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의 목소리. 2003년 2월. 대구에서 어떤 미친 사람이 지하철에 불을 낸 그날. 나는 집에 있었다. 쉼 없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긴급 뉴스. 그때, 갑자기, 정말 갑자기, 한 여자가 이름과 나이를 읽어 내리기 시작했다. 한 사람, 두 사람, 세 사람, 끝났다 싶었는데, 네 사람, 다섯 사람, 확인 불명, 여섯 사람. 여자가 울먹이기 시작했다. 일곱 사람, 여덟 사람. 확인 불명. 여자가 울었다. 사고에 사고. 꺼져버린 여자의 마이크. 라디오 전원 버튼을 누르던 내 집게 손가락. 2003년, 내가 가진 기억의 전부. 그 여자는 지금 어디서 무얼하고 있을까. 목소리, 다시 듣고 싶어. 2003년, 다시.
TAGS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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