미FTA로 향후 15년 동안 국내 농업생산이 10조원어치 감소할 것이라고 한다. 우리들의 밥상은 그야말로 존폐 위기의 상황이다.

그 위기를 부추기는 것은 국내 먹을거리 시장을 잠식하는 다국적 기업. 생존의 기로에 선 한국 유기농업의 활로는 이런 다국적 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다. <오마이뉴스>는 '밥상평화' 기획의 첫 번째 기사로 전세계 먹을거리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한 다국적 기업을 소개한다.

▲ 세계 곡물시장의 50%를 점유한 다국적 곡물 메이저 카길. 사진은 카길의 홈페이지.
ⓒ Cargill


당신의 식탁에 오른 모든 것, 그것이 카길

"우리는 여러분이 먹는 빵의 밀가루, 국수의 밀, 달걀 프라이의 소금이며 토르티야의 옥수수, 디저트의 초콜릿, 청량음료의 감미료입니다. 우리는 또한 여러분이 먹는 샐러드 드레싱의 올리브유이며 여러분의 저녁 식탁에 오르는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입니다. 우리는 여러분이 입는 옷의 면이며 여러분 발밑에 깔린 양탄자의 안감, 여러분이 경작하는 밭에 뿌리는 비료입니다." - 카길의 홍보책자에서

카길의 홍보 책자에 나온 이 말은 부풀려진 게 아니다.

1865년에 설립, 미국 미네소타에 본사를 둔 카길은 아처 대니얼스 미드랜드(ADM)와 함께 전 세계 곡물 시장의 75%를 장악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사료회사 애그리브랜드 인터내셔널, 미국의 4대 육우회사 중 하나인 엑셀, 칠면조 가공회사 로코 엔터프라이즈, 감미료 회사 체레스타도 모두 카길 소유다.

이외에도 카길은 전 세계 63개국에 14만명의 직원을 두고 종자·제약·바이오테크놀로지·철강·금융·선물 거래 등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카길은 2005년에만 699억 달러의 수익을 냈는데 이는 세계적인 커피체인 스타벅스의 2006년 수익의 10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한국에서도 카길의 활약은 돋보인다. 2001년 설립된 카길 코리아는 우리나라 사료시장에서 1위를 고수하고 있는 퓨리나 코리아를 소유하고 있으며 미국산을 포함한 육류 수입 사업에도 진출해 있다.

다양성은 필요없어, 몽땅 통조림 속으로

카길 연구가인 브루스터 닌에 따르면, 카길이 땅에서 나는 모든 것들을 전 세계에 판매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은 할리우드 영화를 연상시킨다.

본사가 인공위성과 전용 광케이블 시스템으로 전 세계 농작물의 작황 등 사업에 필요한 정보를 모은다는 것. 카길의 지역 매니저들은 인공위성 수신기 2대를 지급받는데, 그것은 시카고 선물시장 가격 수신과 카길 본사의 지시사항 수신을 위해 쓰인다고 한다.

카길은 드넓은 목초지와 소 떼들, 그리고 카우보이라는 환상을 북미 대륙에서 사라지게 하는 데 앞장서 왔다. 대신 현대화된 축산 시설과 곡물 사료, 체계적인 도축과 위생적인 냉장, 신속한 운송이 상품의 질을 더 높여준다고 카길은 믿는다.

하지만 그 결과물은 그리 유쾌하지 않다. 산업화된 식품 시스템은 장거리 운송이 불가피하며 살충제와 약품, 화학비료와 냉동처리가 불가피하다. 그 결과물은 세계적인 유통 체인 월마트의 진열대에 놓여져 있는 네슬레나 크래프트의 상표를 단 피클 통조림 같은 규격화된 상품들이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이윤을 추구하는 현대 영농의 비극은 이미 우리에게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광우병과 조류 인플루엔자 등이 그것이다.

미국의 농업·무역 정책은 카길의 정책?

▲ 2006년 9월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한미FTA 반대 행진에서 '이경해는 아직 잊혀지지 않았다- 자유무역이 농민들을 죽인다'고 쓴 피켓을 든 외국인.
ⓒ 오마이뉴스 김연기

무엇보다 카길은 사기업인 자신들의 이익을 미국 정부의 정책을 통해 구현하는 데 재능을 보였다. 브루스터 닌은 "카길은 항상 공공복지와 연관 있는 선한 시민"처럼 행동하지만 "카길은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거물 농부들만 상대해 왔다"고 지적한다.

