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금의 한국 경마 상황은 그야말로 격변기라는 표현이 적당하다. 좋은 의미에서건 나쁜 의미에서건, 경마 경주 중의 그것처럼 긴장감 넘치고 흥미롭다. 먼저 경마계 내부를 보면 커멘더블, 엑스플로잇과 같은 고가 씨수말들의 국산자마가 서서히 주로에 등장하고 있다. 내년 후반기 즈음에는 메니피, 볼포니, 비와신세이키의 국산자마들도 등장해서 점점 더 재미있는 경주로가 만들어질 것이다. 올 초 만난 마사회 관계자는 올해도 메니피급 씨수말을 포함해 두 마리 정도를 도입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했는데 조만간 이 새로운 씨수말들의 소식이 들려올 것 같다. 사실 관(關)주도의 생산정책은 여러가지 면에서 부적당하지만 일단의 헤게모니를 쥐기 위해 마사회는 앞으로도 이 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마계 외부에선 바다이야기로 더욱 심화된 반도박 정서와, 그에 편승해 발족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출현으로 흥미진진하다. 사감위에선 현재 사행산업의 규모 축소를 위한 총량규제와 베팅 액수 제한을 위한 무기명실명카드 도입 등의 정책을 마련중이다. 당연히 관련 산업 종사자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정책으로 인해 현재 관련 기관(마사회, 경정운영본부, 경륜운영본부, 강원랜드 등)은 무조건적인 거부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논란의 연장선 상에서, 마사회 열린마당의 경마사랑방에 사감위 이우갑 신부 (1), (2)와 마사회노동조합 김정구 위원장의 논쟁성 글이 올라와 있기도 하다.
사실 사감위는 상당한 부조리를 안고 있다. 사행산업이라는 허울로 도박산업을 허용해 놓고 그 속에서 규제를 하려하는 모순과, 오랜 기간 정부 주요 세원(稅源)이 되어온 사행산업의 매출총량을 정부 주도로 규제하려하는 자가당착이 그것이다. 특히 사감위 위원에 성직자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은 이 위원회가 얼마나 윤리적 당위에 중점을 두는지 보여주고 있는데, 현실의 모순을 윤리적 당위로 풀려고 할 때 빚어지는 무모함을 예고된 정책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대한민국은 제도권 도박을 도박으로 보려하지 않는 체제다. 도박꾼들 역시 자신이 도박꾼으로 불리는 것을 불쾌하게 여기고, 스스로를 도박꾼이 아니라고 ㅡ그러면서도 다른 참가자들은 도박꾼으로 여기는ㅡ 생각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도박의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사행산업(射倖産業)이니 레포츠(Leports)니 하는 다른 이름을 내세우는 것도 이런 전반적 인식을 반영한다. 도박에 대한 이 사회의 고정된 가치판단과 도박꾼들의 자기기만 덕분에 사감위는 이미 상당한 명분을 갖고 있다. 이중지련(泥中之蓮)의 이 명분으로 사감위가 어떤 행보를 보일 지 앞으로가 더 재미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공창제(公娼制)를 찬성하는 것과 같은 선상에서 사감위의 도박에 관한 모든 규제를 반대한다. 역시 이런 글은 다소 래디컬한 도박꾼의 일기장에나 쓰여질 법하다. |