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의 일과/새벽을 여는 말굽소리



경마팬 여러분, 안녕하세요.
경마초보자·지방팬·일반인들 가운데 기수들의 일과가 어떠하고,
여가를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아서, 저를 비롯한 기수들이 1주일을 보내는 모습을 간략하게 담아보았습니다.



월요일



1년 열두 달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어두컴컴한 새벽부터 개개인의 생활리듬에 맞추어 경주마의 조교를 시작합니다.대개 여름에는 4~5시, 겨울에는 5~6시에 합니다.보통 8시30분에서 9시면 하루일의 70%에 해당하는 조교를 마치게 됩니다. 추운 겨울과 비오는 날은 새벽조교를 해야 하는 기수들에겐 무척 힘든 때입니다.

일반인들에겐 토·일요일이 휴일이지만, 경마장에서는 월요일이 토요일에 해당하는 날입니다. 기수들은 각자 나름대로 여가를 즐기기도 하고, 토·일요일의 피로를 풀기 위하여 집에서 실컷 잠을 자는 기수가 많습니다.



화요일



휴일입니다.매일매일 새벽조교와 체력단련으로 긴장된 하루하루를 보내는 우리들이지만 이 날만은 가족과 함께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도, 각자가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즐길 수도 있는 여유로운 날입니다. 계절에 따라 다소 변화는 있지만 등산, 낚시, 골프, 스키, 수영 등 각자 좋아하는 스포츠를 즐깁니다. 짧은 여행을 떠나거나 영화·독서에 푹 빠져드는 감성적인 기수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총각 기수들은 데이트 준비로 분주하기도 하고요.



수요일



오전 9시쯤 조교가 끝나면 부대시설이 갖춰진 기수회관에서 각자 자기생활들을 합니다. 기수별로 자주 이용하는 부대시설이 있습니다.
우선 체력단련을 위해 체력단련실을 많이 이용하는 기수로는 박태종, 김정년, 박윤규, 서영석, 전기혁 기수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최봉주, 임대규, 함완식, 김효섭, 송석헌 기수는 당구장을 자주 찾습니다. 또 탁구장에서 동료기수와 호흡을 맞추는 기수로는 우창구, 고성이, 강병은, 조용배, 이종섭 기수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수라면 필수적으로 체중조절을 해야 하는 까닭에 김택수, 유재길, 황영원, 배휴준 기수 등은 사우나에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오후 2시부터는 놀이운동(말을 타고 걷게 하는 운동:편집자주)을 합니다. 이때 산책로를 따라 자신의 애마를 운동시키며, 그 후 신인기수들은 말수영장·마필보건소·마방 등에서 일손을 돕습니다.
오후 4시 정도면 퇴근을 하는데, 8명의 신인기수들은 기수회관에서 숙소생활을 합니다. 그리고 10여명은 경마장 인근의 자택으로, 나머지 대부분의 기수들은 사택인 안양 준마아파트로 향합니다.



목요일



조교와 아침식사 후 9시30분부터 발주연습과 능력검사를 합니다. 거의 11시30분까지 계속되며, 10시부터 12시까지 출마투표에 참석하는 기수들은 20~30명입니다.오후 2시 이후 다음주 핸디캡경주 등록에 참여하는 기수가 10여명 정도됩니다. 나머지 일과는 수요일과 동일하게 놀이운동을 한 후 퇴근을 합니다.오후 5시부터는 기수들이 각자 동아리활동을 하는데, 현재 가장 활성화되어 있는 동아리는 기수축구부입니다.

3월 22일 일본에서 열리는 한·일 기수친선교류축구대회를 준비하느라 안양에 있는 덕천초등학교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현재 축구부회원은 36명이고, 장세한 기수가 축구부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더러 지역의 조기축구회나 관리원 축구회, 여고 축구부와 친선경기를 갖기도 합니다. 특히 서울 위례여상 축구부와 덕천초등학교 여자 축구부에 대해서는 기수축구부와 기수협회에서 매년 일정금액을 지원해 주고 있습니다.
한·일 기수친선교류축구대회는 국제경기(?)라 언론 매체의 관심도 큽니다.



금요일



우스갯소리 하나 한다면, 매일 같이 조교를 하다 보니 기수들의 팬티에 구멍이 잘 생깁니다. 기수라는 특수한 직업에 종사하다 보니 직업병으로 고통을 받는 기수가 많은데, 대부분의 기수는 허리 디스크로 고생을 하며 복대를 착용하고 생활하는 기수도 여러명 있습니다.금요일은 체중조절에 가장 많이 신경쓰이는 날입니다. 경마 전날이라 체중조절뿐 아니라 최선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예민해지게 됩니다.

기수들이 체중조절하는 방법으로는 운동·사우나·등산 등 체질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대부분 경마 전날 식사를 하지 않는 것은 기본입니다.오죽하면 배불리 실컷 먹는 꿈을 꾸는 기수도 많습니다.



토요일



경마일입니다.
잘 나가는 빅3(박태종·안병기·김효섭) 기수들은 하루 6~7회 정도 출전하지만 그외에 평범한 기수는 3~4회 출전하며, 저처럼 ‘무늬만 기수’인 경우는 1~2회로 만족해야 합니다.월평균 72~96회의 경주가 시행되므로 77명의 기수가 올리는 산술적 월평균 승수는 약 1승입니다.이런 상황에서 빅5기수(빅3와 이성일·임대규)가 챙기는 승수가 30여 승이니 나머지를 놓고 그외 기수들이 피박 터지게 싸우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경주가 끝나면 대개 사내 식당에서 식사를 한 후 숙소에서 다음날의 경주를 위해 충분한 수면을 취하려 노력합니다.



일요일



역시 경마일입니다.새벽조교 도중 부상자가 많이 발생하는데, 지난 1월의 경우 10명이 부상을 입었고 2월 현재 7명이 입원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동절기에는 사고율이 높은 편입니다. 13년 동안 기수생활을 하면서 지켜본 것만으로도 1급 장애자가 1명, 목숨을 잃은 기수가 3명이나 될 정도로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험에 맞서 철저한 자기관리를 필요로 하는 직업이기에 기수들은 어느 스포츠 선수 못지 않은 프로의식을 가지고 생활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절대로 기수라는 직업을 유지할 수가 없습니다.또한 기수들은 자기계발을 위하여 영어학원, 컴퓨터학원을 다니기도 하고 홍대유·김택수·김옥성·유재길·임대규 기수는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대학에서 관련공부를 하느라 바쁩니다.

기수라는 직업은 매주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바쳐서 승리 혹은 패배의 희비를 체험하며 또다시 자신을 다듬어 나가야 하는 치열하고도 고달픈 직업입니다.하지만 그러한 모습을 사랑해 주는 경마팬들이 있기에 우리는 밥을 굶어도, 부상을 당해도 언제나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 열심히 달릴 것입니다.

김택수 기수·기수협회 홍보이사
2006/01/03 03:44 2006/01/03 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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