카길 수뇌부들은 미국의 농업(무역) 정책의 얼개를 직접 구상하기도 하는데 그 대표적인 사람이 대니얼 암스터츠 전 카길 부회장이다. 그는 1987년 GATT 농업협상에 제출됐던 미국의 예외 없는 관세화 방안의 초안을 작성했다고 알려졌고 최근에는 이라크 재건사업 농업부문 단장으로 활동했다.

카길의 홍보 부서 사장이던 윌리엄 피어스는 1971년 닉슨 정부의 무역협상 특별대표였으며 어니스트 미섹 카길 전 회장은 1998년 클린턴 정부의 대통령수출위원회에 위촉됐다.

그는 2003년 농민운동가 이경해씨가 자결한 멕시코 칸쿤에서 열렸던 세계무역기구 농업협상에도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인도의 환경운동가 반다나 시바는 "WTO 협상은 카길 협상"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국전쟁의 그늘, 그 때도 카길이 있었다

농산물 수입국 1·2위라는 불명예를 누리고 있는 일본과 한국은 카길에게 가장 큰 동아시아 시장이다. 이 두 나라에서 카길은 전후 식량 원조를 통해 급속하게 성장했다.

카길은 한국에서 6·25전쟁 이후 식량원조를 통해 막대한 이윤을 챙겼는데 60년대 박정희 정권의 최대 부패사건이었던 '삼분폭리사건'에서 삼성과 손잡은 '조연'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당시 삼성은 원조 밀의 수입업자와 가공업자에 선정돼 엄청난 수익을 남겼는데 카길이 바로 삼성의 대행업자였던 것.

1981년 수입 개시 이래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과 가격하락으로 인한 국내시장 붕괴위협에도 불구하고 계속 한국시장 문을 두드릴 수 있었던 것도 미국육류수출연합 덕분이었다. 한때 카길의 한국사무소의 대표는 미국육류수출연합의 한국 대표를 겸하기도 했다.

한편 일본은 현대 제분제빵산업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쌀을 주식으로 하던 일본인들이 50년도 채 지나지 않아 밀가루 빵을 선호하게 된 데는 미국의 식량원조, 즉 카길과 무관하지 않다. 카길 재팬은 일본에서 밀과 보리, 쌀을 직접 판매할 수 있는 최초의 외국업체로 기록됐다.

이외에도 카길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남미 곡물 기지로, 인도는 글로벌 소금 공급지로 접수했다.

또 '미래의 고객' 중국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간파하고 중국의 WTO 가입을 위해 발 벗고 나서기도 했다. 카길코리아는 이미 중국의 사료와 비료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세계식량체계는 카길의 손 안에

미국 정부의 든든한 지원 덕분에 세계의 밥상을 지배하게 된 카길은 카길의, 카길에 의한, 카길을 위한 세계 식량 체계를 꿈꾼다.

"카길은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인산비료를 생산한다. 그 비료로 미국과 아르헨티나에서 대두를 생산하고, 이 대두는 식품과 기름으로 가공된다. 가공된 대두 상품은 태국으로 출하되어 닭고기 사료로 쓰이고, 이 닭고기는 다시 가공 처리되거나 조리된 후 포장되어 일본과 유럽의 슈퍼마켓으로 출하된다." - 카길의 중역 짐 프로코판코의 연설 중에서

브루스터 닌은 "카길은 '세계적 규모로 비교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최상'이라는 서구 경제학의 고전적인 이데올로기를 추종한다"고 지적한다. 때문에 카길은 식량 주권이나 식량 안보 같은 개념보다는 합리적인 거래, 그 자체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 미국산에 비해 두세 배나 비싼 자국의 쇠고기를 지키겠다는 한국인들의 주장을 카길이 납득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

문제는 카길이 말하는 것처럼 식량과 농업이 합리적인 거래에 의해 움직이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1988년 식량난을 겪고 있던 북한과 카길이 아연과 밀 2000톤을 구상무역형태로 계약했다가 북한의 아연궤가 준비되지 않자 운송 중이던 수출선을 공해상에서 돌려 다른 나라에 수출한 사건은 카길의 '합리성'을 보여주는 가장 극적인 예라고 전문가들이 지적한다.

