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2.27

2007/12/27 04:17 / My Life/Diary
문득 문득 재밌는 기억이 떠오르곤 한다. 소소한 일에서도 웃음거리를 찾아내 워낙 잘 웃는데다, 술을 먹여 놓으면 낙엽이 굴러가기도 전에 웃어버린다. 어쨌든 우는 것보다야 웃는 게 좋으니까. 방금 전에도 갑자기 우스운 기억이 떠올랐다. 그러니까 신병훈련소에 있던 1월의 겨울, 개만도 못한 취급을 개만도 못한 이들에게 받으며 개같은 훈련을 끝낸 점호시간이었다. 병력 조사를 하던 교관이 그에게 물었다. "어디가 아프냐" 그러자 까무잡잡한 피부에 물에 뿔린 찐빵 같은 얼굴을 가진 그는, "저는 갑상선기능항진증입니다!" -- 순간 나는 이 '갑상선기능항진증'이란 병명을 평생 기억하게 된다. 마치 '스트렙토마이신'이나 '탐부톨錠'과 같은 마력이 갑상선기능항진증에 서려있는 것이다. -- 교관은 다시 그에게, "아무리 봐도 아파 보이진 않는데" 라며 병력 조사지에 침을 발랐다. 그는 그 뭐랄까, 순진무구라고 해야할까 아니면 비굴하다고 해야할까, 어쨌든 개같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는 자기 전에 라면 두 개를 먹고 자도 얼굴이 홀쭉해져 있고 아침에 또 배가 고픕니다."

우리는 웃었다.

그 순간에도 그는 각진 안경 너머로 유난히 큰 눈을 굴리며 도대체 이들이 왜 웃는 지 알 수 없다는, 나에게는 그저 혐오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 인생은 왜 그리 개같았을까. 개같은 날의 웃음은 왜 언제나 평화로운지. 그리하여 오늘도 나는 웃는다. 인생은 이다지도 우스운 것이로구나.
2007/12/27 04:17 2007/12/27 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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