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16

2011/01/16 23:02 / My Life/Diary
옷을 개면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어. 『무인 곽원갑』. 한 세 번은 본 것 같은데, 언제나 소일할 때만 채널 돌리다 본 거라 다 합해야 10분 봤나? 거의 끝나가더라고. 독물을 먹고 까만 피를 입에서 쏟아내는 곽원갑. 장중하게 한마디 내뱉네. “운명을 피할 수는 없어. 용감하게 그 운명을 받아들일 수 있을 뿐.”

숭산 스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지, “용감하게 도축장으로 들어서는 소들도 있다.” 나도 그런 소가 되려 했던 적이 있었지만...

“살처분 기다리는 돼지들”이란 사진 기사 제목이 생각나데. 난 사진은 보지 않았지. 그런 사진과 글을 올리는 건, 폭력이야. 양쪽 모두에게.

너무 오래 혼자였어. 그런데도 어른이 되지 못했지.

어둠 속에서 징징대고 있으면 누군가 다가와 손을 내밀 줄 알았던 거지. 기다리다 지쳐서 불을 켜고 보니까, 사방에 쭈그려 앉은 이들이 입에 수건을 물고 눈물을 쏟고 있더라고. 모두가 다른 사람은 신경쓸 겨를조차 없었던 거야. 다들 누군가 내밀어 줄 손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던 거지. “언젠가는 모두가 한 번쯤 깨닫게 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아무도 내게 오지 않는다는 의미임을!”

아무도 자신을 사랑해줄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면, 더 이상 사랑을 구걸하지 않게 될까.

두 줄의 평행선이 영원히 만나지 못하는 건, 둘 다 자신의 길을 포기하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야. 연애도 유행이야. 누구나 그 유행에 휩쓸리곤 하지. 날이 추울수록 더욱.

“너를 불행하게 만들어서라도 내 곁에 두고 싶어. 나 자신보다 너를 갖고 싶어. 이게 내가 아는 유일한 사랑이야.” 사랑, 그 지독한 소유욕. 『퐁네프의 연인들』,『나쁜남자』

너무 착하면 사랑따윈 못 해. 인류를 구원해야지.

잠시 망각하고 있었던 내 20대. 아직 끝나지 않았더라구. 친구 몇몇이 얘기해주었고, 나는 기억하지 못했지. 다시 얘기해주었고, 맞아, 그게 나였지. 지난 몇 년이 10년을 잠식했지만. 연필로 꼭꼭 진하게 눌러써서, 지워도 남아버린 그 자국들을, 녹색 파스텔로, 프로타쥬.

그래도 미래는 없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사실은 수많은 일들이 있었고, 앞으로도 있겠지. 하지만 지금까지처럼 우린, 아무 일도 없는 듯 가면을 쓰고 바닥만 쳐다보며 걸어가겠지. 결국 정말 아무 일도 없는 셈이 되는 거야.)

뭐, 어쨌든.
2011/01/16 23:02 2011/01/16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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