하지만 6월 4일 만난 김기용 카길코리아 회장은 이같은 지적들에 대해 모두 오해이며 관점의 차이라고 주장했다. "카길이 농업을 중심으로 142년 동안 성장해 오면서도 외부에 노출이 별로 안 되면서 생긴 오해일 뿐이며, 카길은 선량한 기업 시민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골리앗 카길에 맞서는 다윗의 선택은?

▲ 식량 위기를 유기농업으로 타개, 유기농업의 메카로 떠오른 쿠바. 사진은 쿠바의 유기농 도시 농장.
ⓒ 장원

학자들은 카길 등 소수의 곡물 메이저에 의한 독점을 염려하며 과거 농부들이 말한 것처럼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고 조언한다.

남미의 쿠바는 사회주의의 붕괴로 국가적인 식량 위기를 맞았다. 소련 등 사회주의 국가로부터 공급받던 화학비료와 사료작물·농약·석유를 더 이상 공급받을 수 없게 되자 쿠바는 '유기농'이라는 대실험을 감행했다.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현재 쿠바의 식량자급률은 98%에 달하며 전 세계 사람들이 유기농업을 배우기 위해 쿠바로 모여들고 있다.

곡물 메이저 카길, 다국적 종자회사 몬산토, 세계적 식품유통망 월마트 등 거인에 맞서는 저항의 움직임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지역의 먹을거리를 소비하자는 로컬 푸드 운동과 화학비료나 농약 등을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업 등이 그 대안으로 모색되고 있다. 일본의 지산지소 운동, 인도의 나브다냐 실험 등이 그것이다. 1990년대 카길이 신선과일사업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사례에서 우리는 유기농업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25.3%에 불과하다. 한미FTA 발효 이후 향후 15년 동안 농업 생산은 10조470억원이 줄어든다고 한다. 우리나라 농가의 평균 부채는 3천만원에 육박하며 1억원 이상의 고액부채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기도 했다. 1990년대 이래 우리의 농정을 지배해 온 '시장'과 '경쟁력'이라는 우상은 그 위력을 잃은 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유기농이 한국 농업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대답은 쉽지 않다.

세계적으로도 유기농산물의 비율이 5%를 넘어서는 국가는 극소수며 한국에서도 그 성장 가능성은 10% 내외로 점쳐지고 있다. 유기농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은 '비싸다' 혹은 '믿을 수 있을까'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으며 왜곡된 웰빙 열풍은 직거래가 아닌 부유층을 위한 백화점 유기농 진열대만을 늘려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한 먹을거리와 식량주권 확보라는 점에서 유기농업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 세계인의 밥상을 놓고 벌이는 소리 없는 전쟁에서 한국 농업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2007-06-15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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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22 13:49 2007/06/22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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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만듦으로/만드므로/만들므로’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7.06.04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사용하지만 정확한 용법을 따져 보면 혼동이 되는 말들이 있습니다. ‘만듦으로/만드므로/만들므로’도

   그러한 경우입니다.

   아래의 경우 어느 말이 맞는지 얼핏 구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위생에 만전을 기해 만듦으로 안심하고 드실 수 있습니다.

             위생에 만전을 기해 만드므로 안심하고 드실 수 있습니다.

             위생에 만전을 기해 만들므로 안심하고 드실 수 있습니다.



먼저 ‘만듦으로’의 ‘만듦’은 ‘만들다’의 명사형입니다. 명사형이란 아래와 같은 경우를 말합니다. 이 경우에도 ‘*만듬’으로 잘못 쓰는 일이 많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오늘은 마당에 울타리를 만듦.



위의 문장에서 ‘만듦’은 문제가 없지만 ‘만듦으로’가 앞 문장과 뒤 문장을 제대로 연결하고 있는지는 살펴보아야 합니다.

   위의 문장은 앞의 문장 ‘위생에 만전을 기한다’가 뒤 문장 ‘안심하고 드실 수 있다’의 까닭이나 근거가 됩니다. 그럴 경우에는 조사 ‘으로’를 쓰지 않고 연결 어미 ‘-므로’를 써야  합니다.



             철수는 부지런하므로 잘 산다.



따라서 ‘만듦으로’는 적절한 말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만드므로’와 ‘만들므로’ 중에서 어떤 말이 옳을까요? ‘만들므로’가 맞는 말입니다. ‘만들-’은 ‘-므로’와 결합할 때 ‘ㄹ’이 탈락하지 않습니다. 다음과 같은 예에서도 ‘ㄹ’이 탈락하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정성을 다해 만들므로 좋은 작품이 나올 것입니다.

             정성을 다해 만들면 결과가 좋을 것입니다.



정희창(국립국어원)


http://hangeul.seoul.go.kr/quiz/board_view.jsp?before_navinum=701&idx=743

2007/06/21 01:29 2007/06/21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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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21

2007/06/21 01:19 / My Life/Diary

무의식은 언어처럼 구조화되어 있다. 이는 라캉의 표현이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이 글을 코카콜라를 마시면서 쓰고 있다. 코카콜라는 코카콜라와 코카콜라보틀링으로 사업을 나눈 후에 더욱 효율적이 되었다, 고 어디선가 보았는데 -- 코카콜라의 번성기를 이끌었던 로베르토 고이주에타는 암으로 세상을 떴다. 아마 내가 이에 관한 책을 읽은 것은 5년 정도 전이었을 것이다. 톰 피터스나 피터 드러커, 혹은 워렌 버펫에 관련한. 코카콜라를 따라 먹는 내 컵에는 코카콜라 로고가 새겨져 있고, 이것은 사실 맥도날드에 들렀다가 빅맥 셋트를 하나 사면 사은품으로 준다고 하여 일부러 빅맥 셋트를 사서 먹고 가져온 것이다. 과거 이란의 석유장관은 석유 한 캔 값과 코카콜라 한 캔 값을 비슷하게 만들겠다고 으름장을 논 적이 있다. 그건 일종의 협박이었는데, 아마 많은 이들은 코카콜라가 그렇게 비쌌단 말이야? 라고 고개를 갸우뚱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쩄든 코카콜라는 하이네켄보다 맛있다.

문득 책장을 둘러보다가 시몬느 보봐르의 '자유로운 여자'를 꺼낸 것은, 그야말로 우연이었다. 우연이 아닐 가능성도, 무의식의 알 수 없는 지시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그 책을 펼치면서 나는, 사 놓고 못 읽었으니 이제 찬찬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책에는 몇 군데 줄이 그어져 있었다. 이 집안에 나 외엔 줄을 그을 사람은 없고, 줄을 그었다는 건 내가 읽었음을 의미한다. 물론 나는 줄을 그었다는 건 둘째치고 그 책을 읽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 내 사고의 산물이라고 믿었던 몇 몇 명제가 이미 그 책에 줄과 함께 나타나 있었다. 과거의 책을 들춰볼때면 종종 겪는 일이지만 언제나 놀라곤 한다. 내가 지난 번 그 수많은 선택 요건 중 페미니즘을 골랐던 것도 사실은 운명처럼 예정되있었던 것이다. 다시금 라캉의 표현을 빌리자면, 나는 내가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생각했던 것이다.

인간은 스스로를 소외시키며 사회화된다. 이 때 소외란 스스로가 스스로를 나타낼 수 없음을 뜻한다. 이는 전세계와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이 소외의 과정은 언어를 습득하면서 이뤄진다. 코카콜라를 코카콜라로 부르는 순간, 코카콜라의 본질은 소외된다. 그 누구도 코카콜라의 본질을 말로 설명할 수 없다. 왜냐면 말이 개입되는 순간 코카콜라는 코카콜라가 아니므로.

불교에 관심이 있다면, 그 중에서도 禪에 관심이 있다면 아마 이것이 매우 친숙하게 들릴 것이다. 2년 정도 전에 나는 현각 스님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현각 스님은 숭산 스님의 제자인데, 숭산 스님은 2004년에 돌아가셨다. 나는 다비식에는 가지 못하고 돌아가신지 사흘 후에 화계사에 찾아가 영정 앞에 꽃을 놓고 그의 외국인 제자들과 맞절을 하고 왔다. 커피를 얻어 먹고 있는데 지위가 좀 있어보이는 두꺼운 안경을 쓴 젊은 스님이 나와 동행자에게 조화를 옮겨줄 것을 부탁했다. 조화는 상당히 무거웠으며 매우 많았다. 그때 나는, 내가 만약 스님이라면 직접 옮겼을 것이고 그랬다면 누군가 도와줬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억하는지 모르겠지만, 성철 스님은 안경을 쓰지 않았고, 숭산 스님 역시 마찬가지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숭산 스님도 안경을 쓰긴 썼다.) 이후로 나는 안경 쓴 애들은 스님으로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깨달음을 얻어야 좋은 시력과 싸가지를 얻는 것일까?  어쨌든 현각 스님은 안경을 썼고, 나도 안경을 썼지만. 내가 숭산 스님을 알게된 건, 순전히 도올 때문이었는데, 그의 불교 비판 서적을 읽고 난 후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불교에는 전혀 관심이 없던 내가 불교 비판서를 읽고 불교에 매료됐으니, 그와 함께 도올은 소외됐다. 하나를 선택하면 무엇이든 하나는 소외되기 마련이다.

현각 스님은 코카콜라 캔을 가리키며 말했다. " 코카콜라가 여기 있습니다. " 그리고는 캔을 따서 마셨다. " 자, 이제 코카콜라는 어디 있습니까? " 그리고 나중에 화장실로 따라오면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아마 지금 그 코카콜라는 정화조를 지나 염소 소독 되어 어느 가정의 주전자에 들어있을지도 모를일이다. 그건 코카콜라인가?

동양적인 것은 신비롭지 않다. 그만큼의 지식과 지혜가 서양에도 있다. 사실 동양이 신비롭다는 환상은 서양이 만들어낸 것이고, 동양인들은 그것을 받아들여 서양인처럼 생각하는 -- 매우 이상한 모습이다. 매우 당연하게도 지구 안에서 다르고 달라봐야 다를 것이 없다. 그래서 나는 일반적으로 묘사되는 신, 괴물, 외계인 등을 믿지 않는다. 왜냐하면 너무나 인간적이니까. 신은 너무 신 같이 생겼고, 괴물은 너무 괴물 같다. 외계인은 또 왠지 어디서 너무나 많이 본 모습이다. 그게 인간의 한계다.

유태인의 위대함은 바로 추상적인 신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 우상을 없앤 것도 그 연장선상의 일이다. 신을 추상적인 것으로 만들므로써 세계적인 보편성을 획득할 수 있었다. 상상력. 그들은 무엇이든 형상화하고 정의내리면 그 속에 인간적인 것이 녹아나 드러날 수 밖에 없음을 깨달았던 것이다. 아무 것도 표현할 수 없지만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는 추상적인 신. 그것 참, 위대하지 아니한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머리 속엔 언젠가부터 신의 형상, 천사의 형상, 악마의 형상이 머리 속에 자리잡고 있다.

타인의 말에, 어떤 글에 마음이 흔들리는 것 역시 우리의 무의식이 언어로 구조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자신이 언어 속에 소외되어 있기 때문이다. 말과 글은 우리 자체에 아무런 영향도 미칠 수 없다. 왜냐면 그것은 미약한 공기의 울림이거나 단순히 시각적 이미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영향을 받는다. 이때의 우리는 언어 속에 소외된 우리다. 생각해보라 아프리카인이 아프리카어로 욕을 하면 열 받을까.

고대로부터 문학이 위대한 무엇으로 추앙받았던 것은 다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우리 자체가 문학의 구성 요소로 이루어져있다.

병신들, 저능아들은 딱 보면 병신이고 저능아임을 알 수 있다. 그들은 속이지 않는다. 너무나 쉽게 알아볼 수 있다. 그들은 환유하지도, 은유하지도 않는다. 있는 그대로는 보여주면, 우린 그들이 병신이고 저능아임을 알아 본다. 그러나 우리는 죽을 때까지, 알츠하이머病에 걸려 벽에 똥칠을 하기 전까지 스스로를 감추고 산다. 환유와 은유의 주체가 되어 스스로를 치환하고 압축한다. 우리는 결코 서로를 알 수 없고, 서로에게 다가설 수 없으며, 서로를 사랑할 수 없다.

나는 라캉이 두 번이나 결혼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얘도 안경을 썼다.

2007/06/21 01:19 2007/06/21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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